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삼국지 1 -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 술술 삼국지 1
허우범 지음, 예슝 그림, 차이나랩 기획 / 책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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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좋은 술술 삼국지』 1

 

이 책은?

 

이 책 술술 삼국지는 삼국지를 종합하여 살펴보고 있는 책인데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허우범, <기행작가이며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연구원독서와 여행을 통해 오늘의 시대와 삶을 반추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7년간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고 삼국지 기행을 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성격을 살펴보자.

일단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국지』 번역본은 아니다.

<이 책은 역사소설인 삼국연의』 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으로주요 장면마다 소설의 모본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와 나관중모종강 삼국연의』 의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소설 내용과 인물 묘사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예슝 작가의 삽화와 함께 구성한 책이다.>

 

해서시원한 삽화를 감상하면서저자가 읽어본 삼국지들을 한꺼번에 모두 살펴보는 보기 드문 기회를 독자들은 만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번역을 참고하며비교하는 삼국지 역본은 다음과 같다. (59)

 

나관중과 모종강 등 중국의 작품을 비롯하여 양주동최영해이병주박종화황석영정소문리동혁그리고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까지두루 두루 설렵하면서 비교해 놓고 있다.

 

고우영 만화 삼국지도 의미있다.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인용한 부분 살펴보자.

 

삼국지』 초반에 동탁이 권세를 잡고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는 부분에서사도 왕윤이 초선을 이용하여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떼어놓는 장면이 있다일종의 미인계다.

 

여포에게 초선을 보여준 왕윤은 초선을 동탁에게 보낸다자기에게 보내줄 것으로 알고 있던 여포는 그날부터 오매불망 초선바라기가 되어동탁을 원망하기 사작한다.

그런 상황을 눈치챈 참모 이유가 동탁에게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라 건의한다그러면 여포가 죽기살기로 동탁을 섬길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죽도밥도 아니게 된 초선은 다시 한번 계교를 짜내어참모 이유의 계략을 무너뜨린다여포에게 자신을 보내면 자결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물론 그건 연기다.

 

(동탁은초선에게 더 깊게 빠져들었습니다초선의 실감나는 연기에 삼혼칠백이 녹아나는 동탁의 모습을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것은 고우영입니다한번 살펴볼까요? (72)

 

저자의 말을 확인하고자직접 고우영 만화 삼국지를 찾아보았다. 2권 109쪽이다.

 

 

이렇게 해서 동탁 옆에 있게 되는 초선, 둘을  떼어놓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다.

결국 동탁은 분을 참고 있던 여포의 창에 찔려 죽게 된다사도 왕윤과 초선의 살신성인이 폭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우리말 번역에서 빠진 부분들

 

소패에서 여포의 공격을 받은 유비는 소패성을 빠져나갔다그때 그의 가족은 성안에 있었다이에 관한 기록이 이 책에 나온다.

 

여포는 미축에게 유비의 식솔을 데리고 서주로 가서 지내도록 했습니다그리고 미축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모종강이 삭제한 나관중본의 내용을 알아볼까요? 

여포는 미축에게 자신이 지니고 있던 보검 한 자루를 주고는문으로 들어오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복을 베라고 하였다.’ 

이 한 문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큽니다여포의 심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147)

 

이 부분이 우리가 흔히 보는 삼국지』 번역본에서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여포는 유비가 이미 달아난 것을 알자 뒤를 쫓으려 들지 않았다. (…… ) (그는곧바로 소패로 들어가 남은 백성들을 안심시킨 뒤 고순에게 소패를 지키게 하고 자신은 다시 서주로 돌아가버렸다. (이문열 삼국지, 3, 126)

 

이 번역본에도 역시 위와 같은 여포의 말이 언급되고 있지 않다.

유비의 가족(식솔)에 관한 언급도 없다.

 

유비의 행동이해하자면

 

황제와 함께 사냥을 나선 조조, 그 방자함이 황제를 발아래에 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관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에 조조의 목을 칠 기세였습니다유비가 이를 보고 급히 손을 저으며 안된다는 눈짓을 하자 관우도 움직이질 못했습니다오히려 유비는 조조에게 몸을 구부리고 칭찬했습니다.

승상의 귀신 같은 활솜씨는 세상 어느 누구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이 모두가 황제의 홍복이오.” 

조조는 즉시 천자에게 칭하하는 말을 했지만 활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이 부분을 읽을 때면 유비의 행동이 비굴해 보입니다하지만 나관중본에 있는 문장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 문장은 이렇습니다. 

‘(유비가 눈짓을 하자관우가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조조가 빤히 유비 자신만을 바라보자이에 당황한 유비가 얼른 몸을 굽히며 조조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조조가 유비와 관우의 눈짓언어를 날카롭게 살펴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155-156)

 

이런 세세한 상황의 변화움직임을 여러 본을 살펴보면서삼국지의 이면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모종강의 회평읽어볼 가치 있다.

 

삼국연의』 모종강본은 청나라 강희 연간에 모종강 부자가 엮은 판본으로현재 한중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판본이다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인용하고 있기도 하다.

 

모종강은 촉한정통론에 근거한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재편집하면서 조조 악인론을 강화시켰다. (41)

 

특히 소설에서 모종강이 남기는 회평(回評)을 많이 인용하고 있어삼국지』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모종강의 회평 몇 개 적어본다.

 

조조가 여백사 일가족을 죽이고 한 말, “차라리 내가 천하의 사람들을 배반할지언정 천하의 사람들이 나를 배반하게 두지는 않겠소에 대한 모종강의 회평이다.

 

누구나 이 대목을 읽다가 조조를 욕하거나 꾸짖으며 죽이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조조의 이러한 솔직한 성격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임을 알아야 한다내가 묻겠다누가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또 어느 누가 당당히 나서서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42)

 

관우가 조조를 살려준 대목에서 모종강의 회평을 들어보자.

 

관우가 조조를 대하는 태도를 가지고 어떤 사람이 문제를 제기했다.’

어째서 허전에선는 죽이려 하면서 화용에서는 죽이지 않았느냐.

내가 답했다.

허전에서 죽이려 한 것은 충이고 화용에서 죽이지 않은 것은 의다순역을 분별하지 못하면 충이라 할 수 없고은원을 헤아리지 못하면 의라고 할 수 없다관우같은 사람은 충성이 하늘에 닿고 의리가 해를 뚫으니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사람이다.” (394)

 

삼국지를 읽는 재미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고일이 벌어질 때마다 순간 순간 대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인데이럴 때 모종강의 회평은 독자들로 하여금 삼국지의 깊은 맛을 제대로 맛보게 해준다.

 

다시이 책은?

 

소설 삼국지를 몇 번씩 읽었지만그래도 또 읽게 된다.

즐거리도 다 알지만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이 있으니읽게 되는 것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1권과 2권으로 되어 있으니일단 다른 번역보다는 페이지 수 - 다른 삼국지』 번역본은 보통 10권씩이다 - 가 적어 읽을 양이 적어 좋다고 펼쳤는데이건 그런 것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삼국지해서 눈을 크게 뜨고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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