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한겨레에 글을 쓸 때, 난 정말 어려웠다. 

그땐 3주마다 한번씩 썼는데 

세상이 3주 단위로 돌아가는 듯했고, 

글을 쓰기 전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글을 보내고 나서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2주마다 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감탄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난 2주마다 글을 보내지만, 비교적 잘 살고 있다. 

잘 사는 비결은 독자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데 있는 것 같다. 

테니스를 칠 때 잘쳐야겠다고 생각할수록 몸이 굳어지는 것처럼,  

잘써야겠다는 마음이 내 글이 갖는 장점을 다 잡아먹었다는 게 지난날의 반성이었다. 

 

칼럼에서 중요한 건 바로 시의성, 

이전에 '건강할 때 떠나라'는 글을 경향에서 잘렸다며 여기다 올린 적이 있다. 

경향에서 다시 그 글을 실어주기로 했음에도 못내 찜찜했던 건 

그 글이 일년이나 지난 전여옥 피습사건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시의성이 없다는 것. 

그래서 난 '기생충을 닮은 당신께'라는 글을 다시 써서 보냈고, 

둘 중 마음에 드는 걸로 실어달라고 했다. 

경향의 선택은 나와 마찬가지로 후자였다.  

 

이번 주말이 설 연휴인지라 마감 일주일 전인 화요일에 글을 하나 보냈다. 

'전교조와 수능의 관계'를 연구란답시고 한 걸 비꼬는 글이었는데, 

그 글의 문제는 시의성이 전혀 없다는 거였다. 

마음 착한 경향은 그 글을 실어주겠다고 했지만,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시의성이 강한 걸로 글을 다시 썼고, 

"이걸로 실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제가 버리기로 한 글을 여기다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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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형 명문고를 만들자 

 

정신과 의사인 야우레크는 매독균이 열에 약하다는 데 착안, 당시 불치병이었던 뇌매독 환자들에게 말라리아균을 주사했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말라리아에 의해 발생한 열로 인해 뇌매독이 치료된 것. 이 방법으로 야우레크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고, 그 공로로 그는 1927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아프가라는 마취과 의사는 신생아의 상태를 점수화한 소위 '아프가 스코어'를 만들어 수많은 아이들을 살렸는데, 이 아프가 스코어는 지금도 신생아의 소생 여부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인다. 산부인과 의사 제멜바이스는 의사들로 하여금 손을 씻게 함으로써 산모들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켰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이렇듯 인간의 생명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실생활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루에 한 번 먹는 획기적인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국내연구진 새로운 대장암 억제인자 발견” “옻나무 추출물로 폐암 치료제 개발”. 검색을 해보면 이런 기사가 수도 없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암 정복이 여전히 요원한 건 이론과 실제가 달라서다. 쥐에서 항암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쥐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사람에서도 효과가 있으리란 보장이 없고, 인체 실험을 어느 정도 끝냈다고 하더라도 막상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학술지에 실리는 연구의 대부분이 이렇듯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눈에 번쩍 띄는 연구결과 하나를 봤다. “교사의 전교조 가입 비율이 높을수록 학생들의 수능시험 성적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연구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에 의하면 “전교조 가입교사의 비율이 10% 증가하면 해당 학교 학생의 수능 점수가 0.5-0.6점이 하락한다”고 한다. 특히 외국어영역은 “전교조 교사 10% 증가 당 1.1-1.3점 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교사의 이념과 수능점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생각을 하다니, 창의력으로 따진다면 야우레크 박사가 울고 갈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 연구의 공정성을 의심하지만, 7천만원이나 되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 연구인데 어찌 한 치의 허점이라도 있었겠는가?

이런 획기적인 결과는 당장 실생활에 적용시켜야 마땅하다. 바로 한국형 명문고를 만드는 것. 우선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는 물론이고 이름이 ‘전교조’와 비슷한 교사는 일체 뽑지 않는다. 교장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성 우익 김용갑 씨를 앉힌다. 교감은 평양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키자고 주장했던 조갑제 씨가 하면 좋겠고, 한때 빨갱이 사냥의 일인자였던 정형근 전 의원이 학생주임을 맡아 학생들의 이념 무장에 앞장서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영어선생에는 토론회에 나와 “미국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했던 송영선 의원이 수고해 주시겠고, <한국논단>이란 잡지의 발행인인 이도형 옹께서 고문을 맡으시면 어떨까 싶다. 학생들로 하여금 아침마다 조선일보를 읽게 하고,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국군방송을 틀어준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올스타 선생들의 가르침 아래 수능 고득점은 물론이고 장차 국가를 이끌어갈 리더로 성장한다. 그야말로 이튼스쿨이 부럽지 않은 한국형 명문고가 아니겠는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건만, 어찌된 게 이 연구를 토대로 명문고를 만들자는 움직임은 없는 듯하다. 어째서일까? 설마, “교원단체 회원 1명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전교조가 0.11명, 교총이 0.04명으로 전교조가 훨씬 많다”는 전교조 측의 주장이 옳기 때문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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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1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제 마태님은 3주에 한번 쓰기 힘드셨던 칼럼이 이제는 케이스-1 케이스-2까지 발전하신 거군요. 아...나도 글 잘써보고 싶습니다. (근데 경향신문에서 마태님이나 로쟈님 칼럼보면 막 반갑고 그러던데..본능이겠죠..^^)

마태우스 2010-02-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건 본능이죠 저도 신문에 아는 사람 나오면 엄청 반갑더라구요 그러니까 양재동 고기집에서 우연히 메피님을 본다면 얼마나 반갑겠어요!

Mephistopheles 2010-02-11 13:30   좋아요 0 | URL
아...이제 외출할때 "메피랍니다.."란 빨간 네온사인이 번쩍번쩍하는 간판을 머리 위에 달고 다녀야겠어요..ㅋㅋ

2010-02-1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2-13 13:43   좋아요 0 | URL
와 그렇군요. 기생충책이 나온 게 별로 없는데, 반가운 소식이군요. 잘 됐으면 좋겠네요

L.SHIN 2010-02-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칼럼 마음에 드는데..^^

2010-02-11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0-02-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기 아까운데...다음호에 실어달라 그럼 안돼요?,,^^

2010-02-1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10-02-1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운걸요. 게다가 이 추세라면 딱 맞아떨어질 시기가 올 듯 하여요. 킵해 두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