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팩트체크 - 가짜뉴스 면역력을 키우는
정재철 지음 / 무블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기로운 팩트체크

 

이 책의 성격을 먼저 짚어보자.

이 책은 실용서다. 우리 언론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실용서다.

해서 내 마음 같으면 전국민이 모두 이 책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옆에, TV 옆에 두고 뉴스를 읽고 들을 때 꼭 한 번씩 되새기는 그런 책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가짜뉴스 수법 7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36쪽)

 

소재의 선정성. 평범한 뉴스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가짜 뉴스를 만든다.

대범하게 충격적인 거짓말을 날조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크다.

의도하는 거짓말을 작은 진실로 보완하면 더 수월하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숨겨서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가짜 뉴스를 전파해줄 ‘유용한 바보’를 이용한다.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모든 것을 부인한다.

진위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끌면 사람들은 진짜가 무엇인지를 찾는 작업을 포기하게 된다.

 

위의 7가지 모두 다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용한 바보’ 노릇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짜뉴스에 속는 것도 황당한 일인데, 그런 가짜뉴스를 전파하는데 우리가 이용된다면 그것보다 더 바보같은 일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른 사람은 다 속아도 나는 안 그래. 내가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데...’

 

바로 그게 함정이다. 이 책 앞부분에서 언급된 것이라 그냥 지나칠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제 3자 효과’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가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잘 가려내지 못하고 쉽게 속아 넘어가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언론학에서는 이를 ‘제 3자 효과’라 합니다. (19쪽)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은 그런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고 하면서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 읽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짜뉴스를 감별해내고, 속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두자.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만 속아넘어가지 않을지 알아볼 차례다.

 

왜곡정보 판별법 (57쪽)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가인 워싱턴주립대 마이크 콜필드가 제시한 왜곡정보 판별법을 소개한다,

.

콜필드는 4가지 원칙과 방법으로 설명하면서 첫 글자를 따서 ‘시프트 SIFT’라고 명명했다.

 

- 이용 중지하기 (Stop)

- 출처 찾아보기 (Investigate the source)

- 다른 보도 찾아보기 (Find better coverage)

- 원래 맥락 속에서 주장과 인용된 방식 확인하기

(Trace claims, quotes and media to the original context)

 

딥페이크, 더 문제다

 

딥페이크는 AI 기술과 안면 매핑, 안면 스와핑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짜 영상인데,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전혀 다른 영상과 합성해서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인물과 너무 흡사해서 구분이 매우 어렵다.

 

딥페이크 영상을 구별하기 위한 5가지 방법 (62쪽)

 

바로 누구라고 결론을 내리지 말라.

영상의 출처를 살펴봐라.

다른 곳에도 있는지 검색해봐라

화자의 입모양을 면밀하게 살펴라.

천천히 돌려 봐라.

 

진실 착각 효과 (77쪽)

 

무언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인지 편향이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다 보면 터무니 없는 소리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법이다.”

 

중국의 삼인성호(三人成虎),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짜뉴스 판별법 (104쪽 이하)

 

정보원이 어디인지 살펴라.

저자를 확인해라.

날짜를 확인하라.

당신의 선입견은 아닌지 점검하라.

본문을 읽어보라.

근거 정보가 확실한 것인지 살펴보라.

혹시 농담은 아닌지 살펴보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라.

 

이런 방법도 있다.

 

원본을 찾아보고

사진 및 비디오는 재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출처를 확인하라. (110쪽)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모두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

 

1. 가짜뉴스, 그것이 알고 싶다

2. 가짜뉴스는 왜 위험할까

3. 사람들은 왜 가짜뉴스에 속을까

4. 가짜뉴스를 골라내는 노하우

5. 고급단계 검증을 위한 가이드

6.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면역력

7. 팩트체크란 무엇인가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한번의 거짓말로 당신은 그 진실 하나만을 잃는 게 아니라 진실 자체를 잃는다. (59쪽)

- 프리드리히 헤벨

 

나쁜 정보는 삶을 망친다. 증오를 조장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해친다. (121 쪽)

 

여기서 말하는 ‘나쁜 정보는 삶을 망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 분명히 해두자. 코로나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나쁜 정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그런 가짜뉴스를 듣고 그대로 따라 한 사람들은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게다가 그게 나쁜지 어쩐지도 모르고 무조건 지인에게 전파하는 ‘유용한 바보’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이 책은?

 

가짜뉴스를 뿌리뽑아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

요즘 스마트폰 없는 사람 거의 없는데, 그런 좋아진 통신환경을 악용하는 가짜뉴스는 보지도 듣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도 뿌리뽑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매 우리가 눈을 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꺼진불도 다시 보는 마음으로,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뉴스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 우리의 자세에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 꼭 읽어야 한다.

특히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의 귀중한 투표권이 헛되이 행사되지 않도록, 가짜뉴스 조심해야 한다, 이 책 그래서 가치가 있다.

 

이 말 기억해두자.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나쁜 병균과는 사력을 다해 격렬하게 싸우면서, 우리의 삶을 망치는 나쁜 정보와 싸우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 (12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천재열전

 

저자 신정일의 책을 많이 읽었다. 직접 강의를 듣기도 했다.

배울 게 참 많은 분이다. 해서 저자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잡게 되었다.

 

『조선 천재 열전』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은 무엇인가? 이를 짚어보기 위해 쓴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에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나열식 위인전이 아니라, 한국 역사 속 천재들의 진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대의 천재상을 도출해내는 또 다른 역사 기획물이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사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면서, 대중 교양과 청소년 교육에 적절한 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7쪽)

 

그런 책, 여러 가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는데 먼저 저자가 천재라고 평가한 인물들이 누구누구인지 알아보자.

 

김시습,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이이,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정철,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이산해,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허난설헌,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신경준,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정약용,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김정희,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황현,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그렇게 모두 9명이다. 저자는 9명 천재들의 삶과 업적을 살펴본 다음에 ‘후대의 평가’를 붙여 놓고 있다.

 

지리학자 신경준

 

신경준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중 가장 덜 알려진 인물이니,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 싶어 그의 경우를 적어둔다.

 

1. 세상의 흥망을 좌우할 선비

2. 북두칠성의 정기를 받은 천재 소년

3.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답사하다

4. 한 나라의 장수가 되려는 자는 지리에 밝아야 한다

5. 우리나라의 전통 지리학

6. 신경준이 남긴 저서들

7. 후대의 평가

 

신경준은 그의 업적에 비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벼슬이 높았던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파쟁을 많이 겪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175쪽)

 

저자의 이 말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들은 바로 그런 기준에 부합할 때에 우리에게 알려진다. 벼슬이 높아 그 이름이 저절로 역사에 등장하는 사람, 또는 사화(史禍)에 가해자나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건을 통해서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다. 신경준은 그런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에 이름을 이 책에서 처음 듣게 되는 것이리라.

 

신경준은 영조 시대 사람으로, 마흔세 살에 증광 초시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올라 관직 생활을 시작한다. (186쪽) 사간원, 사헌부의 벼슬을 거쳐 서산 군수, 제주 목사 등 벼슬을 했다.

신경준은 높은 관직에 오르지 못했지만 수많은 저서를 남겨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191쪽)

 

그러면 신경준이 후세에 이름을 남기게 된 사유는 무엇일까?

 

우리 고유의 지리학을 백두대간과 장백대간 그리고 열세 개의 정맥, 즉 『산경표(山徑表)』로 분류한 사람이 신경준이다. (192쪽)

 

조선광문회에서 그의 『산경표』를 발간하면서 붙인 말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지리를 살펴보면 산을 논한 것은 많지만, 심히 산만하고 계통이 없다. 오직 신경준이 지은 『여지고(輿地考)』와 『산경(山徑)』만이 산의 줄기와 갈래를 나타내고 있다. (193쪽)

 

홍양호는 신경준이 우리나라의 산천과 도리에 더욱 밝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암 신공은 큰 재주와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넓고 깊이 찾는 노력을 더하여 (.......) 심오한 도리를 끄집어 내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백 가지의 학문을 모으되 자신의 도에 절충을 하였다. (.......)

규칙에 구차하게 속박되지 않으면서도 저절로 원칙에 벗어나지 않아 탁연히 일가로서의 학문을 이루었으니, 유가 드문 굉재며 희세의 통유다. (208쪽)

 

‘유가 드문 굉재며 희세의 통유다’라는 말을 한자로 읽어보면서 새겨본다.

 

유(類)가 드문 굉재(宏材, 宏才)며 희세(稀世)의 통유(通儒)다.

 

宏材 : 큰 목재(木材)라는 뜻으로, 뛰어나게 훌륭한 인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宏才 : 훌륭한 재능.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인재.

희세(稀世) : 세상에 드묾.

통유(通儒) : 세상사에 통달하고 실행력이 있는 유학자.

 

저자는 그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 당시 대부분의 실학자들이 재야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신경준은 그들과 달리 국가적인 사업에 자신의 지식과 학문을 마음껏 발휘하여,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 방법으로 조선 후기 역사지리학에 큰 족적을 남긴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였다. (209쪽)

 

그렇게 조선 시대 천재 한 명을 알게 된다.

 

저자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으면서 느낀 것은, 그가 해박에 박식을 더한다는 점이다.

해서 직접 강의를 들으면서 그 많은 지식이 어디에 담겨있다가 그의 입을 통해 등장하는지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강의에서도 동서고금의 많은 저작물을 인용하여 저자의 뜻을 펼치고 있는데, 그 끝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허나 강의를 들으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그 많은 내용을 일일이 가슴에 담아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책으로 읽으면,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차분하게 반추할 수 있어 좋다.

다음과 같은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김시습은 나면서부터 생지지질(生知之質)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천품이 남달리 특이해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다. 이웃에 살고 있던 조선 전기의 문신 최치운이 그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배우면 익힌다”라고 이름을 ‘시습(時習)’이라고 지어 주었다. (17쪽)

 

이런 글을 읽으면서, 저절로 『논어』의 구절이 떠올리며 배운 것을 익히게 된다.

 

‘생지지질(生知之質)’은 계씨(季氏)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나면서부터 아는 자는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자는 그 다음이요

곤경에 처하여 배우는 사람은 또 그 다음이며

곤경에 처하여도 배우지 않으면 사람들 중에서 하급이 될 것이다.

 

시습은 <학이(學而)>편에 나온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이를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추사 김정희 편에서도 배운다.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세한도(歲寒圖)>는 추사가 제주 시절 그린 그림이다. (283쪽)

 

이 역시 『논어』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 말씀하시기를,

“추운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에 시들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가 밝힌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위에 적은 이 책 저술 목적을 요약해 본다면

첫째,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어보고

둘째, 새로운 시대의 천재상을 도출해내고

셋째,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책으로 우리 조선의 역사 안에서 천재라 불리던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게 되었다. 이 책 또한 역사란 무엇인지 깨닫게 하니, 그 또한 가치가 있다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 열 개의 길

 

유럽이다. 유럽을 간다. 저자를 따라 유럽 10개 도시를 다녀보는 책이다.

 

유럽 여행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

대개는 영국의 런던에서 시작하여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독일을 거처 동유럽,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는 당연히 로마.

그게 17세기 영국의 젊은이들이 다녔던 ‘그랜드 투어’의 노정이기도 했는데, 저자는 그 길을 거꾸로 해서 올라간다. 해서 첫 번째 길이 로마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로마에서 시작하여,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지나 밀라노까지, 그리고 스위스로 건너가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거쳐 제네바까지 간다. 그 후의 길은 프랑스다. 베르사유에서 파리에 간 다음 마지막 길은 영국의 런던에서 끝이 난다,

 

그렇게 길은 이어진다. 유럽의 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 길을 따라 과거와 현재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르네상스다.

 

유럽을 다시 창조한 르네상스, 그 시작부터

 

먼저 르네상스의 의미를 살펴보자.

 

항상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호기심이라는 횃불을 들고 인간의 손길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13쪽)

새로운 지식의 유입으로 촉발된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이때 등장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를 밥 먹듯 드나드는 이들로 인해 세상은 진보했다. 르네상스 시대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시대이기도 했다. (116쪽)

 

저자는 르네상스의 과정을 시기별로, 장소별로 기록해 놓았는데, 여기 옮겨본다.

 

네로의 황금궁전은 땅속에 묻혔다가 르네상스가 한창인 15세기에 발굴된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 안에서 최상 품질의 헬레니즘 조각상과 벽화가 다수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19세기 폼페이가 발굴되기 전까지 고대 로마의 발전상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었던 최고의 유적이었으며, 16세기 로마에서 르네상스가 꽃피게 되는 기폭제였다. 이로써 로마는 멸망 후 천 년 만에 다시 유럽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40쪽)

 

비잔티움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 무너졌을 때 많은 그리스 학자들이 고전을 들고 피렌체로 들어왔다. 이때 피렌체의 많은 학자가 그동안 라틴어, 아랍어로 번역되어 전해오던 고대 그리스 지식을 원문으로 접하게 되었다. 학자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보다 더욱더 깊고 폭넓게 확장되었다. (92쪽)

 

피렌체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가 회복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우선 교황이나 황제 그 누구의 지배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곳이었고 서로에 대한 비판에도 너그러웠다. 양모산업과 은행업의 성공으로 삶에 여유가 생긴 시민들은 예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피렌체에는 학문과 예술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유럽에 새로운 지식이 유입될 수 있는 이만한 조건을 가진 곳은 없었다. (93쪽)

 

1437년 교황과 비잔티움의 황제가 피렌체에서 만났다.

피렌체의 인문학자들은 황제를 수행했던 수행원단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 관한 지식을 새롭게 접하게 되었고 이는 후기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97쪽)

 

16세기 피렌체에서 움튼 르네상스는 로마를 거쳐 마침내 베네치아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151쪽)

 

이러한 과정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찬란했던 로마 문명은 이민족의 침입으로 천 년 동안 땅에 묻혔다. 그러나 피렌체가 땅 속에서 소멸을 기다리고 있던 로마의 문명을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내어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르네상스 문화로 회복시켰다. 이후 르네상스는 로마와 베네치아를 거치면서 거침없이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의 바로크로 변주되기도 했다. 종국에는 밀라노에 이르러 과거의 모든 문화적 역량이 융합되어 1,400년 동안 분열되어 있었던 이탈리아를 하나로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로마에서 시작된 길은 이렇게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203쪽)

 

프랑스에 전파된 르네상스

 

저자는 르네상스 현상을 이탈리아 한 국가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가 인근 국가로 전파된 것도 살펴보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의 경우다.

 

프랑수아 1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프랑스에 머물게 함으로써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했다. 또한 당대 유럽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앞섰던 메디치 가의 카트린느 데 메데시스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면서 문화 대국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놓았다.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 그녀가 프랑스 왕실에 들어섰을 때 르네상스 세계가 함께 도착했다. 이때부터 유럽에서 가장 앞서갔던 메디치가의 선진화된 문화가 프랑스 궁정에 이식된다. (271쪽)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책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새롭게 만난다.

이런 평가, 처음 듣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병참, 도시, 의학, 화학, 자연, 수학 등 인간의 정신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영역을 호기심을 갖고 탐구했으며 관련 전문가를 만나 배우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메모했던 그의 행적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178쪽)

 

대부분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긴 그의 삶을 되돌아보면 완성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일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가 추구하고 열광하는 것은 완성이라는 목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완성보다는 그곳까지 도달하려는 과정에서 땀 흘리며 얻는 성취감을 통해 우리는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178쪽)

 

그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글을 많이 접했지만, 이 글처럼 다빈치를 새롭게 평가하는 글은 처음이다. 심지어 다빈치의 미완 작품이 많은 것을 그의 성격탓으로까지 폄하하는 글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행적 적어둔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본격적인 문예 중심지로 떠오른다. 특히 야심가인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은 피렌체, 베네치아를 문화적으로 뛰어넘기 위해 많은 예술가를 밀라노로 불러들여 적극 후원했다. 이 시기 피렌체 출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밀라노에서 활동했으며 도시 곳곳에 그의 이름과 함께 불멸의 흔적을 남겼다. (168쪽)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는 것을 즐겼고, 그 속에서 창조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밀라노 대성당 건설 중 만났던 건축가 브라만테와 친분을 유지하며 공학과 원근법 등의 지식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렇게 축적된 그의 역량은 브라만테가 설계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마른 회벽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으로 발현되었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획이 밀라노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176쪽)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광장에는 조각상이 하나 서 있다. 그 조각상은 상념 가득한 모습으로 극장을 응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이리도 엄숙해 보일까. 다시는 과거처럼 분열되어 외세에 나라를 빼앗기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를 하는 듯하다. 조각상의 주인공은 500년전 프랑스가 밀라노를 침입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야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191쪽)

 

이런 것, 이제 알게 된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나부코’는 바빌론의 왕 나부카드네자르 2세의 이탈리아 표현이다. (184쪽)

 

<모나리자> :

20세기 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빈치의 작품인 <모나리자>가 사라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도난 후 24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그땐 그랬다. <모나리자>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 다빈치는 알고 있을까?

 

그 사건으로 프랑스는 자신들이 가진 위대한 작품을 그동안 얼마나 소홀히 대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293쪽)

 

런던의 역병과 현재의 코로나 :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 일어났다는 것이다.

 

17세기, 런던은 계속되는 내전과 재해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1665년, 대역병의 발생으로 런던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봄부터 성 바깥에서 시작된 전염병은 장장 18개월에 동안 런던 전체 인구의 1/4 수준인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지구를 없애 버릴 정도의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은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333쪽)

 

다시, 이 책은?

 

그렇게 10개의 길, 도시를 따라가 보니, 무언가 보인다.

저자가 그 10개의 길을 걸어가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각각의 도시가 어떻다는 것보다는, 그러한 길을 거쳐 문화가 어떻게 시작되며 전파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로마로부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로마의 문화가 길을 따라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10개의 길에서, 역사를 보여주며, 과거를 살펴보면서 현재의 유럽 모습이 형성되는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소마

 

『소마』는 소설이다. 장편 소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으로 유명한 채사장이 지은 소설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마’의 의미는?

그건 사람 이름이다. 주인공인 남자의 이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번째 소마

 

 

 

그런데 ‘소마’는, 내가 아는 바 두 가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첫째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온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이다. 한 알만 먹으면 기분을 좋게 하는 마약같은 약이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마를 먹어 기분을 전환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된다.

 

둘째는, 그리스어 소마(σωμα)이다. '몸'이란 뜻이다.

 

 

이제 이 책의 주인공 소마를 알게 되어, 소마라는 이름 아래 아는 것이 세 가지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채사장은 인문학에 해박한지라, 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소마’라는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했을 때에는 분명 무언가 있을 법하다. 그게 무엇일까?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소마 (사무엘)

아버지, 어머니

한나 : 부모가 몰살되어 고아가 된 소마를 길러준다.

엘가나 : 한나의 남편

바가렐라 아데사 : 한나의 오빠

헤렌 : 바가렐라의 막내 아들, 엘가나 부부의 양자가 된다.

 

왕립 기사단 :

다닐라 : 훈육 기사

네이스케 : 펠로 가문의 견습 기사

고네 : 네이스케의 누이 동생

 

소마를 소마로 만들어준 인물들

 

이 소설의 줄거리에서 소마의 인생을 관통하는 셰계관을 만들어준 인물들이 있다. 그 인물들이 소마라는 인물을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앞부분에 등장하여, 소마의 인생에 깃발이 되어주고, 끝부분에 다시 등장하여 소마의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첫 번째 인물은 소마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이런 말로 소마에게 방향타를 쥐어준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20쪽)

 

그런 말을 하면서 덧붙인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거라. (20쪽)

 

이 말은 다시 379쪽에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소마가 죽음을 앞에 두고 내면에서 들리는 말이다. 아버지는 그 음성으로 다시 나타나, 그에게 묻는다.

“무엇을 배웠느냐?”

“다시 한 번의 삶을 원하느냐?”

 

과연 소마의 평생은 어떠했을까? 과연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로 평생을 살았을까?

 

두 번 째 인물은 왕립기사단 훈련장에서 만난 고네다.

그녀는 소마에게 이런 말로 그의 인생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

“여기 왔을 땐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을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소마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너는?”

 

그런 질문에 고네는 대답한다.

“나는 뭐든 상관없어, 뭐가 됐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높이면 돼. 나는 세상을 바꾸려고 왔으니까.”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데?”

(.........)

 

그런 대화 끝에 소마는 온통 혼란에 빠지게 된다. 아무런 실체가 없던 그의 세계가 이제 정립이 되려는 참이다.

 

그의 머릿속은 고네의 말로 가득 찼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에 스스로 놀랐다. 세상이라는 것이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라니.

(.........)

고네는 짧은 시간 동안 그의 평생의 믿음과 앎을 단 몇 마디 문장으로 산산이 부숴버렸다. (140쪽)

 

그렇게 해서 그의 인생은 결정되었다. 바꾸기로, 세상을 바꾸기로 한다.

그 뒤의 이야기는 소마가 세상을 바꾸기로 하는 분투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온갖 힘듦을 겪은 후에 드디어 고네가 말한 것 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높이’에 올라서게 된다. 한 나라의 황제가 된 것이다.

 

황제가 되어서도 쉬지 않고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써도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에 대한 소마의 소회가 이렇다.

 

아무래도 변하지 않은 상황들에 연일 걸려 넘어지며 소마는 세상이란 어쩌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 현실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점차 익숙해졌다. (304쪽)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지난날이 어쩐지 젊은이의 치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308쪽)

 

그런데 드디어 변화가 생긴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다만 세상이 객관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그가 바뀐다. 그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알아가며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계기는?

전장의 동료였던, 지금은 지방의 총독이 된 마렐라가 황제를 환영하면서 준비한 열락(悅樂)의 자리다.

 

일곱째 날 아침에야 그는 침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속이 비치는 얇은 실크 가운 하나만을 걸친 채 길고 화려한 복도를 가로질러 테라스로 나갔다.(316쪽)

 

그런 환락의 시간을 맛보게 된 소마, 이제 소마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그는 분명히 느꼈다. 세상이 달라졌음을. 너무나도 예민해진 감각 하나하나로부터 그것을 선명하게 체험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은 사라졌다. 투쟁과 대결과 피와 고통으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세상은 이제 없다. 이것은 새로운 세상이다. 이것은 너무 아름답구나. 나는 이것을 가지리라. 이것을 취하리라. 만지고 흠향하고 먹고 느끼리라.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 하고자 하는 것을 하리라.’ (317쪽)

 

소마, 새로운 인간, 새로운 주인공

 

이 소설, 저자가 소설 속에 감춰둔 것들이 많다. 그것들이 이 소설을 힘있게 끌고 간다.

소마라는 인물에 앞에 말한 바와 같은 두 가지 소마 - 마약 같은 감정 조절 약, 그리고 몸이라는 개념 -  가 변주되어 등장한다.

 

그러한 힘이 소마라는 인물을 주인공다운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독자들은 소마라는 인물에 어느덧 몰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인데,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소마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치, 즉 황제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에 있지 않고, 바로 황제가 된 다음에 그가 마주친 그 자신의 모습에 있다. 소마의 아버지가 말한 ‘다듬어진 화살’과 ‘올곧은 여행자’로서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몸부림이 극한을 넘어서게 처절하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의 가치가 거기에 있다.

만일 이 소설이 소마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서 끝났더라면 평범한 모험소설, 성장소설에 그쳤을 것이지만, 그 뒷부분이 있어서 이 소설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대단한 작품이 된다.

 

그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을 생략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다 그 부분에서 분명 옷깃을 여미면서 자세를 바로 하여, 소마를 만날 게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가의 친구들

 

친구와 관련된 격언, 속담이 여럿 있는데, 그중 이런 게 생각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친구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두 번째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저자 역시 이런 말을 한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으면 어울렸던 사람을 보면 된다는 말대로....(254쪽)

 

이 책은 그렇게 화가와 그 친구들을 살펴보면서, 그 친구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그런 친구를 둔 화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보자.

 

빈센트 반 고흐 &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 거트루드 스타인

에드바르 뭉크 & 다그니 유엘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 오스카 와일드

살바도르 달리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에드가 드가 & 메리 카샛

프리다 칼로 & 니콜라스 머레이

앤디 워홀 & 장 미셸 바스키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레인 & 헨드릭 반 아윌렌부르흐

알브레히트 뒤러 & 빌리발트 피르크하이머

폴 세잔 & 카미유 피사로

파울 클레 & 바실리 칸딘스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 월터 포크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콘스탄틴 브란쿠시

에두아르 마네 & 문인 친구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안톤 판 레이우엔훅

구스타프 클림트 & 베르타 · 에밀 추커칸들

오딜롱 르동 & 아르망 클라보

엘리자베스 블랙웰 & 의사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 루카 파치올리

더비의 조지프 라이트 & 루나 소사이어티

파울라 모더존 베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위의 명단에서 밑줄 그은 인물들은 다행하게도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흥미있게 읽었다.

예컨대 <빈센트 반 고흐 & 폴 고갱>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경우다.

수많은 여인과 염문을 뿌렸던 피카소, 그가 정복하지 못한 여인이 바로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것,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정작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런 친구들 관계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첫째로 꼽고 싶은 사람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안톤 판 레이우엔훅> 이다. 두 사람 모두가 처음 듣는 인물들인데, 무엇이 나의 관심을 끌었을까?

 

저자가 기술하고 있는 바,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 심지어 생전에 둘이 교분을 나누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두 사람을 함께 연결해 놓았을까?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델프트가 낳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인물,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발견한 과학자 안톤 판 레이우엔훅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페이스북의 ‘알 수도 있는 사람’ 같은 연구를 이어왔다. 정황은 넘친다. 두 사람은 1632년 11월 일주일 간격으로 같은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레이우엔훅은 포목상을 하며 리넨을 팔았고, 페르메이르는 리넨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두 사람 모두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인구 2만 명의 도시에서 축구장 크기 광장 주변에 한평생 살았으니 오며 가며 얼굴 마주칠 일은 있었음직하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알고 지냈다는 증거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228쪽)

 

저자는 그런 두 사람을  계속에서 추적해 나간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속에 나오는 레이우엔훅을 따라가기도 하고,

둘 사이에 공통점이 바로 렌즈라는 것을 알아내, 그 둘 사이를 추적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둘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모른다. 그러기에 여기 이 책에서 언급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둘 사이에 있었음직한 어떤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래서 귀하다. (236쪽)

 

두 번째로 관심을 끌었던 인물들은, 화가들을 다른 세계로 인도해준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그 이야기들을 여기 다 적을 수 없어, 별도의 글로 담아놓았다.

 

클림트를 읽는 또다른 방법, 한 가지

- <화가는 빈의 살롱에서 생물학 수업을 듣는다>

http://blog.yes24.com/document/15556682

 

뉴노멀 시대 , 새로운 과학 앞에서

http://blog.yes24.com/document/15551912

 

세 번째는, 저자가 언급한 화가의 친구들을 따라가보니, 또다른 화가가 연결되는 경우도 있어 관심을 끈다. 뒤러와 파치올리, 그리고 다빈치의 관계가 흥미롭다.

 

두 번의 여행으로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성과를 자신의 작품 안에 완전히 녹일 수 있었다. 북유럽의 장기인 치밀한 묘사에 원근법 이론을 적용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탄탄한 화면 구성, 베네치아 풍의 감성적인 색채가 뒤러의 그림 속에서 하나로 녹아들었다. 뒤러의 이탈리아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알프스를 사이에 두고 가로막혀 있었던 유럽의 예술 세계를 잇는 일이었다. (144쪽)

 

뒤러는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이론가이며, 판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주인공이다. (152쪽)

 

전성기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와 이론가, 후원자들과 두루 긴밀한 관계를 맺은 파치올리는 다빈치의 친구로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절정의 꽃을 피우는 순간을 함께 했다.

게다가 파치올리는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에게 알프스 이남의 원근법을 전달한 사람이다. 루카 파치올리 한 사람에게서 알프스 이남과 이북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연결된다. 그는 화가의 제자이자 동료였으며, 예술가를 연결하는 수학자였다. (286쪽)

 

이렇게 뒤러와 파치올리, 그리고 다빈치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연결이 이루어져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들은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네 가지 차원에서  나를 기쁘게 한다.

첫째는 화가들과 그를 도왔던, 혹은 그 반대의 역할을 했던 친구들과의 이야기,

둘째는 마치 추리소설 같은 기법으로 화가들과 친구 사이를 추적해 가는 그 발상,

셋째는 화가들을 다른 세계로 인도해, 화가들로 하여금 더 깊은 세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넷째는 연결의 끈을 살펴보니 거기에 또다른 화가가 있다는 것, 그런 통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

 

그림을 읽기 위해서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알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