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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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이 책은?

 

이 책 나의 기억을 보라<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Elie Wiesel)은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했는데, 엘리 위젤의 조교로 일한 바 있는 저자 아리엘 버거가 엘리 위젤의 생각을 전해 주고 있는 책이다.

 

엘리 위젤의 생애

 

이 책을 읽기 전에 '엘리 위젤'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읽는 것이 좋다.

 

엘리 위젤 (1928930- 201672)

루마니아 시게트 출생.

194415세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계획에 의해 아우슈비츠 및 부헨발트 수용소에 끌려가, 이곳에서 부모와 두 누나를 잃었으나 그는 연합군의 진격 때까지 살아남았다.

1945년 프랑스에 정착하여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공부,

1948라 르슈() 기자가 되었으며,

1956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72년 뉴욕의 시티 칼리지 교수

1976년 보스턴 대학교 교수

1986년에는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평소에도 나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했던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가르치는 일을 가장 좋아했으며, 2011년에 은퇴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보스턴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보스턴 대학은 그를 기리기 위해 엘리 위젤 유대인 연구 센터를 설립했다.

201672,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엘리 위젤로부터 배운다.

 

저자가 생생하게 전해주는 엘리 위젤의 강의록이다.

이 강의록에는 엘리 위젤의 강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묻고 답하는 것들도 많이 나오는데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한 학생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질의 응답한 내용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실제 강의실에서 엘리 위젤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다. 몇 가지 간추려 본다.

 

선택받은 민족이란?

히브리어로는 세굴라(segulah)'라고 하며 실제로 선택받은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굴라는 특별하지만 특권을 누리는 존재는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남을 이용하기보다는 섬기도록, 이득을 얻기보다는 고통을 당하도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숙명을 깨닫게 돕도록 선택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105)

 

그는 늘 신앙과 의심이라는 주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137)

 

그가 보고 들은 것을, 말과 글로 전하는 이유:

그런 말과 글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습니까?” 데이브가 다시 물었다.

때로는 가진 것이 말과 글뿐일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이나 글이 일종의 증언이 되고, 단순히 추상적 관념에 그치지 않는다면 분명 그 안에 힘이 있지요. 비록 기자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세계 여러 곳을 둘러보고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목격자는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에는 분명 힘이 실리지요.”(237)

 

특별히 그리스 고전에 대한 강의

-  에우리피데스 에 대한 엘리 위젤의 관심

 

엘리 위젤은 탈무드, 성경 등을 강의하면서, 문학 작품들을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중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를 여러 번 거론하는데, 그걸 강의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여기에 옮겨 본다.

 

<위젤 교수는 여러 시대 다양한 문화의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했다. 하나의 등잔 옆에 또 다른 등잔을 두고 빛을 비춰줌으로써 어둠을 걷어내는 방법을 통해서였다.

희생 제물로 드려지는 이삭의 이야기를 살펴볼 때 그가 들고 온 또 다른 등잔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였다.

(이피게네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 사이에 난 딸이다.)

학생들은 이렇게 비교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강의실 밖으로까지 확장시켰다.> (101)

 

<문학 작품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예컨대 메데이아, 리어왕, 파우스트, 돈키호테, 잔 다르크, 라스콜리코프 같은 인물이었다.

교사로서의 위젤에게 이런 인물들과 이야기가 가진 극단적인 모습은 20세기의 대사건들을 다시 조명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집단적 광기와 그 반대의 모습인 도덕적 건전함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를 강의하면서, 메데이아가 남편의 배신과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보복으로 친자식들을 살해하지만 태양의 신 헬리오스에 의해 구원받는 부분을 강조했다.

왜 일까요? 왜 친자식을 살해한 여자가 구원을 받았을까요?” 그는 이렇게 질문했다.> (187)

 

<에우리피데스는 대단히 정치색이 짙은 작가로 작품을 통해 전쟁의 추악함을 보여주려고 애썼습니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완성되었지요. 메데이아에서는 어떤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데, 그러면서 평화가 무너지고 그 자리를 분노와 복수를 향한 욕망이 채우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보여줍니다.

아마 메데이아를 무대에서 처음 본 관객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메데이아는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자신이 낳은 어린 두 아들을 살해합니다. 하지만 그 직후에 태양신이자 순결함과 고결함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헬리오스의 전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이 순간 도덕성 문제는 메데이아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254-255)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트로이의 여인들또한 언급되고 있다. (255-256)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탈무드>를 공부하는 방법 :  

전통적 방법은 둘씩 짝을 지어, 본문은 물론 오랜 세월 세계 각지의 수많은 랍비들이 써놓은 주석들을 한 구절씩 읽고 또 읽는다. 글자 하나,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훈련 받는다. (128)

 

나는 셰익스피어가 왜 굳이 몬터규와 캐플렛 가문의 갈등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문 사람들도 그 이유를 그만 잊어버렸거든요. 셰익스피어는 다만 그 결과만을 보여줄 뿐이지요. (260)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이다.  두 가문은 왜 서로 싸우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제 풀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내가 저지른 실수들이 곧 나의 인생이다. (113)

 

신앙이란 잃었다가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다.(148)

 

내 가슴 속에는 두 개의 영혼이 있다라고 하는 파우스트의 말에서, 괴테는 근대의 인간이 겪는 비극을 되새기고 있다. (194)

 

의문이나 질문은 우리가 광신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확신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197)

 

다시, 이 책은?

 

<먼저 신앙이 있고 그에 따라서 의심이 있는 것이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신앙이 더 구체적으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132)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엘리 위젤에게 마음속에 의심을 품은 채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엘리 위젤이 저자에게 해 준 말이다.

 

이런 개인적인 사항부터, 엘리 위젤이 세계 평화를 위하여 얼마나 애를 썼는가, 그의 가르침, 그리고 그의 노력까지 모두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홀로코스트에 대하여, 또한 그 후에도 반복되는 민족 증오 범죄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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