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 삶을 바꾸는 문학의 힘, 명작을 통해 답을 얻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구와바라 다케오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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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된 새로운 책 - 『문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 책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삶을 바꾸는 문학의 힘, 명작을 통해 답을 얻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구와바라 다케오 (桑原 武夫) (1904년~1988년)

<1928년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였으며, 프랑스 문학·문화 연구자이자 논평가이다. 인문과학 공동연구 구축의 선구적 지도자이자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로, 프랑스 문학 연구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깊은 학식과 탁월한 행동력으로 다방면의 연구자들과 교류했으며 사회적 문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정말 의미있는 책이다. 문학이란 것에 대하여,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무엇을 얻는가, 또한 책을 쓰는 사람은 무엇을 하려고 쓰는가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게 해준다.

 

이 책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새롭게 보고, 다시 한번 읽게 된 것인데, 그 것을 말하기 전에 우선 책을 쓰는 작가와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통해 무엇을 주고 받는지 살펴본다.

 

흥미와 관심 interest

 

읽는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장면에서 얻는 효과의 강도가 달라진다. (193쪽)

 

뛰어난 문학 중에서 인생에 대해 강한 흥미나 관심을 느끼게 하지 않았던 작품이 과연 있었던가? (25쪽)

 

독자가 이처럼 강렬한 흥미나 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까닭은 작가가 해당 제재에 대해 본인 스스로 강한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쪽)

 

뛰어난 문학작품은 작가가 특정 대상에 대해 자신만의 강렬한 흥미나 관심을 가졌을 때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26쪽)

 

인생은 합리적으로 살아야 마땅하겠지만, 인생을 충만하고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만들려면 이성과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생에는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학이야말로 그런 것들을 양성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41쪽)

 

경험의 문제

 

뛰어난 문학과 통속 문학과의 차이

전자가 인생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형성하는데 반하여 후자는 그것을 형성하지 않는다. (133쪽)

 

인간이 어떤 대상을 보거나 읽을 때는 축적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206쪽)

 

문학을 만드는 것은 경험이다. (216쪽)

 

우리가 감동할 수 있으려면 해당 작품이 우리 입장에서 다시금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문학의 명쾌함)

문학 작품이 우리의 흥미나 관심을 끌어내고 우리를 감동시키려면 작가 자신이 절실한 이해를 가지고 창작을 경험해야 하며(성실함 필요), 그 경험은 모방적이고 타성적인 영위가 아니라 고뇌에 찬 진정한 새로운 경험이어야 한다. (참신함 필요) (86쪽)

 

『안나 카레니나』를 새롭게 읽었다.

 

러시아 소설 등장인물 이름

 

번역 문제는 아니지만 러시아 소설은 아무래도 이름이 몇 가지나 되어서 감당이 안되는데요. (189쪽)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감당이 되지 않더군요. (……) 친절한 출판사라면 앞으로 인명 목록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일단 인내해주시길 바랍니다. (190쪽)

 

해서,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정리해본다.

 

안나 아르카디에브나 카레니나.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 안나의 남편

스테판 아르카디치 오블론스키 (스티바) - 안나의 오빠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돌리)

 

셰르바츠키 집안

공작 ? 알렉산드로

공작부인

돌린카 (돌리) : 큰 딸 - 오블론스키의 아내.

나탈리 : 둘째 딸 - 르보프라는 외교관에게 시집을 감 (1권, 72쪽)

키티 : 막내 딸

오빠(레빈과 친구 사이)는 익사 (1권, 72쪽 - 해군에 입대했던 젊은 셰르바츠키는 발트 해에서 익사)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레빈

니콜라이 : 레빈의 형

(니콜라이는 콘스탄틴 레빈의 친형이고,

코즈니셰프에게는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는 다른 동생이다.)(1권, 79쪽)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브론스카야 공작부인 : 브론스키의 어머니

 

※ 위에 언급한 책의 쪽수는 『안나 카레니나』(전3권)은 윤새라 번역으로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출판된 책을 기준으로 함.

 

번역의 문제

 

이 책을 읽으면서 번역의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런 문장 때문이었다.

 

아이들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질러 가정을 위기로 몰아넣은 오블론스키가 아내 돌리에게 용서를 구하며 하는 말이다. 우리말 번역을 먼저 읽어보자.

 

“돌리,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단 한 마디만 들어줘. 용서해줘. 용서해 줘......생각해봐. 구 년 세월이 그 순간을 보상할 수 없다는 말이오? 그 순간을?” (1권, 53쪽)

 

“구 년 세월이 그 순간을 보상할 수 없다는 말이오? 그 순간을?”

 

이 말을 읽으면서 ‘구 년 세월과 그 순간’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말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프랑스인 가정교사를 유혹한 오블론스키가 분노하는 아내에게 용서를 구했던 말은 “오로지 용서를 빌 뿐.... 여태껏 살아온 9년간(의 충실함)이 몇 분간(의 부정)을 보상할 수는 없을까?”였다. 소년 시절에는 이 문장에 나오는 “몇분간”이라는 표현에 담긴 한심할 정도로 노골적인 의미나, 그것을 들었을 때 치솟았을 아내 돌리의 분노에 대해 감히 그 의미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8쪽)

 

저자는 ‘소년 시절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문장을 알 것 다 알고 난 후에 읽었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 책, 이 부분을 읽고나서야 다시 한번 그 대목을 새롭게 새겨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번역 문제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리고 글의 뜻을 새겨가면서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런 번역 비교해보자.

 

안나와 브론스키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브론스키의 눈으로 읽어보는 안나의 모습이다.

 

그는 목레를 하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녀를 다시 한번 더 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 이유는 그녀의 미모가 대단해서도, 몸에서 세련되고 소박한 우아함이 풍겨서도 아니었다.

 

우리말 번역은?

다정다감한 그녀의 얼굴에 유난히 상냥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정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1권, 140쪽)

 

이 책에서는? (물론 일본어로 번역된 책에서 인용한 것이니...)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을 때 그녀가 언뜻 보였던 반듯한 이목구비의 어딘가에, 그 표정 어딘가에 달콤하게 성큼 다가오는 요염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195쪽)

 

분명 같은 원본을 토대로 번역했을 것인데, 그 내용과 그 뉴앙스는 천지 차이다

 

대립하는 두 가지 ? 영혼과 육체 외

 

이 소설은 근대인의 영혼과 육체의 결정적 대립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톨스토이에게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190쪽)

 

아울러 이 소설에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가 항상 존재한다. (191쪽)

 

대립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작자가 궁극적으로 어느 한 편을 부정하고 나머지를 긍정했다고 파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두 가지는 항상 교차하고 있습니다. (219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1950년에 출판된 책이니 무려 70 년 전의 일이다.

해서 맨 처음 이 책을 펼칠 때의 생각은, 이 책 구닥다리 아닐까, 했었다.

그런데, 맨 처음부터 그게 아니었다. 번역의 문제 첫 번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안나 카레니나』를 새롭게 읽게 해주었다. 그리고 책에 대하여, 책읽기에 대하여, 뭔가를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이 책 70년 된 책이지만, 새롭고 새로운 기운이 넘치는 책이다.

몇 번이나 읽고 또 읽고, 새롭게 정리를 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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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삼국지 1 -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 ㅣ 술술 삼국지 1
허우범 지음, 예슝 그림, 차이나랩 기획 / 책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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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좋은 『술술 삼국지』 1

 

이 책은?

 

이 책 『술술 삼국지』는 『삼국지』를 종합하여 살펴보고 있는 책인데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허우범, <기행작가이며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연구원. 독서와 여행을 통해 오늘의 시대와 삶을 반추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7년간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고 『삼국지 기행』을 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성격을 살펴보자.

일단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국지』 번역본은 아니다.

<이 책은 역사소설인 『삼국연의』 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으로, 주요 장면마다 소설의 모본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와 나관중, 모종강 『삼국연의』 의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소설 내용과 인물 묘사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예슝 작가의 삽화와 함께 구성한 책이다.>

 

해서, 시원한 삽화를 감상하면서, 저자가 읽어본 『삼국지』들을 한꺼번에 모두 살펴보는 보기 드문 기회를 독자들은 만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번역을 참고하며, 비교하는 삼국지 역본은 다음과 같다. (59쪽)

 

나관중과 모종강 등 중국의 작품을 비롯하여 양주동, 최영해, 이병주, 박종화, 황석영, 정소문, 리동혁, 그리고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까지, 두루 두루 설렵하면서 비교해 놓고 있다.

 

고우영 만화 『삼국지』도 의미있다.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인용한 부분 살펴보자.

 

『삼국지』 초반에 동탁이 권세를 잡고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사도 왕윤이 초선을 이용하여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떼어놓는 장면이 있다. 일종의 미인계다.

 

여포에게 초선을 보여준 왕윤은 초선을 동탁에게 보낸다. 자기에게 보내줄 것으로 알고 있던 여포는 그날부터 오매불망 초선바라기가 되어, 동탁을 원망하기 사작한다.

그런 상황을 눈치챈 참모 이유가 동탁에게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라 건의한다. 그러면 여포가 죽기살기로 동탁을 섬길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죽도밥도 아니게 된 초선은 다시 한번 계교를 짜내어, 참모 이유의 계략을 무너뜨린다. 여포에게 자신을 보내면 자결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물론 그건 연기다.

 

(동탁은) 초선에게 더 깊게 빠져들었습니다. 초선의 실감나는 연기에 삼혼칠백이 녹아나는 동탁의 모습을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것은 고우영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72쪽)

 

저자의 말을 확인하고자, 직접 고우영 만화 『삼국지』를 찾아보았다. 2권 109쪽이다.

 

 

이렇게 해서 동탁 옆에 있게 되는 초선, 둘을  떼어놓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다.

결국 동탁은 분을 참고 있던 여포의 창에 찔려 죽게 된다. 사도 왕윤과 초선의 살신성인이 폭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우리말 번역에서 빠진 부분들

 

소패에서 여포의 공격을 받은 유비는 소패성을 빠져나갔다. 그때 그의 가족은 성안에 있었다. 이에 관한 기록이 이 책에 나온다.

 

여포는 미축에게 유비의 식솔을 데리고 서주로 가서 지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미축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모종강이 삭제한 나관중본의 내용을 알아볼까요? 

‘여포는 미축에게 자신이 지니고 있던 보검 한 자루를 주고는, 문으로 들어오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복을 베라고 하였다.’ 

이 한 문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큽니다. 여포의 심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147쪽)

 

이 부분이 우리가 흔히 보는 『삼국지』 번역본에서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여포는 유비가 이미 달아난 것을 알자 뒤를 쫓으려 들지 않았다. (…… ) (그는) 곧바로 소패로 들어가 남은 백성들을 안심시킨 뒤 고순에게 소패를 지키게 하고 자신은 다시 서주로 돌아가버렸다. (이문열 『삼국지』, 3권, 126쪽)

 

이 번역본에도 역시 위와 같은 여포의 말이 언급되고 있지 않다.

유비의 가족(식솔)에 관한 언급도 없다.

 

유비의 행동, 이해하자면

 

황제와 함께 사냥을 나선 조조, 그 방자함이 황제를 발아래에 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관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에 조조의 목을 칠 기세였습니다. 유비가 이를 보고 급히 손을 저으며 안된다는 눈짓을 하자 관우도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유비는 조조에게 몸을 구부리고 칭찬했습니다.

“승상의 귀신 같은 활솜씨는 세상 어느 누구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이 모두가 황제의 홍복이오.” 

조조는 즉시 천자에게 칭하하는 말을 했지만 활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면 유비의 행동이 비굴해 보입니다. 하지만 나관중본에 있는 문장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 문장은 이렇습니다. 

‘(유비가 눈짓을 하자) 관우가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조조가 빤히 유비 자신만을 바라보자. 이에 당황한 유비가 얼른 몸을 굽히며 조조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조조가 유비와 관우의 눈짓언어를 날카롭게 살펴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155-156쪽)

 

이런 세세한 상황의 변화, 움직임을 여러 본을 살펴보면서, 삼국지의 이면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모종강의 회평, 읽어볼 가치 있다.

 

『삼국연의』 모종강본은 청나라 강희 연간에 모종강 부자가 엮은 판본으로, 현재 한중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판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인용하고 있기도 하다.

 

모종강은 촉한정통론에 근거한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재편집하면서 ‘조조 악인론’을 강화시켰다. (41쪽)

 

특히 소설에서 모종강이 남기는 회평(回評)을 많이 인용하고 있어, 『삼국지』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모종강의 회평 몇 개 적어본다.

 

조조가 여백사 일가족을 죽이고 한 말, “차라리 내가 천하의 사람들을 배반할지언정 천하의 사람들이 나를 배반하게 두지는 않겠소”에 대한 모종강의 회평이다.

 

“누구나 이 대목을 읽다가 조조를 욕하거나 꾸짖으며 죽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조조의 이러한 솔직한 성격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묻겠다. 누가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또 어느 누가 당당히 나서서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42쪽)

 

관우가 조조를 살려준 대목에서 모종강의 회평을 들어보자.

 

‘관우가 조조를 대하는 태도를 가지고 어떤 사람이 문제를 제기했다.’

“어째서 허전에선는 죽이려 하면서 화용에서는 죽이지 않았느냐”고.

내가 답했다.

“허전에서 죽이려 한 것은 충이고 화용에서 죽이지 않은 것은 의다. 순역을 분별하지 못하면 충이라 할 수 없고, 은원을 헤아리지 못하면 의라고 할 수 없다. 관우같은 사람은 충성이 하늘에 닿고 의리가 해를 뚫으니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사람이다.” (394쪽)

 

『삼국지』를 읽는 재미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고, 일이 벌어질 때마다 순간 순간 대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인데, 이럴 때 모종강의 회평은 독자들로 하여금 『삼국지』의 깊은 맛을 제대로 맛보게 해준다.

 

다시, 이 책은?

 

소설 『삼국지』를 몇 번씩 읽었지만, 그래도 또 읽게 된다.

즐거리도 다 알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이 있으니, 읽게 되는 것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1권과 2권으로 되어 있으니, 일단 다른 번역보다는 페이지 수 - 다른 『삼국지』 번역본은 보통 10권씩이다 - 가 적어 읽을 양이 적어 좋다고 펼쳤는데, 이건 그런 것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삼국지』다. 해서 눈을 크게 뜨고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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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11 ㅣ 과학이슈 11 11
반기성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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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11』

 

이 책은?

 

이 책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11』은 현재 관심을 가져야할 과학 이슈를 모아놓았다. 이슈는 모두 11개이다.

 

저자는 반기성외 11명이 전공별로 쓴 공저다.

 

이 책의 내용은?

 

현재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학 이슈 11개를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모두 살펴봐야 할 가치가 있는 이슈들이다.

하나 하나 이슈를, 열거하면서 간단하게 간추려본다.

 

첫 번째 이슈는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이다.

 

코로나는 지금 우리 코앞에 다가온 문제니,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현재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 집단 면역을 위해 접종은 꼭 필요하다.

 

보통 인구집단의 60-70% 가 백신을 접종받아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졌을 때 집단면역을 형성했다고 하며,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고 면역성이 없는 사람들도 보호를 받게 된다. (31쪽)

 

그런데 지금 계속해서 아스트라제나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니 안타깝다. 그래서 이런 과학 이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지식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 이슈는 ‘민간 우주여행’이다.

 

하늘을 향한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변하고 있단다.

올드 스페이스는 무어고, 뉴 스페이스는 무얼까?

 

뉴 스페이스란, 국가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우주 탐사 방식을 말한다. (37쪽)

해서 미국의 정부기관인 NASA 대신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이 등장했다.

 

그래서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는 이제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단지 우주와 관련해서 등장하는 게 아니라, ISSUE 5 [미래교통] 하이퍼루프에서도 이름이 등장하니, 이제 그 이름 확실히 기억해 두자.

 

세 번째 이슈는 ‘유사 고기’이다.

 

콩고기라는 말 들어봤다. 그 정도였다, 그런데 대체육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체육은 식물육과 배양육으로 나뉜다는 것, 식물육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드는 것이고, 배양육은 동물 줄기 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56쪽)

 

더하여 3D 프린터로 찍어내기도 한다니, 과연 그런 고기는 맛이 어떨까? (63쪽)

 

네 번째 이슈는 ‘낙태 허용 논란’이다.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가 폐지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낙태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두고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71쪽).

 

다섯 번째 이슈는 ‘하이퍼루프’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교통수단은 네 번의 혁명기를 거쳤다.

선박, 철도,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다.

 

이제 다섯 번째 교통혁명을 앞두고 있는데, 그게 바로 하이퍼루프다.

현재 육상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철도인데, 일본의 신칸센이 시속 603, 프랑스의 테제베가 574, 중국의 CHR이 501Km 다. 우리나라의 KTX는 421Km다.

철도가 더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이유는 공기와의 마찰 때문이다. 비행기가 철도보다 속도를 더 빠르게 낼 수 있는 것은 상공에 공기가 희박해 기압이 불과 0,26 기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서 하이퍼루프는 공기와의 저항을 최소한도로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이퍼루프란 진공의 튜브 안에서 공중에 살짝 뜬 상태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를 말한다.

현재 자기부상열차 형태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92쪽)

 

여섯 번째 이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이다.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해서 조작하는 방식을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 또는 뇌-컴퓨터 인터 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라고 한다. (111쪽)

 

이는 휴먼증강과 관련이 있다.

휴먼증강는 과학 기술과 결합해서 능력을 단순히 향상하는 것을 넘어 인간 자체를 변형하는 인공 진화 기술이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인공지능에 뒤지지 않도록 인간의 지능을 증강하기 위해 BMI를 선택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위험하다고 여기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112쪽)

 

일곱 번째 이슈는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하베스트는 추수한다는 말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에너지를 추수한다는 말인데 어떻게?

 

1954년 당시 벨 연구소가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면서 하베스트라는 말이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태양 에너지 같은 자연 에너지는 사용할 수 없는 버려진 에너지로 인식되어서, 이처럼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를 생산한다는 의미로 에너지 하베스팅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이제 생활에서 버려지는 모든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129쪽)

 

여덟 번째 이슈는 ‘오존층 파괴’이다.

 

오존은 두 가지가 있다.

지표면에서 만들어지는 오존은 건강에 해로운 반면, 성층권의 오존은 지구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149쪽)

그러니까 지표면의 오존은 적을수록 좋지만, 성층권의 오존은 많아야 한다.

 

그런데 대기 상층에 있는 오존층의 두께는 겨우 3mm다.

오존층이 뚫리는 것은 CFC를 비롯한 오존파괴물질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물질은 방출 후에도 몇 십년에서 100년 정도를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최근 오존 구멍의 변화 폭이 심해져 남극과 북극의 오존 구멍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2019년에는 오존 구멍이 역대 최소였지만 2020년에는 다시 커졌다.(158쪽)

 

아홉 번째 이슈는 ‘K-뉴딜’이다.

 

2020년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 일명 K-뉴딜은 2025년까지 5년간 16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디지털 뉴딜’ :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정책,

‘그린 뉴딜’ : 친환경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정책,

‘안전망 강화’ : 이런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실업 확대 등에 대비한 정책.

 

이는 결과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다. (169쪽)

 

열 번째 이슈는 ‘금성 생명체 논란’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으로 생명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이다. (189쪽) 그런데 금성 대기에서 극미량의 포스핀이 발견되었다. 포스핀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 생성되는 물질이다. 해서 포스핀이 발견된다는 것은 생명체 서식의 강력한 징후로 여겨지는 것이다. (190쪽)

 

금성 대기에서의 포스핀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금성의 환경이 가혹해 포스핀이 발견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191쪽)

 

물론 이에 대하여는, 데이터 분석과정에서의 실수라는 이론이 있다는 것도 적어둔다. (195쪽)

이런 논의가 있다는 것은 우리 인류가 지구 말고 다른 곳에 생명체의 징후가 있는지를 찾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열한 번째 이슈는 ‘2020년 노벨 과학상’이다.

 

2020년 노벨 과학상의 주제는 블랙홀, 유전자 가위, C형 간염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로저 펜로즈, 라이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 교수인데, 이들은 블랙홀의 정체를 밝혀낸 공로로 수상했다. (211쪽)

 

다시, 이 책은?

 

관심의 방향이 달랐었다고 하기에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 맞다.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그걸 나혼자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이 내가 ‘우물안 개구리’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내가 살고 있는 우주도 변하고, 지구도 변하고, 그 지구를 살아가는 인류의 기술도 변하고 있으니, 정말 눈 똑바로 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 책,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세상은 정말 변하고 있다는 것을.  소름 끼치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책으로 그걸 알게 된다.

 

이 책, 과학책인데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놓고 있어, 과학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접근하고, 읽으면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러 가지 설명을 뒷받침하는 사진도 들어 있어, 이미지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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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ㅣ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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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저택에서 『365일』

 

이 책은?

 

이 책 『365일』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블란카 리핀스카, 폴란드 소설가다.

<폴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여성.

『365일』, 『오늘』, 『또 다른 365일』 3부작을 썼고, 해당 시리즈는 폴란드 내에서만 1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독일, 헝가리, 브라질 등 발 빠르게 출간한 나라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었고, 슈피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그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이 책의 내용은?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먼저 살펴보자.

 

여주인공은 라우라, 호텔 직원인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휴가차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남주인공은 시칠리아의 마피아 두목(? 수장)인 돈 마시모.

그는 어떤 환상을 보고, 그 여인을 만나려고 애를 쓰는데, 그 여인이 바로,,,,

 

이 소설, 일단 시작이 신선하다.

환상, 사람들은 환상을 좇고, 또한 쫓는다. 해서 현실에선 없는 이야기, 있을 수 없는 이야기에 끌린다.

 

먼저 첫 번째 환상.

남자 주인공 마시모는 ‘몇 년 전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로 자신의 환상 속에 매일 라우라가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의 환상 속에 나타난 여인의 모습을 마치 현상 수배 몽타쥬 그려놓듯이 그려낸다.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거야, 나도 공항에서 널 보기 전까지는 실제로 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자, 벽난로 위에 있는 그림을 봐,”

난 남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어떤 여자의 초상화였다. 저건 내 얼굴이잖아. (59쪽) 

난 화가를 불러서 꿈 속 여자를 그리게 했어, 바로 네 그림을. (59쪽)

여자는 그 말들 듣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59쪽)

 

두 번째 환상, 마시모, 이런 남자? 세상에? 없다. 없을 것이다.

 

첫째로, 그는 가질만큼 다 가졌다. 돈도, 권력도 심지어 무력- 완력이란 말이 맞다 ? 도 가지고 있는 남자다.

 

권력,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권총으로 직접 쏘아죽이기도 한다.

 

또한 재력, 무시무시하다. 가지고 있는 사업체가 몇 개인지?

또한 그녀를 위한 마음 씀씀이, 대단하다.

 

옷을 사러 가게 -  부티크 등등 - 에 갔다.

거기에서 그녀가 고른 옷들, ‘나는 옷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안토니오가 입으라고 쌓아둔 자그마한 드레스 무더기의 가격을 합하면 바르샤바의 아파트 한 채도 살 수 있었다’(91쪽)고 할 정도로 통 큰 쇼핑을 허용할 수 있는 사람.

 

내 방하나만 해도 적어도 24평은 되어 보였고, 안에는 내가 갖고 싶어 할만한 모든 게 갖추어져 있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드레스룸은 <섹스 앤 시티>에 나올만한 규모였다. (80쪽)

 

두 번째 그의 캐릭터도 여자가 끌릴만하다.

 

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표현이 딱 맞는다. 위험하고 거침없고, 반항을 용납하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나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 이 모든 점이 혼합된 이 남자는 무섭지만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87쪽)

 

시칠리아 마피아 가문의 수장 마시모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인 장삼이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환상이다. 그런 환상이기에 소설이고, 그런 소설이기에 눈을 뗄 수 없다. 몰입도, 세다.

 

시칠리아에서 라우라는 마시모에게 납치되고 사로잡혀, 그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365일의 시간을 달라는,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허용된 기간은 365일,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다시, 이 책은?

 

그렇게 감금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지내는 동안 라우라의 심리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런 심리 묘사, 저자가 여성이라서 가능한 것인가?

또한 농익은 성애의 묘사 또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개월, 둘은 어느새 한 몸이 되기도 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기로, 줄거리가 진행이 된다. 그래서 그렇게 둘이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아, 이걸 깜빡했다. 이 작품이 3부작 - 『365일』, 『오늘』, 『또 다른 365일』 - 이라는 것을.

이게 단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어쩐지 너무 스트리가 순순하게 흘러간다 싶었더니,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갑자기 변수가 생긴다.

 

그래서 다음 권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그저 서론 격이라는 것, 해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어떤 일이 생겼나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된다는 것 알기에,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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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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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낸 거룩한 존재 - 『아버지에게 갔었어』

 

이 책은?

 

이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신경숙, 신경숙의 8번째 장편소설이자,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매거진 창비]에서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살아가는 것은 사건이다. 사건의 연속으로 삶의 모습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 사건을 통해, 그 사건을 통과하면서 사람은 사람이 되어간다.

소설도 그렇다.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사람을 그려내고, 그 사람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이 소설은 특히 더 그렇다.

이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 그저 평범하게 보이던 그의 모습이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이 소설, 사건이 시작되면서 그건 알지 못했던, 아니 구태여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197쪽)

 

그 사건은 <엄마가 입원>한 사건이요, 엄마가 입원한 동안 <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나’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는 것이 이어지는 사건이고, 그 사건을 시작으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 사람은 아버지다.

 

여기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J시라고 이니셜로 등장하는 도시는, 전라북도 정읍시다. 근처에 내장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또한 C시는 전라북도의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다. 예수병원이 있는 곳이라 하니, 전주시가 맞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정읍으로 내려간 화자, 아버지의 큰 딸이다.

큰 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 그리고 화자, 그리고 여동생 이삐, 그리고 막내 동생, 아들이다. 이렇게 4남 2녀의 큰 딸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저자 소개말에 이런 글이 보인다.

 

삶과 세상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철학, 여러겹의 아버지의 모습과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시리고도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앞표지 날개)

 

해서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러겹’으로 펼쳐져 나타난다.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76쪽)

 

그 익명의 존재가 이제 4남 2녀의 자식들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먼저 화자인 큰딸의 눈으로, 다음 헛간의 궤짝에서 찾아낸 큰오빠와 아버지의 오고간 편지를 통해서, 다음에는 <그에 대해 말하기>에서 둘째 아들의 눈으로, 엄마 정다래의 입으로, 그 다음 아버지와 함께 전쟁을 겪어낸 ‘박무릉’의 입으로, 또 손자의 눈으로 아버지의 모습이 변주되어 나타내 보인다.

 

1933년, 아버지가 그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어디서든 1933년이라는 연호를 발견하면 잠깐 그 숫자에 시선을 멈추곤 했다. (23쪽)

 

딸과 함께 이 집에 오면 저 침대에 셋이 누워서 아버지 얘기를 나누곤 했다. 딸은 엄마가 하는 아버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게 사실이에요? 책에서 나오는 얘기 같아요, 하면서 귀를 기울이곤 했다. (48쪽)

 

큰오빠가 파견근무로 리비아에 나가 있었을 때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묶음.

그리고 아버지가 그 편지에 답장한 것들.

 

집에 혼자 나머서 애들 기르고 현이랑 셋째까지 데리고 있는 니 처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성푸미 오나한 사람인줄은 이미 알앗지마는

고마운 일이다 멀리서도 공경하고 성실하고 상냥히 대히라

나는 더 바랄 거시 업다. 1989년 4월 18일 아버지가.

 

아버지는 익숙하지 않은 책 읽기와 쓰기를 위해 한글을 배우러 야학에 다녔다.

덕분일까, 처음엔 단문이던 아버지의 편지는 때로 복문이 되기도 하고 부호와 마침표를 쓰기도 하며 길이도 점점 길어졌다. (182쪽)

 

아버지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말할 것이 없제, 였다. 말할 것이 없다........아버지는 기쁜 일이 생겨 그걸 표현할 때도 말할 것이 없제, 라고 했고, 고통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도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198쪽)

 

점점, 점점 아버지의 모습은 그렇게 살을 입고, 옷을 입어가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다시, 이 책은?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7쪽,제사)

 

그렇게 세월을 살아낸, ‘우리들의’ 아버지가 이 책에 있다.

 

더 하나, 이것 기록해두고 싶다.

인생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내용을 다 잊었는데 하나는 생각나는군.

삶에는 기습이 있다, 라는 문장 말일세. (323쪽).

 

아버지와 전쟁통에서 만나 생사를 같이 했던 박무릉의 말이다.

 

살아가는 시간 속엔 기습이 있지. 기습으로만 이루어진 인생도 있어. 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기나 하늘에다 대고 땅에다 대고 가슴을 뜯어 보이며 막말로 외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내뱉을 수도 없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 아닌가. (323쪽)

 

이건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밑줄 굵게 긋고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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