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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평점 :
“아이는 항상 외로웠어.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거든”
머리말에 씌어진 말처럼, 이 책은 외로운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외로움에 지친 주인공들은 가출을 결심하고, 학교에 안가겠다고 떼를 쓴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꼭 어릴 적 내 모습이다. 그때 난 친구도 없었고, 형제자매와 친한 것도 아니었다. 학교에 가면 내내 한마디도 안하는 아이, 그게 나였다. 축구를 못한다고 어느 팀에도 끼지 못하는 진우의 설움은 그래서 내게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시절의 난 혼자서 이야기를 하고 놀았다. 현실과 달리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주인공이었다. 공주로 분한 우리반 여자애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로봇을 조종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었다. 지겹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깨달았다. 이런 이야기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외로움의 극복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풀어야 한다는 것을. 독서와 같은 취미 역시 외로움을 이겨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난 유머에 집착하게 된다. 웃기는 아이들이 한 말을 교과서 뒤편에 적었고, 그걸 틈틈이 읽으면서 감각을 익혔다. 안웃기는 유머를 한다고 구박을 받던 2년의 수련기간을 보내고 나자 난 어느 틈에 웃기는 애들 틈바구니에 속해 있었다. 그 후부터 난 친구가 없어서 슬펐던 적은 없는데, 지금도 내가 수많은 술친구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도 어린 시절의 설움 탓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은 유머에의 탐닉으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머는 절박했던 내가 택했던 한가지 방법일 뿐,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부모, 형제와의 화해로 가출하려던 마음을 접은 하승이나, “넌 그래도 책을 많이 읽잖느냐”면서 자신의 애환을 얘기해준 친구 덕분에 친구들과 소통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은 진우처럼, 주위의 조그만 관심이 아이의 마음을 180도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로워하는 민주에게 애완견을 사준 민주 부모의 처사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개에게만 집착하는 것은 외로움을 더욱 키워주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그림도 있고해서 아이들 책인 줄 알았건만, 오히려 애들을 키우는 부모가 봐야 할 책인 것 같다. 민주처럼 애가 하나인 제수씨에게, 그리고 조카가 있다며 책을 달라고 한 조교 선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