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팬티가 지금처럼 유행하기 전 얘긴데, 일본에 갔더니 반바지를 아주 싸게 팔더라구. 몇개 사가지고 남편한테 입혔지. 남편은 '이거 반바지 맞아?' 이러면서도 잘 입더라구. 언젠가 남편하고 같이 옷을 사러 갔는데, 종업원이 갑자기 사장한테 가더니 이러는거야. 저사람 미쳤나봐요. 빤스만 입고 왔어요"

그녀가 입힌 건 그러니까 사각팬티, 아내 덕분에 남편은 스타일을 구기고 말았다. 살다보면 믿지못할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제 만난 초등동창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동창 몇몇이 모여 식사를 했는데, 두시간 내내 그녀는 자신의 실수담을 얘기했다. 피로연장에서 초고추장을 짜다가 터뜨리는 바람에 신랑신부 옷을 작살낸 얘기, 얼굴의 반만 화장을 하고 나갔던 일화, 맨홀에 빠진 일, 공업용 미싱으로 손가락을 박은 얘기 등등...보통 사람은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그녀 혼자서 해치운 것에 우린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헤어져 집에 가면서 난 살아오면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생각을 해봤다. 유머를 잘하진 못해도 좋아하긴 하는 성격 탓에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지만, 난 그다지 실수한 게 없는 편이다. 그래도 기억나는 몇가지를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나갔다. 동창이긴 해도 난 여자애들 앞에서는 좀 쑥스러움을 타는데, 투피스를 유난히 멋있게 차려입은 여자애가 내 앞에 앉았다. 아구찜을 먹었는데, 그 여자가 게 다리를 가위로 자르려고 한다. 난 잘보일 마음에 가위를 뺐어서 다리들을 잘랐다. 그러다 그만... 커다란 게 다리 조각이 튀면서 그 여자애의 투피스에 적중했다. 사태를 파악한 친구들은 그저 할말을 잃었고,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도 난 죽고 싶어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그녀는 동창 모임에 더이상 나오지 않았고, 지금은 미국에 있다.

2. 친구가 교육문화회관에서 결혼을 했다. 주례의 말이 너무도 길어지자 난 좀 따분했다. "아이 지겨워" 하면서 벽에 기댔는데, 그만 메인 스위치를 꺼버린 거다. 식장이 어두워지는 것과 동시에 난 밖으로 도망갔는데, 잠시 웅성웅성하긴 했어도 잘 수습이 되었다. 그 탓은 아니지만 그 친구와 별것 아닌 일로 싸웠고, 지금도 잘 못지낸다.

3. 복사카드라는 게 있다. 그걸 가지고 복사를 하고 소변을 보는데, 그만 그게 소변기에 빠져 버렸다. 물로 대충 씻은 뒤 원래 자리에 넣어 뒀는데, 나랑 같이 일하던 얘가 복사를 하러 가면서 그걸 입에 문다. 그저 놀랄 뿐,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4. 아주 어릴 적, 주사기의 피스톤을 빼면 "뽕" 소리가 나는 게 신기해 여러번 반복하다가 주사기 바늘로 남동생 이마를 찍었다. 동생은 곧 병원에 실려갔고, 집에 있던 난 그저 죽고 싶었다.

더이상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게 다인가보다. 역시 난 착실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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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2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갈대 2004-02-2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동생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다트로 던져서 맞히려다가 동생 이마에 맞아서 다크가 이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적이 있음. 집 안에서 뛰어 놀다가 거실 유리 몸으로 뚫은 적 있음(당시 동네사람들 우리집으로 다 모임) 좀 엽기적인가요?^^

비로그인 2004-02-22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2번은 정말 쉽게 일어나기 힘든 일인거 같은데요. ^^ 전 어릴때 문득 손에 가위가 잡혀서 서걱서걱 하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여동생 머리에 땜통을 만들어논거 있죠. 그거말곤 그다지..ㅎㅎ

마태우스 2004-02-2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다트가 이마에... 상상을 하니 매우 엽기적이군요. 거실 유리를 뚫는 건 영화에도 많이 나와 엽기성이 떨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앤티크님/그거 말곤 별게 없으시다니, 정말 착하게 사셨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슈퍼곰돌이 2004-02-2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동생하고 우산 버튼 눌르면 슝 나가는거 있잔아요;; 그걸로 동생 눈 앞에서 했는데
1,2 번은 뒤로가면서 쏴서 동생이 안다쳤는데 제가 한번만 더해본다고 하구서 눈 맞춰서
동생이 엉엉..ㅋㅋ 그래서 계란가지고 계속 문질러 줬어요

슈퍼곰돌이 2004-02-2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앤티크님은 하나라도 정말 대형사고를..ㅋㅋ

chaire 2004-02-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수를 해도 역시 마태우스 님 답습니다. 어정쩡한 웃음은 용서하지 않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