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레인메이커가 아닌디....
존 그리샴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는데, 그 중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레인 메이커>다. 법정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그리샴을 그리도 좋아하면 영화로도 한두번쯤 봤을 법도 한데, 작품들 대부분이 영화화되었지만 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언젠가 한번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펠리칸 브리프>를 케이블로 봤었는데, 별반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왜 난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되는 걸 싫어하는 걸까?소설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을 영화가 망칠까봐? 그런 마음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그리샴의 작품은 책이 더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과 영화로 모두 나와있는 거라면 뭘 봐야 할지, 어느 것을 먼저 봐야 할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대개는 먼저 나와있는 쟝르가 더 우월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책으로 먼저 나온 작품이라면 영화가 책을 따라갈 수가 없을테고, 영화가 나온 뒤 급조된 책은 영화의 감동을 재현할 수 없다. 모방이 진품보다 더한 감동을 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더해 또다른 요소가 있다. 스펙터클의 유무다. 그리샴의 작품은 대개 법정 스릴러인지라 보여줄 게 별로 없다. 하지만 <페이첵>이나 <해리포터>를 소설로 본다면, 물론 상상을 하는 재미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영화에 비해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싶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쥬라기 공원>은 책을 먼저 읽었지만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었고-1편만 그렇다는 얘기다-그 다음에 쓴 <타임라인>은 영화가 아직 개봉되지 않았지만 책보다는 영화가 훨씬 나을 것이다. 왜? 난 <타임라인>을 진작에 읽었는데, 읽고나서 '이렇게 재미없는 책은 처음 본다'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1) 변호사
미국은 변호사의 천국이다. 변호사 숫자를 규제하는 우리나라에선 사람들 대부분이 변호사를 친구나 친척으로 만난 경험이 고작이겠지만, 변호사 숫자를 제한하지 않는 미국은 인구당으로 따져 변호사가 몇배는 더 많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휠체어를 탄 환자가 불평을 한다. "이 병원은 왜 의사보다 변호사가 훨씬 많은거야?" 그렇다고 변호사들이 못사는 것도 아니다. 물론 못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송을 내면 받는 돈이 워낙 많아서 1억불은 벌어야 변호사 소득 10걸에 들어간다 (그리샴의 최근작인 <불법의 제왕>에 의하면 그렇다. 아니면 말고). "10명이 불에 타죽은 사건 알지? 저기 보이는 자가용 비행기 말야, 그때 마련했어" 대충 이런 식이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소송은 미국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변호사에 대한 농담치고 좋은 게 없다.
문: 변호사가 거짓말을 할 때는?
답: 하는 말마다.
문: 변호사와 창녀의 차이점은?
답: 창녀는 그래도 죽은 사람은 안건드린다.
욕을 하건 말건, 변호사들은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런 마음이겠지. "욕먹어도 좋다. 돈만 많이 번다면..."
2) 맷 데이먼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굿 윌 헌팅>에서 그를 처음 보고 "멋진 놈인걸?"이란 생각을 했는데, 변호사로도 아주 잘 어울린다. <오션스 일레븐>에서는 그다지 멋있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같이 나왔던 브래드 피트 때문이겠지?
결론: 파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그리샴이지만, 영화에서는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족족 영화화가 되는 건, 헐리우드의 고질적인 소재 부족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