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독재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방송에서 아내 자랑을 할 때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 내가 나가서 진실을 확 밝혀버리고 싶어.”

아내가 이럴 때 난 좀 서운했다.

내가 아내한테 그래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대체 나의 어디가 불만인 걸까?

강준만의 신작 <감정독재>를 읽다가 알았다.

그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프랑스 남자들에게 애인한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응답자 중 84%가 평균적으로 좋은 애인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194)

이렇듯 인간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늘 자신은 정의롭고 착하고 능력도 있는데 남들은 질서를 안지키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한국에선...구직자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는 평균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70%에 달했다. 이 중 77.4%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불평했다](195)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의 지배를 훨씬 더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50개의 화두로 제시된 증거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인간이 이성의 지배를 받는다는 건 순전히 착각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운전할 때는 차로의 빨간불이 길게 느껴지는 반면 길을 걸을 때는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길게 느껴진다”(53)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천길로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0킬로보다는 짧으며 길이는 약 5,500킬로미터일 거라고 대답했다. 반면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킬로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킬로보다 길며 길이는 약 2,000킬로일 거라고 대답했다 (119-120)]

좀 더 웃기는 현상은 다음이다.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3분의 1은 골대 중앙, 3분의 1은 왼쪽,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차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골키퍼의 절반은 왼쪽으로 몸을 날렸고, 나머지 절반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확률은 같은데도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21)

왜 그럴까? 가만 서 있다 골을 먹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을 날리면 그래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여서란다.

 

인간이란 이렇듯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걸 알아서 좋은 점은 인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의료민영화 음모에는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이 할머니한테 반말을 하는 동영상에는 급 흥분해서 댓글로 욕을 한다.

이걸 가지고 왜 우리는 작은 것에만 분개하냐?”고 개탄만 할 게 아니라

의료민영화 음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훨씬 더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는 구호만 적어 놓았을 때 반응이 없던 사람들이

그 지역 미식축구 스타들이 휴지를 주우면서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라고 외치는 광고에는 금방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감정의 중요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지대할 수 있다.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진보.개혁진영도 옳음만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호통만 쳐온 게 아닌지 반성하고,

다음 선거 때는 어떻게 하면 감성을 자극할지 궁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 나중에 아내는, 내가 속이 좁고 늘 아내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마음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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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3-12-3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올해도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저도 확 밝히고픈 진실이 쪼금 있네요. ㅋㅋ
연말연시 즐겁게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4-01-06 22:59   좋아요 0 | URL
놀랐잖아요!! 진실이 있다는 낚시라니~~~~ 연시 즐거이 보내시길. 서재달인은 솔직히 다른 분들이 도와주신 결과죠

가연 2014-01-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이 책... 리뷰를 보니깐 꼭 주변에 선물하면서 읽어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4-01-06 22:59   좋아요 0 | URL
어마 가연님, 제 리뷰가 사게 만드는 그런 리뷰라는 거죠! 감사합니다 호호호. 님도 새해 복많이...

2014-01-06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