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강변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꾸는 강변

 

이 책은?

 

이 책 꿈꾸는 강변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임미옥. 수필가로, 대한기독문인회,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에서 활동중이고 청솔문학작가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음악처럼, 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충북명소가 있고, 이 책이 저자의 세 번째 저서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필을 읽다보면 구차해 보이는 글을 만나기도 한다.

수필, 쓰면서 자꾸만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자꾸만 자기를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 글을 읽다보면 구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히 앞뒤를 알아들을 텐데, 자꾸만 글을 늘여 설명하고, 덧대고 하니 구차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칠 때를 안다. 해서 딱 알맞게 그친다. 더해도, 더 말해도 될 법 한데, 아쉬운 마음이 들도록, 그러한 마음이 들 때 그친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을 읽게 만든다. 책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든다.

 

거기에 저자의 눈, 사물을 보는 눈이 무척 깊다. 더해서 입심도 있다. 가락을 얹어 말하는 솜씨 또한 보통이 아니다. 이런 글 읽어보시라.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 고요함 속에서 움직임을 느껴보시라. 세상은 온통 동()과 정()이다. 참새가 시끄럽게 재잘거리면 제비는 조용히 날아오르고, 배가 통통거리면서 지나가면 물살은 가만히 번진다. 천둥번개가 요란하면 머잖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격정의 시간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벌판을 뛰는 노루가 있는가 하면 그 아래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들꽃도 있고, 열정을 다하여 노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동()과 정()은 함께 있다. (53)

 

이글을 한번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보시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입에 가락이 붙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위의 글을 다음과 같이 재배치해 놓으면, 읽지 않고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 가락이 퍼져 나오는 것 같지 않은가?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 고요함 속에서 움직임을 느껴보시라.

세상은 온통 동()과 정()이다.

참새가 시끄럽게 재잘거리면 제비는 조용히 날아오르고,

배가 통통거리면서 지나가면 물살은 가만히 번진다.

천둥번개가 요란하면 머잖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격정의 시간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벌판을 뛰는 노루가 있는가 하면 그 아래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들꽃도 있고,

열정을 다하여 노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동()과 정()은 함께 있다.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이라는 건, 다시 말하면 아는 것이 많다는 말이다. 아는 게 많아야 할 말이 생기는 법이다. 저자는 초반부터 그리스 신화를 여기저기에서 운을 떼더니, 오디세우스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도 해준다. 들어보자.

 

그리스 신화 한 도막도 생각난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미지의 땅을 찾아 트로이아를 출범했는데 해상에서 강한 폭풍을 만나 여러 날 표류하다가 ()을 먹는 사람들이란 나라에 도착한다. 그 섬 주민들은 오디세우스 일행을 따뜻하게 영접하고는, 자신들이 먹고 있던 연실(蓮實)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이 연실은, 먹는 순간부터 고향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언제까지 그 나라에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닌 불가사의한 약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그 연실을 먹고, 세상없어도 그 나라에 눌러 앉아 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다.(83)

 

해서 오디세우스를 배경으로 쓴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소개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니, 귀가 솔깃해진다.

 

()을 먹는 사람들

 

얼마나 달콤하랴. 눈을 반쯤 감고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는다.

살포시 찾아드는 비몽사몽!

산상의 몰약수, 덤불에 비치는 석양의 호박 빛 같은 꿈 또 꿈

날마다 연실을 먹으며 바라보는 모래톱을 넘는 물결

 

저자가 소개한 연실을 먹는 나라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9권에 등장하는 곳으로 로토스를 먹고 사는 전설상의 나라다. (오딧세이아, 천병희 역, 217)

 

이 책 곳곳에 정이 가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예컨대 이런 글이다.

 

홍학들이 무리지어 바닷가를 가득히 메우는 곳, 방드르디가 있을 것 같은 태평양 끝까지 가보고 싶다. 대서양이나 인도양을 지나서 가고 가다가 어느 이름 모를 섬을 만날 때 소설 속에서처럼 스페란차'란 이름을 붙여주는 거다, 그것이 너무 추상적이라면 환상의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곳,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115)

 

위 글에서 반가운 단어가 둘 보인다. 방드르디’와 '스페란차'.

방드르디란 사람 이름이다.

프랑스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를 통하여 새롭게 눈뜨게 된 인류학적 성과를 활용하여 디포의 로빈손 크루소를 자기 식으로 쓴 게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란 소설이고, ‘방드르디는 그 주인공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로빈손이 스페란차'라 이름 붙인 섬에서 만나 구해준 사람이다.

그 소설을 읽은 후, 이제껏 그 어느 글에서도방드르디란 이름을, ‘스페란차'란 지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누구도 그 이름을 들먹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 책에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반가움, 방드르디를 아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반가움, 그래서 이 글에 정이 더 간다.

 

다시, 이 책은?

 

수필이란? 수필집을 여러 권 읽었다.

수필이라니, 꽃과 나무, 풍경만 줄창 읊어대는 글들이 많다. 주구장창 자신의 감상을 경치에 얹어 옮겨야 수필인 줄 아는 글들이 많다. 그러나 꽃노래도 어디 한 두 번이지, 수필집엔 다양한 주제로 변주가 일어나야 한다. 풍경화도, 정물화도, 인물화도 한두 점은 있어야만 읽는 이가 지루해 하지 않는다.

 

이 수필집이 그렇다. 이 책에는 다 있다. 그러니 이 책, 읽을게 많다는 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읽고 또 얻을 게 많으니 더더욱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주인

 

이 책은?

 

이 책 세상의 주인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저자는 로버트 휴 벤슨, 가톨릭 신부다.

저자의 경력을 보니,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그는 영국 성공회 사제였는데,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신부가 되었다.

<성공회 사제이자 캔터베리 대주교의 아들인 벤슨이 가톨릭교 사제 서품을 받은 일은 당시 유럽 종교계를 뒤흔든 사건이었다.>(436)

큰 신부님(몬시뇰) 칭호를 받은 가톨릭 사제이면서 당시 영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는 점, 또한 기록해 둔다.

 

이 작품의 의의

 

이 작품은 1907년에 발표되었는데, 지금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얼까?

그건 책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했다는 점이다. 교황은 세계화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이 책을 언급했다.

교황은 세계화의 위험성을 사상의 식민화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강대국의 지배적인 문화가 저개발국에 물질적 세속적 세계관을 퍼트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교황은 그러한 현상을 경계하며,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9)

 

등장 인물들

 

줄리안 펠센버그 : 미국 버몬트 주 상원의원, 유럽 연합의 대통령이 된다.

퍼시 프랭클린 신부 : 추기경이 되어 그리스도십자가회를 이끌며 펠센버그에 대항한다. 로마가 폐허가 된 후, 그는 교황으로 추대된다. (334)

프랜시스 신부 : 퍼시의 동료, 후에 배교하여 유럽 연합의 수석 의례관이 된다.

올리버 브랜드 : 영국 의회 의원

메이블 브랜드 : 올리버의 부인

필립스 : 올리버 브랜드의 보좌관

 

이 책의 내용은?

 

사상의 획일화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 소설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런던, 영국의 국교회는 사라지고 없다.

국교회의 몰락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템플턴과 퍼시 프랭클린 신부 사이에 이런 대화가 진행이 된다.

국교회 몰락이 종교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그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여러 사건의 결말이었어요. 국교회가 사라져서 바뀐 것은 없습니다.”(20)

 

여러 사건이 일어난 결과 영국의 국교회가 사라져버렸는데, 안타깝게도 국교회가 사라진 것이 사회 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교회의 권위가 없어져서,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교회 대신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유럽연합이다. 유럽 연합을 이끌고 있는 줄리언 펠센버그는 교회(가톨릭)에 대항하여, ‘세상의 주인자리에 오른다. 전세계를 새로운 가치로 통합하여 적그리스도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때, 그에 대항하는 힘은 오로지 가톨릭밖에 없다.

영국 국교회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그에 대항하는 세력은 이제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이 소설은 그래서 디스토피아가 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그려진다.

 

저희가 전에 말하던 신앙은 없습니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사실이지요. (247)

 

수도회 소속 신자 40명이 산채 불타 죽었다.(260)

세상 사람들은 다수의 폭력을 비난하면서도 저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61)

 

학살의 흔적이 남지 않은 거리는 거의 없었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은 쑥대밭이 되었다.(304)

 

로마가 함락되었고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거리가 피로 물들었으며 불길과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고 했다. 인간이 잠시 짐승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317)

 

다시, 이 책은?

 

<영원한 로마는 폐허가 되었다. 어떤 남자가 동방과 서방에서 신의 왕좌에 올라 찬양을 받았다. 세계는 크게 진보했다. 사회 과학은 절정에 이르고 인간은 무모순성을 배웠다. 그리스도교에서 배우던 사회적 교훈을 다른 곳에서 배운다. 교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333)

 

그렇게 이제 적그리스도가 신의 자리에 앉았다.

교회가 힘을 잃고 사라진 세계, 과연 세상의 주인은 누구일까? 과연 이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유토피아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는 것일까?

 

교황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신이 사라진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신 대신에 물질주의, 인본주의 등 이런 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구체적으로 모습을 지닌 형태로 나타난다면, 과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 3단계 질문과 토론으로 ‘읽기’가 달라진다!
정지숙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이 책은?

 

이 책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3단계 질문과 토론으로 읽기가 달라진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독서 토론 지침서다.

저자는 정지숙, <초등학교 수석교사. 인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인제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상담심리치료학 박사를 수료했다. 2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수업과 일상 속에서 대화와 토론의 중요성을 실감하던 중 대화가 곧 토론이 되고 치유와 자기 성찰로 이어지는 이야기식 독서토론의 매력에 빠져들어 독서토론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식 독서토론의 매력에 빠져든 저자는 독서토론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하여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저자가 독서 토론을 지도한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를 가르치고,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는 책읽기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 방법론이 배울만 하다.

 

먼저 <이야기식 독서토론>을 제시한다.

이 방법은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이란 단체가 가르치는 토론 방법인데, 저자는 이에 약간 수정을 하여, 리뉴얼된 이야기식 독서토론을 제시한다.

 

이야기식 독서토론이란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구와 차를 한 잔 나누며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생각이나 느낌, 의견 등을 나누는 방식의 토론을 말한다. (14)

 

리뉴얼된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이런 이야기식 독서토론 방법에, 몇 가지 수정을 하고 있다.

토론 리더, 질문을 만드는 주체, 토론 구성원의 조직 구성, 다양한 토론 기법 등.(25)

 

구체적으로는 <1, 2장 읽기가 달라지는 세 가지 단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에는 3단계가 있다.

1단계, 배경지식 꺼내 보기

2단계, 내용 파악하기

3단계, 삶에 적용하기

 

그런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2부에서는 <책놀이를 곁들인 이야기식 독서토론>이란 항목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실제 책을 가지고 독서 토론을 한 경험을 토대로 시연(試演)을 해 보인다.

 

구체적인 책 제목은 다음과 같다.

- 행복을 나르는 버스

- 리디아의 정원

 

위의 두 책을 가지고 이야기식 독서 토론을 한 내용을 보니, 책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어찌 그리 많은지, 책에 무궁무궁한 광맥이 숨어있구나, 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책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 그래서 독서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 책의 활용법

 

이런 방법을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활용하여, 독서 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한걸음 앞서 나가는 방법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토론에서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활용을 권면하고 있다.

-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때 어떻게 할지 막막했던 교사나 학부형.

- 책을 읽고 나서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북클럽 멤머

- 글쓰기가 고민인 사람.

 

해서, 기회가 허용된다면, 이 책을 기본서로 하여 독서토론을 해보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류의 모든 진보는 새로운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16)

- 변화 심리학자 앤서니 로빈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130)

남을 도우면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굉장히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 아인슈타인 (226)

 

다시, 이 책은?

 

저자의 주장 달라진 시대, 달라진 책 읽기에 공감한다.

<세상을 읽어내는 관점이 다양해지는 만큼 책을 읽어 내는 관점이 다양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5)

 

시대가 달라졌으니, 당연히 그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해서 이 책을 밑줄 그어가며 세심하게 읽었다. 기록하고, 기억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서 지침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나의 기억을 보라

 

이 책은?

 

이 책 나의 기억을 보라<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Elie Wiesel)은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했는데, 엘리 위젤의 조교로 일한 바 있는 저자 아리엘 버거가 엘리 위젤의 생각을 전해 주고 있는 책이다.

 

엘리 위젤의 생애

 

이 책을 읽기 전에 '엘리 위젤'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읽는 것이 좋다.

 

엘리 위젤 (1928930- 201672)

루마니아 시게트 출생.

194415세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계획에 의해 아우슈비츠 및 부헨발트 수용소에 끌려가, 이곳에서 부모와 두 누나를 잃었으나 그는 연합군의 진격 때까지 살아남았다.

1945년 프랑스에 정착하여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공부,

1948라 르슈() 기자가 되었으며,

1956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72년 뉴욕의 시티 칼리지 교수

1976년 보스턴 대학교 교수

1986년에는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평소에도 나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했던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가르치는 일을 가장 좋아했으며, 2011년에 은퇴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보스턴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보스턴 대학은 그를 기리기 위해 엘리 위젤 유대인 연구 센터를 설립했다.

201672,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엘리 위젤로부터 배운다.

 

저자가 생생하게 전해주는 엘리 위젤의 강의록이다.

이 강의록에는 엘리 위젤의 강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묻고 답하는 것들도 많이 나오는데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한 학생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질의 응답한 내용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실제 강의실에서 엘리 위젤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다. 몇 가지 간추려 본다.

 

선택받은 민족이란?

히브리어로는 세굴라(segulah)'라고 하며 실제로 선택받은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굴라는 특별하지만 특권을 누리는 존재는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남을 이용하기보다는 섬기도록, 이득을 얻기보다는 고통을 당하도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숙명을 깨닫게 돕도록 선택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105)

 

그는 늘 신앙과 의심이라는 주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137)

 

그가 보고 들은 것을, 말과 글로 전하는 이유:

그런 말과 글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습니까?” 데이브가 다시 물었다.

때로는 가진 것이 말과 글뿐일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이나 글이 일종의 증언이 되고, 단순히 추상적 관념에 그치지 않는다면 분명 그 안에 힘이 있지요. 비록 기자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세계 여러 곳을 둘러보고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목격자는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에는 분명 힘이 실리지요.”(237)

 

특별히 그리스 고전에 대한 강의

-  에우리피데스 에 대한 엘리 위젤의 관심

 

엘리 위젤은 탈무드, 성경 등을 강의하면서, 문학 작품들을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중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를 여러 번 거론하는데, 그걸 강의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여기에 옮겨 본다.

 

<위젤 교수는 여러 시대 다양한 문화의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했다. 하나의 등잔 옆에 또 다른 등잔을 두고 빛을 비춰줌으로써 어둠을 걷어내는 방법을 통해서였다.

희생 제물로 드려지는 이삭의 이야기를 살펴볼 때 그가 들고 온 또 다른 등잔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였다.

(이피게네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 사이에 난 딸이다.)

학생들은 이렇게 비교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강의실 밖으로까지 확장시켰다.> (101)

 

<문학 작품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예컨대 메데이아, 리어왕, 파우스트, 돈키호테, 잔 다르크, 라스콜리코프 같은 인물이었다.

교사로서의 위젤에게 이런 인물들과 이야기가 가진 극단적인 모습은 20세기의 대사건들을 다시 조명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집단적 광기와 그 반대의 모습인 도덕적 건전함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를 강의하면서, 메데이아가 남편의 배신과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보복으로 친자식들을 살해하지만 태양의 신 헬리오스에 의해 구원받는 부분을 강조했다.

왜 일까요? 왜 친자식을 살해한 여자가 구원을 받았을까요?” 그는 이렇게 질문했다.> (187)

 

<에우리피데스는 대단히 정치색이 짙은 작가로 작품을 통해 전쟁의 추악함을 보여주려고 애썼습니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완성되었지요. 메데이아에서는 어떤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데, 그러면서 평화가 무너지고 그 자리를 분노와 복수를 향한 욕망이 채우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보여줍니다.

아마 메데이아를 무대에서 처음 본 관객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메데이아는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자신이 낳은 어린 두 아들을 살해합니다. 하지만 그 직후에 태양신이자 순결함과 고결함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헬리오스의 전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이 순간 도덕성 문제는 메데이아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254-255)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트로이의 여인들또한 언급되고 있다. (255-256)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탈무드>를 공부하는 방법 :  

전통적 방법은 둘씩 짝을 지어, 본문은 물론 오랜 세월 세계 각지의 수많은 랍비들이 써놓은 주석들을 한 구절씩 읽고 또 읽는다. 글자 하나,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훈련 받는다. (128)

 

나는 셰익스피어가 왜 굳이 몬터규와 캐플렛 가문의 갈등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문 사람들도 그 이유를 그만 잊어버렸거든요. 셰익스피어는 다만 그 결과만을 보여줄 뿐이지요. (260)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이다.  두 가문은 왜 서로 싸우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제 풀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내가 저지른 실수들이 곧 나의 인생이다. (113)

 

신앙이란 잃었다가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다.(148)

 

내 가슴 속에는 두 개의 영혼이 있다라고 하는 파우스트의 말에서, 괴테는 근대의 인간이 겪는 비극을 되새기고 있다. (194)

 

의문이나 질문은 우리가 광신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확신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197)

 

다시, 이 책은?

 

<먼저 신앙이 있고 그에 따라서 의심이 있는 것이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신앙이 더 구체적으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132)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엘리 위젤에게 마음속에 의심을 품은 채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엘리 위젤이 저자에게 해 준 말이다.

 

이런 개인적인 사항부터, 엘리 위젤이 세계 평화를 위하여 얼마나 애를 썼는가, 그의 가르침, 그리고 그의 노력까지 모두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홀로코스트에 대하여, 또한 그 후에도 반복되는 민족 증오 범죄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과 증언

 

이 책은?

 

이 책, 기억과 증언<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를 문학작품을 통해 복기하면서,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잘 못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병수외 9, 공저다.

 

이 책의 내용은?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우리말에 골로 가다라는 말이 있다. “너 그러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라는 식으로 쓰인다. 이것은 너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어와 같은 뜻이다. 여기가 골짜기의 준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말은 아주 오래전에 생겨난 말이 아니다. 짐작컨대 한국 현대사에서, 특히 한국 전쟁 당시에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좌익이나 빨갱이로 의심되는 이들을 골짜기로 끌고 가서 총살을 하거나 파묻어 죽였던 민간인 학살을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정치사상 고전 읽기, 강유원, 라티오, 27)

 

좌익이나 빨갱이로 의심되는 이들을 끌고 가서 총살을 하거나 파묻어 죽였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 학살의 장소가 골짜기였다. 골짜기의 준말이 이고, 그 학살의 역사적 현장에서 너 그러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이 책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내내 말없이 걸어오던 사람들은 골짜기에 들어서자마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죽음을 직감이라도 했을까.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외쳤다. 안 죽인다고 해놓고선 부역을 간다고 말해놓고선 이 골짜기에는 왜 데리고 왔느냐고 울부짖었다. (중략) 하지만 돌아온 응답은 개머리판 세례였다. 여기저기서 머리가 터지면서 (중략) 머리가 터져 정신을 잃거나 숨을 거둔 사람들은 앞사람과 철삿줄로 엮인 탓에 몸을 늘어트린 채 질질 끌려갔다.(149)

 

최용탁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해설하는 대목이다. 육이오 전쟁 당시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을 무단으로 골짜기로 끌고가 죽이는 장면이다. 무고한 사람들을 골로 보낸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골로 보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하게 만든다.

 

해서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역사, 그 역사에 빠진 것은 없을까, 잘 못 기록된 것은 없을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편자는 우리 문학작품을 통해, 역사를 복기해 보려 한다.

 

문학을 통해서 분단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이유는 문학의 진실성 때문이다. 문학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이지만,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의 참모습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 문학이 묘사하는 역사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역사를 박제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게 한다. 그래서 문학은 역사적 사실보다 진실을 담보하고 있으며, 역사보다 생생할 수 있다.>(8)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역사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전명선의 방아쇠

현기영의 순이 삼촌

양영제의 여수역

최용탁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조갑상의 밤의 눈물구나무서는 아이,

이창동의 소지

임철우의 곡두 운동회

김연수의 뿌넝숴不能說

이호철의 탈향

이경자의 순이세 번째 집,

이순원의 잃어버린 시간,

박완서의 빨갱이 바이러스

이문열의 아우와의 만남

 

각 작품들은 분단의 역사에서 어떤 면을 다루고 있을까?

 

- 불완전한 해방이 빚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적 존재, 빨치산.

- 단순 공산주의 폭동으로 왜곡되고 삭제되었던 대구 10월 사건.

- 제주 4·3 사건.

- ‘여순 반란이라 명명되는 여순 사건.

- 골짜기의 비극, 국민보도연맹 사건.

- 전쟁 당시에 벌어진 마을전쟁.

- 중국군 참전,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전쟁에 참여했던 개인들의 이야기.

- 14 후퇴후에 발생한 수많은 실향민.

- 38선을 통해 생겨난 수복지구 원주민들의 삶.

- 중국과의 수교 후에 이산가족의 은밀한 접촉.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읽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제목에서 삼촌이라는 말이 있어, 주인공 순이 삼촌이 남자인줄 알았다. ‘순이라는 이름이 남자라니, 하는 의아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그게 아니라는 것 알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촌수를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82)

 

수복지구 :

휴전이 되어 휴전선은 동쪽으로는 38선 북으로 올라갔고, 서쪽은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우리나라에 편입된 동쪽 지역을 수복지구라 불렀다.(242)

그런데 이 수복지구에 살던 사람들은 전쟁 중에는 국적 없는 주민으로, 휴전 후에는 남쪽의 주민이 되었지만 5년동안 북에서 생활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해서 그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달랐는데,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다해도 권리의 하나인 선거권을 1960년대에 가서야 완전히 행사할 수 있었다. (253)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625 전쟁의 모든 면을 다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 과정에 일어났던 일, 그 후에 일어났던 일들, 그 여파까지 모든 면을 짚어주고 있다.

 

해서 전쟁은 단순히 전선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당시 후방은 물론 그 후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픈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흔적은 역사의 왜곡으로, 거짓된 역사가 진실된 역사 대신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잊고 화해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최대한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일이다. (101)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억되어야 한다. (172) - 영화 <청야>의 대사

 

수복지구 원주민들에게 달라붙은 빨갱이, 부역자, 잠재적 간첩이라는 꼬리표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의 상처가 아물게 하려면 그들이 잃어버린 시간, 그들이 잊어버린 가족에 대한 기억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빨갱이의 굴레를 벗겨주어야 할 것이다.(266)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금도 기득권을 꽉 주고 그것을 놓치기 싫어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이니 하는 이름표를 아무데나 붙이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