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학회 뒤풀이를 하는 도중, 갑자기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나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기차표를 끊고나서 시간이 좀 남아, 피씨방에 갔다. 그런데 피씨방에 오는 동안 많은 유혹을 받았다. 내가 좀 있어 보이는 탓인지, 길거리에 나온 아줌마들이 이렇게 날 꼬신다.
"젊은 아가씨 있어"
"학생, 좋은 모텔 찾아?"
"5만원에 젊고 이쁜 아가씨 있어"

딱 한번 응답을 했다. "전 40분밖에 시간이 없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의 답, "아유, 충분해. 두번은 하겠다"

우리 나라는 불륜의 천국이다. 불륜에 이르는 수단은 그야말로 무궁무진이다. 그 수단들을 기억나는대로 써본다.

1. 단란주점 혹은 룸싸롱; 2차를 안가는 곳도 있긴 하지만, 우리 남자들 중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2 티켓다방: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날렸지만, 요즘은 맛이 간듯.
3. 전화방: 나두 한번 가봤는데, 확률이 그리 높진 않다.
4. 채팅; 내 친구 하나가 부인이 친정 갔다고 세이클럽에 들어갔단다. 게는 5분만에 여자를 꼬셨고, 새벽 3시에 만났다. 안이뻐서 그냥 헤어졌다지만 그걸 믿어야 할까?


5. 이발소; 친구 하나는 이발소를 선호한다. 웬지 불결해 보여 난 싫은데, 우리나라 이발소는 하여튼 머리깎는 곳이 아니다.
6. 터키탕; 터키 대사관서 항의가 올 정도로 퇴페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는 곳. 거기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7. 마사지; 한때 주차해둔 차의 유리창엔 마사지 업소의 휴대폰이 적힌 명함이 몇장씩 꽂혀 있었다. 한시간에 17만원이라는데, 그시간에 뭘할지 뻔하다.

8. 안마시술소; 우리집 앞에 있는데, 24시간 영업한다. 설마 거기서 안마만 할 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9. 비디오방, 노래방; 원하면 아가씨도 불러준다. 강서구청 뒤 노래방에 주부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실태조사를 나가본 적이 있다.
10. 영등포, 청량리' 매매춘의 원조. 오랜 역사를 입증하듯, 엄청난 미녀들이 즐비하단다.('단다'에 주목)


생각해보면 더 있겠지만 그만 쓰자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게 있다. 대구서 탄 택시에 있는 스티커 한장을 집어왔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 대리운전 1일 비서, 장거리 출장가능, 24시간 출장대기, 1만원대.... ]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 대리운전'이란 설명 아래는 한 미녀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대리운전하는데 지성과 미모가 왜 필요할까? 장거리 출장이 가능하다는 건 무얼 의미하나? 노래방이 그랬듯, 대구의 선진문물이 서울로 올라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그러니 조만간 서울서도 대리운전을 통한 매매춘도 충분히 가능할 듯 싶다. 조금 야한 영화는 아예 개봉이 미루어지는 도덕적인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괴이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성이 이렇게 음성적으로 성행하는 건, 성에 관한 담론들이 금기시되는 우리 사회의 위선 탓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은 그래서 필요한 법이다.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지금, 차도 없으면서 대리운전을 부르고 싶은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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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3-12-31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읽을 거리가 참 많네요^^

123 2011-05-21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구의 밤문화.ㅋㅋㅋㅋㅋ 그런데 ㅅㅅ할때 돈을 내는건 ㅄ아닌가요? 몸버리고 돈버리고 그렇게해서 얻는게 뭔가 세상에는 참 추잡한 사람들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