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광화문 모 맥주집
종목: 흑맥주 피쳐로 3천cc 정도?
딴지 총수, 그리고 내 책을 내주기로 한 편집자와 술을 마셨다. 유명인과 만나는 자리라 잔뜩 긴장했는데, 총수가 워낙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는 바람에 시종 유쾌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평소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는 정말 예리하게 사물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총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제 있었던 얘기 중 공개해도 될만한 얘기를 써본다.
나: 아는 사람이 총수님 만난다니까 이것 좀 물어봐 달라는데... 왜 점점 지상열을 닮아가냐구요.
총수: 하하하. 그런 말을 가끔 듣습니다.
나: 유명해지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총수: 아닙니다. 실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하루에 한두명 정도가 아는체를 하는데, 주로 30대 이후의 남자들이죠. 도움이 안되요.
그밖에....공개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지?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는데... 하여간 난 총수에 대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했다. 그에 관한 글들을 많이 읽었던 탓에, 총수는 "아니 그런 것도 아세요?"라고 몇번이나 놀라기도 했다.
김어준.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건 97년 말 천리안에서였다. 기껏해야 조회수가 100에 불과한 내 글들에 비해, 김어준이라는 이름이 붙은 글들은 조회수가 수천에 달했고, 가장 많이 추천된 베스트 10 중 김어준의 글은 6-7개를 차지하곤 했다. 그토록 감동적이고 진지한 글을 쓰던 그가 '엽기'를 내세운 딴지일보를 창간했다는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진지한 소재를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더 큰 내공이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최고의 인터뷰어인 지승호님은 "김어준이 경영에 신경쓰느라 글을 많이 못쓰는 게 한국사회의 큰 손실"이라고 한 적이 있다. 총수 역시 "경영만 전담하는 사장이 하나 있고, 저는 편집장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올해는 그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