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자서전 - 뮈토스의 세계에서 질박한 한국인을 만나다
김열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은지라 직장으로 책 배달을 시켰고, 가끔씩 책을 선물해주시겠다는 분들께도 죄다 직장 주소를 가르쳐 줬다. 그러기를 몇 년, 직장에는 읽을 책들이 내 키높이만큼 쌓인 반면 우리집엔 선뜻 손이 안가는 책들이 내 앉은키만큼 된다. 읽던 책을 다 읽어버린 어느날, 초조해진 나머지 뭘 읽을까 서재를 뒤지다가 어느 분한테 받은 <한국인의 자서전>을 골랐다.


저자의 경력과 제목을 봤을 땐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제법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저자는 우리 유적과 전설들에 담긴 의미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며, 특히 감동을 받은 얘기는 다음과 같다. 과부인 어머니가 밤마다 나간다. 셋의 나이를 합쳐도 28세밖에 안되는 세 아들은 엄마가 어딜 가는지 궁금했고, 결국 어머니 뒤를 밟는다. 냇가가 나오자 어머니는 치마를 붙잡고 “아이 차가워!”를 연발하며 물을 건넜다. 어머니가 간 곳은 어느 외딴 집이었고, 거기선 남자 목소리가 났다. 맏이가 말한다. “이제 그만 가자.” 다음날 맏이는 동생 둘을 데리고 그 냇가로 갔고, 큰 돌과 다리 둘을 날라다가 멋진 징검다리를 놔준다. 그 다리는 아버지한테는 불효고 어머니한테는 효인지라 ‘효불효교’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이렇듯 구수한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는지라 할머니한테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의 저자에게 감동한 대목은 여성에 대한 균형감각이었다. 남자들이 정력제를 찾는 이유를 “여성 앞에서는 잘난 척하고 우쭐대고...군림하고 싶은 괴이하고도 못난 심보”라고 말하며, 135쪽에 가면 여자 앞에서 “우쭐대고 까불다가 된통 당한 사내들” 얘기를 하면서 이런 멋진 주장도 한다.

“여필종부라니, 말도 안된다..여성들은 한결같이 매섭고 고추보다 더 맵다...남녀관계를 말할 때 남자는 위, 여자는 아래라고 생각하는 것이 공식이다시피 되어 있다. 이것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 그렇다....하여튼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말이에요.”


이야기를 해주던 할머니가 그리운 분, 또는 긴긴 밤이 무료하신 분이라면 이 책과 더불어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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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01-1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갈수록 댓글의 글자수가 늘어나는 님... 발전이란 건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합니다

마태우스 2007-01-1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설마요 전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몇줄에 걸친 님의 댓글을 기억못한 탓입니다. 꾸벅. 아시죠 제가 님 팬인거????

마태우스 2007-01-1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언젠가 크게크게게님이라는 분의 글이 좋다고 했더니 "마태가 크게크게님을 짝사랑한다"는 소문이 나돌지 않나...^^ 맘 편하게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기인 2007-01-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럼 제 이벤트로 당첨된 '자명한 산책' 시집도 읽으셨어요? ㅋㅋ (집요한 긴) 그거 서평 써주세요~ 써주세요~ 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