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오블라디 오블라다 -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싱글들의 행복 주문
박진진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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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나온 박진진은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혼자 힘으로 해결하며 학교를 마친다. 그 후에도 그는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이 딱 한번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한 달에 50만원씩 30개월 동안 갚아 나가기로” 한 거였다. 결국 그는 1년 5개월만에 이 돈을 다 갚았는데, 마흔 둘까지 엄마 품에서 살았고, 지금도 ‘어머님 돈은 내 돈’이란 이상한 생각에 물들어 있는 나로서는 그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가 이 정글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텐데, 그가 <싱글,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쓴 건 자신처럼 혼자 힘으로 일어서려는 여성 싱글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저자와 친분이 있고, 이 책에 추천사를 쓰기까지 했지만, 시중에 나온 ‘여자는 20대에 뭘 해야 한다’ 류의 책들보다 이 책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이 책에서 공감한 대목이 여럿이지만, 특히 공감한 대목이 있다. 남자들은 연애를 해도 모임에 빠지지 않지만, 여자들은 연애를 하면 잠수를 타다가 헤어진 후에야 다시 나타난다. 혹시 여자들은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우정을 이용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여자들은 “남자를 만나는 동안에는 그 남자에게 최선을 다하느라 미처 친구들을 챙길 정신이 없”고, “남자와 헤어지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친구들을 찾아와 축 처진 어깨를 기댄다”. 저자의 말대로 이건 “내 친구들이 나를 기다려주고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그러니 몇 달만 안나오면 바로 제명해 버리는 남자들의 우정보다 여자들의 우정이 훨씬 더 차원 높은 거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남자가 생긴 여자들이 잠수를 타는 건 우리 사회가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를 자랑스럽게 모임에 데리고 가지만, 여자들의 모임에 기꺼이 따라가는 남자는 그리 흔하지 않다. 남자 모임에 간 여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반면, 그 남자는 여자 모임에서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하는 게 영 귀찮다. 이런 배려심의 차이가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는 게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공감이 어려웠던 대목도 있다. 저자는 뭘 사러 집 앞에 갈 때도 치장을 하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걸친 옷과 가방과 구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준다(146쪽).” 하지만 쇼핑중독을 질타하는 다른 글에서는 “좀 더 나은 가방과 옷과 신발을 걸치면 나 자신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일까?(170쪽)”라고 쓴다. “아기들만 보면 호들갑 떠는 여자”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건 물론 이 책에서 겨우 찾아낸 사소한 비공감일 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주옥같은 교훈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 여성 분들이여, 당당한 싱글로 살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으시라. 남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것이, 190쪽부터 열페이지에 걸쳐 남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들이 적혀 있어서다. 싱글, 오블라디 오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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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9-2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사놓고 아직 못봤는데, 언능 봐야겠군효. ^^

플라시보 2009-09-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추천사도 감사했고 서평도 너무 고마워요.
항상 마태우스님의 글에 자극받고 그로 인해 제가 자라는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9-09-2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부끄럽습니다^^
아프님/그럼요 얼른 보세용 님도 싱글이잖아요!

2009-09-3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9-10-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앗 저도 반가워요. 저도 그시절이 그립네요. 알라딘 덕분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꽤 많더군요. 님 댁에서 감자탕 먹던 기억도... 갈비는 역시 제가 사야 맛있는데, 제가 홀몸이 아니라서...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