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영세 초점동화라서...
일시: 4월 2일(토)
왜: 알라딘 번개
마신 양: 기본은 했다...막판에 죽을까봐 도망감.
난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인테리어가 촌스럽고 음식맛이 아주 대단하지 않더라도 사람만 없다면 그걸로 족한다. 그런 곳을 나는 ‘영세한 집’이라고 부른다. 그런 곳의 특징은 주인이 잘해준다는 것, 그리고 조용하다는 것.
작년에 알라딘에서 첫 번개를 하던 때, 난 한적한 술집을 찾아다녔다. 내 눈에 띈 곳은 산울림 소극장 옆에 있는 호프집이었는데, 정말이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예약을 했지만, 당일날 와보니 예약은 기우였다. 4시 경에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갈 때까지 두시간 가량 죽치고 있었지만, 손님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뒤 난 여러 사람이 만나는 모임을 몇 번 더 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다. <무등산>처럼 잘나가는 집은 아무리 자주 가도 아는체도 안하지만, 거기는 두 번째 갔을 때 날더러 “머리 자르셨네요”라며 친한 척을 했다.
이번에 번개를 한 곳은 <진성집>이었다. 된장박이 삼겹살로 유명한 논현동 <진성집>의 분점인데, 혼잡하기 이를 데 없는 신촌에서 그 정도 조용한 곳은 드물다. 맛은 본점보다 약간 떨어지는 것 같고, 연대 쪽이 아닌, 신촌 로터리 쪽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예약을 한답시고 전화를 걸었더니 매우 당황해 하면서 접수를 받았는데, 예약 없이 갔어도 충분할 뻔했다. 사람이 추가로 더 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애나 어른이나 다 함께 뛰놀 수 있는 좋은 고기집이라고 생각한다. 2차로 간 맥주집 역시 한눈에 보기에도 손님이 없어 보이는, 영세 스타일의 집이었다. 예약을 하려고 가게 입구에 써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굉장히 감격을 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따가 꼭 와주세요!” 2차에서도 우리는 전세를 낸 것처럼 놀 수 있었다.
영세한 집의 단점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거다. 아무리 돈에 큰 뜻이 없어도, 비싼 임대료 내가면서 파리만 날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예전에 대학로에 <파라솔>이라는 곳이 있었다.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플라스틱으로 지어놓은 건 그렇다 쳐도, 내부 인테리어가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지라 사람이 언제나 없었다. 게다가 병맥주를 시키면 가게에서나 파는 700미리짜리 큰 병을 싼값에 팔기까지 했으니 내가 좋아할 수밖에. 같이 온 사람은 내게 “왜 이런 데를 왔냐”고 불평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그곳은 결국 문을 닫았다.
갈때마다 친절하게 해주는 주인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아져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난 또다시 조용한 집을 찾아 거리를 헤매야 할 거다. 영세한 집이 언제나 조용하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소망을 주인이 안다면, 내게 그렇게 잘해주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