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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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열 개의 길

 

유럽이다유럽을 간다저자를 따라 유럽 10개 도시를 다녀보는 책이다.

 

유럽 여행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

대개는 영국의 런던에서 시작하여 프랑스로프랑스에서 독일을 거처 동유럽그리고 마지막 종착지는 당연히 로마.

그게 17세기 영국의 젊은이들이 다녔던 그랜드 투어의 노정이기도 했는데저자는 그 길을 거꾸로 해서 올라간다해서 첫 번째 길이 로마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로마에서 시작하여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지나 밀라노까지그리고 스위스로 건너가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거쳐 제네바까지 간다그 후의 길은 프랑스다베르사유에서 파리에 간 다음 마지막 길은 영국의 런던에서 끝이 난다,

 

그렇게 길은 이어진다유럽의 길은 끊어지지 않는다또한 그 길을 따라 과거와 현재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르네상스다.

 

유럽을 다시 창조한 르네상스그 시작부터

 

먼저 르네상스의 의미를 살펴보자.

 

항상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있다이들은 호기심이라는 횃불을 들고 인간의 손길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13)

새로운 지식의 유입으로 촉발된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이때 등장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를 밥 먹듯 드나드는 이들로 인해 세상은 진보했다르네상스 시대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시대이기도 했다. (116)

 

저자는 르네상스의 과정을 시기별로장소별로 기록해 놓았는데여기 옮겨본다.

 

네로의 황금궁전은 땅속에 묻혔다가 르네상스가 한창인 15세기에 발굴된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 안에서 최상 품질의 헬레니즘 조각상과 벽화가 다수 발굴되었기 때문이다이는 19세기 폼페이가 발굴되기 전까지 고대 로마의 발전상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었던 최고의 유적이었으며, 16세기 로마에서 르네상스가 꽃피게 되는 기폭제였다이로써 로마는 멸망 후 천 년 만에 다시 유럽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40)

 

비잔티움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 무너졌을 때 많은 그리스 학자들이 고전을 들고 피렌체로 들어왔다이때 피렌체의 많은 학자가 그동안 라틴어아랍어로 번역되어 전해오던 고대 그리스 지식을 원문으로 접하게 되었다학자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보다 더욱더 깊고 폭넓게 확장되었다. (92)

 

피렌체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가 회복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우선 교황이나 황제 그 누구의 지배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곳이었고 서로에 대한 비판에도 너그러웠다양모산업과 은행업의 성공으로 삶에 여유가 생긴 시민들은 예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무엇보다도 피렌체에는 학문과 예술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유럽에 새로운 지식이 유입될 수 있는 이만한 조건을 가진 곳은 없었다. (93)

 

1437년 교황과 비잔티움의 황제가 피렌체에서 만났다.

피렌체의 인문학자들은 황제를 수행했던 수행원단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 관한 지식을 새롭게 접하게 되었고 이는 후기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97)

 

16세기 피렌체에서 움튼 르네상스는 로마를 거쳐 마침내 베네치아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151)

 

이러한 과정을 정리해보자면다음과 같다.

 

찬란했던 로마 문명은 이민족의 침입으로 천 년 동안 땅에 묻혔다그러나 피렌체가 땅 속에서 소멸을 기다리고 있던 로마의 문명을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내어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르네상스 문화로 회복시켰다이후 르네상스는 로마와 베네치아를 거치면서 거침없이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의 바로크로 변주되기도 했다종국에는 밀라노에 이르러 과거의 모든 문화적 역량이 융합되어 1,400년 동안 분열되어 있었던 이탈리아를 하나로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로마에서 시작된 길은 이렇게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203)

 

프랑스에 전파된 르네상스

 

저자는 르네상스 현상을 이탈리아 한 국가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가 인근 국가로 전파된 것도 살펴보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의 경우다.

 

프랑수아 1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프랑스에 머물게 함으로써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했다또한 당대 유럽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앞섰던 메디치 가의 카트린느 데 메데시스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면서 문화 대국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놓았다.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그녀가 프랑스 왕실에 들어섰을 때 르네상스 세계가 함께 도착했다이때부터 유럽에서 가장 앞서갔던 메디치가의 선진화된 문화가 프랑스 궁정에 이식된다. (271)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책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새롭게 만난다.

이런 평가처음 듣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병참도시의학화학자연수학 등 인간의 정신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영역을 호기심을 갖고 탐구했으며 관련 전문가를 만나 배우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작은 아이디어라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메모했던 그의 행적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178)

 

대부분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긴 그의 삶을 되돌아보면 완성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일까 생각해본다어쩌면 우리가 추구하고 열광하는 것은 완성이라는 목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완성보다는 그곳까지 도달하려는 과정에서 땀 흘리며 얻는 성취감을 통해 우리는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178)

 

그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글을 많이 접했지만이 글처럼 다빈치를 새롭게 평가하는 글은 처음이다심지어 다빈치의 미완 작품이 많은 것을 그의 성격탓으로까지 폄하하는 글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행적 적어둔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본격적인 문예 중심지로 떠오른다특히 야심가인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은 피렌체베네치아를 문화적으로 뛰어넘기 위해 많은 예술가를 밀라노로 불러들여 적극 후원했다이 시기 피렌체 출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밀라노에서 활동했으며 도시 곳곳에 그의 이름과 함께 불멸의 흔적을 남겼다. (168)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는 것을 즐겼고그 속에서 창조의 불씨를 지폈다특히 밀라노 대성당 건설 중 만났던 건축가 브라만테와 친분을 유지하며 공학과 원근법 등의 지식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이렇게 축적된 그의 역량은 브라만테가 설계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마른 회벽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으로 발현되었다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획이 밀라노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176)

 

(밀라노의라 스칼라 극장 광장에는 조각상이 하나 서 있다그 조각상은 상념 가득한 모습으로 극장을 응시한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이리도 엄숙해 보일까다시는 과거처럼 분열되어 외세에 나라를 빼앗기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를 하는 듯하다조각상의 주인공은 500년전 프랑스가 밀라노를 침입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야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191)

 

이런 것이제 알게 된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나부코는 바빌론의 왕 나부카드네자르 2세의 이탈리아 표현이다. (184)

 

<모나리자> :

20세기 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빈치의 작품인 <모나리자>가 사라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그런데 그 사실을 도난 후 24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그땐 그랬다. <모나리자>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다빈치는 알고 있을까?

 

그 사건으로 프랑스는 자신들이 가진 위대한 작품을 그동안 얼마나 소홀히 대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293)

 

런던의 역병과 현재의 코로나 :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몇 번이고 반복되어 일어났다는 것이다.

 

17세기런던은 계속되는 내전과 재해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1665대역병의 발생으로 런던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봄부터 성 바깥에서 시작된 전염병은 장장 18개월에 동안 런던 전체 인구의 1/4 수준인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파괴적이었다지구를 없애 버릴 정도의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은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333)

 

다시이 책은?

 

그렇게 10개의 길도시를 따라가 보니무언가 보인다.

저자가 그 10개의 길을 걸어가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각각의 도시가 어떻다는 것보다는그러한 길을 거쳐 문화가 어떻게 시작되며 전파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로마로부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로마의 문화가 길을 따라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10개의 길에서역사를 보여주며과거를 살펴보면서 현재의 유럽 모습이 형성되는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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