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2월 16일(수)
누구와: 테니스 치는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를 꽤 많이. 1차서 소주 한병, 2차는 포장마차서...
나에게는 건축사무소를 하는 친구가 있다. 요즘 어렵지 않은 친구가 어디 있겠냐만, 그 친구는 굉장히 힘든 것 같다. 독립해서 사무소를 차린 이후 “문닫을 위기다”라는 말을 안한 적이 없는데, 그래도 2년간 직원을 여덟이나 데리고 회사를 이끌어 온 걸 보면서 ‘엄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이 일을 해본 내 친구 A에 의하면, 그 친구의 사업은 구조적으로 수익이 날 수 없는 것이며,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시스템이란다. 모르긴 해도 빚이 2-3억은 될 거라는 게 A의 설명이다.
그가 여기저기 빚을 지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은행빚이 있는 건 당연하고, 사채로 빌린 돈만 해도 5천에 가까우니 그 이자부담만 해도 만만치 않을 거다. 일을 할수록 빚만 늘어남에도 회사를 계속 살리겠다는 그 심정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상황을 좀 냉정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에 입주한 좋은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정도니, 상황이 심각하지 않겠는가.
그는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주위 친구들은 대개 그에게 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고, 내게도 돈을 빌려달라고 여러번 전화를 한다. 예전에 빌려준 돈도 갚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에게는 갚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고, 다른 친구들 역시 그에게 빌려준 돈은 포기한 상태란다. 그와 친한 친구 중에는 심지어 4천만원을 빌려준 친구(B라고 하자)도 있다. 돈을 많이 빌려주니 상황이 역전되어, B는 그에게 이런 말을 가끔 한단다.
“올 연말까지는 일부라도 갚아주지 않겠니”
물론 그는 아직까지 그 일부도 갚지 못했다.
그가 빌려달라는 액수는 대개 100만원 수준이다. 2-3억으로 추정되는 빚 앞에서 100만원이라는 액수가 얼마나 유용한지 나는 모른다. 겨우 이자를 갚는 수준도 안되지 않을까? 내가 로또라도 된다면 빚을 갚아 주련만,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이 숫자 세 개도 맞지 않는다. 돈을 빌려달라는 그의 절박한 요구를 거절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와 나는 몇 년간 하루 세번씩 통화를 하기도 했다. 먼저 전화건 사람이 “너 왜 전화도 안하고 그러지?”라며 호통을 치곤했던 그 시절이 그에게는 아마도 봄날이었을 것이다. 그가 독립한 뒤 일이 바빠지면서 전화는 뜸해졌고, 어쩌다 하는 전화 통화의 취지가 “돈을 빌려달라”로 바뀌면서 그와는 더더욱 전화를 안하게 된다. 적어도 석달에 한번은 보곤 했던 우리들이지만, 올해는 그와 송년회를 할지 생각 중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돈이란 건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