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술을 마셨다. 중국음식에 소주를 마셨고, 2차로 시원한 생맥주를 마셨다. 그리고는 <천국의 계단>을 보기 위해 9시가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멤버 중에는 그 드라마를 안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다수가 그 드라마를 원하고 있는데.
여유있게 집에 도착했고, 늘 그렇듯이 벤지 대소변을 뉘었다. 소변을 보려는데 전화가 왔다. 손에 든 전화를 귀에 대는데, 그만 전화가 미끄러지면서 변기에 빠져 버렸다. 소변 보기 전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빼냈고, 수건으로 닦고 드라이기로 말렸다. 불안한 마음에 켜보니 역시 안된다. 전화기를 변기에 빠뜨리는 얘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게 내가 될지는 몰랐는데... 튼튼한 끈을 산 뒤부터 술먹고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서 좋다 했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오늘 아침, 할수없이 옛날의 그 휴대폰을 집어들고 출근을 했다. 중이 고기맛을 보면 어찌어찌 된다고, 그전에는 잘 쓰던 내 휴대폰이 한없이 미웠다. 사진이 안찍히는 것은 둘째치고, 촌스러운 단음의 벨소리 하며, 멋대가리 없게 생긴 외형 하며.... 그전에는 내가 어떻게 이 전화기를 썼을까?
물론 전화기는 고치면 될 것이다.그 안에 있던 사진들도 다시 찍으면 되겠지. 하지만 내 전화기는 불법 전화기라, 아무 곳에서나 고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불법폰을 제공한 사람에게 찾아가서 고쳐달라면 아마 놀라겠지. "벌써 망가뜨렸어?" 하면서. 내가 그 휴대폰을 충전기와 더불어 받은 게 작년 12월 말이니, 불과 20일 남짓한 꿈이었다. 으흐흑. 앞으로는 휴대폰을 가지고 물가에 가지 않으리라. 하다못해.... 접시물이라도. 이런 걸 두고 남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겠지. 으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