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우등을 타고 집에 온 시각이 새벽 두시, 날 기다리던 벤지 대소변을 누이고 밥까지 준 후 두시반쯤 잤는데, 7시 반경에 눈이 떠졌다. 이따 열시쯤 나가면 오늘 안으로는 컴에 접속을 못할테니, 부지런히 써야겠다. 그런데...너무 피곤하다. 버스에서,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 잤으니 시간으로 따지면 덜잔 것도 아닌데 왜 이리도 힘들까?
22번째 술
내가 지도하던 학생 하나가 "그간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한다는 뜻으로 찾아뵙"겠단다. 뭘 또 새삼스럽게 감사를... 시간을 정해 연락하겠다고 해놓고 뭉기적거리고 있으니까 그가 독촉전화를 한다. 미안해서 "내일 보죠 뭐"라고 했다. 그래서 2월 12일에 그와 만나서 내가 아는 맛있는 집 빅스리 중 한곳에 데려갔는데, 그는 원래 술을 한잔도 못하기에 나 혼자 큼지막한 동동주를 다 먹었다.
그가 자꾸 "찾아뵙겠다"고 하는 건 선물을 주기 위함이리라. 돈도 못버는 애들한테 뭔가를 받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주겠다는데야....호호호. 그는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선물을 얼마나 큰 걸 산거야... 부담스럽게' 하지만 음식이 다 떨어져 갈 때까지 뭘 꺼내는 기색이 없다. 다 먹고 난 뒤 그는 배를 두드렸다. "와, 배부르다. 선생님, 너무 잘 먹었어요"
그리고.....그는 집에 갔다! 기대가 크면 역시 실망도 큰 법, 난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뭐야 밥만 먹고 가다니!"라고 성토했고, 여친은 나보다 더 흥분했다. "정말 너무하네!" 지금은 반성한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생을 비난한 것을!
23번째 술
날짜: 2월 13일
장소: 대전
1차: 탕수육과 짜장, 소주 1병
2차: 해물탕에 소주 1병 반.
오랜만에 만났지만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11시,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는데.... 내가 두병 반을 마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난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은퇴를 고려했던 지난번의 참패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었을까? 다음주엔 지옥의 5연전이 날 기다린다. 여기 가입하면서 세웠던 "알라딘 평정"의 꿈은 사라졌으니, 술자리라도 평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자! 술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