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하) - 중세의‘압도적 선구자’,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일생 ㅣ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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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프리드리히 2세, 그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1194년 12월 26일 ~ 1250년 12월 13일, 중세에 살았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독일왕, 그리고 시칠리아의 왕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평가가 적절할 듯 하다.

 

이해, 황제 프리드리히가 죽었다. 세속 군주 가운데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세계의 경이를 모았고 여러 면에서 멋지고 새로운 업적을 이룩한 개혁가였다. (하, 349쪽)

 

베네딕트의 수도사이자 영국 출신의 연대기 작가인 매슈 파리스의 기록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가 한 평가가 다 맞다.

세계의 경이, 멋지고 새로운 업적을 이룩한 개혁가.

 

인문정신을 정치에서 실현하려고 한 인물.

 

나는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인문정신을 정치에서 실현하려고 한 인물이라고.

그렇게 말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그는 나폴리 대학을 세운다, 지금의 페데리코 2세 대학이다.

(참고로, 페데리코는 프리드리히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다.)

 

나폴리 대학은 유럽 최초의 세속대학이라 할 수 있다. (상, 156쪽)

나폴리 대학은 신학이나 교회법이 주요 과목을 차지했던 다른 대학과 달리 로마법이 주요과목이다. 또한 철학, 윤리학, 수사학도 가르쳤다.

고대에 교양 전반이라는 의미에서 중요시한 아르테스 리베라레스(리버럴 아츠)를 모두 가르치는 것이 프리드리히가 나폴리대학을 설립한 목적이었다. (상, 155쪽)

 

또한 그가 만난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195쪽)

프리드리히는 피사에서 피보나치를 만난다. 피보나치는 이탈리아 해양 도시국가 태생으로 젊은 시절 지중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슬람 세계와 교역을 하는 중에 아라비아 수학의 유용성을 알아차리고 유럽에 도입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었다.

또 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마이클 스콧이란 사람을 만난다.

 

마이클 스콧 (상, 197쪽) 

내가 마이클 스콧이란 사람을 만난 것은 단테가 쓴 『신곡』에서다

『신곡』 <지옥>편 20곡이다.

 

옆구리에 살점 하나 없는 저 사람은

마이클 스콧으로, 그는

마술의 속임수에 통달했었다. (『신곡』, <지옥>편, 민음사, 200쪽)

 

미주에 마이클 스콧에 대하여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문학가이자, 수학자. 아랍어와 히브리어로 된 아리스코텔레스와 아비켄나의 저술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마법사와 점성술사로 알려져 있다.>(위의 책, 383쪽)

 

그 사람에 대하여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피보나치를 언급하는 중에,

참고로 피사의 상인 피보나치는 프리드리히에게 자기보다 다섯 살 어린 친구를 소개한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아직 이슬람 통치 아래 있던 스페인에서 공부한 이 남자와 프리드리히가 교류한 분야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다. 프리드리히의 궁정을 드나드는 단골손님이 되는 마이클 스콧이란 남자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상, 198쪽)

 

유럽에 아리스토텔레스를 소개한 최초의 인물이다, 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러니 그전에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가, 아랍으로부터 역수입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등장은 그후 르네상스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해서 이 책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언급이 자주 보인다. 

프리드리히 2세가 세운 나폴리 대학에 관한 기술중,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인다.

나폴리 대학에서는 로마법이 주요과목이다. 또 철학, 운리학, 수사학도 가르쳤다. 그중에서 특히 아랍인이 연구하고 프리드리히가 독학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중시했다. (상, 155쪽)

 

또 있다. 프리드리히 2세의 아들인 만프레드가 이번에는 주인공이다.

 

만프레디는 고대 그리스어로부터 아랍어로 번역되고 다시 히브리어로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하나를 직접 읽고 유럽 사람들도 더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라틴어 번역을 후원한 바 있다. (하, 324쪽)

 

그러니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프리드리히 가문에 빚을 졌다는 것,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인문정신은 그의 정치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피흘리지 않고 싸우다, 6차 십자군

 

그는 십자군을 이끌고 원정길에 나선다, 교황으로부터 두 차례의 파문을 당하면서까지 미루고 미뤘던 원정이다. 그러나 목적은 싸우러 가는 게 아니었다.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게 그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는 그 목표를 이루었다. 리처드 사자심왕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었다.

 

리처드 사자심왕도 가톨릭 교회가 말하는 ‘불신앙의 무리’와 강화를 체결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살라딘을 상대로 격투를 벌인 후에 이 ‘불신앙의 무리’와 강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반대로 프리드리히는 한 번도 전투하지 않고 ‘불신앙의 무리’와 대화만으로 강화를 성립시킨 것이다. (상, 250쪽)

 

이런 에피소드, 그의 인문정신인 열린 세계를 잘 보여준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어느날 이슬람 총독이었던 알 가우지에게 물었다.

“예루살렘에 온 후 한 번도 아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왜인가?”

전 총독은 알 카밀로부터 황제의 체류 중에는 아잔을 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서른네 살의 황제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당신들 가운데 누가 내 영토를 방문하면 교회 종을 울리지 못하지 않나?” (상, 256쪽)

 

또 있다, 이런 이야기 그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다음날부터 하루에 다섯 번씩 모스크의 첨탑 위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낭랑한 아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루는 프리드리히가 부하들과 시찰 중에 그 일이 일어났다. 아잔을 들은 그들 가운데 그대로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 정경에 이슬람 측이 깜짝 놀랐다. 그들 누구도 그리스도교 세계 황제의 부하 가운데 그토록 많은 이슬람 교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이슬람 식 기도를 올리는 부하를 그대로 둔 채 남은 부하만을 데리고 시찰에 나서는 프리드리히를 봤을 때였다. (상, 257쪽)

 

이런 사실과 별도로, 리옹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교황측 검사 : 루체라에는 원래 그리스도교도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을 쫓아내고 그 땅에 아주시킨 사라센인에게 그들만의 마을을 만들도록 인정했다. 

 

다테오 (프리드리히 측) : 황제는 자국 안에서 그리스정교도, 유대교도, 이슬람교도라도 황제의 통치에 반대하지 않는 한 각자의 신앙을 인정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만을 루체라에 모여 살게 한 것은 어디까지나 통치상의 이유 때문이다. (하, 204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이라고 누구나 현실을 모든 것을 보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은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

시저가 한 말이다. (상, 233쪽)

 

위기의 어원인 라틴어 ‘crisis’에는 ‘소생’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 345쪽)

 

우리 말에서는 위기라는 말을 한자어 위기(危機)에서 추론하여 위험과 기회로 뜻을 헤아리는데, 그간 궁금했었다. 서양에서 ‘crisis’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다시, 이 책은? - 프리드리히 2세의 ‘역사적’ 의의

 

프리드리히 2세가 죽은 후에 교황 우르바누스 4세, 그 뒤를 이은 클레멘스 4세의 부추김에 힘입은 프랑스의 루이 9세와 그의 동생 샤를이 시칠리아를 침공하여, 결국 시칠리아는 샤를에게 넘어간다. 프리드리히 2세의 시칠리아 왕국은 그렇게 왕이 바뀌게 된다.

 

교황은 외국 군대를 끌여들여, 눈에 가시같았던 시칠리아를 요리해 버린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마키아벨리의 다음과 같은 통렬한 비판 글이 있다.

 

로마에 근거지를 둔 그리스도 교회가 이탈리아에 해를 끼친 것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군사력을 거느리지 못한 로마 교황이 다른 나라의 군사력을 끌어들일 힘은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이탈리아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처럼 항상 다른 나라의 왕에 의존해온 역대 로마 교황 덕분이다. 이탈리아는 외국 세력의 침략에 오랫동안, 그것도 되풀이해 고통받게 된다. (하, 330쪽)

 

물론 이런 글이 실린 마키아벨리의 책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금서처분을 받는다.(하. 331쪽)

 

어쨌든 프랑스 군을 동원하여 시칠리아를 도탄으로 빠트린 교황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에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프리드리히가 죽은 뒤 53년, 그 아들 만프레디가 죽은 37년 뒤인 1303년, 프랑스의 미남 왕 필리프가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를 체포하여 아비뇽 유수가 벌어진다.

그래서 로마 교황이 7대에 걸쳐 프랑스의 소도시인 아비뇽에 유폐된다. 그게 우리가 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프리드리히 2세가 교황과 ‘성’은 교황이 ‘속’은 황제가 담당하겠다고, 치열하게 싸웠던 역사는 배우질 못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유럽 중세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다음, 프리드리히가 열어놓은 인문정신이 서서히 유럽을 밝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르네상스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프리드리히 2세를 중심에 놓고, 유럽의 중세를 ‘쓸 생각’(12쪽)을 했다는데, 그 생각에 경의를 표한다. 프리드리히 2세를 빼놓고는 유럽 중세를, 유럽의 르네상스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니, 저자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언가 연결고리가 빠진 채로, 르네상스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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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상) - 중세의‘화려한 반역아’,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일생 ㅣ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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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pre - review

 

시오노 나나미의 책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를 읽고 있다.

이 책 읽기 전에 먼저 궁금한 것 정리해 본다.

 

프리드리히 2세의 가계와 생애

 

출생  -  사망 1194년 12월 26일 ~ 1250년 12월 13일


할아버지 : 프리드리히 1세 (별명 : 붉은 수염) 

아버지 :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6세 (Heinrich VI)

           (신성로마제국 황제, 시칠리아 왕)

어머니 : 콘스탄체(Constanza) -  시칠리아 공주, 노르만 왕조의 정통 후계자 (21쪽)

 

아내 -

첫 번 째 부인 : 아라곤의 공주 콘스탄체 (1209년 결혼)

두 번 째 부인 : 예루살렘 왕국의 이자벨 (욜란데)  여왕 (1225년 결혼)

세 번째 부인 : 잉글랜드 국왕 존의 딸 이자벨라 (1235년 결혼)

 

1222년 첫째 부인 콘스탄체가 사망하면서 예루살렘 여왕 이자벨 2세와 재혼해 예루살렘 국왕 자리에도 오른다.

이자벨 여왕이 아들 콘라트 4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자, 예루살렘 국왕 직위는 아들에게 넘어갔다. 콘라트 4세는 후일 독일 국왕과 시칠리아 국왕도 겸하게 된다.

 

1234년에는 독일 국왕을 겸하던 장남 하인리히 7세가 반란을 일으켰다.

1237년에는 작은아들 콘라트 4세를 독일 국왕에 앉혔다.

 

그는 1250년 12월 토레마조레 성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서거 이후 신성로마제국 황제 직위는 공석으로 유지되었다가 1312년 룩셈부르크 가문의 하인리히 7세가 가져갔다.

독일 왕위는 1220년 큰아들 하인리히 7세에게, 예루살렘 왕위와 시칠리아 왕위는 작은아들 콘라트 4세에게 계승되었다.

 

재위기간

 

신성로마제국 황제 (1220년 ~ 1250년)

독일 국왕 (1212년 ~ 1220년)

시칠리아 국왕 (1198년 ~ 1250년)

예루살렘 국왕 (1225년 ~ 1228년)

 

전임자 :

신성로마제국 황제, 독일 국왕 : 오토 4세(Otto Ⅳ)

시칠리아 국왕 : 하인리히 6세(Heinrich Ⅵ)

예루살렘 국왕 : 이자벨 2세(Isabelle II)

 

후임자 :

신성로마제국 황제, 독일 국왕 : 하인리히 7세(Heinrich Ⅶ)

시칠리아 국왕, 예루살렘 국왕 : 콘라트 4세 (Konrad Ⅳ)

 

그의 일생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지만, 복잡한 것은 여전하다.

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면서, 시칠리아 왕국의 왕이기도 하다.

또 예루살렘 왕국의 왕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은 예루살렘의 여왕과 결혼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시칠리아와 신성로마제국의 왕과 황제를 겸직하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되는 것인가? .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그런 의문점 정리해보기로 한다.

 

신성로마제국, 무척 궁금했었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게 대체 어떤 나라인가? 

 

800년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1세가 교황 레오 3세에게 명목상의 '서로마 황제' 대관을 받아 '신성 로마 황제'라는 개념이 탄생하였으며,

924년 황제 베렝가리오 1세의 사망 이후 제위 계승이 중단되다가

962년 독일 왕국의 오토 1세가 이탈리아 왕국을 통합하고 교황 요한 12세에게 황제 대관을 받으면서 제위가 부활하여 본격적으로 신성 로마 제국이 시작되었다.

나폴레옹 전쟁 도중 1806년 황제 프란츠 2세가 퇴위하면서 신성 로마 제국은 해체되었다.

{나무 위키}

 

분명 로마는 아닌데 왜 로마라는 이름이 들어있으며, 그게 나라이기는 하며,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는? 예컨대 시칠리아와는 어떻게 다른가?

 

신성로마제국은 수장이 왕인가, 황제인가?

그리고 그 수장은 어떻게 되는가? 누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는가?

 

여기 이 책에 그 답이 있었다.

 

중세 유럽 그리스도 세계는 두 명의 최고 지도자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다. 

로마 교황은 신의 뜻을 신자에게 전한다는 역할로 보건대 그리스도 교회의 최고위자이며 따라서 그리스도교도 전원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교황에 반하는 자가 파문당하는 것도 교황에 반하는 일은 신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신적’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종교적’이라는 말이었다. 

다른 하나는 황제인데 황제도 동방의 황제와는 다른 성격의, 유럽에만 존재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다. 유럽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는 세속의 최고위자로 여겨지던 존재다.

 

바꾸어 말하면 로마 교황의 책무가 신자들이 정신적이고 종교적으로 평안한 생활을 보내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황제의 책무는 같은 신자가 평화롭게 생활하며 굶주리며 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둘에 부여된 권력을 전자의 경우 ‘교권’, 후자는 ‘속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교권’과 ‘속권’이 나뉘어 있어도 최고위 사람에게만 신이 주신 권력이 있다는 중세이므로 로마 교황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도 세습은 허용하지 않았다. 둘 다 선거로 선출해야 했다.

 

로마 교황은 붉은색 옷을 입은 추기경들의 투표로 뽑혀야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흰옷을 입을 수 있는 교황이 된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도 ‘선제후’라 불리는 독일의 유력제후들에게 선출되지 않으면 머리에 제관을 쓸 수 없다.

 

이점이 다른 제후들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왕권은 왕의 아들로 태어나면 얻을 수 있는 세습의 권리지만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만은 그들보다 지위가 위였으므로 세습권이 아니었다. (82- 83쪽)

 

종교계의 최고 권위자인 로마 교황과 세속의 최고 실력자인 신성로마제국 황제만이 세습도, 전임자의 지명도 아닌 선거로 뽑혀야 비로소 취임할 수 있다.

로마 교황을 뽑는 것은 추기경으로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이다. 한편 황제를 선출하는 것은 ‘선제후’라고 불린, 봉건제후 가운데 유력한 제후들이었다. (112쪽)

 

자,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세습이 아니라, ‘선제후’라 불리는 귀족들이 투표를 해서, 선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프리드리히 2세가 가진 또다른 왕위, 시칠리아 왕국의 왕은?

 

프리드리히가 시칠리아의 왕이 된 것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세습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 왕 필리프도 영국 왕 존도 마찬가지다. (83쪽)

 

프리드리히 2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선출로, 시칠리아 왕위는 세습으로 이어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후에 로마로 떠나기 전에 아들에게 시칠리아의 왕위를 건네준다.

 

팔레르모 대성당에서 이제 막 한 살 생일을 맞은 적장자 하인리히가 아버지 프리드리히와 어머니 콘스탄체가 참석한 가운데 시칠리아 왕국의 왕으로 즉위했다. (61쪽)

 

시칠리아 왕국의 왕위는 세습이니까. 프리드리히 2세는 아들 하인리히에게 왕위를 넘겨준 것, 아무 문제 없다. 그 아들이 한 살이든 두 살이든.

 

그렇게 해서, 일단 궁금증 하나 풀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책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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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이의신청 - 영화감독 켄 로치, 다른 미래를 꿈꾸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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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영화 감독 켄 로치 - 『비주류의 이의신청』

 

이 책은?

 

이 책 『비주류의 이의신청』은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있다.

 

저자는 박홍규,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비주류의 이의신청』은?

 

켄 로치와 칸 영화제의 인연은 깊다.

그는 다른 영화제에서도 많이 수상을 했지만, 칸 영화제에서는 1993년, 1995년, 2006년, 2012년, 2016년에 수상을 했는데. 2006년과 2016년에는 각각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런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주류 영화를 찍는 죄파 감독이다.

그런 켄 로치를 초대하여 저자는 그의 영화를 일일이 분석하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국가, 인권, 자유, 노동, 복지, 가족 등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켄 로치를 이렇게 소개한다.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이 서민을 착취하는 세상에서 반세기 이상, 비주류의 이의신청 수단으로 시종일관 이단적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은 켄 로치밖에 없습니다. (22쪽)

 

따라서 켄 로치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바로 ‘비주류’이며, 또한 비주류이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의 있소’ 라며 외치고 있기에 ‘비주류의 이의신청’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인물, 켄 로치

 

켄 로치, 모르는 사람이다. 켄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어떤 영화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것이 떠올랐다. 영국 사회보장 제도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

 

그렇게 켄 로치라는 인물, 이름을 새기게 되고, 이 책을 통해 그가 만난 사람들, 작품 속에 녹여 놓은 사람들, 상황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게 되니, 이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그리고 저자가 비주류의 이의신청이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그를 표현하는 ‘칭송’의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켄 로치에게 영화란?

 

켄 로치에겐 영화가 곧 정치비판의 현장이다.

처음부터 그는 ‘대다수가 모르는 현실’, ‘잘 못 알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진실’에 드라마, 영화의 옷을 입혀 꾸준히 말을 걸어왔다. (9쪽)

 

‘진실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고 따라서 ‘진실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10쪽)

 

그는 소위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 감독의 전형이지만 그가 다루는 소재와 주제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에 입각해 있다. 언제나 평범한 보통사람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추구한다. 극소수 엘리트 지배층이 대다수 피지배자층을 착취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10쪽)

 

켄의 영화에는?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가급적 기성배우들의 출연을 자제하고 일반인들을 아마추어 배우로 삼아 그들이 실제 극 중 인물인 양 지내게 한다. 그러고는 사건 순서대로 촬영하면서 리얼리즘을 최대한 살린다.

그는 또한 스타를 고용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스타에게 고착된 이미지가 자신의 영화를 방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44쪽)

 

배우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우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게 하거나 조명을 최소화하여 자연주의적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다. (75쪽)

 

켄 로치의 역사관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250, 253쪽)

 

역사는 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현재 상황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켄 로치의 영화 철학

 

그런 역사관과 영화관을 지닌 켄 로치의 작품,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엮어낸다.

켄 로치가 어떤 영화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1장 죽어도 멜로드라마는 찍지 않는다

2장 오로지 민주주의 영화를 찍는다

3장 최악의 검열에도 항상 찍는다

4장 언제나 최하층 사람들을 찍는다

5장 목숨을 건 진실투쟁을 찍는다

6장 참된 민중혁명을 위해 찍는다

7장 해방과 자유를 위해 찍는다

8장 행복과 복지를 위해 찍는다

9장 인간성 회복을 위해 찍는다

 

켄 로치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들

 

영국의 역사, 특히 대처리즘으로 일컬어지는 대처 수상 시절의 역사. 

1979년 집권 이후 신자유주의를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킨 인물이 대처다. 그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심화, 무한 경쟁과 인간성 상실 등의 이슈는 현재 국경을 초월해 범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144쪽)

 

아일랜드의 역사. (256쪽 이하)

 

스페인 혁명의 전개 과정. (171쪽 이하)

 

더하여, 우리 나라의 노동 현실

저자는 노동법을 전공하고, 가르쳤다. 해서 영국의 노동 현실을 다룬 켄 로치의 영화를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켄 로치가 우리나라 고 최인기 씨 사건에 애도와 연대한 사실도 기록해 놓고 있다. (343쪽)

 

개별 영화에 관해 몇 가지 적어둔다.

 

두 명의 빌리

 

켄 로치의 [케스]는 보지 못했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본 적이 있다.

 

[케스]는 배리 하인즈의 소설 『케스 - 매와 소년』을 영화화한 것으로, 노동계급 아동이 육체 노동으로 살아가도록 길이 드는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129쪽)

 

영국 요크셔 지방의 공업지대 반즐리에 사는 소년 빌리는 열 다섯 살인데, 집에서는 이복형 주드에게,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며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매를 만나게 되는데.....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 엘리어트의 성장기이자 성공담이다.

(94-95쪽)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토대로 하여

켄이 1973년에 만든 드라마 [불행]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불행>과 <사냥꾼>을 합쳐서 만든 드라마다. (111쪽)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평범한 영국의 보통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이 사고와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겪는 사회적 추락을 다룬 것으로 정부의 무능한 복지제도를 비판했다. (75쪽)

 

[미안해요, 리키]

 

주인공은 리키, 택배 노동자다.

택배 회사는 리키에게 개인사업자로 게약을 체결하자고 한다. 그게 소위 긱 경제다.

또한 리키의 아내는 노약자들을 방문해서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제로 아워 계약을 맺은 탓에 시간외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구정은, 이지선 공저)에서 긱 경제와 제로 아워 노동에 관해 읽은 적이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의 삶을 옭아매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긱 경제 (gig economy) :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을 하고 일하는 경제 모델, (18쪽)

긱 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동을 할 수 있고, 여러 일감을 소화하는 N 잡이 가능하다. (20쪽)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제로 아워 노동 :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고 노동자를 부를 수 있게 된다. (40쪽)

 

다시, 이 책은 -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켄 로치의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그는 영국사회에서 비주류다.

그가 만든 작품은 그래서 방영되지 못하거나, 상영이 늦춰지기 일수다.

 

또한 발표된 다음에는 당연히 주류로부터 각종 비난이 따른다.

그래도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는 ‘사회의식 영화’는 현실에 매몰된 평범한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 사회의식영화의 개념은 이렇다.

사회적인 이슈를 전면화하고 조명하는 영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내세워 세태를 비판하거나 불의를 고발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357쪽)

 

그런 영화를 만든 영국의 감독, 당연히 비주류에 속한다. 그러나 목소리 죽지 않고, 쩌렁쩌렁하게 높이고 있다. 그 이름 켄 로치. 알게 되어 반가운 사람이다.

 

이 책 읽어, 매우 기쁘다. 그런 사람 켄 로치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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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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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이 책은?

 

이 책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은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영화 속의 명대사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김태현, < 큐레이터, 한국외대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이다.

 

이 책의 내용은?

 

가끔 영화 대사가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그 영화 그 대사 아주 멋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그런 말 이런 경우에 써먹으면 좋을 텐데’ 하던 순간들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입에서 뱅뱅 돌기만 할 뿐 그게 문장으로 되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그저 배우 이름하고 어떤 상황인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데 정확한 대사는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때 방법은 오직 하나,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고기 한 마리 잡으려고 개울물 다 퍼내듯이 검색을 넓은 카테고리로 시작해서 점차 좁혀가는 식으로 해서, 결국 원하던 영화와 대사를 찾아냈을 때 그 감동이란!

 

얼마 전 <밀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때 들었던 대사를 찾아보려니, 제목이 문제였다. 밀크, 아주 평범한 명사가 아닌가? 밀크, 우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연배우 이름이 기억이 난다. 숀 펜.

만약 그것마져 몰랐더라면, 아마 영화 밀크를 찾다가 우유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주연 배우 이름을 집어넣어 검색하니 단박에 영화가 컴퓨터 화면에 등장한다.

 

<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으며 그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이름이 된 실존인물, 하비 밀크의 생애 마지막 8년의 이야기. 1970년, 40세 생일을 맞이한 뉴욕의 평범한 증권맨 하비 밀크(숀 펜)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인생을 뒤돌아보며 애인인 스콧(제임스 프랑코)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작은 카메라 가게를 차린 밀크는 편견 없는 마음과 유쾌한 성품으로 많은 이들의 친구가 되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보며 게이 인권운동을 시작한다. 인종, 나이, 성에 상관 없이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꿈꾸던 그는 3번의 실패 끝에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되는데...>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애타게 찾을 필요없다. 이 책 한 권 있으면 안심이다.  

이책에도 <밀크>가 등장한다.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그 영화에서 의미있는 대사가 소개된다.

원어와 번역문을 같이 소개하니, 더욱 좋다.

 

명대사 소개한다. (174쪽)

 

물론 희망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희망 없이는 삶이란 살 가치가 없죠.
(And I know you can’t live on hope alone. But without hope, life is not worth living.)
 

그러니 당신, 그리고 당신, 또 당신,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So you, and you, and you, you got to give them hope.You got to give them hope.)  

그렇게 각종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명대사가 무려 1000개 소개된다.

그러니 우선 영화의 매력에, 그리고 대사가 주는 상황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는 점,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몇 개 소개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어해야 한다. (50쪽)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53쪽)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60쪽) 

성공은, 단순히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지더라도 한 번 더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63쪽) 

우리 얘기를 글로 써.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가 있어. (69쪽)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76쪽)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136쪽)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155쪽)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코 문제를 풀 수 없어. (249쪽)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안톤 체호프

 

그렇게 명대사를 음미하다가,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글을 떠올리게 되는 글을 만났다.

 

작별은 너무나도 달콤한 슬픔이기에 내일까지 계속할래요.(69쪽)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민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등장하는 대사다.

 

재미있는 것은 그 대사가 바로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용한 대사라는 점이다.

그 유명한 줄리엣의 집 발코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제 로미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헤어지기 싫어서 하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다.

 

바로

‘이별은 달콤한 슬픔.’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건네는 말이다. 

잘 자, 잘 자요. 이별은 달콤한 슬픔. (『로미오와 줄리엣』, 2막 2장)  

원문은 이렇다.

Good night, good night!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그런데 그 부분을 더 읽어보면, 뒤에 이런 말이 덧붙여진다.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그래서 줄리엣의 대사 전부를 읽어보면,

Good night, good night!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다시 번역해보자면,  

잘 자, 잘 자요. 이별은 달콤한 슬픔.

날이 샐 때까지 안녕을 되풀이 할래. (민음사, 68쪽) 

잘 가세요, 안녕. 이별은 참으로 감미로운 슬픔이라

내일이 될 때까지 ‘안녕’만 되뇌고 싶어요. (이윤기, 104쪽)

 

그 대사를 그 영화에서 사용했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별은 너무나도 달콤한 슬픔이기에 내일까지 계속할래요.(69쪽)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셰익스피어 대사 또 있다.
<나의 왼발>에 나온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영화다.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것이 문제로다. (267쪽)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it is nobler in the mind.

 

『햄릿』에 나오는 대사를 응용한 것인데, 햄릿의 독백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햄릿』, 3막 1장)

 

우리말 번역을 살펴보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귀한 행동인가.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마음의 고통을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재앙의 바다를 힘으로 막아

싸워 없앨 것인가. (창비사, 145쪽)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광포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아도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고귀한 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대항해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워 그것들을 끝장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인가. (동인출판사.117쪽)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여기까지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그러니 번역하자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귀한 행동인가,

가 되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것이 문제로다.’ (267쪽)라고 번역했다.

영화를 다시 살펴보지 못해서,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번역의 잘 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그저 이 대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만 밝혀둔다.

이번에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에 나오는 대사다.

 

나는 화장되고 싶어, 평생을 박스에서 보냈는데, 한 곳에 묻히고 싶지 않아.(212쪽)

I would like to be cremated. I spend my whole life in a box. I don’t want to be buried in one.

 

이런 대사를 읽으니,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 떠오른다. 「상자 속의 사나이」

 

사냥을 나온 두 사람이 프로코피 이장의 헛간에서 잠을 자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벨리코프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사람 죽은 사람인데, 그 사람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다.

교사인 그는 혼자 지내고 있다. 행동거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행동을 조심한다.

 

벨리코프의 침실은 정말 상자처럼 아주 작았어요. (193쪽)

 

그의 결혼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그는 그 일이 뭔가 병적인 것에 영향이라도 준 듯 오히려 더 여위고 창백해진 채 자기 상자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198쪽)

 

결말은?

그는 죽는다.

장례식에서 관에 누운 그의 표정은 온순하고 편안했으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는 영원히 상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다는 듯이. (207쪽)

 

체호프는 <그가 편안했으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는 영원히 상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다는 듯이>라고 묘사했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영화의 대사가 아니었을까?'

평생을 상자같은 생활로 버텨냈으니, 이제 상자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이 영화의 대사처럼 ‘이젠 관속에 들어가 묻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엄선한 영화 200편에서 각각 5개의 대사를 다시 추려서 보여주는 것이니, 그 대사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대사들을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영화 속으로, 그래서 인생의 깊숙한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말 특히 염두에 두고서 말이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oetry belongs to those who use it, not those who write it.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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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ㅣ 10년 후 세계사 2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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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이 책은?

 

이 책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는 (미래를 살아가는데)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구정은, 이지선 공저다.

 

이 책의 내용은?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위해 오늘 알아야 하는 세계>

 

이 책 표지에 쓰여있는 말인데, 이 책 내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오늘 알아야 내일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잘 대비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런 일 11개를 다음과 같이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1부 기계와 일

노동의 종말 그리고 플랫폼 노동: 효율과 합리 속에서 일이 많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인간을 배우는 기계, 기계를 배워야 하는 인간: 생각하는 것마저 로봇에게 맡기는 세상을 생각한다는 것

인간이 사라진 자동차, 인간이 사라진 세상: 자동차가 가는 대로 목적지까지 끌려가지 않으려면

 

2부 사람과 지구

변형된 음식을 먹고 사는 디자인된 사람들: 당신의 아이를 완벽한 인간으로 편집해드립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코로나27을 맞는다면: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질병이 일상의 일부가 된다는 것

파이프라인과 창밖의 날씨: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인간이 사라진 세상이었다

호모 헌드레드의 시대: 인구절벽이 위기가 되지 않으려면

점점 커지는 도시, 점점 짙어지는 그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공간에서 산다는 것

 

3부 자본과 정치

같은 공간 다른 사람, 이주자와 원주민: 그들은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걷어차인 사다리를 다시 놓기: ‘빈부격차’가 새삼스러워져 내일을 포기하게 된 청년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민주주의의 미래: 포퓰리즘이 상식이 되는 세상이 되지 않으려면

 

새롭다, 이런 모든 것들, 기록하며 새겨본다.

 

긱 경제 (gig economy)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을 하고 일하는 경제 모델, (18쪽)

 

긱 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동을 할 수 있고, 여러 일감을 소화하는 N 잡이 가능하다. (20쪽)

 

플랫폼의 세 가지 개념

 

플랫폼 (platform) :

역이나 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내리는 곳

 

플랫폼 기업 :

플랫폼 기업은 네크워크 경제의 한 복판에 있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한 마디로 만남을 주선하는 기업이다. 사용자와 사용자를,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양쪽을 연결시켜 주는 기업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그러한 기업들과 친숙하게 지내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플랫폼 노동 :

긱 경제에서 플랫폼은 소비자와 인력을 연결해주는 ‘장터’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각자가 한 명의 사업자로서 장터에 자신의 노동력을 내놓고, 소비자들은 그들이 진열된 플랫폼에 들러 필요한 인력을 쇼핑한다. (20쪽)

 

플랫폼과 노동자들은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 각국은 이제 플랫폼 노동을 전제로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41쪽)

 

키오스크의 변천

 

키오스크는 본래 앞면이 개방된 작은 건물을 의미했다. (33쪽)

수백 년이 지난 후, 개념이 변한다.

신문이나 껌, 사탕, 담배와 같이 간단한 물건이나 길 안내를 해주는 조그만 가게나 점포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제 디지털 키오스크가 탄생한다.

터치 스크린과 같은 디지털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를 의미한다.

호텔 로비나 공항, 극장, 마트에서 볼 수 있다.

 

가게에 가도 사람 대신에 키오스크가 소비자들을 맞이한다.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이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제로 아워 노동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고 노동자를 부를 수 있게 된다. (40쪽)

 

인공지능의 위험성

 

인공지능의 진짜 위험은 인간의 편견을 배운다는 점이다. (62쪽)

 

성폭력 범죄에 유난히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한국 법원을 질타하며 ‘차라리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판사는 과거의 판례를 바탕으로 학습할 것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성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 (64쪽)

 

범용 인공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사람처럼 모든 영역에서 생각하고 응용하는 지능을 말한다. (58쪽)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위험한 이유

 

유해성 탓이 아니다. 전 세계 농민들이 노동의 대가를 종자 값, 특허 값으로 빼앗기기 때문이다. (5쪽)

 

이 말을 읽고, 무슨 말인가 싶었다.

본문에 나오는 설명을 더 읽어보자.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 몸에 해롭기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농민들이 노동의 대가를 종자 값, 비료 값, 특허 값으로 빼앗기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기업이 신기술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대기업이 시장을 확대시키는 사이 농토는 상업작물 밭으로 변하고, 농민들은 거대 기업에 종속된다. (123쪽)

 

잉여인간

 

<잉여인간>은 손창섭이 1958년에 발표한 소설 제목이다.

그렇게 손창섭의 소설 제목으로 알고 있던 ‘잉여인간이 실체적 인간이 되어 걸어다니는 사람이 되어 '소외된 인간'으로 나타난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모습의 잉여인간이 소개되고 있다.

 

독일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세계의 국경을 넘나드는 난민과 이주자를 가리켜 지구화가 낳은 일종의 잉여인간이라 부른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한 채 배제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그들의 한 형태가 이렇게 세계를 떠돌며 유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245쪽)

 

다문화주의에서 상호문화주의로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 들어본다.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세계화가 고도의 수준에 이르기 이전에 나온 것이며, 다문화주의자들이 말하는 ‘문화’는 너무 고정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 사회 안에서 ‘낯선’ 문화 집단도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하고, 불평등을 줄이고,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상호문화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52쪽)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164만명이라 한다. 그중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237만명 4.6%에 해당한다. 그렇게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가 되었고, 주변에서 다문화 가정이라고 불리는 외국인이 포함된 한국 가정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또한 앞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갈 것이 분명하기에, 다문화사회에서의 문화 정체성도 논의가 되리라 생각하는데, 그럴 때 앤서니 기든스의 주장은 참고가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을 왜 읽었는가?

 

날마다 세상은 변한다. 정말이다. 어제 알았던 것들이 오늘 달라진다.

해서 항상 배워야 한다.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걸 깨닫는다.

정말 일 분 일 초라도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은 나를 떼어놓고 저만치 훌쩍 가버린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이 책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플랫폼 기업에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었다.

플랫폼 하면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그런 곳이 아니던가, 생각하던 나에게 플랫폼의 또 다른 의미가 새겨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거기 또 다른 의미가 도사리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

 

어디 그뿐인가? 키오스크, 신문 가판대가 키오스크인지 알았더니, 기차역에서도, 심지어 햄버거 하나 사먹으러 해도, 이제 사람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키오스크 앞에 서야 한다.

 

정말 날이 새면 또 다른 것을 그래서 배워야 하는 것, 이건 실제상황이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지 않아, 다가오는 미래에 소외된다면 그건  또다른 의미의 잉여인간이 되는 지름길에 들어서는 셈이다. 그렇게 잉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가는 세상' 따라잡아야 한다. 

이 책, 읽는내내 경보기가 작동하는 느낌, 느낌적인 느낌만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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