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대 뒤의 오페라
밀턴 브레너 지음, 김대웅 옮김 / 아침이슬 / 2004년 1월
평점 :
오래 전, 지금은 '객석'의 표지모델이 될 정도로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가 된 여인을 사귄 적이 있었다. 오페라에 별 취미가 없었지만 그녀가 나오는 오페라들을 할 수 없이, 애인된 자의 의무로 봐야 했는데, 나중에 그녀와 헤어졌을 때 이런 말로 날 위로했다. '잘한 거야. 안그러면 평생 오페라 볼 뻔 했잖아'
오페라는 고급예술이라는 생각에 지레 포기해서인지, 난 오페라를 보는 내내 뭐가 뭔지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예컨대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두 번이나 쫓아가서 봤지만, 줄거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녀와 헤어진 후 오페라를 보러 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밀턴 브레너라는 오페라 비평가가 지은 <무대 뒤의 오페라>는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오페라에 대한 갈망을 불러 일으켰다. 뒷얘기는 대충 다 재미있지만, 유명 오페라에 얽힌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담은 이 책은 오페라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데, 각 오페라의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게 특히나 재미있었다. 그 줄거리들을 보니 '이걸 미리 알았다면 나도 재미있게 오페라를 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당장 오페라를 보러 예술의 전당을 찾을 것 같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는 되었다. 특히나 '사랑의 묘약'이 공연된다면, 가고 싶어질 것 같다.
글 중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는 대목이 있다. 나도 들은 적이 있는 비제의 '카르멘'에 대해 당시의 비평가들은 엄청난 혹평을 해댔다. 차이코프스키는 너무도 감동받아 ''카르멘'이 오페라 중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등 음악가들은 한결같이 찬사를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비제는 실패의 쓰라림을 안고 초연으로부터 3개월 후 36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감하는데, '비평가들도 나중에는 그의 오페라가 걸작임을 인정했지만...자신들의 성급한 혹평에 대해서 사죄나 해명도 하지 않고 그저 모른 척했다' 물론 혹평을 해서 비제가 죽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살아생전 찬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역시 비극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저널리즘은 당시 파리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딱딱한 글만 쓰는 비평가답지 않게 작가의 글은 촌철살인의 유머가 번뜩인다. [...람세스 3세는 ...적들을 무찔렀다. 후세의 사람들이 그의 찬란한 승리를 잊어버렸다고 해도 그것은 전혀 그의 책임이 아닐텐데, 그는 이런 불상사를 대비해 나일 강 연안에 웅장한 신전을 건립하고 위대한 전쟁의 장면들을 회화와 조각의 형태로 남겨두었다 (181쪽)] 나처럼 오페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이 본다면 오페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