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4강국의 높아진 자존심을 일순간에 날려버린 코엘류가 결국 경질되었다. 우리 대표팀이 그간 거둔 초라한 성적표를 본다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오만과 비기고, 베트남에게지질 않나, '그 나라도 축구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몰디브랑도 비겼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난 코엘류의 경질이 아쉽다. 히딩크가 남긴 찬란한 업적은 당분간 어느 감독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건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런 부담을 안고 영입된 코엘류에게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우리는 1, 2회 대회를 빼곤 그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으며, 그래서 콘페더레이션 대회에 일본이 아시아 대표로 나가는 걸 지켜보아야 했다. 아시안컵 우승이 그에게 주어진 미션이라면, 경질 여부는 아시안컵이 끝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게 상식이다. 몇경기 부진하긴 했지만 우리가 아직 아시안컵 예선에서 탈락한 건 아니잖는가? 히딩크를 보라. '오대영'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연습경기에서 부진했지만, 꿈같은 월드컵 4강을 이루었지 않는가? 아시안컵이 월드컵보다 중요성이 덜하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코엘류 체제로 갔었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느 축구전문가의 글을 읽다가 깨달은 사실인데, 코엘류호가 부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윙플레이가 강하다. 발빠른 윙이 치고들어가 센터링을 날려주면 스트라이커들이 어찌어찌 골을 주워담는 방식, 그런 전략이라면 아시아 강국의 자리는 그럭저럭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세계강호로 거듭나려면 중앙공격을 포기할 수 없다. 그 중앙공격을 하기 위해 코엘류가 애타게 찾은 것은-물론 이건 그 전문가의 견해고, 나도 동의한다-포루투칼의 루이 코스타였다. 천재적인 게임메이커인 코스타, 하지만 한국에는 그를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 이관우도 그랬고, 고종수나 유상철도 그가 기대한 게임메이커는 아니었다. 그간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제대로 된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하는 답답한 것이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축구와는 별 관계가 없지만, 볼링 얘기를 해보자. 볼링 초보자인 난 그냥 직선으로 공을 던진다. 그렇게 던지면 스플릿이 많이 나고, 결정적으로 스페어 처리할 때 불리하다. 볼링 고수들이 대부분 스핀을 줘서 휘어지게 공을 던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직선에서 스핀으로 방법을 바꾸는 데는 진통이 따른다. 스핀 타법이 손에 완전히 익기 전까지는, 직선으로 굴릴 때보다 점수가 떨어진다. 그래서 난 "에이, 볼링 선수할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서 그냥 직선타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애버리지 150을 넘기가 여간해선 힘들다. 볼링으로 뭔가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스핀타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과연 우리 축구는 어떤 길을 택했어야 하나? 계약금도 두둑히 주면서 코엘류를 영입한 취지에 맞게, 좀 더디더라도 크게 보면서 전진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윙플레이만 고집해야 할 것인가. 난 볼링을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치지만, 우리나라는 축구를 한두번 하다말 게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