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야구팀 시카고 커브스에 벤 조브리스트 (벤조)라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A라는 팀에서 뛰었고, 그 뒤 B라는 팀으로 옮겼다가
2016년부터 시카고 커브스에서 뛴다.
팀을 자주 옮기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한 팀에서 필요가 없어서 쫓겨난 뒤 싼 값에 다른 팀으로 가는 경우.
둘째, 한 팀에서 꼭 필요로 해서 큰 대가를 치르고 영입하는 경우.
벤조는 바로 후자의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벤조는 그를 필요로 한 팀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30년간 우승을 못했던 캔자스시티는 그의 활약 덕분에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현 소속팀 커브스 역시 벤조가 아니었다면 108년만의 우승은 없었을 것이다.


벤조가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그는 야구경기의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보기드문 선수다.
이런 선수를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하는데,
벤조같은 선수가 있다면 25명으로 제한된 선수 로스터를 한층 풍족하게 꾸릴 수 있다.
벤조가 있으니 외야수 백업이나 유격수 백업이 필요없고
그 자리에 늘 부족한 투수를 채워넣을 수가 있으니까.
게다가 벤조는 수비도 잘하지만 타격까지 잘해서, 나무위키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2009년에는 포수, 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 포지션들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27홈런 91타점으로 타격 부문에서마저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는(!) 경악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잘하는 게 많으니, 모든 팀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이란 부제가 달린 <다동력>은
벤조같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얘기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오타니만 해도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면서
에인절스 팀의 엔트리를 풍성하게 해주지 않는가?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한 분야에서 100점을 맞는 건 힘든 일이니,
여러 분야에서 80점을 맞으라’는 저자의 주장도 나름 경청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 주장을 펼칠 때가 가끔 있는데,
‘중요한 회의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용기를 가져라’는 챕터가 그랬다.
스마트폰으로 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보라는 것도 아니다.
“관심가는 뉴스를 읽거나 이메일의 답신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나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 편이 좋다.” (86쪽)라나.
심지어 저자는 생방송 중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니,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결코 따르기 어려운 얘기다.


물론 저자가 책 전체에 걸쳐 ‘다동력’을 역설하는 건 아니다.
이 책에는 다동력 이외에도 자신이 견지하는 삶의 원칙들이 나와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음이다.
[교양이 없는 사람은 ‘지금’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휘둘려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톱니바퀴로 끝나고 만다. 반대로 ‘교양’이 있으면 장르를 횡단하는 ‘원액’을 만들어 낼 수 있다. (111쪽)]
표면적인 정보만 익히지 말고 내면까지 깊게 파고들어 본질을 이해하자는 얘긴데,
리포트를 써오라면 책을 읽기보단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긁어서 붙이기’라는 방법으로 리포트를 만드는 요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말 같다.
다만 저자가 너무 잘난 체를 하며 자기주장을 펴니,
읽다보면 재수없다, 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이것만 참아낸다면, 이 책을 통해 살면서 교훈이 될 얘기들을 제법 얻을 수 있으리라.
수많은 잘난체에도 불구하고 별 넷을 준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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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5-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반가워라. 조브리스트 선수 저도 좋아해요@_@; 경기 중 수비 포지션 바꾸면서 바뀐 글러브 던지고 받던 모습 생각나네요. 조 매든 감독이 포지션별 글러브 다 싸들고 오라고 전화했다고^^ 책은 그냥 패쓰ㅎㅎ;

마태우스 2018-05-20 10:39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분들 중 조브리스트를 아시는 분은 거의 드문데, 달빛님은 취향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요즘 나이들어서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선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