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
다다 쇼 지음, 이지호 옮김, 정완상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이 책은?

 

원자가 원자로로, 다시 원자탄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그 원리 알고 싶었다.

또한 그것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개념들도 알아두고 싶었다. 국제 정세의 한 축이 원자로, 원자 폭탄을 중심으로 하여 움직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알아야 하니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부제는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인데 강의하는 식으로 글을 써놓아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괴짜 물리학자라 불리는 다다 쇼는 교토대학 화학연구소 비상근 강사를 거쳐 현재는 준교수로서,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에 몸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153월에 도쿄 컬처에서 실시한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가필,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목차를 통하여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살펴보자.

 

1장 원자핵

2장 핵융합과 핵분열

3장 연쇄 반응

4장 핵연료

5장 핵무기

 

그런 대분류 아래, 핵과 관련된 것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나로서는 원자핵부터 시작했다.

원자핵은?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 이렇게 두 종류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30)

양성자는 플러스 전기를 갖고 있고, 중성자는 전기를 갖고 있지 않다.

 

핵융합은 원자핵과 원자핵이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61)

핵분열을 천천히 일으키는 것이 원자로이고, 일순간에 급격하게 일으키는 것이 핵무기다. (101)

 

핵분열 물질 우라늄 - 235 에 중성자가 흡수되면 핵분열이 일어난다. 처음에 이니시에이터를 통해서 중성자를 조사하면 그 뒤에는 계속해서 반응이 지속되니, 이를 연쇄반응이라 한다. (102)

 

핵분열로 생긴 중성자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므로 이 중성자를 감속시켜 원자핵에 흡수되기 쉬운 열중성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물질, 그러니까 감속재를 핵연료와 함께 원자로의 노심에 넣어둔다. 이 감속재 덕분에 효율적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103)

 

그렇게 하나하나, 개념 정리를 하면서 읽어가노라니,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인 원자탄에 이어,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 즉 수소폭탄까지 알게 되었다.(227쪽)

 

핵융합에서는 원자 표면의 전자가 1차적인 문제가 되는데, 중성자는 전자의 벽에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안쪽의 원자핵에 도달한다. 그래서 핵연료를 전리시킬 필요조차 없다. 이 때문에 핵분열을 이용한 것 즉, 원자폭탄이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폭탄보다 일찍 실용화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6)

 

다시 이 책은? - 이런 신문기사, 읽어도?

 

<이란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핵합의 축소 3단계> 라는 제목의 201997일자 기사를 비롯하여, 국제 정세를 크게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가 핵물질이다. 원자로, 원자 폭탄 등등.

그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원자에 대한 상식부족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을 시작했다고 7(현지시간) 밝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을 축소하는 3단계 조치로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가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장치다.>

 

신문기사, 분명히 한글로 되어 있는데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란이란 나라 이름 빼고 완전히 까막눈 수준이다. 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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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맹가노니 - 이야기의 탄생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나랏말싸미 맹가노니

 

이 책은 한마디로 "<나랏말싸미> 각본가 시나리오에 토 달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영화 <나라말싸미>를 쓴 시니리오 작가 이송원이 시나리오에 하나하나 토를 달아놓은 것이다.

몇 편의 시나리오 읽어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시나리오에 토를 달아놓은 것은 처음 접한다.

 

스토리텔링 실전 사례

    

 

이 책을 통하여 먼저 스토리텔링 이론과 실제를 공부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발언과 해당되는 시나리오를 동시에 접하니, 스토리텔링 실제 공부가 된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듯한 딜레마가 없으면 이야기의 긴장과 재미도 떨어진다. (38)

 

하나의 매듭이 매듭으로만 그치고 또다시 원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만담이다. 이야기 한 마디의 매듭이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그 힘으로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냥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폭이 확장되고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물길이 흘러야 긴장과 흥미가 유지된다. (91)

 

예측불허의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답시고 꽁꽁 숨기기만 해서는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없다. (92)

 

어떤 경우엔 예상을 넘어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어떤 경우엔 예상에 못미치는 지점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관객과 밀당을 하는 것이다. 가끔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긴장이 유지된다. (92)

 

아이러니와 딜레마가 크고 깊을수록 드라마는 더 힘차게 전진한다. (103)

 

한글 창제의 주역은 누구인가?

 

먼저 이런 진술 들어보자.

 

<많은 학자들이 훈민정음 창제는 비밀리에 수행된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신하의 반대를 피하느라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추측한다. 어떤 이는 언어학의 천재인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세종의 딸 정의공주가 변음토착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 모두 1443년의 마지막 날, 임금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실록 기사가 난데 없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문자 창제에 관한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158)

 

그래서 이러한 역사적 기록의 공백에 드라마를 짜는데 상상력이 작동하게 된다.

그래도 무한의 상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만 한다.

 

저자가 이 영화에서 상상력을 발휘, 불교의 신미가 한글 창제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줄거리를 끌고 간다. 그러면 그런 주장의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조선의 유생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불승들이 언문제작에 참여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까? (213)

 

한글 반포 이후 새 문자로 번역된 책의 대부분을 불경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231)

 

구결 (230)을 토대로 한글 만드는 작업을 한다.

구결이란, 한문(漢文)에 토()를 넣어 읽는 한국적 한문독법(漢文讀法) 내지는 그 읽은 내용까지를 통틀어서 이르는 말.

 

훈민정음에 깃든 동아시아 표음문자들의 자취를 확인할수록 창제과정에 참여한 불승들의 존재가 실감으로 다가온다. (247)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하여, 상상력을 발휘 역사 기록의 빈 공간을 채우려 하는 것, 이런 정도는 용인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시험 대비를 위한 역사 강의록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들이대는 역사기록의 엄정함이라니? 영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이에 대해서, 이런 말 들어보자.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와 구별되는 하나의 가능한 세계.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세종의 본명)의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그리고자 했다. 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信眉)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했으며, 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신미 캐릭터는 세종의 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분리하여 인격화한 또 다른 자아(alter ego)’. 세종의 마음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한 싸움을 외면화한 상대역으로 신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14431230일자 실록기사 이전의 역사공백을 개연성 있는 허구로 재구성한 작업의 요체다.>(10)

 

이런 부분, 의미 있게 들린다.

신미를 불교의 실제 인물로 보지 않고, 세종 안의 또 다른 생각으로 보면, 세종의 내부에서 한글 창제를 가지고 치열한 생각들이 오고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인문학적 사고가 아닌가?

 

이런 것, 새롭다.

 

산스크리토로,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데 쓰는 장작을 의미하는 단어가 걱정을 의미하는 단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전자는 죽은 사람을, 후자는 살아있는 사람을 태운다. (225)

 

언문은 얕잡아 부르는 명칭인가?

그게 아니라는 여러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32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저수지의 물은 구체적인 용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냥 물일뿐이다. (81)

 

분석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우리는 자기 내면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인 그림자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그를 증오하고 경멸한다. (168)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305)

因地而倒者 因地而起 (인지이도자 인지이기)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되고 인연이 반복되면 운명이 된다. (337)

 

, 책들

 

남자들은 자꾸 가르치려 한다, 레베카 솔닛 (38)

멀고도 가까운

세종은 왜 불교 책을 읽었을까, 오윤희 (84)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지프 캠벨 (127)

문자와 국가가라타니 고진 (243)

후흑학(279)

군주론(280)

한비자

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 (316)

문명의 불만프로이트 (397)

 

다시 이 책은?

 

책을 읽다가 , 이거 웬 떡이냐하면서 기대가 급상승, 흥분을 넘어 감격지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단적으로 말해 별 기대 안했는데, 거의 횡재 수준의 책을 만났다는 얘기다. 이 책, 나랏말싸미 맹가노니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치열함이 필요한가?

스토리텔링의 세밀한 적용 방법들.

역사와 허구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조선 초기, 임금과 신하의 권력관계는 어떠했는가?

한글은 창제된 후, 어떻게 확산이 되었나?

다양한 책 소개는 덤이다.

 

그리고 영화는 무엇인가? 까지. 생각해 본 것들, 얻은 것들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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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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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포의 천사

 

이 책은?

 

영화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 그는 영국의 소설가다 겸 극작가인데, 그가 쓴 소설, 공포의 천사(The Angel of Terror)을 읽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다.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소설 네 명의 의인을 읽었고, 이 책이 두 번째 소설이다.

 

저자 에드거 월리스는 <이코노미스트>로부터 20 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등장인물들

 

제임스 메레디스

잭 글로버 : 변호사

진 브리거랜드 : 제임스 메레디스의 약혼자

리디아 베일 (리디아 메레디스)

 

줄거리는?

 

제임스 메레디스라는 인물이 있다. 앞부분에서 잠깐 나왔다가 죽는 인물인데, TV 드라마로 치면 유명배우가 초반에 깜짝 출연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나 맡은 역할은 중요해서, 그 뒤 스토리의 기본을 깔아놓고 가는 인물이다.

 

그는 살인죄로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변호사인 잭 글로버는 무언가 의문을 가지고 이 사건을 대한다. 메레디스의 약혼자이자 천사 같은 미모를 지닌 브리거랜드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메레디스는 서른 살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여동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메레디스의 전 재산은 진 브리거랜드 앞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 메레디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잭 글로버는 리디아 베일을 찾아가 메레디스와 결혼을 제안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리디아는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 후 메레디스는 살해되고.........

 

독자인 나는 이렇게 당했다. - 숨겨놓은 장치

 

추리소설의 묘미는 작가와 독자가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는데 있다.

저자는 요소요소에 힌트를 숨겨놓고 독자들은 그런 힌트를 찾아가면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 그게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숨겨 놓은 것으로 여겨지는 힌트가 보이질 않는다.

서술이 3인칭으로 전지적 서술로 일관되니, 독자는 서술자의 해설을 듣는데 사건일지를 읽는 기분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소설의 전개가 무미건조하다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무엇을 하나 놓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소설이 끝나버리면, 추리소설로 낙제인데,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내가 속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독자인 작가에게 하나 완벽하게 속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바로 재그스라는 인물의 정체.

 

나중에 밝혀지고 나서야, , 하면서 그전에 작가가 무수히 뿌려놓은 밑밥, 힌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이름이다. ‘재그스

변호사 잭 글로버가 리디아의 신변 경호를 위해 집으로 보낸 경호원이 재그스인데, 그 이름에 주목을 하지 않은 것이다.

 

재그스가 처음으로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

 

<갑자기 잭이 안색이 밝아지며 환하게 웃었다.

재그스!” 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재그스?” 레넷이 어리둥절해하며 따라 말했다.> (60)

 

레넷은 잭 글로버가 일하는 법률회사에서 잭의 상급자다.

지금 대화를 하면서 잭은 재그스라는 인물을 거론하는데, 상급자인 레넷은 그게 누구인지 처음 듣는 듯하다. 이게 힌트였는데, 나는 그냥 넘어갔다 보기 좋게 저자에게 당한 것이다. 가공의 인물이다.

 

재그스라는 이름은 아마도 Jags 일 것이다.

그 이름은 주인공 잭 글로버 (Jack Glover) 이름에서 <Ja- G>를 따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재그스는 잭 글로버가 가공으로 만들어 낸 인물이다.

일인이역으로 잭 글로버와 재그스는 동일인물인 것이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이런 대목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 밖에.  

<리디아가 불평하면 잭이 좀 더 자주 찾아와 재그스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설득할 법도 했는데, 웬일인지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25)

 

잭과 재그스는 동일인물이니, 함께 리디아 앞에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잭은 재그스가 되어 리디아를 지근거리에서 보호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런 것 모르고 읽었다. 그래서 추리소설로서 격이 떨어진다 생각했던 나의 성급한 판단, 잘 못이라는 점 말해 두고 싶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지 못하겠다.

실상 재그스와 잭이 동일인물이라는 정보도 말하면 안되는데........

 

이것,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 관자놀이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관자놀이’, 그건 얼굴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새삼 살펴보게 되었다.

 

관자놀이는 양쪽 눈의 바깥에서 귀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을 말한다.

눈의 바깥쪽에서 귀 사이에 위치하며, 광대뼈가 귀 쪽으로 길게 연결된 광대활의 윗부분이다.

따라서 왼쪽, 오른쪽으로 구분될 수 있다.

 

<총알은 왼쪽 관자놀이 바로 아래에 박혀있었고 얼굴에는 화약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46)

 

<지미는 오른손에 권총을 움켜쥔 채 죽어있었소. 총상은 왼쪽 관자놀이에 있는데 말이지. 어떻게 하면 오른손에 총을 쥐고 왼쪽 관자놀이를 명중시켜 자살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면 자살이라는 당신의 이론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49- 50)

 

관자놀이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모르면, 위와 같은 문장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3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건이 그저 진행이 되는듯한 구조다. 사건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사건 해결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애를 쓰는데, 그것이 애쓰고 수고하는 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이야기가 너무 드라이하다. 촉촉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감정이입을 할 만한 등장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게 드라이하게 느끼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잭 글로버와 리디아 베일의 러브 라인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두 사람에게 같이 있는 시간을 적게 허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잭이 리디아 옆에 있긴 했지만 재그스라는 나이가 많기 하지만 힘도 무척 센’(77) 경호원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그게 어떤 한계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두 사람의 러브 라인 형성에 한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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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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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이 책은?

 

소설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뉴욕의 소호를 배경으로 하고, 살인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물고 물리는 이야기다.

 

저자는 리처드 바인 (Richard Vine)

<세계적 미술 매거진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의 편집장으로 예술과 관련된 다수 저널에 300편이 넘는 기사와 리뷰를 기고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일평생 예술계를 누비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펄프픽션의 형식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리처드 바인의 소설 데뷔작이다. >

 

등장인물들

 

인물들이 복잡하다. 결혼과 이혼, 또 연이은 불륜으로 이어지는 관계, 복잡하다.

 

필립 올리버 : 문제적 인물,

앤젤라 올리버 : 필립의 첫 번째 부인

어맨다 올리버 : 두 번째 부인,

클라우디아 실버 : 지금 외도 상대.

멜리사 (미시) : 필립과 앤젤라 사이의 딸

 

화자인 ’, 잭슨 와이어스() : 부동산 업자 및 미술품 딜러

나탈리 : 아내 (병으로 사망)

 

호건 : 사건을 의뢰받고 수사하는 탐정

 

사건의 시작

 

어맨다가 살해당한다.

<시신은 총격이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오데오에서 우스터가에 있는 로프트까지 혼자 걸어왔다.>(9)

 

여기서 로프트가 뭔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

loft [명사] 로프트(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

예문) They lived in a SoHo loft. (그들은 소호 로프트에 살았다.)

예문조차 소호를 거론하니, 소호에 로프트가 많은가 보다.

 

필립의 현재 아내인 어맨다가 살해당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의 친구인 호건이 탐문 수사에 돌입한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은 남편인 필립, 그리고 젊은 예술가인 폴 모스. , ‘가 의심하는 인물인 필립의 첫째 부인이었던 앤젤라 올리버. 이들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소호의 상태

 

90년대, 뉴욕의 소호는 예술계의 수도처럼 여겨졌다. 그 때 소호에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후반부 재판정에서 검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소임을 다해 가족을 부양하고 보호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스 씨 같은 자칭 예술가처럼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데서, 특별해지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에는 그 특별함 때문에 우리가 모두 지키고 사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411)

 

소호의 상태를 알려주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호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발언 몇 개 더 들어보자.

 

그 아이는 클라우디아에 대해 뭘 알고 있죠?”

필립의 긴 명단에 있는 또 한 사람의 더러운 여자일 뿐인걸요.”(131)

 

예술계잖아. 다들 섹스를 하면 했지 악수는 안 한다고” (123)

 

로라는 굽높이가 10센티나 되는 스파이크 힐을 신고 검은 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거래를 반드시 성사시키려 작정한 모양이었다. 로라의 다리는 소호에 있는 갤러리 절반보다 작품을 더 많이 팔았다. (14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면 떠나지 않아요. 항상 같이 있고 싶어 하죠. (146)

 

온갖 고독 중에서 최악은 외국 호텔 방에서 자정에 홀로 느끼는 공허함이다. (169)

 

아무 것도 믿지 않으면 아무 것에나 속아 넘어가. (254)

 

다시, 이 책은?

 

젊은 예술가로 포르노 제작자이기도 한 폴 모스가 범인으로 체포된다. 15년형을 받고 감옥에서 지내다가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 후 반전(?)이 일어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반전이 독자들을 감질나게 한다. 분명 이런 범죄소설에는 반전이 일어나게 되어 있는데, 대체 반전은 언제 일어나는 거지? 이 소설은 반전이 없는 고차원적인 소설인가, 하고 체념할 무렵, 드디어 반전은 일어난다.

 

여기에 철부지 같던 12살짜리 소녀, 필립과 앤젤라 사이의 딸인 멜리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데, 그녀가 일으키는 반전은?

 

필립과 그의 부인들, 그리고 미술품 딜러인 를 둘러싼 이야기로 보면 범죄소설, 멜리사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면 성장소설로도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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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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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이 책은?

 

투르게네프의 소설이다.

소설 중에서도 연작 소설이다. 그러니 스토리가 각 편마다 별개로 진행이 된다.

 

이 책에는 모두 1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작가로,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은 첫 번째 러시아 작가>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파리의 문학 서클에서 그는 유명인사였고, 플로베르와 공쿠르 형제는 그의 친구였으며, 옥스퍼드 대학은 그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했다.

 

먼저, 이 작품의 의미

 

이 책은 러시아의 농노 해방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스토우 부인의 엉클 톰스 캐빈이 미국의 노예해방에 일익을 담당한 것처럼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도 러시아 농노 예방에 큰 몫을 했다.

 

러시아에서 농노 해방은 1861219일에 이루어졌는데,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1852년에 출판되었다.

 

당시 황제인 알렉산드로 2세가 사냥꾼의 수기』를  즐겨 읽었으며, 또한 그는 사냥꾼의 수기를 읽은 후 농노를 해방해야겠다는 일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08)

 

또한 투르게네프 역시 그의 집에 있는 농노들을 해방시켰으니, 언행이 일치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다면 투르게네프의 소설 사냥꾼의 수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이 책에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모두 10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화자인 사냥꾼이 사냥하기 위하여 지즈드린스키 지역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작품들에서 사냥꾼인 화자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는 농노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귀족 세계와는 완전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농노들의 세계를 사냥꾼의 눈으로 보게하여,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묘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사시나무로 만든 통나무집에 살면서 오로지 농노로서의 일만 할 뿐 장사 같은 일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다. (8)

 

아무 것도 할 줄 몰랐다기보다는 그 무엇이나 할 생각조차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48)

 

결혼이라니요! 돌아가신 바실리예브나 마님께서 아무에게도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요. 마님은 자주 절대 그럴 수 없어! 나도 이렇게 홀몸으로 지내는데, 무슨 방자한 짓을! 도대체 결혼해서 어쩌겠다는 거야?’라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56)

 

어린애 다루듯 그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그들은 무식하며,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83)

 

그렇게 취급당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농노들이다.

자료에 의하면, 19세기 중엽에 러시아 인구는 약 6,700만 명이었는데, 그중 4,000만명이 농노였다니, 국가 전체가 농노들을 기반으로 해서 운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4)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이 다만 농노라는 신분 때문에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투르게네프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작품 속에 묘사했는가?

위에 인용한 것처럼,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 같지 않은 모습으로,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그들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때였다. 문밖에서 호리 영감, 집에 있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바로 칼리니치였다. 그는 자기의 친구 호리를 위해 따 온 산딸기 다발을 들고 있었다. 노인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나는 놀란 눈으로 칼리니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한다면 농부에게 그런 섬세한 마음씨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한 때문이었다.> (20)

 

<솔직히 말한다면 농부에게 그런 섬세한 마음씨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한 때문이었다.>

 

투르게네프는 화자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감각을,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게 하고 있다.

농노도 농노 아닌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로 사냥꾼의 수기는 가득하다.

사냥꾼이니까 사냥하기 위하여 여기저기 다닐 수 있으니, 그런 주인공을 내세워 농노들의 실상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묘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축약본으로 원래 사냥꾼의 수기에 들어있는 내용 중 빠진 게 있다.

원본은 모두 25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이 책에는 에필로그까지 포함하여 10개의 에피소드만 실려 있다. 해서 이 책으로 우선 투르게네프를 알고 난 다음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 사냥꾼의 수기는 원작 그대로가 아닌, 편집자인 진형준 교수가 축약 번역한 것이다.

해서 원작의 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투르게네프가 말하고자 한 그 핵심은 그대로 담겨 있으니,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기초 단계로 활용하기에는 오히려 더 적당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투르게네프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로 자리 매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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