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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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려야 할 『도연명의 유산』

 

이 책은?

 

이 책 『도연명의 유산』은 저자인 장웨이가 만송포서원에서 도연명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기록한 강연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는 장웨이, <한국 독자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작가이지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인으로 손꼽히는 작가로, 소설, 시, 평론. 시평 등 다방면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원래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도연명 평전’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은 평전은 아니고, 도연명이 남기고 간 유산을 핵심 키워드를 뽑아서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도연명이 거니는 숲에서 그저 자유롭게 그의 시구를 들으며, 그의 배경 설명 또는 시 구절 중 키워드를 통해 그의 생각(때로는 저자의 생각)과 그의 시대를 읽어가는 기분으로 읽으면 될 것이다.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이 자꾸만 나타나는데, 그건 저자가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에 역자나 편집자가 도연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해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책날개와 ‘옮긴이의 글’에 소개된 부분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해서 책을 읽다가 도연명의 생애에 대한 사전지식이 딸려, 글 소화하기에 힘겨운 부분이 많았다는 점, 밝혀둔다.

 

역자가 밝힌 이책의 독법(讀法)

 

<이 책은 모두 7강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자가 뽑은 키워드는 무려 127개 항목에 달한다. 번득이는 작가의 영감, 상상력과 추리력을 발휘하여 다양하고도 신선한 도연명 독법(讀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키워드는 하나의 잣대로 꿰어진 것이 아니기에 독자들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더라도 무방하다.>(11쪽)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도연명 평전이 아니기에, 의와 같은 독법이 가능하다.

그러니 키워드를 먼저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저자가 그 키워드를 가지고 도연명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 보이는지를 감안하면서 읽으면, 도연명을 훨씬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역자는 그 많은 키워드 중에서 ‘정글의 법칙’과 ‘버티기’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고 한다. (11쪽)

 

그런데 실상 ‘정글의 법칙’은 도연명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필자- 이 책의 저자 장웨이 - 는 도연명이 살았던 시대를 무시무시한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로 간주한다.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살아남자면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버터내야 한다. 이러한 키워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에도 적용된다. (12쪽)

 

역자의 말이다. 여기서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라는 말 중 하나를 ‘정신적으로’라고 바꾸는 게 옳을 듯하다. 어쨌든 역자는 이 책에서 키워드 둘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키워드 둘은 도연명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 될 것이다.

 

위진의 정글에서

 

연표를 찾아보니, 도연명(陶淵明,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田園詩人)으로 나온다.

 

동진은 어떤 나라인가? 그 시대는?  

 

위진 남북조 시대(魏晉南北朝時代, 220년 ~ 589년)는 중국의 역사에서 위진 시대와 남북조 시대를 통틀어 일컫는 단어이다.

위진 시대(魏晉時代, 220년 ~ 420년)는 삼국 시대의 위나라로부터 서진을 거쳐 동진에 이르기까지의 약 2백년 간의 시기이다.

남북조 시대(南北朝時代, 420년 ~ 589년)는 한족이 세운 남조와 한족을 장강 이남으로 밀어낸 유목민족이 세운 북조가 대립하다가 수나라에 의해 통일될 때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그러니 도연명은 위진시대에서도 서진이 망한 후에 세워진 동진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위진시대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시기에 살았으니, 그가 살던 세상은 당연히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시대였고, 저자는 이를 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정글의 법칙이 통하던 시대’라 이름한 것이다.

 

그런 정글의 법칙이 통하던 시대, 도연명을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역자가 거론한 또 하나의 키워드, ‘버티기’가 여기에 해당이 된다.

 

도연명은 바로 온갖 고통과 가난의 궁지와 위험 지대 속에서 ‘버티는’ 사람이었다.

 

이 때 릴케의 명언이 등장한다. 저자가 발견하여 제시한 릴케의 잠언이다.

 

사실 말할 수 있는 승리란 없으며, 버팀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 (97쪽)

 

도연명은 굶어 죽을 수 있었고 곤궁하여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상과 신념, 정신은 도리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시종 ‘버티는’ 영혼이었다. (98쪽)

 

심지어 굶어죽을 수도 있었다는 그의 삶을 그는 버텨냈다.

굶어죽을 수도 있었다고? 설마?

그래서 우리는 도연명의 삶, 생활을 조금 더 깊숙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상이 높은 관리로 나간 적이 있고, 그 자신도 여러번 관계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불우한 고난을 온통 겪고 괴롭힘을 극도로 인내하며 살아나갔다. (38쪽)

 

그는 몇 번 관직에 들어갔다가 매번 사직했으며, 최후에는 상부에서 몇 번 불렀으나 대답하지 않고 곧장 전원에 머물렀다. (45쪽)

 

사료에 기록된 도연명은 대부분 고독하고 곤궁한 시간을 보냈다. 부인은 일찍 죽었고 몇 명의 아이를 양육했다. 부유한 친구들은 많지 않았고 때로는 갈 곳조차 없었다. 집이 불탄 뒤 온 가족이 배 위에서 살지 않을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언제나 제철에 맞는 옷도 입지 못했고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61쪽)

 

이런 상황을 시로 읊은 것도 있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한 운명을 만나

밥 소쿠리와 표주박은 자주 비고

거친 베옷을 겨울에도 입었다. (나의 제문, 自祭文) (61쪽)

 

이러한 상황을 버텨서 살아남은 사람이 도연명이다.

그래서 도연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정글의 법칙’과 ‘버티기’를 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몸부림 속에서 빛나는 시

 

일부 사람은 떠나고 도피하는 가운데 더욱이 내면 세계의 몸부림과 반항이 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얻은 정신적 성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러한 사상과 예술이다. (33쪽)

 

그런데, 도연명의 실제는?

 

또한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겹의 덮개를 걷어내야 한다.

 

원래 그는 단순한 반항자가 아니었고, 고궁수절(固窮守節)하지도 않았다. 그는 결코 사회에서 도덕적인 우세를 차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주가 세상에서 으뜸가는 시인도 아니었다. (439쪽)

 

그래서 흔히 도연명을 ‘은사(隱士)’라 부르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도연명은 ‘은거’하기 전에 지위도 없고 명성도 없었으며, ‘은거’한 뒤에도 상당히 곤궁했다. 따라서 통상적인 의미의 ‘은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를 은사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후대 사람들이 그의 시명(詩名)에 의거하여 붙인 것이다.(62쪽)

 

후세에 그를 은사라 부를 정도로 그의 시는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의 시가 재평가 받기 시작하여 그의 명성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책을 다 읽으니, 이 말이 다시 떠오른다.

 

필자- 이 책의 저자 장웨이 - 는 도연명이 살았던 시대를 무시무시한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로 간주한다.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살아남자면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버터내야 한다. 이러한 키워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에도 적용된다. (12쪽)

 

그를 분석하는 키워드는 지금도 적용된다.

저자가 도연명을 알기 위하여 뽑아낸 키워드, 각각의 개념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아니,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

 

세상은 지금도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그런 시대를 ‘버텨낸’ 시인 도연명은 지금도 훌륭한 역사적 스승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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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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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이 책은?

 

이 책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은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책이다.

 

저자는 이창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철학박사를, 서울불교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 자연학과 인간학의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저자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수치’라는 감정을 파고 들어, 여러 갈래의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수치라는 감정을 그야말로 샅샅이 파헤쳐 놓았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분석 도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심리학, 각종 종교의 경전, 뇌과학, 신화, 언어학, 어원학, 동양 경전, 각종 문학작품, 등

그야말로 인문학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다.

 

해서 이 책은 먼저, 수치를 분석하려는 저자의 노력 덕분에 수치라는 말이 여러 방면으로 역사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수치와 관련된 인간의 각종 감정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으니,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감과 공감의 차이는?

 

뇌의 언어로 보면, 교감은 내가 타인의 감정을 거울뉴런으로만 느끼는 것이다. 반면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느낄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마음속에서 재생해 이 재생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감은 공감을 위해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이전 단계다. (46쪽)

 

이런 분석을 위시로 하여 저자는 우리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감정의 교류를 분석해 놓고 있다.

 

수치와 부끄러움

 

수치와 부끄러움은 우리에게 낯붉힘을 일으키는 감정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수치는 ‘부정적인 의미’ 맥락을 가진 것이고 부끄러움은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의미 맥락에서 사용된다 (6쪽)

 

이 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수치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알게 된다. 지식적 차원에서 수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수치라는 감정을 샅샅이 훑어나간 저자 덕분이다,

 

다음으로는 이 책을 정신 수양을 위한 교재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실천적 차원에서 읽어보는 것이다.

수치에 관한 각종 명언들, 격언들, 잠언들을 읽어가면서 내 마음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신화 시대의 수치

 

신화는 과학의 사실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사실성을 가진 설명방식이며 통찰의 세계다. 신화에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설명이나, 과학이 접근하기 어려워서 괄호 속에 넣어 놓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있다. 신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까닭은 이러한 설명과 해답에 인간의 자기 이해 방식이 배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신화는 과녁을 돌려 인간에 대한 진실한 내용을 좀 더 원초적인 형태로 전달하고 있다. 원초적이기 때문에 더 간단하고 쉬우며, 인간을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라서 그 은유적인 설명방식이 재미나다. 그러니 신화적인 설명을 포기할 수 없다. (112쪽)

 

신화는 인간 자신이 동물과 자연에 속하는 것에 대한 수치를 불복종의 결과로 제시했다. 초자연적인 본성을 어긴 죄는 인간 안에 깊은 죄의식을 심었다. 동물에게는 죄의식이 없고 수치도 없다. 자연상태를 혐오하는 인간만이 그것을 수치로 여기고 죄의식을 갖는다. (359쪽)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인간은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불을 선물받았지만 여전히 서로 싸우며 불화 속에 살았다.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는 인간에게 다시 두 가지를 나눠준다. 염치(명예)와 정의였다. (256쪽)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서 해당되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인간에게 국가를 경영하는 기술은 아직 없었는데, 전쟁의 기술은 이 기술의 일부니까, 그래서 인간은 함께 모여 공동체를 건설함으로써 자신을 구하려 했으나 함께 모일 때마다 인간은 국가를 경영하는 기술이 없어 서로 불의한 일을 했고. 그래서 인간은 도로 흩어졌고 다시 도륙되기 시작했소. 그러자 제우스는 우리 인간 족속들이 완전히 멸종하지나 않을까 두려워 헤르메스를 인간에게 보내 염치와 정의를 가져다주게 했는데, 공동체를 구성하고 우애를 맺는데 이것들이 원칙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소.

(천병희 역, 『프로타고라스』 323b,c, 『플라톤 전집』 III, 222쪽)

 

그 다음,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대목이니 인용해 본다.

 

헤르메스는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염치와 정의를 나눠주어야 하는지 제우스에게 물었소.

모든 인간에게 나눠주라고 제우스가 말했소. ‘모든 인간이 나눠 갖게 하라. 다른 기술들처럼 정의와 염치가 소수의 것이 되면 국가가 생길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염치와 정의를 나눠 가질 수 없는 자는 공동체의 역병으로 간주하여 죽여 없애야 한다고 내 이름으로 법으로 정하라.’ (위의 책, 223쪽)

 

이러한 신화적 인식은 이후 철학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수치의 의미를 탐구했다. 여기에는 수치의 두 얼굴이 나타난다. (256쪽)

 

맹자, 유자입정(儒子入井)의 논증

 

어린아이가 천진하게 우물 쪽으로 기어 가다가 그 곳에 빠지려 하는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순간에 그것을 본 사람은 당장에 몸을 날려 아이를 구하려고 한다. 이는 머릿속으로 이로움을 계산한 뒤에 한 행동이 아니다. (236쪽)

 

맹자는 이런 상황을 예로 들면서, 수오지심을 논한다.

그런 수오지심은 결국 정의와 연결이 되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끄러움과 미워함, 곧 수치와 혐오는 의로움과 연결된다.

우선 혐오는 생리적인 차원에서, 생존을 위해 썩거나 더러운 음식, 똥오줌, 고름, 침, 땀, 피 등의 오물을 더러워하고 그것을 가릴 줄 아는 고유한 능력이다.

이 생리적 차원의 능력은 심리적 차원으로 옮겨져 가서, 싫고 꺼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혐오의 감정이 되었다, 이어 윤리의 차원에서 더러운 언행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가차없이 그것을 미워하는 공분으로까지 전용되었다. (238쪽)

 

수치와 혐오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정이며, 둘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239쪽)

 

맹자의 생각은 계속된다.

 

『맹자』 <진심, 상>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 없다.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면, 부끄러워 할 일이 없을 것이다.

人不可以無恥라! 無恥之恥면 無恥矣.

 

또 이 말도 기억해두자.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맹자는 말하는데, 그 중 두 번째 즐거움 기억해 두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하늘 아래 부끄러움이 없는 것, 그게 두 번째 즐거움이다.

 

다시,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이라고 부끄러움의 상황을 모르겠는가? 알지만 그것이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그것은 당신이 온전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사이코패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46쪽)

 

해서 우리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쓴 목적도, 이 시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많이 나타났기에, 그들에 부끄러움을 알려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부끄러움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다.

해서 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에,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아는 자의 몫일뿐이다.

 참된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럽지 않도록 삶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243쪽) 

아, 이런 때에는 플라톤이 말한 제우스의 법이 자꾸만 떠오른다.

<염치와 정의를 나눠 가질 수 없는 자는 공동체의 역병으로 간주하여 죽여 없애야 한다고 내 이름으로 법으로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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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로 떠난 간호사
윤혜진 지음 / 인간사랑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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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를 바꾸게 하는 책 - 『아랍에미리트로 떠난 간호사』

 

이 책은?

 

이 책 『아랍에미리트로 떠난 간호사』는 현직 간호사의 도전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윤혜진, <1992년생으로 현재 아부다비에 위치한 병원의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다. 치열한 자기계발을 통해 CCRN, NCLEX를 취득했고 ‘간호사의 공부방’이라는 간호, 의학지식 관련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20대 초반부터 여러 도전을 시도하고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이후 도전과 실행력이 답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현재 블로그를 통해 간호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 아랍에미리트 간호사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인생 이야기는 누구의 것이든 흥미롭다.

그게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현직 간호사의 도전기다.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병원.

그 안에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행정직 진원들이 일하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중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직종은 단연 간호사다.

 

그런데 우리는 간호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자의 아픔을 고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돌보아주는 간호사, 그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또한 노력하는지,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1992년생, 현직 간호사다.

근무처는? 한국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멀고 먼 나라다.

 

그녀가 그곳에 가기까지, 또한 그곳에서 지내는 이야기가 진솔한 목소리로 이 책에 담겨있다.

 

몇 가지 추려서 적어본다.

 

일단, 이런 이야기 들어보자.

어떻게 해서 그곳에 가게 되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지 않은가?

우리나라 간호사의 수준이 높다는 것, 그래서 해외에서도 환영받는다 한다.

역사적으로 독일에 간 간호사의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되었고, 또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간호사는 환영받는다는 것,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면 아랍에미리트는?

저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먼저 저자가 그곳 아랍에미리트 병원으로 가게 된 경위부터 알아보자.

일의 시작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저자가 그곳에 가는 데에는 몇 가지 단계 ‘일단’을 거쳤다.

흥미로운 부분이라, 옮겨본다.

 

'망설일 게 뭐 있나, 일단 해보는 거지.'라고 매일 다짐했다. '일단 나와보면 뭐라도 일어나겠지. 일단 공부해보면 뭐라도 얻겠지. 일단 시도해보면 결국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시작'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20쪽)

 

첫 번째 '일단' 영어 공부,

두 번째 '일단' 가고 싶은 나라를 결정,

세 번째 '일단' 학사 취득.

네 번째 '일단' 두바이 간호사 면허 시험,

다섯 번째 '일단' 지원하려는 병원에 이력서 보내기.

 

‘일단(一旦)’이란 말이 재밌지 않은가?

 

일단이란 말은 저자에게 이렇게 쓰인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 일단 저지르고 보자, 일단 비행기 타고 보자.

일단 말하고 보자. 일단 부딪히고 보자.

 

그렇게 ‘일단’을 거치면 신기하게 ‘일단’은 다음 단계의 문을 열어주는 계기로 작동한다.

그러니 기어 일단에서 2단으로 그리고, 다시 3단계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 ‘일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다 이루어졌다.

영어?

내 생각을 영어로 바로 말하는 수준, 외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억울한 순간에 명확하게 영어로 해명하기, 그 정도면 뭘 더 바라나? (187쪽)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도 영어가 술술 나왔다. 토플 점수와 아이엘츠 점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공부 과정이 재있어졌다. (203쪽)

 

가고 싶은 나라로는? 갔다. 지금 아부다비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학사 취득? 했다. BSN (Bachelor of Sciense in Nursing) 학사 학위 땄다. (22쪽)

두바이 간호사 면허는? 면허 땄다. DHA 간호사 자격 땄다.(23쪽)

 

망설이지 않고 일단 시작한 일은 모두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까지,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그게 이 책 안에 담겨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기를!

 

 

그중에서 기억해 둘만한 일들이 많다. 훌륭한 선생이 되기 부족함이 없기에 옮겨 놓는다.

 

실수에 관하여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아니 실수한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실수에 대하여 대응하는 자세가 한국에서와 아부다비에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실수는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거리가 된다. 그래서 두렵고 숨겨야할 것이고, 더해서 남에게라도 책임을 돌려야만 하는 것이 실수다,

그런데 아부다비 병원에서 한 실수는 그렇지 않았다.

 

넌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기에도 모자랄 귀중한 시간에 너의 실수를 가지고 놀리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거야. (83쪽)

 

오히려 우리는 실수를 해야 돼. 그래야 성장해. 실수는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훨씬 나아. (83쪽)

 

같이 일하는 외국인 간호사들이 해준 말이다.

 

모르는 것,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모르는 게 어때? 우리 모두는 모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잖아. (145쪽)

 

같이 일하는 외국인 간호사가 한 말이다. 그 다음 말이, 압권이다.

 

다 알면 얼마나 지루하겠니?

 

그렇다. 모든 걸 다 알면 삶이 점점 지루해진다. 더 이상 궁금한 게 없고 배우고 싶은 욕구는 점점 사라진다. (148쪽)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세상에서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왜 두렵냐고 말하는 그 간호사는, 정말 세상일을 잘 아는 사람이다.

 

정말 그렇다. 모르는 게 없으면, 더 배울 게 없다는 말이고, 그럼 호기심이 없어진 세상에서, 내일은 무엇하고 살아가나? 그저 해바라기만 하며 살아가나?

그런 대신에 지루할 틈이 없는 인생, 살아야 재미있지 않을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노력과 끈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 (58쪽)

 

"좋아하는 것 하나를 얻으려면 싫어하는 것 하나를 해야 해!" (189쪽)

 

그토록 간절하게 원해서 얻은 직업이 평범해지지 않으려면 계속 새로움을 갈망해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고 현재에 머물러 안주하려는 자신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196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일단 간호직에 근무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많은 도움과 도전이 될 것이다.

 

더해서 중견 사원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

특히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적당히 안주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꼰대’가 되어가는 단계에 있는 중견 사원들에게 안성맞춤의 교재가 될 것이다.

 

또한 인생에 있어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특히 이 말은 굵게 새겨 명심해두면 좋을 것이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해서 얻은 직업이 평범해지지 않으려면 계속 새로움을 갈망해야 한다. ”

 

그리고 덧붙여 이런 말도. 새겨보자.

 

“인간에게 최악의 질병은 바로 망설임이다.”

 

현직 간호사가 해 주는 말이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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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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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눈으로 본 사람들 세상. 『개』 (2021 개정판)

 

정말 궁금하다.

다른 생물들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 사람들이 사는 모습, 하는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은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워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소설은 개를 화자로 내세우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김훈은 또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는 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주인공인 개, 이름은 보리다. 진돗개다.

먼저 보리라는 개가 세상과 만나는 모습을 살펴보자.

 

보리는 수놈으로 태어났는데, 그가 맨처음 세상과 접한 모습은 다음과 같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내가 주둥이와 앞발로 엄마 가슴을 헤집고 젖을 빨아먹을 때, 세상의 느낌은 따뜻하고 포근했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17쪽)

 

따뜻하고 포근한 촉감에 고소한 냄새, 그게 보리가 만난 세상이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다보니, 사람의 경우도 그와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그런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를 낳아서 젖을 먹이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바로 보리가 떠올린 정경이 그려지지 않을까? 젖먹이 사람에게도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고소한 냄새까지 풍기는 곳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바로 사람의 손으로 쓰여진 소설이 갖는 한계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의 느낌으로 동물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말이다.  

그래도 이 소설은 최대한 개의 입장에서, 개의 시각으로, 개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개의 입장으로 바꿔 생각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이런 것 말이다.

 

냄새에도 거리가 있다. 먼 냄새가 있고 가까운 냄새가 있다. 독한 냄새가 다 가까운 냄새가 아니고 엷은 냄새라고 해서 먼 냄새가 아니다. (52쪽)

 

이런 생각은 사람으로서는 여간해서 떠올리기 어려운 일일테니까.

 

보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인 개인 보리가 어떻게 사람과 인연을 맺어가는지 살펴보자.

 

아아, 나는 그때 사람의 냄새를 처음으로 맡았다. 놀랍고도 기쁜 냄새였다.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정답고 포근해서 눈물겨운 냄새였다. (40쪽)

 

그 냄새는 사람 몸의 거죽에서 나오는 냄새가 아니라 몸속에서 오랫동안 절여진, 아주 튼튼한 냄새였다. (41쪽)

 

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던 그 짧은 동안에, 사람의 몸 냄새는 내 일생에 잊지 못할 느낌으로 몸속에 깊이 들어와 박혔다. 새로 태어난 사람의 냄새와 오래 산 사람의 냄새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그날 알았다. 사람의 몸 냄새 속에 스며 있는 사랑과 그리움과 평화와 슬픔의 흔적까지도 그날 모두 알게 되었다. 그 냄새는 모두 사랑받기를 목말라하는 냄새였다. (41쪽)

 

개는 냄새로 사람에게 다가가며, 냄새로 사람을 구분하며, 냄새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새벽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 라면 냄새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람 냄새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 맡은 주인집 손자의 젖내보다 훨씬 더 확실하고 튼튼한 냄새였다. (74쪽)

 

김훈의 ‘냄새’론(論)

 

개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인 ‘냄새’맡기를 계속해서 읽다보니, 저자 김훈은 여러 감각중 후각에 관한 묘사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훨씬 더 확실하고 튼튼한 냄새였다. (74쪽)

 

향긋한 냄새가 가늘게 퍼져왔다. (78쪽)

 

냄새들은 잘 말라서 바스락거렸다. (86쪽)

 

비오는 날 개집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내 몸은 그 냄새에 절여졌다. (145쪽)

 

나는 영수의 냄새를 맡고 사람 냄새를 처음 알았다. (85쪽)

 

나는 사람의 몸속이 어떤 냄새와 어떤 느낌으로 차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따스함과 축축함과 부드러움을 알게 되었다. (88쪽)

 

벼 냄새는 봄에는 희미해서 풀 냄새와 같았으나 여름이 지나면 노르스름한 향기가 뚜렷해졌다. 나는 그 모든 냄새를 좋아했다. (99쪽)

 

난 콧구멍으로 흙냄새가 들어오지 않으면 못 살아, 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할머니는 나하고 똑같다. (133쪽)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냄새를 형용하는 말들을 모아보면 정말 어떤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김훈이 피력하는 냄새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른 작품까지 넓혀 살펴본다면, 정말 김훈의 ’냄새론‘ 하나 나올 법하다.

 

김훈은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도 ’야백‘이라는 말을 통해 냄새를 묘사한다.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야백은 네 다리로 섰다. 네 다리가 땅을 디딜 때, 야백은 그 다리에 와 닿는 느낌으로 땅의 든든함을 알았다. ( ...........) 세상은 향기로웠고 힘이 가득 차 있었고, 끝이 없었다. 흙에서 햇볕 냄새가 났다. (위의 책, 68쪽)

 

바람이 불어와서 피가 흩날렸다. 야백은 제 피의 냄새를 맡았다. 냄새는 진하고 비렸다. 제 몸 깊은 곳의 냄새였다. (위의책, 89쪽)

 

나하를 건너오는 바람에 실려 오는 말똥 냄새로, 야백은 물 건너편에 수많은 말이 모여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몸 냄새가 다른 말들이었다. (위의책, 98쪽)

 

추억으로 남아있는 할머니의 ’강아지‘

 

  • , 우리 강아지 이리 온. (39쪽)

 

개 보리가 강아지였을 시절,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래서 마루 쪽으로 부지런히 달려간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주인 할머니는 강아지 보리를 부른 게 아니라 돌을 막 지난 손자 영수를 부른 것이었다.

  • , 널 부른 게 아니야.

하면서도 할머니는 팔을 뻗어서 나를 품에 안았다. (40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를 강아지라 부르셨던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의 일이었는데 눈이 펑펑 오는 겨울에 학교에 갔다 집에 들어서니

할머니께서 나를 맞이하시면서 “ 아이구 추웠지, 내강아지 .. 어서 들어와 몸좀 녹여라 …” 하시던 말씀이 기억이 난다.

손자를 귀여워 하시던 그 다정한 그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강아지 보리를 통해 그런 할머니를 보여준, 저자 김훈은 한국인인 것이 분명하다.

 

개에게 공부란? 사람에게도 공부란?

 

개가 공부한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김훈은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습득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 해서 개에게도 공부는 필요하다. 그럼 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할까?

 

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하다. (28쪽)

 

선생님은 많다. (29쪽)

 

나는 몸으로만 공부를 한다. 글씨나 숫자로 하는 공부는 무슨 공부인지 나는 알 필요없다. (120쪽)

 

내 공부는 오직 내 몸뚱이로 비벼서 알아내는 것이었다. (78쪽)

 

그렇게 공부하는 개, 보리는, 공부한 결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앎, 우리도 알아야 한다.

 

신바람은 개의 몸의 바탕이고 눈치는 개의 마음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을 치사하고 비겁하게 여기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도 개처럼 남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남들이 슬퍼하고 있는지 분해하고 있는지 배고파하고 있는지 외로워하고 있는지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지겨워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척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31쪽)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앞다리와 뒷다리와 벌름거리는 콧구멍의 힘만으로는 살아가지를 못한다. 나는 좀 더 자라서 알았다. 그것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고 사람들의 불쌍함이고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 것을. (48쪽)

 

그렇게 우리의 선생이 되는 보리에게 공부는 끝이 없다.

 

개들의 공부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기초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31쪽)

 

이 말 속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 대신에 타인, 다른 사람이라는 말을 집어넣으면, 그건 우리 사람에게 향하는 말이 될 것이다

 

해서 보리의 어록, 사람 사는데 적용해도 될 것들이다.

 

까닭 없이 짖는 개는 없다. 그러나 어느 때 짖는가를 보면 그 개가 어떤 개인지 알 수 있다. (111쪽)

 

사람 동네에서 개 노릇 하기가 쉽지 않았다. (114쪽)

 

싸움은 슬프고 외롭지만, 이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있다. (115쪽)

 

이런 문장, 읽으면 저절로 미소가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는 날, 나는 내 목줄을 잡은 영희를 따라서 보건지소에 갔다. (........) 개가 저 혼자서 예방주사를 맞으러 갈 수는 없었다. 개 혼자 가면 사람들은 예방주사를 놓아주지 않는다. (162쪽)

 

비발디의 <사계>, 보리의 <사계>

 

비발디의 <사계>만 들을 게 아니다. 보리가 관조하는 <사계>는 더 들을만하다.

 

봄의 흙은 향기로웠고, 그 흙 속에 고소하고 따스한 봄볕이 스밀 때 우리는 기쁨을 참지 못해 흙에 몸을 비비며 뒹굴었다. (50쪽)

 

벼 냄새는 봄에는 희미해서 풀 냄새와 같았으나 여름이 지나면 노르스름한 향기가 뚜렷해졌다. 나는 그 모든 냄새를 좋아했다. (99쪽)

 

가을 햇볕에 나무가 말라가면서 풍기는 향기를 나는 사랑했다. (135쪽)

 

세상의 소리들이 메말라서 깨끗해지는 겨울의 헐거움을 나는 좋아했다. (167쪽)

 

나는 겨울이 힘들어서 봄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봄이 신기해서 봄을 기다렸다. (168쪽)

 

다들 추워서 그런지, 겨울에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같았다. (169쪽)

 

가만히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자연이 주는 이 좋은 것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아가는지를. 요즘 누가 봄의 흙냄새를 맡기나 하며, 가을 햇볕에 나무가 말라가는 것을 생각이나 하고 살까, 그런 것 다 놓치고 살아간다. 개도 신나게 누리는 그 자연의 즐거움을.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 엄마의 모든 슬픔은 엄마의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21쪽)

 

땅을 놀리면 벌 받는다. 노는 땅에 쪼이는 햇볕이 아깝지도 않냐? (137쪽)

 

다시, 이 책은?

 

이 세상의 산골짜기와 들판, 강물과 바다,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 안개 낀 새벽과 노을 진 저녁들은 모두 입을 벌려서 쉴 새 없이 무어라 지껄이면서 말을 걸어온다. 말은 온 세상에 넘친다. 개는 그 말을 알아듣는데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사람들은 오직 제 말만을 해대고, 그나마도 못 알아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싸움판을 벌인다. 늘 그러하니, 사람 곁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개의 고통은 크고 슬픔은 깊다. (16쪽)

 

자연이 건네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들, 아니, 그런 말을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사느라고,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라고 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도 보리는 그 다음 말에서 우리 가슴을 울린다.

 

나는 그 고통과 슬픔보다 개로 태어나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자랑을 먼저 말하려 한다. (16쪽)

 

이 발언이 개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사람에게도 그대로 해당되었으면 좋겠다. 슬픔과 고통속에서도,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자랑을 말할 수 있다면!

 

이 책, 『개』는 200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21년에 개작한 것이다.

작품의 기조는 변함이 없어, 다시 읽게 되는 입장에서 줄거리보다는 김훈이라는 작가의 글에 조금더 신경을 쓰면서, 읽을 수 있다. 해서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매력을 흠뻑 맛볼 수 있었다는 점 말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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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
김경헌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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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클럽 하우스’라는 말이 무언지, 언제부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클럽 하우스?

골프를 치러 간 적이 있기에 클럽 하우스 들러본 적이 있지만, 사람들 말하는 것을 들으니 골프와는 먼 이야기였다.

해서 궁금해서 알아보니, 요즘 SNS의 한 방편으로 음성에 기반을 둔 서비스 앱이라는 것이다.

그럼 알아봐야지, 하면서 펴든 책이 이 책이다.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김경헌, 김정원, 신영선, 신호상, 이종범 5명이 같이 쓴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클럽 하우스의 시작은, 2020년 3월 17일이다.

이제 겨우 일년이 된, 아주 새로운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즉, 한국인들이 클럽 하우스에 발을 딛은 것은 2021년 1월 25일이라고 하니, 이제 마악 3개월이 넘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경현도 2021년 2월 4일에 가입했다(5쪽)고 하니. 정말 따끈따근한 김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런 신생, 신설, 새로운 것, 클럽 하우스.

지난 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모당의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간에 ‘클럽하우스’ 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그렇게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셜 앱을 가지고 설왕설래? 얼리 어답터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하여튼 클럽 하우스, 새로운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소개가 의미있다. 

 

먼저 다른 SNS 의 문제점을 생각해 본다.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

이 서비스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개인 쇼룸으로 변모해 버렸다. (27쪽)

 

show room. show window.

window 안과 밖이 전혀 다른, 보여주기 위한 것, 맞다.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서비스와는 다르게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역할을 하는 장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클럽 하우스가  데이비스와 로한 세스,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32쪽)

 

그렇게 시작한 클럽하우스는 기존 소셜 미디어와 차별화된 소통 방식을 갖고 있다.

‘실시간 음성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이건 텍스트 위주의 페이스북이나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이 시도하지 못한 방식이다.

 

클럽하우스는 1인 1계정을 원칙으로 하며,

그 계정의 정체성은 ‘사람’이어야 한다.

브랜드 계정은 커뮤니티 규칙 위반이며,

한 사람이 두 개의 계정을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원칙적으로 실명을 사용해야 하고 이름의 변경도 제한적이다. (40쪽)

 

클럽하우스에서의 경험은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 간의 긴밀한 공조로 만들어진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은 클럽하우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리스너로 보내게 된다. 원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필요할 때는 경청해주는 것, 이것이 리스너의 미덕이다. (54쪽)

 

클럽 하우스의 장점

 

이용자가 사랑하고 직접 만들어가는 서비스가 되었다. (64쪽)

 

오디오로 소통이 주는 장점 (81쪽)

 

흘러가고 사라지고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의 소통과 닮았다. (81쪽)

 

앞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모더레이터가 새로운 사람에게 간단히 요야해주는 방도 많다. 즉 새로운 사람이 입장했다고 해서 대화의 깊이가 줄어들지 않는다. (88쪽)

 

클럽하우스의 약점

 

서비스 개발 속도와 안드로이드 접근성 (64쪽)에서 취약하다.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64쪽)

 

※ 2021년 4월 현재 클럽하우스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용어를 접하게 된다.

 

라이브 커머스 (73쪽)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 방송.

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카카오의 '톡 딜라이브', 티몬의 '티비온', CJ올리브영의 '올라이브', 롯데백화점의 '100라이브'등이 국내의 대표적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다.

 

어그로 (agro)

관심을 끌거나 분란을 일으키고자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 (90쪽)

 

다시, 이 책은?

 

SNS 활동에 열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클럽 하우스도, 이 책도. 

클럽 하우스는 새로운 방법으로 타인들과 소통할 수 있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세계와 접촉할 수 있고, 이 책은 그 사용법을 알 수 있으니, 클럽 하우스 활용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해서, 일단 이 책으로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클럽 하우스, 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2021년 4월 현재 클럽하우스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니, 그들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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