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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평점 :
학교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는 주로 혼자 먹는다.
우리 과에 나 혼자인데다 학교 사정상 조교도 없어진 지 오래라
혼자 가서 잽싸게 먹고 오는 편인데,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으려고 책꽂이를 뒤졌더니
<선택의 조건>이 있었다.
2012년에 나왔으니 꽤 오래 된 책인데,
책을 받고 학교에 놔두고 온 탓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라는 부제는
평소의 나 같으면 좋아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식사를 했던 시간이 잘해야 10분 남짓이었을까.
식당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해봤자 15분 정도였을 텐데,
이 책은 그 시간 동안 날 매료시켰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책을 읽었다.
그만큼 책이 재미있었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까지 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점점 잘 살게 됐지만, 행복지수는 점점 떨어진다.
이건 도대체 왜일까?
책이 제시한 답안 한 가지는 ‘많이 가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무인도에서 한 여성과 장기간 고립됐다고 해보자.
물론 그녀는 내가 싫겠지만, 다른 선택의 폭이 없으니 할 수 없이 나랑 결혼한다.
그리고 나랑 여보, 당신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런데 배 한척이 조난을 당하면서 남자 하나가 섬에 들어온다.
나보다 잘생기고 근육질인 그 남성을 보는 순간,
내 아내였던 여성은 분노가 치민다.
“야, 이 나쁜 놈아. 이제 오면 어떡해!”
선택의 기회가 없었을 땐 나 하나로 만족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기회가 찾아오자 내가 싫어지면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거다.
많이 갖는 것의 부작용은 또 있다.
과거만 해도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다른 누군가가 도와줬는데, 그러다보니 상호간의 유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많이 갖게 되면 돈을 써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부르면 되니,
다른 이의 호의에 기댈 필요가 없다.
이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한데,
이런 삶은 개인에게 자유와 더불어 편안함을 주지만,
상호 유대감의 결여는 개인을 소외시키며, 이는 만족감의 저하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행복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에필로그에 보면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안이 있지만,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매력적인 건, 읽는 내내 “와, 정말 그러네!”라며 무릎을 수도 없이
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자기계발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거엔 그 종류를 저평가했다면 요즘엔 자기계발서 중에도 보석이 있다는 걸로 바뀌었는데,
<선택의 조건>은 바로 그 보석 중 하나다.
6년만에 수렁에서 건져서 그런지 더 밝게 빛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