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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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나는 지금 모처의 미술관에 들어서고 있다.

그저 아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미술관나혼자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흐뭇한 마음으로 미술관에 들어선 참이다.

 

혼자 하는 감상이 그림 감상에 제격이니까 말이다.

사람에 떠밀려 제대로 이모저모 살피지도 못하고지나가는 행인 1’로 감상을 마치면 그건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모독이 아니겠는가?

 

입구에는 전시회의 주제가 세로 글씨로 나를 반긴다.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수다도속삭임도 좋다그림이 나에게 해주는 수다그리고 속삭임은 더더욱 좋다.

 

먼저 그림 입구 한쪽에 놓여있는 그림 목록을 집어든다무려 140점이다.

이건 적어도 몇 박 며칠 걸리는 대장정으로 감상해야 하다.

주마간산 식으로 그림을 봐서는 애써 그린 화가에게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몇 박 며칠 가능하다요즘말로 하면 책은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되니얼마든지 그게 가능하다.

게다가 그림 곁에는 저자가 붙여놓은 수다즉 증강현실처럼 눈에 들어오는 설명이 붙어있으니 더더욱 좋다그림이 어떤 것인지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으니나의 미술에 대한 부족한 지식도 채울 수 있는 셈이다.

 

먼저 목록을 훑어보니아는 그림본 그림유명한 그림도 보인다.

그러나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보자는 생각이다아는 그림이라도 해서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해서 오롯이 이 그림들은 생전 처음 본다는 생각으로 미술관 안으로 발을 딛는다.

 

첫 번째 그림은?

첫인상 클로드 모네 인상해돋이

 

이게 다 기획자인 저자의 의도가 참으로 아름답다.

첫 번째 그림에 저자가 붙인 안내판에는 첫인상이라고 써있다.

그렇지모든 게 첫인상이 좋아야지아무렴!

전시된 모네의 작품은 제목이 <인상해돋이>.

 

이른 아침포구에 펼쳐지는 붉은 해 사이로 발갛게 물든 잔잔한 파도와 배에서 뿜는 흰 연기하늘과 안개의 조화된 분위기가 평화로운 바다의 한순간을 포착해낸다. (19)

 

저자의 설명은 계속된다의미있는 발언들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재발견한 자연의 순수함을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빛의 진동을 대담한 붓놀림과 섬세한 터치로 표현해내 초자연적인 색감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 다음 작품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저자는 이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생각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프리드리히그에게 허락된 그림은 오로지 바위에 우뚝 서서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맞서는  생각하는 인간뿐이었다그래서 그 생각하는 사람은 바위 위에 서서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모습아름답다고 말한다그러나 그런 아름다움보다는 집채만한 파도가 삶을 휘몰아치더라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갈 뿐이다’(20)라는 각오가 드러나 보이는데.....그게 그렇지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저자가 내린 평가공감이 간다그런 인생아름답다.

 

그다음 작품은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저자는 그 작품의 의미를 아름답다는 것으로 잡는다.

 

하얀 식탁보 위에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가득차 있다.

절대적 구도로 완성한 색과 면의 배치가 견고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23)

 

세계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세잔의 사과 그림이다.

뉴턴윌리암 텔하면서 손으로 꼽는 인류 역사에 남는 사과에 드는 또다른 사과세잔의 사과다.

저자는 여기에서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을 포착해낸다.

 

그림을 보면서집에 있는 실제 사과를 꺼내 빛에 비쳐본다.

그 사과는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살펴본다.

다르다세잔의 사과와는 다르게 보인다그저 먹고 싶은 대상으로만 보인다.

내 그림 보는 눈이 그 정도인가아니면 실제 사과와 그림 속의 사과는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인가.

 

이렇게 여기 전시된 그림들은 나로부터 소위 생각을 이끌어낸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저자가 붙여놓은 설명을 읽으면서같이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해서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니나만의 생각이 오롯이 흘러나온다.

그런 생각여기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그림 보고생각하게 하는 힘이 여기 이 책에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보다. 느끼다. 채우다>인데 각각의 단어 앞에 들어갈 말은 어느 게 적당할까?

<그림을 보다내가 느끼다나를 채우다정도가 아닐까?

보고 느끼고 생각으로 나를 채우는 일그림으로 가능하다이 책으로 그런 일 처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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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브랜딩 - 대전환 시대, 데이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김태원 지음 / 유엑스리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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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데이터 브랜딩

 

이 책은?

 

이 책 데이터 브랜딩은 <대전환 시대데이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부제처럼데이터와 브랜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다.

 

저자는 김태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데이터 커맨드 센터 국장광고업계에서 20년간 다양한 전략가의 경력을 쌓아왔다오리콤 브랜드 전략 연구소의 브랜드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전략 플래너Strategic Planner로 활동했다다양한 전략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이노션 데이터 커맨드 센터에서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캠페인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마케팅에 관한 기존 인식그 틀을 깨야 한다.

 

마케팅에 관하여는 광고와 연결시켜지금껏 마케팅 퍼넬이란 용어로 설명을 해왔다.

마케팅 퍼넬(funnel) 은 마케팅 깔때기라는 의미다깔때기는 입구가 큰 용기에서 작은 용기로 투입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물건을 깔때기에 집어넣어 작은 용기 안으로 집어넣듯이 소비자들을 깔때기에 집어넣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 깔때기를 사용하면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하면,

인지흥미고려의도평가구매의 순으로 진행이 된다. 

 

그러네 이제는 그런 마케팅 퍼넬의 효용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소비자들은 그런 단선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복잡하게 얽혀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데이터가 있다.

 

이를 ‘Dual Transformation’ 즉 이중 대전환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디지털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결합,

데이터적인 것과 브랜드적인 것의 결합이를 이중 대전환이라 한다. (31)

 

이제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세상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전환되어 우리가 정보로 인식할 수 있고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65)

 

세상 모든 것들이 수치화되고 정량화되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저장되고정제되어 분석이 가능해졌다. (65)

 

그런 데이터가 수치화되고 저장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시대가 되어 우리의 모든 활동은 흔적을 남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사든무엇을 먹든지어디를 가든지인터넷으로 무엇을 하든다 흔적이 남게 된다.

그런 흔적들이 모여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수많은 흔적들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졌지만,

이제는 전부 고스란히 데이터로 저장됩니다.

이 흔적들을 중심으로 하여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면기존에 볼 수 없었던 소비자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70)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그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여기에 데이터를 보는 시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73)

이걸 저자는 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데이터를 이용해서 상황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는 수사를 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80)

 

그래서 이제 데이터는 의미있는 데이터로 거듭나는 것이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결코 객관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데이터를 모아놓았다고 해서그걸 가지고 어떤 일을 해 낼 수 없다.

그걸 가지고 원하는 결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목적과 관점을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11)

 

데이터를 스토리로 만들어야

 

<4강 Data Storytelling>에서는 데이터를 스토리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데이터에서 중요한 부분을 추려 내고 이를 해석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숫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해 내고 시각화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모든 과정이것이 바로 데이터 스토리텔링데이터텔링입니다. (136)

 

사람은 스토리텔링 애미멀이라 한다스토리에 모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 데이터를 데이터로만 제시할 게 아니라스토리텔링으로 제시하면데이터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엘렌 케이 (39)

 

다르기를 바라면서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 아인슈타인 (93)

 

다시이 책은?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이 책 처음 부분에 재미있는 테스트를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보여주면서그걸 무어라 부르는지 묻는다.

 

대개 사람들은 그게 디지털 카메라이니 디지털 카메라라 부르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그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가 되었으니 굳이 앞에 디지털이란 말을 붙일 필요가 없이그냥 카메라라 불러야만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47)

 

이는 마치 요즘 영화를 총천연색 칼러 영화라고 소개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를 소개하면서 흑백영화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치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라는 말을 강조한 필요조차 없는 디지털 시대다.

그래서 저자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대하는 근본적인 사고부터 전환해야 합니다. (47)

 

이제 우리에게 디지털은 일상의 삶이고 보통의 삶이 된 것이다.

그런 인식하에 이 책을 읽어보면, '데이터와 브랜딩'에 관한 우리 인식이 달라져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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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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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지나갈 장벽의 시간

 

이 책은?

 

이 책 장벽의 시간』 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다섯 개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안석호, <연세대학교 경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미국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미국 듀크대학교에서 1년 동안 방문학자로 연수했다세계일보를 거쳐 현재 TV조선 기자로 재직 중이다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카슈미르캅카스 등 주요 국제 분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르포를 작성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장벽 이야기가 담겨 있다다음과 같은 다섯 개의 장벽이야기.

 

베를린 장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장벽,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과 장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장벽인 무역 장벽이다.

 

맨처음 살펴보는 베르린 장벽은 현재 사라졌지만 나머지 4개의 장벽은 목하 건재하다아니 더더욱 더 높게 쌓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들 장벽은 과연 누가 쌓았을까누가 쌓았고그 장벽 때문에 누가 고통을 받고 있는가하는 성찰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각각 장벽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와 그 후의 과정을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 장벽 - 탈출 - 붕괴 -그 후

사건 - 장벽 탈출

사건 - 장벽 - 탈출 그 후

사건 - 장벽 그 후

 

사건이란 항목에서 저자는 그 장벽이 세워지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본다.

장벽이 어느날 갑자기 세워지는 게 아니라다 사연이 있는데그 사연을역사적 사연을 저자는 살펴보고 있다.

 

지금은 역사가 되어버린 베를린 장벽

 

예컨대베를린 장벽의 경우는사연이 길다.

2차 세계 전쟁이 독일의 패배로 막을 내린 다음에연합국 - 미국영국프랑스소련 - 이 독일에 진주하면서 일이 벌어지게 된다그 다음이 문제다.

 

4개의 나라가 자기 나라에 할당된 지역을 관리했으면 베를린 장벽은 없었을 것인데동독에 위치한 베를린의 관리를 두고 독일에 진주한 소련과 다른 나라의 속셈이 달랐던 게 도화선이 된다.

 

그렇게 해서 결국 베를린을 둘로 나누고그 다음에는 아예 장벽으로 갈라놓는다.

 

사건 - 장벽 - 탈출 - 붕괴 -그 후

그렇게 장벽이 들어서자그 장벽을 넘어 탈출하려는 일이 생긴다그 탈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다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세월이 흘러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과 장벽.

 

지금은 다만 역사로만 남아있는 베를린 봉쇄, ‘베를린 장벽이니 하는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에도 지금 장벽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예전에는 삼팔선지금은 휴전선으로 한반도가 갈라져 있는데그 가운데를 막는 장벽이 서있는 것이다이름하여 DMZ.

 

그럼 위에 열거한 도식 중에서 우리나라의 장벽을 설명하는 도식은 어떤 것일까?

<사건 - 장벽 그 후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장벽을 설명하는 사건은 1950년 6월 25일부터 시작된다.

그날 비가 갠 서울 하늘은 맑았단다일요일 아침 오전 10시 거리에 군용 지프가 다급하게 나타나장병들은 복귀하라고 방송을 하고 다녔다그로부터 전쟁의 화마가 나라를 휩쓸고결국은 허리가 동강나고 그 자리에 장벽을 쌓았다.

 

사건 - 장벽 - 그리고 탈출과 여러 곡절이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미국과 멕시코는 어떤가?

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뉴스에 자주 나오던 이야기가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모두 다 쌓아버리겠다는 호언장담....아니 협박?

 

그러나 이 책을 보니그게 그리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경제는 서로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뛰어난 기술과 자본이 풍족하고 산업 기간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다양한 일자리와 노동 기회가 많은데다 구매력도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멕시코는 이런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천연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고 노동력이 풍부해임금은 미국의 10분의 1에서 20 분의 수준이다.

두 나라가 각이 장단점을 잘 보완해 협력한다면 모두가 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브리세로마킬라도라나프타로 이어지는 경제 협력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195)

 

그러나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장밋빛 전망은 금세 사라지고멕시코는 모든 면에서 대미 종속화가 이루어지고이는 곧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이주 행렬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불법이 개입되고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진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사막도 있고 평지도 있고 또 강도 있다.

이런 곳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그게 불법 이주자들의 고민거리다이런 일도 있다.

 

짐승 열차가 지나는 곳은 밀입국자를 뜯어먹으려는 범죄자가 들끓는다. (……짐승 열차가 범죄조직과 카르텔이 장악한 구간을 통과할 때면 뇌물과 보호비를 내야 한다조직원들은 열차에 올라타 통행료를 받고 밀입국자들의 돈과 귀중품을 갈취하기도 한다돈이 없다고 버티면 여지없이 주먹이 날아들고부녀자는 성폭행당하기 일쑤다반항하거나 힘으로 맞서는 밀입국자는 그대로 열차 밖으로 떠밀어 버린다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지면 바퀴에 팔다리가 끼어 중상을 입거나 그 자리에서 숨지기도 한다목숨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 인적도 없는 사막지역에 떨어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21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장벽,

이 참참한 아이러니라니!

 

2004년 12동예루살렘 장벽 건설현장에서 저자와 현지인 사이의 대화 한토막이다.

 

저 인부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세요?”

생각지 않은 질문이었다이스라엘 분리장벽이니 당연히 이스라엘 노동자이겠지.

이스라엘 사람이겠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에요지금 우리를 가두는 장벽을 쌓는 일을 우리 손으로 하는 거예요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먹고 살아야 하는데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에요.” (134)

 

이런 사실도 있었다니!

 

미국 정부는 한국 대통령 이승만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이승만이 북한 인민군의 공세에 밀려 임시 피란 수도인 부산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우선 그를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유인해낸 뒤 참모와 정부 요인들을 모두 체포하려는 것이었다서울과 의정부춘천원주 등에 미군을 포함한 병력도 배치할 작정이었다이승만을 감금한 뒤 군정을 실시한다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정부의 에버래디 계획(Plan Everready)이었다. (251)

 

미국은 왜 이승만을 제거하려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이 책 251~ 257쪽을 참조하시라.

 

다시이 책은?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장벽의 시간으로 잡은 데는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니언젠가는 장벽이 무너지고지금의 베를린 장벽처럼다만 시멘트 조각이 기념품으로 팔리는 것처럼그런 시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장벽의 시간이지만훗날에 그런 시간은 다만 추억거리로 남고우리의 장벽도 서울 어딘가 리어카에서 ‘ 이게 한때 우리나라를 갈라놓았던 장벽의 한 조각입니다’ 라며 팔리는 시간이 오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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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고나가야 마사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박경수 외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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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이 책은?

 

이 책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는 역사책이다역사의 역사적 순간을 바꿔놓은 질병그 사연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고나가야 마사아키, <1949년 지바현에서 태어나 1979년 나고야대학교 대학원 의학 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신경내과학을 전공했다현재 일본 국립병원기구 스즈카 병원의 명예 원장으로 있으며 파킨슨증과 ALS·근이영양증 등의 신경 관련 난치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

 

이 책의 내용은?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자전후 처리를 둘러싸고 연합국 정상들은 소련의 얄타에 모여 회의를 연다거기에는 소련의 스탈린영국의 처칠그리고 미국의 루스벨트가 모였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난 후결과 몇 가지 중요한 조약이 체결되었는데대부분 소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대채 왜 그런 일이 생긴 걸까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 특기할 게 있는데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회의 내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앉아 있기만 했을뿐 토론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49)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시 2차 대전 때의 일이다.

영국의 해군 수장인 더들리 파운드는 당시 영국 해군을 총지휘하는 퍼스트 시 로드였다.

요즘으로 하면 해군참모총장’ 격인 인물이다. (120)

그런 그가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1942년 6월 소련으로 향하는 원조물자를 가득 싣고 가는 수송선 33척을 호위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그의 지휘가 문제가 된 것이다.

독일 함대가 출몰하는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에수송선단의 호위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었다.

작전 회의에서 그는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수송선단을 해산하고 각 함대들은 흩어져 목적지로 향하라.”

호위 함대는 스코틀란드 연안 정박지로 돌아가라.”

주위 참모들이 말렸으나 그의 명령은 바뀌지 않았고결국 수송선 33척 중 23척이 수장되고소련과 연합국간의 공동전선도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126)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에는 그렇게 의문을 갖게 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역사적 순간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리더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데 대체 왜 그런 일이 생겼던 것일까?

우리가 리더들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정함을 지닌 전략형 두뇌의 지휘관이나 도무지 두려움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용감한 돌격형 지휘관이 그런 이미지다. (120)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이나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 또는 수상에게도 위의 이미지는 동일하다리더라면 응당 그런 모습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대체 무슨 일 때문인가?

이 책의 저자는 역사적 순간 그렇게 포착된 이연에는리더의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그런 측면에서 역사적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사례인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

미국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만든 질병은 바로 고혈압 때문이라 진단한다루스벨트의 혈압은 300/170 mmHg 인 경우도 있었다 한다. (149)

 

두 번째 사례인 영국 해군 제독 더들리 파운드의 경우는?

저자는 더들리의 증세를 살펴본 결과 뇌종양으로 추정한다. (128뇌 속에 종양이 생기면 정신 기능과 함께 지적 기능도 저하되며이 경우 치매 증상을 보이거나 인격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바로 그런 증상이 더들리에게 나타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례를 비롯하여다음과 같이 세 파트로 나누어세계사의 갈림길에서 질병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Part 1_ 무서운 질병이 영웅과 군주의 뇌를 조종하여 세계사를 뒤흔들어놓다

Part 2_ 강대국 리더들이 결정적 오판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게 한 치명적 뇌 질환

Part 3_ 넘사벽 천재와 최고의 대가도 무릎 꿇게 한 끔찍한 질병

 

각 파트별로 각각 어떤 인물이 해당되는지알아보자.

 

Part 1 무서운 질병이 영웅과 군주의 뇌를 조종하여 세계사를 뒤흔들어놓다

 

잔 다르크와 도스토옙스키 측두엽 간질/ 

로마 황제 막시미누스 하수체성 거인증·말단 비대증/

클레오파트라 코브라 독·중증 근무력증/

 

Part 2_ 강대국 리더들이 결정적 오판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게 한 치명적 뇌 질환

 

그랜트 장군 - 편두통 바이마르공화국 힌덴부르크 대통령 치매

영국 해군 제독 더들리 파운드 - 뇌종양 프랭클린 루스벨트 고혈압성 뇌출혈

히틀러 -  파킨슨병중국의 마오쩌둥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

브레즈네프 뇌혈관성 치매

 

Part 3_ 넘사벽 천재와 최고의 대가도 무릎 꿇게 한 끔찍한 질병

 

무하마드 알리 펀치드렁크 증후군시인 보들레르와 암흑가의 제왕 알 카포네 매독

우디 거스리 -  헌팅턴병리타 헤이워스 알츠하이머 증후군

운디네의 저주’ - 수면 무호흡 증후군바비 존스 척수 공동증

페라리사 후계자 -  근위축증

 

새롭게 알게 된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죽었을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는 뱀에 물려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다아마도 셰익스피어는 독사에 물린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69)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는 자신이 모시던 여주인의 저승길 동무로 따라나선 시녀가 왕가의 자녀답게 고결한 최후를 맞이한’ 그의 죽음을 로마군에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전했다고 한다. (70)

 

사람이 코브라에 물리면 즉시 눈꺼풀 등의 얼굴 근육에 이상이 생겨 몽롱하게 졸린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클레오파트라의 시신을 본 사람들이 그가 편안하게 잠자듯 저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데아무리 손을 허우적대려 애써보아도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숨이 끊어지듯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방울뱀 등의 독에는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하는 오피오이드 펩타이트 (opioid peptide)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니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몸속으로 코브라의 독이 들어갈 때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 (71)

 

그러니저자가 살펴본 바와 같이 클레오파트라가 코브라를 이용해 죽었다면혹시라도 고통을 덜 느끼면서 죽어갈 수도 있었겠다.

 

소련과 중국의 지도자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는?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는 비만형 체질에 지병인 당뇨가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골초였으며거의 날마다 말술을 마셨다.

그 결과 그는 치매로 시달리면서마지막 몇 년 동안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지내면서도 사직하지 않고 최고 지도자 자리를 고수했다. (205)

 

그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이 그를 대신하여 다른 후계자를 찾는 것보다그런 상태의 브레즈네프를 세워놓고자기들의 권세를 부리는 게 훨씬 좋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80세가 넘어서자 언어장애에 시달렸으며근위축 측삭 경화증(루게릭병)으로 보행 장애 그리고 심지어는 손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게 되었다오직 그 옆에 수발들던 개인 여비서만이 그의 입술의 움직임을 겨우 알아볼 정도였다 한다.

 

이런 역사의 이면에 있던 이야기들은 정사 역사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브레즈네프 이후 소련의 급격한 쇠락에 이르는 과정과 중국에서 마오쩌둥 사후 일어난 변화에 대한 기록도이 책을 통하여 그 숨겨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시이 책은?

 

저자가 의사인지라저자가 이 책에 나온 질병을 먼저 앞세우고그 질병을 설명하는 식으로 책을 꾸몄다면나는 이 책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지 않고저자가 역사 차원에서 질병을 바라본 게이 책을 흥미있게 만들고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가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위인과 유명인이 질병으로 고생했고결국은 그 질병이 그 사람을 움직이고더 나아가서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는 점에 착안하지 않았더라면역사를 움직인 숨어있는 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서 역사와 그 역사를 움직인 위인 그리고 그 위인을 움직인 질병이렇게 세 개의 연결구도를 이해하게 된 것저자의 덕분이다.

 

역사란 게 참으로 묘하다묘한 부분과 우연인 부분이 함께 하는 가운데 역사의 바퀴는 굴러간다그걸 알게 해준 책이다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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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생생하게 읽기 - 공자와 그 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
이응구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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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생생하게 읽기

 

이 책은?

 

이 책 논어생생하게 읽기는 <공자와 그 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라는 부제가 붙어있는공자의 어록인 논어를 새롭게 읽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이응구,

<대학을 졸업한 뒤에 대기업벤처기업중국기업원자재 영업무역업 등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목민처럼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다가 늦은 공부를 시작하여공자와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이 몸소 실천한 평생 공부하기를 따라하면서 많은 사상가들과 고전을 만나고 있다수년째 동서양고전강좌를 열어 사람들을 공부하는 행복한 삶으로 이끌고 있다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그 길로 유혹하기 위해 막 저술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논어는 공자의 말을 담은 책이다.

공자의 말을 담는 방법은 주로 대화로 이루어진다.

공자와 공자의 제자 중 한 명과 나누는 대화를수록해 놓은 것이다.

 

또한 편집도그러한 대화편을 수집하여 수록해 놓은 것이라읽으면서도 하나의 대화와 이어지는 대화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그저 대화들을 한 군데 모아놓았다는 식이다.

 

논어의 각 편은 그 자체만으로 뜻을 가지는 게 아니라전후 맥락이 생략된 표현들이다.  (10)

 

해서 다른 방식으로 편집된 논어를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논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논어를 해설하면서주제별로 또는 인물별로 새롭게 편찬하여 책으로 엮는 경우가 있는데이 책도 그런 책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다양한 맥락 속에서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10)

 

이 책은 그 방법으로 공자의 제자를 각각 앞세워그 제자에 관한 공자의 말을 분류 해설해 놓고 있다.

 

공자의 제자는 수 백 또는 수 천으로 헤아리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제자는 모두 6명이다.

자로자공안연염유그리고 재아와 번지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간 읽어왔던 논어를 새롭게 보도록 해준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구절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준다.

예를 들자면자한 11장의 구절에 이런 게 있다.

 

공자의 병이 깊어지자자로가 문인들을 가신으로 삼았다. (25)

 

이 부분그간 읽으면서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로가 문인들을 가신으로 삼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또 왜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이 책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23-24)

 

공자가 말하는 앎이란?

 

공자에게 앎의 문제는 상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는 행동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서 아는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그에 맞춰 실천하고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그에 맞춰 실천하는 것이다. (31)

 

정명(正名)으로 철학하기

 

공자가 말하는 정명이란 무엇인가?

지금껏 읽어왔던 논어에서는 정명에 대하여정치와 관련하여 고찰할 뿐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데 비하여이 책에서 저자는 정명을 화두로 삼아 철학적 접근으로 시도한다.

 

이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보기보다는 실천적인 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43)

정명은 이름을 붙이는 행위뿐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은 실천까지 포함한다. (44)

정명은 한 번의 이름 지음으로 끝나지 않는다그것은 중()에 이르는 과정처럼 끊임없이 바름[]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철학이다. (45)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공야장 5- 8의 해석에 관한 글이다.

자공과 안회둘 중에 누가 나은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孰愈?” 對曰: “賜也何敢望回回也聞一以知十賜也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吾與女弗如也.”

 

공자(孔子)께서 자공(子貢)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안회(顔回)와 누가 나으냐?” 하셨다.

대답하기를 제가 어떻게 감히 안회(顔回)를 바라보겠습니까안회(顔回)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 하였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안회(顔回)만 못하다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여[인정]한다.”

 

지금껏 이런 해석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다르게 해석한다.

 

자공이 대답하기를제가 어찌 감히 안연만 하겠습니까안연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밖에 모릅니다하였다.

공자가 말하였다그렇지안연만 못하지너나 나나 안연만은 못하지. (73)

 

마지막 문장공자가 대답한 것이 기존 해석과 다르다.

 

기존의 해석 : <네가 안회(顔回)만 못하다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여[인정]한다.>

저자의 해석 : <그렇지안연만 못하지너나 나나 안연만은 못하지.>

 

이 부분 저자가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

 

주자의 주석을 비롯한 전통적인 해석은 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락한다라고 해석한다.

한자어 ()’에는 ‘~ ’ 라는 뜻도 있지만 그 외에도 주다참여하다, 허락하다 등 여러 뜻이 있다필자가 여()를 ‘~ 로 해석한 반면에 전통적인 해석은 여()를 허락한다 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런데 그 해석에 따라 읽으면 공자의 의도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일 자공이 안연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대답했다면 모르지만 자신이 더 못하다고 했는데그 판단을 허락한다는 말인가전통적인 해석에 의지해서 논어를 이해하려고 했던 필자에게 이 구절은 한동안 수수께끼였다.

 

전통적인 해석이 이렇게 풀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완벽한 인간인 공자가 제자(안연)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니 고심 끝에 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뜻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뜻을 들어 자공이 안연보다 못하다고 말한 것을 허락한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이 대화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대화로 읽을 수 없다. (75)

 

나 역시 저자의 의문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공자가 자공에게 안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허락한다니’, 무슨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구절이었는데저자가제시한 생각과 해석의 근거를 들어보니매우 합리적인 해석이라 판단이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 책으로 풀리게 되니기쁘다.

 

안연 (淵 顔回)

 

공자가 유일하게 ()하며 호학(好學)하는 자라고 인정한 안연.

그는 41세에 사망하여공자가 아쉬워한다.

공자는 그 소식을 듣고, “아아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며 통곡한다. (선진, 11-8)

 

안연과 관련된 구절선진 7장의 해석에 관한 대목이다,

 

顔淵 死 顔路 請子之車 以爲之槨

子曰 才不才 亦各言其子也 鯉也死 有棺而無槨

吾不徒行 以爲之槨 以吾從大夫之後 不可徒行也

 

안연이 죽자 그의 아비인 안로가 공자의 수레를 팔아 관의 외관인 곽을 만들 것을 청하니,

공자가 말하였다.

재주가 있든 없든 각자 자기 아들은 소중한 법이다내 아들 리()가 죽었을 때에도 관만 있었고 곽은 없었다내 아들이 죽었을 때 수레를 팔아 곽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내가 나라에서 대부의 지위인 상황에서 걸어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98)

 

이 부분전에 읽으면서 공자가 안연의 아비 안로가 청하는 것을 거절한 것에 대하여 그 상황과 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제자인 안연에게 그 정도도 못해준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의 해설을 듣고 납득이 되었다.

 

수레를 팔아 곽을 만드는 것은 몇 가지 이유로예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첫째당시 대부 이상의 지위를 가진 자는 거리를 다닐 때 걸어다니면 안 되었다반드시 수레를 이용해야만 되었다그러니 대부인 공자에게 수레는 꼭 필요했었다.

둘째공자의 수레는 사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임금이 하사한 것이다그러니 마음대로 팔 수가 없는 것이다. (100)

 

그러니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예에 어긋난 것은 안연의 아비인 안로였지공자가 아닌 것이다.

 

의미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구절새롭게 만나다.

 

논어를 읽으면서그냥 의미를 새겨보지 않고 지나가버렸던 구절의 의미를 새롭게 만나게 된 것들이 많다.

 

계씨 13장의 구절이다.

 

진항이 공자의 아들 백이를 두 번 만난 기록이다그때마다 진항은 묻는다.

아버님으로부터 어떤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바가 있는가?“

그런 질문에 백이는 그저 무심히 대답한다.

특별히 가르침을 받은 바는 없고그저 시를 공부하라 하신다.

또 다음날 만나서는같은 질문에그저 예를 공부하라 하신다,고 답한다.

그 다음 구절이 내가 흘러 넘겼던 구절이다.

 

진항이 물러나와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하나를 물어서 세 가지를 얻었으니시를 듣고 예를 들었으며 또 군자가 그 아들을 멀리하는 것을 들었구나.“ (190)

 

마지막 부분새롭게 들린다.

 

또 있다.

헌문 41장의 구절이다.

 

석문이라는 곳에서 문지기가 자로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자로가 답한다. ”공씨(공자)로부터 왔습니다.“

문지기가 말한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그 자 말인가?“(198)

 

내가 놓친 부분은 공씨(공자)로부터 왔습니다.“라는 말이다.

그 다음 말이 중요하다 해서 그말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그 자 말인가?“라는 말만 열심히 새겨보았지정작 그 말을 하게 만든 자로의 말은 새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 그 말을 이렇게 새긴다.

자로가 대답한 공자로부터 왔다는 말은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한 과거는 공자와의 만남으로부터라는 의미다. (198)

 

다시이 책은?

 

모처럼 논어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성인 공자를 숭상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살아 움직이는 공자의 모습을 보고,

그와 함께 한 제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새롭게 새겨가며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자한 16장을 인용하면서 맺음말을 남기는데그게 아주 의미있다.

 

공자가 시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말하였다.

물이 흐르는 것이 이와 같구나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203)

 

논어와 공자의 삶은 흐르는 강물과 유사하다.

논어라는 강을 흐르는 공자의 삶은 새로운 시대새로운 독자와 만나면 새로운 드라마로 거듭난다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는 것처럼 논어를 읽을 때마다우리는 새로운 드라마를 보게 된다.

 

새로운 드라마로 다가온 논어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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