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소마

 

소마는 소설이다장편 소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으로 유명한 채사장이 지은 소설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마의 의미는?

그건 사람 이름이다주인공인 남자의 이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번째 소마

 

 

 

그런데 소마내가 아는 바 두 가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첫째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온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이다한 알만 먹으면 기분을 좋게 하는 마약같은 약이다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마를 먹어 기분을 전환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된다.

 

둘째는그리스어 소마(σωμα)이다. ''이란 뜻이다.

 

 

이제 이 책의 주인공 소마를 알게 되어소마라는 이름 아래 아는 것이 세 가지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채사장은 인문학에 해박한지라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소마라는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했을 때에는 분명 무언가 있을 법하다그게 무엇일까?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소마 (사무엘)

아버지어머니

한나 부모가 몰살되어 고아가 된 소마를 길러준다.

엘가나 한나의 남편

바가렐라 아데사 한나의 오빠

헤렌 바가렐라의 막내 아들엘가나 부부의 양자가 된다.

 

왕립 기사단 :

다닐라 훈육 기사

네이스케 펠로 가문의 견습 기사

고네 네이스케의 누이 동생

 

소마를 소마로 만들어준 인물들

 

이 소설의 줄거리에서 소마의 인생을 관통하는 셰계관을 만들어준 인물들이 있다그 인물들이 소마라는 인물을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앞부분에 등장하여소마의 인생에 깃발이 되어주고끝부분에 다시 등장하여 소마의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첫 번째 인물은 소마의 아버지다아버지는 이런 말로 소마에게 방향타를 쥐어준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20)

 

그런 말을 하면서 덧붙인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거라. (20)

 

이 말은 다시 379쪽에 등장하는데이번에는 소마가 죽음을 앞에 두고 내면에서 들리는 말이다아버지는 그 음성으로 다시 나타나그에게 묻는다.

무엇을 배웠느냐?”

다시 한 번의 삶을 원하느냐?”

 

과연 소마의 평생은 어떠했을까과연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로 평생을 살았을까?

 

두 번 째 인물은 왕립기사단 훈련장에서 만난 고네다.

그녀는 소마에게 이런 말로 그의 인생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

여기 왔을 땐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을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소마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너는?”

 

그런 질문에 고네는 대답한다.

나는 뭐든 상관없어뭐가 됐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높이면 돼나는 세상을 바꾸려고 왔으니까.”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데?”

(.........)

 

그런 대화 끝에 소마는 온통 혼란에 빠지게 된다아무런 실체가 없던 그의 세계가 이제 정립이 되려는 참이다.

 

그의 머릿속은 고네의 말로 가득 찼다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에 스스로 놀랐다세상이라는 것이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라니.

(.........)

고네는 짧은 시간 동안 그의 평생의 믿음과 앎을 단 몇 마디 문장으로 산산이 부숴버렸다. (140)

 

그렇게 해서 그의 인생은 결정되었다바꾸기로세상을 바꾸기로 한다.

그 뒤의 이야기는 소마가 세상을 바꾸기로 하는 분투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온갖 힘듦을 겪은 후에 드디어 고네가 말한 것 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높이에 올라서게 된다한 나라의 황제가 된 것이다.

 

황제가 되어서도 쉬지 않고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그렇게 애를 써도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에 대한 소마의 소회가 이렇다.

 

아무래도 변하지 않은 상황들에 연일 걸려 넘어지며 소마는 세상이란 어쩌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현실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점차 익숙해졌다. (304)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지난날이 어쩐지 젊은이의 치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308)

 

그런데 드디어 변화가 생긴다세상이 바뀐 것이다다만 세상이 객관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그가 바뀐다그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알아가며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계기는?

전장의 동료였던지금은 지방의 총독이 된 마렐라가 황제를 환영하면서 준비한 열락(悅樂)의 자리다.

 

일곱째 날 아침에야 그는 침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속이 비치는 얇은 실크 가운 하나만을 걸친 채 길고 화려한 복도를 가로질러 테라스로 나갔다.(316)

 

그런 환락의 시간을 맛보게 된 소마이제 소마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그는 분명히 느꼈다세상이 달라졌음을너무나도 예민해진 감각 하나하나로부터 그것을 선명하게 체험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은 사라졌다투쟁과 대결과 피와 고통으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세상은 이제 없다이것은 새로운 세상이다이것은 너무 아름답구나나는 이것을 가지리라이것을 취하리라만지고 흠향하고 먹고 느끼리라원하는 것을 얻으리라하고자 하는 것을 하리라.’ (317)

 

소마새로운 인간새로운 주인공

 

이 소설저자가 소설 속에 감춰둔 것들이 많다그것들이 이 소설을 힘있게 끌고 간다.

소마라는 인물에 앞에 말한 바와 같은 두 가지 소마 마약 같은 감정 조절 약그리고 몸이라는 개념 -  가 변주되어 등장한다.

 

그러한 힘이 소마라는 인물을 주인공다운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독자들은 소마라는 인물에 어느덧 몰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인데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소마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치즉 황제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에 있지 않고바로 황제가 된 다음에 그가 마주친 그 자신의 모습에 있다소마의 아버지가 말한 다듬어진 화살과 올곧은 여행자로서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몸부림이 극한을 넘어서게 처절하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의 가치가 거기에 있다.

만일 이 소설이 소마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서 끝났더라면 평범한 모험소설성장소설에 그쳤을 것이지만그 뒷부분이 있어서 이 소설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대단한 작품이 된다.

 

그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을 생략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다 그 부분에서 분명 옷깃을 여미면서 자세를 바로 하여, 소마를 만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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