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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이의신청 - 영화감독 켄 로치, 다른 미래를 꿈꾸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6월
평점 :
영국의 영화 감독 켄 로치 - 『비주류의 이의신청』
이 책은?
이 책 『비주류의 이의신청』은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있다.
저자는 박홍규,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비주류의 이의신청』은?
켄 로치와 칸 영화제의 인연은 깊다.
그는 다른 영화제에서도 많이 수상을 했지만, 칸 영화제에서는 1993년, 1995년, 2006년, 2012년, 2016년에 수상을 했는데. 2006년과 2016년에는 각각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런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주류 영화를 찍는 죄파 감독이다.
그런 켄 로치를 초대하여 저자는 그의 영화를 일일이 분석하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국가, 인권, 자유, 노동, 복지, 가족 등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켄 로치를 이렇게 소개한다.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이 서민을 착취하는 세상에서 반세기 이상, 비주류의 이의신청 수단으로 시종일관 이단적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은 켄 로치밖에 없습니다. (22쪽)
따라서 켄 로치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바로 ‘비주류’이며, 또한 비주류이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의 있소’ 라며 외치고 있기에 ‘비주류의 이의신청’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인물, 켄 로치
켄 로치, 모르는 사람이다. 켄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어떤 영화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것이 떠올랐다. 영국 사회보장 제도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
그렇게 켄 로치라는 인물, 이름을 새기게 되고, 이 책을 통해 그가 만난 사람들, 작품 속에 녹여 놓은 사람들, 상황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게 되니, 이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그리고 저자가 비주류의 이의신청이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그를 표현하는 ‘칭송’의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켄 로치에게 영화란?
켄 로치에겐 영화가 곧 정치비판의 현장이다.
처음부터 그는 ‘대다수가 모르는 현실’, ‘잘 못 알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진실’에 드라마, 영화의 옷을 입혀 꾸준히 말을 걸어왔다. (9쪽)
‘진실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고 따라서 ‘진실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10쪽)
그는 소위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 감독의 전형이지만 그가 다루는 소재와 주제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에 입각해 있다. 언제나 평범한 보통사람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추구한다. 극소수 엘리트 지배층이 대다수 피지배자층을 착취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10쪽)
켄의 영화에는?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가급적 기성배우들의 출연을 자제하고 일반인들을 아마추어 배우로 삼아 그들이 실제 극 중 인물인 양 지내게 한다. 그러고는 사건 순서대로 촬영하면서 리얼리즘을 최대한 살린다.
그는 또한 스타를 고용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스타에게 고착된 이미지가 자신의 영화를 방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44쪽)
배우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우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게 하거나 조명을 최소화하여 자연주의적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다. (75쪽)
켄 로치의 역사관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250, 253쪽)
역사는 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현재 상황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켄 로치의 영화 철학
그런 역사관과 영화관을 지닌 켄 로치의 작품,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엮어낸다.
켄 로치가 어떤 영화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1장 죽어도 멜로드라마는 찍지 않는다
2장 오로지 민주주의 영화를 찍는다
3장 최악의 검열에도 항상 찍는다
4장 언제나 최하층 사람들을 찍는다
5장 목숨을 건 진실투쟁을 찍는다
6장 참된 민중혁명을 위해 찍는다
7장 해방과 자유를 위해 찍는다
8장 행복과 복지를 위해 찍는다
9장 인간성 회복을 위해 찍는다
켄 로치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들
영국의 역사, 특히 대처리즘으로 일컬어지는 대처 수상 시절의 역사.
1979년 집권 이후 신자유주의를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킨 인물이 대처다. 그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심화, 무한 경쟁과 인간성 상실 등의 이슈는 현재 국경을 초월해 범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144쪽)
아일랜드의 역사. (256쪽 이하)
스페인 혁명의 전개 과정. (171쪽 이하)
더하여, 우리 나라의 노동 현실
저자는 노동법을 전공하고, 가르쳤다. 해서 영국의 노동 현실을 다룬 켄 로치의 영화를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켄 로치가 우리나라 고 최인기 씨 사건에 애도와 연대한 사실도 기록해 놓고 있다. (343쪽)
개별 영화에 관해 몇 가지 적어둔다.
두 명의 빌리
켄 로치의 [케스]는 보지 못했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본 적이 있다.
[케스]는 배리 하인즈의 소설 『케스 - 매와 소년』을 영화화한 것으로, 노동계급 아동이 육체 노동으로 살아가도록 길이 드는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129쪽)
영국 요크셔 지방의 공업지대 반즐리에 사는 소년 빌리는 열 다섯 살인데, 집에서는 이복형 주드에게,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며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매를 만나게 되는데.....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 엘리어트의 성장기이자 성공담이다.
(94-95쪽)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토대로 하여
켄이 1973년에 만든 드라마 [불행]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불행>과 <사냥꾼>을 합쳐서 만든 드라마다. (111쪽)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평범한 영국의 보통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이 사고와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겪는 사회적 추락을 다룬 것으로 정부의 무능한 복지제도를 비판했다. (75쪽)
[미안해요, 리키]
주인공은 리키, 택배 노동자다.
택배 회사는 리키에게 개인사업자로 게약을 체결하자고 한다. 그게 소위 긱 경제다.
또한 리키의 아내는 노약자들을 방문해서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제로 아워 계약을 맺은 탓에 시간외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구정은, 이지선 공저)에서 긱 경제와 제로 아워 노동에 관해 읽은 적이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의 삶을 옭아매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긱 경제 (gig economy) :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을 하고 일하는 경제 모델, (18쪽)
긱 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동을 할 수 있고, 여러 일감을 소화하는 N 잡이 가능하다. (20쪽)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제로 아워 노동 :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고 노동자를 부를 수 있게 된다. (40쪽)
다시, 이 책은 -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켄 로치의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그는 영국사회에서 비주류다.
그가 만든 작품은 그래서 방영되지 못하거나, 상영이 늦춰지기 일수다.
또한 발표된 다음에는 당연히 주류로부터 각종 비난이 따른다.
그래도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는 ‘사회의식 영화’는 현실에 매몰된 평범한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 사회의식영화의 개념은 이렇다.
사회적인 이슈를 전면화하고 조명하는 영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내세워 세태를 비판하거나 불의를 고발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357쪽)
그런 영화를 만든 영국의 감독, 당연히 비주류에 속한다. 그러나 목소리 죽지 않고, 쩌렁쩌렁하게 높이고 있다. 그 이름 켄 로치. 알게 되어 반가운 사람이다.
이 책 읽어, 매우 기쁘다. 그런 사람 켄 로치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