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때야 한다는 식의 남녀차별적인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헤어지고 난 뒤 해꼬지를 하는 건 남자로서 할 짓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여자는 그래도 되냐고 묻는 사람이 반드시 있겠지만 그거야 알아서 판단할 문제고,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걸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해꼬지는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심은하와 사귀던 남자(여기선 알파라 부르겠다)는 심씨가 자신과 동거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물론 심씨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송을 냈고, 그 남자 또한 자신의 말이 맞다며 맞소송을 냈다. 심은하라는 문화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낸 걸 보면 동거를 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왜 그가 뒤늦게 그 사실을 밝혔는지 하는 거다.

돈을 요구했는데 심씨가 응하지 않아서 그랬다는 세간의 의혹을 알파는 철저히 부인했는데, 그럼 왜 이런 발표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알파는 이렇게 대답했다.
"진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진실'이라는 숭고한 단어가 그렇게 모욕당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게 진실을 밝히길 좋아한다면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의 의문사 규명을 돕는 게 어떨까? 이제 와서 그 사실을 알리는 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일까?

내 친구에게 물어봤다. "네가 심은하랑 동거를 했었어 봐. 너같으면 어쩌겠니?"
잠시 생각하던 내 친구, 이렇게 대답한다. "십만원만 주면 입 다물지."
나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그렇게 유명해졌다면, 그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일이다. 심은하가 그리 쫀쫀한 사람은 아닌지라 아까 그 친구처럼 10만원만 달라고 했을 때 딱 십만원만 주겠는가. 한 100만원까지도 줄지 모른다. 도대체 알파라는 놈은 얼마를 요구했기에 심은하가 거절을 했을까? 얼마나 거머리같은 근성이 있었기에 뜯기고 뜯기고 또 뜯기느니 같이 죽자고 생각한 걸까? 알파란 놈이 심은하를 사랑하긴 한 건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심은하는 다행히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 위기를 극복한 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별로 남았지만, 비슷한 경우를 당하고 좌초한 사람도 있다. 진재영이 바로 그러한데, 사건의 전개과정이 심은하랑 다를 바 없다. 그 일로 인해 우리가는 진재영을 TV에서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난데없이 등장해 신선한 마스크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그녀, 부산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입에 야쿠르트 병을 물고 살았다는 그녀의 노력이 아깝기 짝이 없다. <색즉시공>에 나오는 등 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위의 두 남자들을 보면서 내가 같은 남자라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연예인이 데뷔 전에 무슨 일을 했건 문제가 전혀 안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고, 혼전 동거라는 게 마치 큰 죄인양 여겨지는 풍토도 제발 좀 개선되었으면 한다. 그런 일 때문에 노래 잘하는 가수 백지영이 몰락했고, 시원한 미모를 자랑하던 오현경은 이 나라를 떴다. 국내에 돌아와 연예활동을 해볼까 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우리 사회는 그마저도 막았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날 즐겁게 해준 이태란도 하마터면 더이상 못볼 뻔으니 이게 무슨 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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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건 아닌지요? ^^;

마태우스 2004-01-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들켜버렸다.....

연우주 2004-01-2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의 잣대로, 그 잣대를 윤리라고 부르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 짓은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생각해요. 여자 연예인이 연기나 노래만 잘 하면 되었지 다른 게 무슨 상관이랍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