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27일

장소: 대학로

종목: 소주 한병--> 맥주 2병--> 양주 3분의 1병--> 소주 1병

귀가시각: 새벽 1시

좋은 점: 노래방값 4만원만 내고 싸게 막았다.

나쁜 점: 늦잠잤다

 

<제목: 미래 혹은 저스트 나우>

내 친구는 미래주의자다. 돈이 든다고 애도 하나만 낳고, 맞벌이를 한다. 벌만큼 버는 것 같은데도 한달 용돈 20만원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그는 언제나 말한다.

"이번엔 니가 사. 내가 집만 사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살께" 그리고는 택시비까지 내게 얻어갔다.

결국 그는 집을 샀다.  그리고 집들이를 했다. 내가 산 술값으로 집을 산 것 같아 마음이 좀 불편했다. 이제 니가 술좀 사, 이랬더니 그가 이런다.

"내가 차를 샀거든. 차 할부금 내느라 허리가 휜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EF소나타를 타고 있었다. 십년간 탄 빨간 프라이드는 동생을 줬다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는 또 말한다.

"사실은 내가...집을 좀 넓혔거든. 대출받은 돈 갚느라 힘들어 죽겠다. 니가 술 좀 사라" 역시나 그는 택시비까지 챙겨 갔다. 강북이긴 해도, 그의 아파트는 60평이 넘는단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왔다. "(보건소에 다니던) 내 마누라가 이번에 개업을 하거든. 올해까지만 니가 사면, 내년부터는 내가 쏠께" 난 흔쾌히 술을 샀다. 언젠가 올 그 내년을 기다리며.

하지만 그 내년은 끝내 오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는 왔지만, 그가 내게 술을 사지 않았던 것. "경기가 안좋아 환자가 하나도 없어. 지금 내 월급을 거기다 박고 있어" 그때 난 그가 언젠가는 술을 살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했다.

어제 또 그를 만났다. 다른 사람을 보내고 둘만이 간 4차에서, 그는 내게 묻는다.

"야, 넌 왜 그렇게 사니? 너 모아둔 돈도 없지. 집도 없지. 마누라랑 자식도 없지.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래?"

그의 말이 맞다. 집도, 모아둔 돈도 없다. 버는 족족 그냥 다 써버린다. 미래? 그런 건 난 모른다. 내게 중요한 것은 현재 뿐. 그가 날 딱하게 보는 것과는 달리, 난 그가 안되어 보인다. 늘 돈이 없어 쩔쩔매고, 축의금을 내기 싫어 후배 결혼식도 안가는 그가. 언젠가 돈을 찾는데 옆에서 구경을 한 적이 있다. 3만원을 찾는데 잔액은 불과 2만4천원이 남아 있었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마누라가 돈 보내 줄거야"라고 말했지만,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향락에 젖어 사는 동안, 그는 큰집과 차를 장만했다. 난 같이 술을 마셔줄 친구들이 군단을 이루고 있지만, 그에겐 친구라 할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초라하기 그지 없을 내 미래에 비해, 언젠가 올 그의 미래는 대단할 것이다. 기대를 해본다. 그때가 되면 그가 술을 사겠지, 하고.

어제 그는 순대국과 소주 두병 값을 계산했다. 1만1천원밖에 안됐지만, 놀랄 일이었다. 그 미래가 이제 가까워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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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1-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입니다...^^ 파이팅!!

마태우스 2004-01-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심한 칭찬을.... 라스꼴리니꽃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마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