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세계 : 세상 별별 춤을 찾아 떠나는 여행 - 2020 세종도서 인문 선정도서
허유미 지음 / 브릭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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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춤추게 하는 춤추는 세계

 

뭐 언제 춤을 추어봤어야지, 춤이라곤 어깨춤이나 추어봤을까?

그래서 이 책 나 자신도 의외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의외의 길도 가봐야지!

생전 경험하지도 않은, 또 해볼 생각조차 안했던 그 분야, 그런 것 알기 위해 책은 읽는 것이니까.

 

그런 거창한 명분하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춤추는 세계

아차, 남이 춤추는 건 봤구나. 공연을 눈앞에서 본 건 아니지만 TV 같은데서 보기는 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춤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추는 춤또 하나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도약하는 발레 슈즈.

 

이 책의 저자는 허유미.

저자는 다양한 단체에서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은, 여행기 형식을 취하여 세계 곳곳의 춤을 소개하는 책으로 다음과 같은 춤들을 소개하고 있다.

1. 알바니아, 발랴 - 춤도, 역사도, 누구의 것도 아닌

2. 인도, 바라타나티얌 - 세상 모든 움직임이 춤이다

3. 발리의 전통춤 - 먹고, 춤추고, 사랑을 꿈꾸다

4. 고성, 고성오광대 - 춤을 수확하는 사람들

5. 아일랜드, 아이리시 댄스 - 정서는 형식의 씨앗이 되지 않는다

6. 중국, 프로파간다 발레 - 정치 제도는 춤의 형식에 어떻게 관여하는가

7. 서울, 종묘제례악 - 권력의 기호가 움직인다

8. 조지아, 국립무용단 수키쉬빌리 - 제도가 아니라면 자연이었을까

9. 로잔, 모리스 베자르 - 삶의 여정이 끝나도 쇼는 계속된다

10.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 나는 누구의 춤을 추고 있는가

11. 일본, 부토 - 나와 춤의 교차점

 

종묘제례일무 - 논어<팔일(八佾)>

 

그렇게 각국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서울 종묘제례악이다.

 

<종묘제례는 조선시대에 공식적으로 일 년에 다섯 차례 이루어진 국가 최고의 행사로서, 선대왕들에게 감사를 올리고 국가의 화합을 다지는 길례였다. 사당의 문을 열어 음식과 술을 올리고 신을 보내는 과정 사이사이에 종묘제례악을 공연한다.>(139)

 

그렇게 읽어가다가 논어<팔일(八佾)>에 나오는 구절 하나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 구절은 논어를 공부하면서 미해결의 장으로 남겨두었던 것인데 뜻밖의 책에서 뜻밖의 경로를 통해, 다시 공부를 하게 되고, 충분히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 기쁨을 다음과 같은 글로 남겼다.

 

팔일(八佾) 편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孔子謂季氏 八佾 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공자위계씨 팔일 무어정 시가인야 숙불가인야)

 

해석은 다음의 두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공자님이 계씨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팔일무를 뜰에서 추게 하다니, 이 자를 참고 보아 넘길 수 있다면, 그 누구를 참고 보아 넘길 수가 없겠는가?”

(논어, 김학주 역주, 서울대 출판원, 37)

 

공자가 계씨를 비판하기를.

“864명의 무용수에게 뜰에서 춤추게 하니, 이런 일을 감히 한다면 어느 짓인들 못하리오.”

(주희가 집주한 논어, 정후수 역, 장락, 71)

 

그런 팔일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 팔일무를 보시고, 화를 내시다. [1]

http://blog.yes24.com/document/11531897

 

공자 팔일무를 보시고, 화를 내시다. [2]

http://blog.yes24.com/document/11532771

 

공자 팔일무를 보시고, 화를 내시다. [3]

http://blog.yes24.com/document/11534229

 

공자 팔일무를 보시고, 화를 내시다. [4]

http://blog.yes24.com/document/11535951

 

공자 팔일무를 보시고, 화를 내시다. [5]

http://blog.yes24.com/document/11536049

    

저자가 이 사진에 붙인 설명- <당일 팔일무에 참여한 내가 어딘가에 있다.>  

 

인문학과 춤을 접목시키다

 

그렇게 뜻밖의 기쁨을 맛보게 한 이 책,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모리스 베자르, 프랑스의 무용가.

 

그는 전문 춤꾼으로 활동하면서도 항상 인문학저, 예술적 소양을 넓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이다.(178)

 

저자는 그에 대하여 다각도로 묘사를 해 놓았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확실히 동시대 안무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저 몸들이 움직이는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 생의 심오한 깊이를 품은 시를 보는 느낌이다.> (180)

 

<베자르의 작품에 루미가 있다.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탄생 8백 주년을 맞아 헌정되었다. 신비주의와 수피즘을 추구한 루미의 시가 추상적인 몸짓으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 인간존재를 여인숙에 빗대어, 여러 감정이라는 손님들이 이곳에 오가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 여인숙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189)

 

여인숙은 읽어본 적이 있어 나에게도 친숙한데, 여기 소개해본다.

 

인간이란 여인숙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초라함

몇 가지 순간적인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으로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하라

그들이 한 무리의 슬픔이라서

그대 집을 난폭하게 휩쓸고

가구들을 다 없애더라도

여전히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여 대접하라

아마도 그는 새로운 상쾌함을 위해

그대를 청소해주는 것일 테니

암울한 생각, 수치심, 못된 마음

그들도 문에서 웃으며 맞이하라

그리고 안으로 초대해 들이라

그 누가 오든지 감사하라

각자의 손님은 안내자로서

저 위로부터 보내졌을 테니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저자 뒤를 따라 여러 나라를 다니며 춤을 구경하는 사이 책을 다 읽었다.

신기 그 자체다. 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다니! 

 

그냥 구경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 같이 춤도 춘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 그리고 재미, 의미를 함께 느끼고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논어 구절 하나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어 기뻤다.

그 기쁨, 생각하니 그럴 때 사람들은 춤을 추었겠다 싶다.

 

나야 춤엔 통나무이니까 뻣뻣하게 위아래로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출까?

그것도 춤이라면 춤일까?

 

, 있다, 저자가 이런 춤도 소개하고 있다.

아일랜드 춤이다. 아일랜드 춤은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현란하게 발을 움직이며 팔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102) 그런 춤은 발동작 빼고 출 수 있겠다.

 

그렇게 춤을 추게 하는 책읽기의 기쁨, 저절로 어깨춤이 나온다. 이래서 사람들은 기쁨을 만끽하느라 춤을 추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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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설득의 고수가 되라
쉬윈송 지음, 임보미 옮김 / 나무와열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스토리텔링으로 설득의 고수가 되라

 

개념 정리

 

스토리텔링에 관한 여러 책을 읽어왔지만, 다음과 같이 정곡을 찌르는 개념은 처음이다.

 

<스토리를 들을 때 사람들이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에게는 세 가지 욕구, 즉 안전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마지막으로 자극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욕구들은 이론적인 설교로는 채우기 어렵다. 하지만 훌륭한 스토리라면 한방에 이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18)

 

심리적 욕구, 듣는 사람의 심리적 욕구를 스토리는 충족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이 기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실히 한다.

듣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당신의 생각을 넣고 싶은가?

그렇다면 반드시 스토리텔링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10)

 

결론적으로 좋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목적은 상대방의 결심을 흔드는 데 있다.”(209)

 

그래서,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모든 사람에게는 곧 밝혀질 사실을 미리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으며, 심지어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잠재된범상치 않은 추리력으로 반전이 일어날 실마리를 찾고 싶어한다. (180)

 

그런 상태에 이미 도달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토리를 듣게 되면 저절로 자가발전이 일어나, 스토리에 몰입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거나 혹은 앞서 나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에서는 그런 독자의 마음에 밀고 당기는 긴장과 긴장완화라는 장치를 통하여 스토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이 책을 잘 보여주고 있다.

 

chapter 1 설득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chapter 2 목표를 세우고 스토리를 구상하라

chapter 3 궁금한 이야기야말로 최고의 카드다

chapter 4 마음의 벽을 허물어라

chapter 5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놓치지 마라

chapter 6 영혼이 담긴 스토리만이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다

chapter 7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을 해라

chapter 8 한방으로 상대의 상투를 잡아라

 

특별히 이 책의 <부록, 스토리텔링의 실전 매뉴얼>의 가치가 크다.

다소 복잡하고 긴 설명을 붙여놓은 이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해 놓았다.

 

일화의 주인공을 찾아내다.

 

이런 이야기 들어봤을 것이다.

맹인이 구걸을 하고 다니는데, 그의 목에는 이런 팻말이 걸려있다.

실명 환자입니다. 한 푼만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 팻말의 내용을 이렇게 고쳤다는 이야기, 많이 돌아다닌다.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전 볼 수가 없네요.’ (39)

 

그렇게 글 내용이 바뀌자 맹인이 들고 다니던 통에 돈이 가득찼다는 훈훈한 이야기.

그런데 그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다니는 일화, 이야기에서는 밝히고 있지 않은데, 저자는 밝히고 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라고.

 

 

다시, 이 책은? - 이 책은 또한 실전용이다.

 

스토리텔링 책을 보면, 설명을 위주로 하는 것과 실습을 위주로 하는 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니 실전같은 연습을 할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많은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 사례를 스토리로 전해 줄때에 유의할 사항들을 꼼꼼히 짚어주고 있으니, 스토리텔링 과정의 교재로 써도 좋을 것 같다.

 

사족, 몇 개

 

저자가 히치콕의 영화 <이창(Rear Window)>을 소개하는데, 거기 잘 못된 것이 있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촬영기자 제프가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 창문을 통해 이웃의 생활을 훔쳐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내용을 그려냈다.>(33)

 

제프가 다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그는 다리를 다쳐 잠시 휠체어 신세가 된 것이다.

(이런 사족을 붙이는 것은 스토리에서 사실이 잘 못 전달될 경우 스토리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드? 프로이트?

역자는 심리학자 Freud프로이드라 표기했다. (34, 280)

그런데 Freud프로이드가 아니라 프로이트라고 읽어야 한다.

 

Freud [frɔʏt] 

Sigmund Freud 프로이트 (오스트리아의 신경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분석의 창시자, 1856-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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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우리 곁에 이런 사람, 이런 이야기 있다.

 

중국 작가 장자자 (張嘉佳) 의 소설이다.

중국에서 일천만부가 팔렸다는 소설인데, 읽어보니 그 말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단지 판매부수로 따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읽었다면 그 안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그랬다.

 

일단 이 소설은 스토리 면에서 대단하다, 탄탄하다.

줄거리 면에서 흔히 스토리텔링의 구성요소인 쫄깃쫄깃하고 밀고 당기기 같은 것은 아예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인물, 그가 의외로 인물이다.

 

등장 인물들

 

류스산 : 우리의 주인공, 우리는 그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그리고 졸업후 직장생활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왕잉잉 : 류스산의 외할머니,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진짜 할머니가 떠오르는 인물이다.

청샹 : 몸이 안 좋아 류스산이 사는 곳으로 잠시 머물러 가는데, 그게 단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는 사이가 된다.

 

지리적 배경은 윈벤진(雲邊鎭)이라는 산속 작은 마을.

이곳을 주인공인 청샹은 <사람들이 먼 미래를 보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먹고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는가> (287) 라며 좋아한다.

 

소설 전체의 느낌은?

 

경쾌한 슬픔이라는 말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기조는 경쾌하다. 그러나 슬픔이라는 물결이 그 아래 흐르고 있다는 것,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중국 대중 문화의 흔적들

 

둥장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중에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 몇 몇은 아는 사람들이 있어, 읽으면서 조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노래 제목 하나가 등장한다.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103)

달빛이 내 마음을 말해주네요.”라는 의미의 노래다.

 

또 이런 표현 읽으면서, 어떤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외할머니는 삼지창을 들고 먼지를 일으키며 류스산의 뒤를 쫓았다. 류스산은 비명을 지르며 먼 길을 번개같이 뛰어갔다.>(193)

 

먼지를 일으키며라는 말을 읽는 순간, 저절로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성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 <쿵후 허슬>에서, 주성치를 추격하는 돼지촌 여주인이 달려갈 때 그야말로 먼지가, 아니 태풍급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가. 그 장면이다.

 

그만큼 글이 경쾌하게 흘러간다는 말이다. 물론 그 안에 흐르는 슬픔은 별도로 하고.

 

중국 경전에서 읽은 구절들

 

중국 소설인지라 그 저변에 중국 경전의 여러 말들이 숨겨져 있다. 

 

<그런 류스산을 보면서 교수는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129)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는 말은 논어』 「공야장(公冶長)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宰予晝寢 子曰 朽木 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也 於予與 何誅

 

낮잠을 자는 재여(宰予)를 보고 공자가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 없다.

너처럼 게으른 자를 무슨 말로 꾸짖겠느냐!"

 

五光十色(오광십색)

색채가 아름답고 종류가 다양하다. 오색찬란하다. (275)

 

이 말은 노자 도덕경12장과 연관이 있다.

 

五色令人目盲 오색영인목맹

五音令人耳聾 오음영인이농

五味令人口爽 오미영인구상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고,

다섯 가지 소리는 사람들의 귀를 먹게 하는 것이며,

다섯 가지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버리게 하는 것이다  

 

옛말에 나뭇잎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302)

 

나뭇잎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라는 말은 落葉歸根에서 나온 말이다.

 

궁즉사변(窮則思變) (315)

주역에 나오는 궁즉통과 관련된 말로 궁하면 변화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아무리 기다림이 익숙하다 해도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슬픔을 책에서는 실망이라고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야 류스산은 그보다 더 큰 슬픔인 절망이 있다는 걸 알았다.> (57)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가 떠나기를 기다린 걸까. 아니면 스스로 표현하기를 기다린 걸까?>(274)

 

다시, 이 책은?

 

외할머니 왕잉잉 손에서 자란 류스산, ‘우리 외손자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좀 모자라’(395)라는 평을 받는 주인공 류스산의 진솔한 좌충우돌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게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눈부시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고, 또 그렇다고 실수가 때로는 반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식상한 구조가 아니어서 좋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 실제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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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 워싱턴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워싱턴 어빙 지음, 달상 그림, 천미나 옮김 / 아르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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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립 밴 윙클, 찾고 찾았다.

대학 때 원서 강독에선가 립 밴 윙클을 읽은 적이 있다. 그 후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한국 번역판을 찾았는데 그게 표제작이 아니었는지, 찾지 못하고 그냥 지냈었다.

그러다가 이 책 슬리피 할로우목차를 보니, 립 밴 윙클이 들어있지 않은가. 해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슬리피 할로우에는 표제작 슬리피 할로우를 비롯하여 모두 6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악마와 톰 워커

독일인 학생의 모험

립 밴 윙클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책 만드는 기술

유령 신랑

 

이 책은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워싱톤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들이다.

그런 기이한 이야기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원래 워싱톤 어빙의 스케치북에 실린 것들이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스케치북1819년부터 1820년까지 영국에 체류하며 집필하여 출간한 것인데, 수필과 기행문을 비롯해 영국의 전통과 미국의 전설을 담은 수십 편의 단편을 실었다.

 

그러니까. ‘기이한 이야기라 하는 것은 영국의 전통과 미국의 전설들을 수집, 각색해 놓은 이야기인 것이다.

 

예컨대, 립 밴 윙클같은 경우, ‘세상을 떠난 디드리히 니커보커 씨가 남긴 서류들 가운데서 발견’(49)한 것이라는 식으로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고, 어빙이 작품소재를 어디선가 수집해서 각색을 했다는 것을 소설식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ice to meet you, 립 밴 윙클!

  

하여튼. 립 밴 윙클, 몇 십 년전에 읽었던지라, 그 줄거리조차 희미해져, 다만 립 밴 윙클이 뒷산에 올라가다, 술통을 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 술 몇잔을 마시고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20년이 흘렀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마을에 가까워지자 립은 여러 사람을 마주쳤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조금 놀랐다. 이 인근에는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차림새 또한 눈에 익은 옷들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에게 시선을 던질 때면 예외 없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러한 행동이 자꾸 되풀이되자 립은 자기도 모르게 똑같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자신의 턱수염이 30센티미터도 넘게 자라나 있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66)

 

잠에서 깨어나 마을에 돌아올 때 립 밴 윙클의 모습이다. 하루 동안이라 생각했는데, 그 동안에 턱수염이 30센티가 넘게 자랐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 아닌가?

 

그렇게 돌아온 립 밴 윙클, 후일담이 무척 궁금했다. 산에서 내려온 후 어떻게 살았는지?

 

이렇게 살았다.

<립은 이제 예전에 하던 행동이나 버릇대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 모습은 시간이 흘러 예전과 달리 많이 상하긴 했어도, 곧 옛 친구들을 여럿 찾아냈다. 그러면서도 신세대와 어울리는 일을 더 좋아했는데, 그들도 차츰 립에게 큰 호감을 느꼈다.>(77)

 

브라보!!, 몇 십년간 찾고 찾았던 립 밴 윙클의 인생이, 알고 보니 이렇게 잘 풀렸다니. 잘 됐지 뭔가! 그전에는 엄처시하에, 공처가로 꼼짝 못하고 살았던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워싱톤 어빙은 이런 말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주변 공처가들이 삶이 고달플 때 품게 되는 공통된 소망은 립 밴 윙클이 마셨던 그 술을 한잔 쭉 들이켰으면 하는 것이다.>(78)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결말이다.

이런 결말은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령 신랑같은 작품도, 어디선가 그런 전설이 내려오는 것을 수집해 놓은 것이겠지만, 단지 유령의 출현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결말은 사랑의 개가를 그려놓고 있으니, 해피 엔딩이다. 그런 유령은 몇 명 만나도 좋을 것 같다.

 

이 시대에 새겨볼 작품은?

 

이 작품집에서 가장 의미있게 읽히는 것은 책 만드는 기술이다.

그 작품을 요즘 한창 책쓰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여러 가지 책을 대충 띄엄띄엄 읽고는, 원고를 휘리릭 넘겨가며 이 책에서 조금, 저 책에서 조금씩 갖다 붙였다. 다시 말해, 한 줄에 한 줄을 더하고, 격언에 격언을 더해 여기저기서 조금씩 가져다 쓰는 식이었다. 그가 완성한 책의 내용은 맥베스에 나오는 마녀의 가마솥에 들어가는 재료처럼 마구잡이로 뒤섞인 것 같았다. 여기에서 손가락 하나, 저기에서 엄지 하나를 가져다 넣고, 개구리 발가락과 발 없는 도마뱀의 독침을 섞어 만든 잡탕을 걸쭉하고 맛있게 만들겠다며 자기 자신의 잡답을 개코원숭이의 피처럼 마냥 들이붓는 식이었다.> (137)

 

이런 식으로 책을 찍어내는지, 어떤 사람은 수십 권 책을 펴냈다고 자랑질을 하던데, 그런 말을 들으면, 고개를 저절로 갸웃거리게 된다. 그런데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책 만드는 기술」이란 작품 읽어보니, 워싱톤 어빙도 분명 그런 책 찍어내기에는 갸우뚱 고갯짓을 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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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과학이야기 - 과학으로 세상읽기, 최신 개정판
권기균 지음 / 종이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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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을 바꾼 과학이야기

 

하나라도 알면, 이제 더 보이나니

 

책을 읽으면서, 한 걸음 더 깊숙한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바로 며칠 전, 생각을 빼앗긴 세계(프랭클린 포어)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구글의 회사명은 0100개나 붙는 숫자 구골(googol)에서 따왔다. 구골은 수학자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숫자를 간략히 줄여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11)

 

구글이라는 회사 이름이 구골에서 왔다는 것, 그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었는데, 이 책 세상을 바꾼 과학이야기에서 더 깊숙한 글을 만난다.

 

<어린이들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다. 10100제곱을 이르는 구골은 어린이가 만든 단어다. 1938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10100제곱을 뭐라고 부를까 생각하다 9살 난 조카딸 밀턴 시로타에게 묻자 밀턴은 구골이라고 했다. 1940년 캐스너는 제임스 뉴먼과 함께 쓴 수학과 상상이라는 책에서 구골을 소개했다.> (213)

 

그러니 구글에서 구골을 알게 되고, 이제 구골의 연원을 알게 된 것이니, 한 걸음 더 깊게 알게 된 것이다. 아마 그 책에서 구글의 회사 이름이 구골에서 온 것을 읽어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책에서 구골의 유래도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별 관심 없이.

 

그러니,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실학자 유한쥰 선생의 말이 그대로 맞다는 것,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도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에 유머 하나가 소개되고 있다. (213)

어린아이가 TV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프로그램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단다.

미스 코리아 있잖아요. ‘가 아름다울 미인 건 알겠는데, ‘스 코리아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우스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가진 과학관련 지식이 그렇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내가 가진 과학 지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과학으로  ‘과도 그렇고 ‘학도 모른다는 말.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온통 새로운 배움으로 가득하다.

 

민물고기과 바닷물고기의 차이는?

그런 차이점 생각해 볼 생각, 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둘 사이의 차이점을 알고, 비로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민물고기과 바닷물고기는 몸의 기능이 다르다.

민물고기는 몸 속 소금 농도가 민물보다 높아 삼투압 현상 때문에 물이 고기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수분이 많아지면 콩팥이 흡수해 오줌으로 배설한다. 그러다 정 목이 마르면 아가미를 통해 외부의 수분을 흡수한다.

 

그렇다면 바닷물고기는 어떨까?

바닷물고기는 물고기 몸속보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높아서 배추가 소금에 절 듯이 몸에 있는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것을 조절하려고 바닷물을 입으로 마신 뒤 아마미가 물은 흡수하고 염분은 걸러낸다. (140)

 

신기하지 않은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의 몸이 서로 다르다니!

이런 내용, 다른데서 듣지 못했다. 물론 관심이 없었으니 들어도 그냥 지나쳤을 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엔 그렇게 신기한 기능들이 그득하다>고 말하는 저자 말처럼 이 책엔 신기한 내용들이 그득하다.

 

또 하나 특징은 저자가 과학을 인문학적 차원에서 접근,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소개된 책들, 몇 권만 인용한다.

 

쥘 베른, 20세기 파리(21)

레이 브레드버리 화씨 451(41)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 머신(104)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121)

시오노 나나미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143)

토마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155)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191)

추구집(推句集)(201)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207)

조지 오웰 1984(209) 등등 .

 

이런 이야기 들어봤는지?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스웨덴 국왕이 수상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왜 가족들을 다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

그 질문에 수상자, 얼떨결에 대답한다.

다음 번 시상식엔 꼭 같이 오겠다.”

 

그런데 얼떨결에 한 그 대답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존 바딘의 이야기다. 그는 1972년에 다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55)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참으로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분야가 얼마나 넓고 넓은지, 독자들의 시야를 넓게 해줄 것이다.

 

생물, 미생물, 식물, 동물, 곤충,

우주, 하늘, , 바다.

우주선, 자동차,

현미경, 망원경, 온도계,

지퍼, 나일론, 등등

하여간, 이곳저곳으로 독자들을 마치 신대륙을 보여주는 것처럼 안내해 주고 있다.

 

아 참, 구글 이야기 미처 다 하지 못했다.

구글, 회사 이름을 등록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회사 이름을 구골로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도메인을 등록하려다가 입력하는 친구가 구골을 구글로 잘 못 입력했다. 그런데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google.com 이 되었다.(214)

 

저자는 그렇게 뭐 하나를 거론하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끝까지 추적하여 독자에게 제시한다. 그런 저자의 과학자 습성과 태도가 독자들에게는 복이다. 이야기 거리가 더욱 풍성하게 되니까.

 

변하고 있는 세상 물정을 과학도 알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과학도 알아야 세상을 바로 읽을 수 있다. 이 책, 그렇게 세상을 조금더 넓고 깊게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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