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동시에 버려지는 탯줄을 어떻게 한번 써먹어볼 수 없을까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탯줄 안에 제대혈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안에는 피를 만들 수 있는 조혈세포가 들어있다. <레인메이커>라는 책에서 보듯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가 골수이식을 받지못해 죽어가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제대혈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백혈병에 대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그 사람은 탯줄을 보관하는 회사를 만들었고, 그게 바로 <메디포스트>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2001년 3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 골수 관련 환자들에게 제대혈을 성공적으로 기증한 사례가 수십례 있었고, 그 중 2례는 자신의 제대혈을 받은 경우였다. 상황이 이렇다면, 출생하는 아이의 제대혈을 그 회사에 맡기는 것이 좋은 걸까?
잘은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백혈병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 모르긴 해도 1% 이하일 것이다. 그런 희박한 확률을 위해 150만원의 보관비용을 낸다는 게 그리 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백혈병이라는 게 일단 걸리고 나면 이만저만 고생하는 게 아니니 그정도 돈은 투자해야 하지 않는가 싶겠지만, 아직까지는 제대혈보다 골수이식이 더 확실한 치료방법이고, 정 필요하다면 위의 사례처럼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쓰면 되지 않을까?
사실 난 그 회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대혈을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 어머니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돈을 로비에 사용하는 그 회사와 이런저런 관계로 얽힌 의사로부터 "그런 것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대혈을 저장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것은 어머니로서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우리 애가 혹시라도...'하는 그 마음을 메디포스트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게 그 회사가 떼돈을 버는 이유다. 난 그게 싫다. '하는 게 좋은데...'라는, 의사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보관비용을 제공자에게 물릴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제대혈을 산 후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 정말 제대혈이 효과가 있다면 이렇게 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메디포스트는 15년간 보관해주는 댓가로 150만원을 요구한다. 아이디어는 기발하고 떼돈은 벌었지만, 그리고 내가 그 회사 주식의 15%를 가지고 있지만, 난 메디포스트가 싫다.
* 주식 얘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