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를 신은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건 내가 부츠를 신은 여성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부츠를 신은 여자가 이뻐 보인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라 내 친구 하나도 부츠를 신은 여자만 보면 눈을 뗄 줄 모른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여성들이 부츠를 많이 신는 것이겠지. 부츠를 신으면 왜 이뻐 보이는 것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상상의 힘에서 비롯된다. 여성에게 있어 다리는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상징의 일부다. 옷을 다 벗은 것보다 일부만 가린 게 더 야하게 느껴지듯, 다리의 일부를 가리면 상상을 하게 되니 더 멋져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내 생각은 대부분 틀리는지라, 아는 여자에게 부츠를 신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이다. "치마 입었을 때, 추우니까 신는거죠. 부츠가 뭐 별건가요. 긴 신발로 생각하면 되죠" 음, 그렇구나. 이뻐 보이려고 신는 건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내가 전화를 건 다른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추워서 신는 건 맞아요. 하지만 부츠는 날씬하고 다리가 긴 여자가 신어야 이쁘죠. 그래서 제가 부츠를 못신잖아요"
그러니까 부츠를 신은 여자가 예뻐 보이는 게 아니라, 예쁜 여자가 부츠를 신는다. 그러니까 부츠도 아무나 신을 수 없는 하나의 권력기제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