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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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증언

 

이 책은?

 

이 책, 기억과 증언<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를 문학작품을 통해 복기하면서,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잘 못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병수외 9, 공저다.

 

이 책의 내용은?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우리말에 골로 가다라는 말이 있다. “너 그러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라는 식으로 쓰인다. 이것은 너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어와 같은 뜻이다. 여기가 골짜기의 준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말은 아주 오래전에 생겨난 말이 아니다. 짐작컨대 한국 현대사에서, 특히 한국 전쟁 당시에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좌익이나 빨갱이로 의심되는 이들을 골짜기로 끌고 가서 총살을 하거나 파묻어 죽였던 민간인 학살을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정치사상 고전 읽기, 강유원, 라티오, 27)

 

좌익이나 빨갱이로 의심되는 이들을 끌고 가서 총살을 하거나 파묻어 죽였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 학살의 장소가 골짜기였다. 골짜기의 준말이 이고, 그 학살의 역사적 현장에서 너 그러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이 책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내내 말없이 걸어오던 사람들은 골짜기에 들어서자마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죽음을 직감이라도 했을까.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외쳤다. 안 죽인다고 해놓고선 부역을 간다고 말해놓고선 이 골짜기에는 왜 데리고 왔느냐고 울부짖었다. (중략) 하지만 돌아온 응답은 개머리판 세례였다. 여기저기서 머리가 터지면서 (중략) 머리가 터져 정신을 잃거나 숨을 거둔 사람들은 앞사람과 철삿줄로 엮인 탓에 몸을 늘어트린 채 질질 끌려갔다.(149)

 

최용탁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해설하는 대목이다. 육이오 전쟁 당시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을 무단으로 골짜기로 끌고가 죽이는 장면이다. 무고한 사람들을 골로 보낸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골로 보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하게 만든다.

 

해서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역사, 그 역사에 빠진 것은 없을까, 잘 못 기록된 것은 없을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편자는 우리 문학작품을 통해, 역사를 복기해 보려 한다.

 

문학을 통해서 분단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이유는 문학의 진실성 때문이다. 문학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이지만,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의 참모습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 문학이 묘사하는 역사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역사를 박제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게 한다. 그래서 문학은 역사적 사실보다 진실을 담보하고 있으며, 역사보다 생생할 수 있다.>(8)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역사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전명선의 방아쇠

현기영의 순이 삼촌

양영제의 여수역

최용탁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조갑상의 밤의 눈물구나무서는 아이,

이창동의 소지

임철우의 곡두 운동회

김연수의 뿌넝숴不能說

이호철의 탈향

이경자의 순이세 번째 집,

이순원의 잃어버린 시간,

박완서의 빨갱이 바이러스

이문열의 아우와의 만남

 

각 작품들은 분단의 역사에서 어떤 면을 다루고 있을까?

 

- 불완전한 해방이 빚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적 존재, 빨치산.

- 단순 공산주의 폭동으로 왜곡되고 삭제되었던 대구 10월 사건.

- 제주 4·3 사건.

- ‘여순 반란이라 명명되는 여순 사건.

- 골짜기의 비극, 국민보도연맹 사건.

- 전쟁 당시에 벌어진 마을전쟁.

- 중국군 참전,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전쟁에 참여했던 개인들의 이야기.

- 14 후퇴후에 발생한 수많은 실향민.

- 38선을 통해 생겨난 수복지구 원주민들의 삶.

- 중국과의 수교 후에 이산가족의 은밀한 접촉.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읽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제목에서 삼촌이라는 말이 있어, 주인공 순이 삼촌이 남자인줄 알았다. ‘순이라는 이름이 남자라니, 하는 의아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그게 아니라는 것 알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촌수를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82)

 

수복지구 :

휴전이 되어 휴전선은 동쪽으로는 38선 북으로 올라갔고, 서쪽은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우리나라에 편입된 동쪽 지역을 수복지구라 불렀다.(242)

그런데 이 수복지구에 살던 사람들은 전쟁 중에는 국적 없는 주민으로, 휴전 후에는 남쪽의 주민이 되었지만 5년동안 북에서 생활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해서 그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달랐는데,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다해도 권리의 하나인 선거권을 1960년대에 가서야 완전히 행사할 수 있었다. (253)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625 전쟁의 모든 면을 다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 과정에 일어났던 일, 그 후에 일어났던 일들, 그 여파까지 모든 면을 짚어주고 있다.

 

해서 전쟁은 단순히 전선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당시 후방은 물론 그 후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픈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흔적은 역사의 왜곡으로, 거짓된 역사가 진실된 역사 대신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잊고 화해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최대한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일이다. (101)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억되어야 한다. (172) - 영화 <청야>의 대사

 

수복지구 원주민들에게 달라붙은 빨갱이, 부역자, 잠재적 간첩이라는 꼬리표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의 상처가 아물게 하려면 그들이 잃어버린 시간, 그들이 잊어버린 가족에 대한 기억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빨갱이의 굴레를 벗겨주어야 할 것이다.(266)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금도 기득권을 꽉 주고 그것을 놓치기 싫어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이니 하는 이름표를 아무데나 붙이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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