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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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으로 태어나 모든 시간을 남성으로 살았던 터라

여성에 관한 책은 언제나 내게 깨달음을 준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책은 깨달음에 더해 재미까지 준 유쾌한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대부분의 폭력범죄를 남성이 저지르는데,

왜 의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통계자료를 말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힐난이었다. 

남성이라는 성별은 출생 전 담배연기에 노출된 것, 반사회적 부모를 둔 것, 가난한 가정에 소속된 것과 더불어 폭력적 범죄행동을 유발하는 위험인자 중 하나인 것으로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42쪽)


게다가 사회는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여기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다.

예방의 책임을 전적으로 잠재적 피해자에게만 지움으로써 폭력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여학생들에게 공격자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할 뿐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 공격자가 되지 말라고 이르는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52쪽)

성폭력의 거의 100%가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남성은 성폭력의 잠재적 가해자라고 봐도 무리가 없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남자가 그렇지 않아.” (182쪽)


남성들은 성폭행을 저지르는 남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 책에서 예로 든 IMF 총재의 경우처럼 성폭행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보면 “점잖은” 사람들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씨를 보라.

그가 캐디의 가슴을 찌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전히 남성들은 이들 남성들이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럴 만한 권력과 기회를 갖는다면 성폭행. 성추행을 한다는 것이

내가 만난 숱한 여성들의 증언이다. 

그렇게 해도 자신이 처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니까.

만의 하나 그 여성이 신고라도 하려 치면 어떻게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자가 혼자 지어낸 거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여자는 전에 술집에 나간 적이 있다, 딸 같아서 그랬다 등등 여러 단계의 방어막이 존재하고,

심지어 “저 여자가 성추행 사실을 외부로 알림으로써 우리 조직이 위태로워졌다” 같은 조직논리도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이 모든 방어막을 뚫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설사 가해자가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 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성추행을 저질렀던 출판사 상무는 복직했지만 피해자는 결국 사직하고 만 걸 보면, 

다른 범죄와 달리 성범죄만은 가해자가 갑이고 피해자가 을인 듯싶다. 

이해 안 되는 일 하나. 

성추행을 당할 위험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밤늦게 다닐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남성들은

“우리 사회는 여성들만 편하다”면서 울분에 차 있던데,

이건 도대체 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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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6-1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가 갑이 되는 것이 아니고, 갑이 가해자가 되는 것 아닌가요? 두 가지가 같은 것인데, 제가 구분하려 하는 것일까요? 제 의견으로는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데요. (정부나 삼성을 봐도 ... 친일파, 일본, 미국 ... )

마태우스 2015-06-18 08:27   좋아요 0 | URL
네 읽고보니 그게 좀 이상하네요. 갑이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을 때도 갑이고. 뭐 그렇게 되는군요. 너무 급하게 쓰면 이렇다니깐요 암튼 마립간님 반갑습니다. 늘 한결같이 활동하시는 모습이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