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합격한 애들과 축하연을 가졌다. 내가 맡은 임무가 시험에 합격하도록 그들을 잘 지도하는 거였으니, 공식적으로는 어제가 그들과의 마지막 만남인 셈이다. 앞으로라고 그들을 못보는 건 아니겠지만, 작년만큼 자주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때는 모든 부담을 털고 좀더 편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임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 결과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1) 파산했다: 카드로 긁긴 했는데, 앞으로 남은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가슴이 무겁다. 다음 월급날까지 사람을 만나지 말고 피해다녀야지.

2) 집에 와서 프리챌 포커를 쳤다. 술마시면 나오는 버릇인데, 어제도 8천만원을 땄으니, 이게 실력인지 술의 힘인지 모르겠다.

3) 라면을 먹었다. 그렇게 먹고도 라면이 들어갈 구석이 있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다. 라면으로 인해 불어난 살을 빼려면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거야?

4) 지하철서 잤다; 눈이 와서 택시가 전혀 안잡혔다. 할수없이 지하철을 탔는데, 양재에서 타서 열나게 자기 시작, 깨보니 구파발이었다. 삼십분 가량을 택시를 잡다, 겨우 한대를 구해 집까지 왔다. 있는 돈을 다 털어서 택시비를 냈더니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오늘은 집에서 칩거했다.

5) 김치를 꺼내다가 그랬는지, 아침에 깨니까 냉장고 문이 열려 있다. 흐흑. 고장은 안났으려나....

6) 큰소리: 이게 제일 문제다

-서빙하는 여자분이 눈온다고 집에 어찌 가나 걱정을 하기에, 만원이 넘게 남은 내 교통카드를 줘버렸다. "지하철로 가세요"라면서...

-그건 그렇다 치자. 그 여자분이 쌍거플 수술에 관해 물어보기에, 내가 돈 낼테니 친구네 병원에서 같이 하자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졸지에 나까지 수술할 판이다. 쌍거플 없이 지금까지 버텼는데 말도 안되지. 앞으로 그 술집 못갈 것 같다....

술이 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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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3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쌍꺼풀이 없어요. 언젠가 쌍꺼풀이 없는 여자가 미인이 될 거라고 했는데 그 세상 언제 오련지. ^^ 가끔, 눈을 크게 뜨거나 찡그리면 수술에 실패한 쌍꺼풀 같은 쌍꺼풀이 생기긴 해요. 하지만 그 또한 별로 반갑지 않지요.

술버릇이란 참 재미있는 거예요. 완전 무의식의 세상이니. 내가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