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번째: 입원실
일시: 6월 17일(금)
누구와: 고교 때 친구들과
마신 양: 겁나게 많이, 거의 죽었다...
친구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신 듯했다. S병원 응급실에 계시는데, 입원실이 죽어도 안난다면서 내게 부탁을 해왔다.
내가 해당 병원의 직원이면 모를까-그렇다 해도 힘들지만-없는 입원실을 내가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딱 한군데, S 병원만은 내 빽이 어느 정도 통한다. 그걸 믿고 난 친구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응급실에 사흘이나 있었던 친구 아버님이 안되어 보여서.
빽을 가진 그분은 기획실 비슷한 곳에 근무하는 분으로, 나랑은 석달에 한번쯤 만나서 술마시고 노는 사이였다. 그분에게 전화를 하는 순간, 난 친구의 부탁을 받아들인 걸 후회했다.
“저, 이런 걸로 전화드려서 정말 죄송한데요..”
그분은 “요즘 입원실이 없어서 응급실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입원이 안된다”면서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내가 더 미안한 건, 그분 역시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날은 결국 입원실이 안났다. 그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퇴원이 좀 있으니, 꼭 병실이 날 것이라고 했다.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입원실은 나지 않았다. 그분은 “일요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토요일날 안되던 게 일요일날 될 리가 있나? 그분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도 미안해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로부터 9일이 지난 오늘, 설마 지난주엔 입원을 했을테니 문병이나 가야겠다는 생각에 친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 xx 아버지 입원 하셨냐?”
“퇴원하신 지가 언젠데!”
그렇구나. 벌써 입원하셨다 퇴원하셨구나. 그렇다면 내 빽은 통한 걸까? 아니야, 그랬다면 그 친구가 고맙다고 전화를 했을텐데 그렇지도 않잖아?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쁜 마음으로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일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그에게 빚을 지는 것이기에.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일이면 더더욱 부담스럽다. 가능하면 주위 사람들이 내가 할 수 있는 도움만 받았으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란 게 그런 게 아니고, 게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 중 하나가 입원실이다.
* 그날 그 친구는 먼저 가고, 우린 11시까지 술을 마시다 헤어졌다. 난 또다른 친구와 3차를 갔다가 새벽 4시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