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마이페이퍼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다른 건 힘들겠지만 마이페이퍼 부문은 내가 평정하려 했는데, 다른 분들이 워낙 글을 많이 쓰셔서 도저히 상대가 안될 것 같다, 그래서 마이페이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조용히 살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줄에서 밝혔듯이, 그건 남들로 하여금 방심을 유도하려는 수작에 불과했다. 실제로 난 그 글을 쓰고 난 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댔다.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달력을 보라. 9일부터 모든 날에 새글이 있음을 알리는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는가.

그동안 난 매일같이 마이페이퍼 점수 순위를 체크했다. 이럴수가. 갈수록 순위가 추락한다. 처음에 확인했을 때, 난 22위였다. 톱10에는 못들었지만 톱50이라는 딱지를 붙이긴 조금 아까운 순위, 조금만 더 노력하면 톱10 쯤이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쓰면 쓸수록 순위는 점점 미끄러져 가, 급기야 25명씩 나온 리스트의 첫페이지에서 밀려나 버렸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다음날은 26위에서 27위로 밀려났고, 어젠 28위고, 오늘은 30위다. 톱10 진입은 이미 글렀고, 이젠 톱50을 걱정해야 할 처지.

열심히 쓰는데 계속 순위가 떨어진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을까? 그러니까 방심을 유도했던 내 깜찍한 작전에 그분들은 전혀 말려들지 않았던 거다!!! 엊그제는 순위를 올리기 위해 전에 썼던 글을 여덟편이나 퍼왔는데 말이다. 엊그제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와 상의를 하기까지 했다. "다들 거기에 목숨을 거는 거야" 친구는 이렇게 날 위로했다. "몇달만 있으면 다들 소재가 떨어지지 않을까? 최후의 승리는 니가 될꺼야"

하지만...다들 절륜한 내공을 지닌 분들이라, 소재가 떨어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분들 주위에는 무슨 일들이 그리도 많이 일어나는지. 그래서 난 결심했다. 모든 집착을 버리기로. 이런 말을 두번째 하는거라 남들이 의심을 하겠지만, 이번엔 진짜다. 쓰고 싶으면 쓰고, 쓸 게 없으면 안쓸 것이며, 매일같이 순위를 확인하는 일도 안할 거다. 모든 집착을 버리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 걸,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왜 그동안 부귀영화에 눈이 멀었었을까. 어느 유명한 야구선수가 마음을 비우니 홈런이 더 잘나온다고 했다. 혹시 아는가.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톱10의 딱지가 날라들지. 그런데...나만 이런 걸까, 아니면 다른 분들도 나처럼 마우스가 닳도록 순위를 확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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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위까지 체크하시며 열심히 썼었군요. 존경~
맨날 놀러와서 재미있게 읽다 가는데요. 포기하지 말고 계속 재미있는 글 올려주시라는 의미에서, 추천 왕창 누릅니다. 저의 추천이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어쩐지 코믹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