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종교 - 종교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백중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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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종교가 없다. 개인적으로 하느님을 믿고, 어려울 때마다 기도를 하긴 하지만-우리 팀이 이기게 해주세요 같은-교회나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된 건 꽤 오래 전이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강압에 못이겨서, 좀 더 자라서는 주위 친구들의 강압 때문에 성당에 드나들긴 했지만, 그때도 강한 믿음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갑자기 영세를 받겠다고 할 때 무지하게 걱정을 했던 이유도, 아내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꼬드겨 일요일마다 같이 성당에 나가자고 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내는 영세 후 냉담자로 살고 있다).

 

내가 종교에 비판적인 건 몇 달씩 이어진 종교활동을 순전히 강압에 의해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기 마련이라, 난 이 땅에서 살면서 종교의 부정적 측면을 더 보려고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점점 더 종교를 싫어하게 됐다. 공격적인 전도는 물론이고 비리까지 저지르는 종교를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우리나라의 종교, 특히 개신교는 매우 권력지향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이 지지했던 대통령들이 타의 모범이 됐다면 종교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누그러졌을 테지만, 그분들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대통령과 종교>는 역대 대통령과 종교의 관계를 분석한 책으로, 종교의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 역사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다보니 흥미로운 일화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군인들이 불교계를 유린했던 10.27 법난은 이 책에 의하면 불교계가 전두환 장군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이 위기에 몰리자 백담사로 들어간 건 참 아이러니한데, 법난이 있고 난 17년 뒤, 전두환은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송월주 스님과 만났다고 한다. 당연히 과거 법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전두환이 이렇게 말했단다.

“아랫사람이 했고, 몰랐지만 대통령으로서 미안합니다.”

영부인의 아이콘인 이순자 여사의 말, “보안사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119쪽)

송월주 스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무엇을 따지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건 맞지 않은 말들입니다.”(119쪽)

 

이 감상문의 제목이 ‘크리센도’인 것은 이승만부터 시작해 장면, 박정희 등으로 이어지는 과거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담담하게 읽었지만, 시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난 참 이명박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개신교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이명박은 그 기대에 값하는 일들을 많이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뜬 연예인이 바로 미녀배우 고소영이지 않은가? (강부자도 뜨긴 했다만). 훌륭한 장로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개신교는 지금 앞날을 걱정하고 있단다. 개신교의 신도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개신교가 한 일들을 생각할 때 개신교의 쇠퇴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286쪽을 보면 개신교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종북세력을 비판할 수 없고, 교회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칠 수도 없다”는 것인데, 정말 큰일이다. 이러다 온 국민이 종북이 되고, 많은 이들이 동성애에 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개신교가 좀 더 융성해서 이 나라의 안보와 젊은이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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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12-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멘~~~~

마태우스 2015-01-04 22:25   좋아요 0 | URL
이럴 땐 나무아미타불로 답변하는 게 예의인 듯...^^

2014-12-31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4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lph 2015-01-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교도 휼륭한 종교인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마태우스 2015-01-24 23: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