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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중학교 때 내 별명은 왕눈이었다.
음악선생이 붙여준 건데, 눈이 작디작은 날 놀리느라 그런 별명을 붙인 거였다.
이런 걸 반어법이라고 하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반어법은 보너스를 조금 받았을 때 “참 많이도 주네”라고 하는 것이고,
역설법은 “아는 것이 병이다”같은 거란다 (역시 국어는 어렵다).
왕눈이가 반어법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 정 반대되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남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가 꽤 많이 있는데,
몇십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정의를 엄청나게 유린한 정당이 ‘민주정의당’이란 이름을 붙였고,
역대 정당 중 지역감정을 가장 부추긴 정당의 이름은 ‘한나라당’이었다.
그런가하면 매우 폐쇄적이었던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란 이름을 가졌었고,
75살의 노인을 총리로 지명하는 낡은 정당의 이름은 묘하게도 ‘새누리당’이다.
저들보다야 못하지만 소설에도 이런 식의 제목을 붙인 책이 몇 개 있는데,
얼핏 기억나는 건 성석제가 쓴 <참말로 좋은 날>이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어려운 처지의 주인공들의 애잔한 삶을 그렸는데,
책내용과 제목이 참으로 부조화를 이룬다.
공선옥의 <멋진 한세상> 역시 읽을수록 우울해지는 내용.
<해피 패밀리> 역시 내용과 제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책이다.
저자인 고종석은 명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지만,
“자신이 쓴 글과 책이 이 사회를 바꾸는 데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에 좌절해
절필을 선언했다는데,
그가 절필 후 다다른 곳은 소설이었다.
<제망매>, <엘리야의 제야> 등 몇 권의 소설을 낸 바 있는 분이라 다시 소설을 쓰는 게 이상하진 않지만,
왜 제목이 해피 패밀리인지 의아하다.
또 하나 궁금한 건 그의 소설이 늘 누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혹시나 했더니 이번 책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네이버에 ‘고종석, 누나’를 넣고 검색을 했더니
충격적인 내용이 뜬다.
“나주 성폭행 고종석 누나, 사건 전날 꿈에서” 등의 기사가 잔뜩 나왔는데,
알고보니 나주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자가 이 책의 저자와 동명이인이다.
당대의 명문장가와 이름이 같다면 착하게,까진 아닐지라도 겸허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주의 그 고종석은 그러지 못했나보다.
참고로 고종석 선생은 절필을 하는 대신 트위터에 활발한 의견개진을 하고 계신 듯하다.
그러고보면 절필의 이유가 트위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분도 트위터를 만들고 나서 긴 글을 안쓰게 됐다니.
이유가 뭐든간에 <해피 패밀리>는 명문장가의 소설답게 재미가 쏠쏠하고, 마지막엔 엄청난 충격도 준비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