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히말라야 - 설악아씨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
문승영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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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히말라야

 

이 책은?

 

히말라야, 가본 적이 없다.

나의 생활 패턴으로 볼 때, 아무리 해도 히말라야 가볼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이 책은 가보지 않은, 가볼 수 없는 곳을 가보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선 점수를 줄만하다

그만큼 신나는 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 함께, 히말라야는 설악아씨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문승영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을 기록한 것이다.

 

히말라야 하면 히말라야 등반이란 말이 떠올리게 되어, ‘등반트레킹의 차이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았다.

트레킹이란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킬로미터 정도 걸으며 야영 생활을 한다.>

그러니 산을 올라 정상을 정복하는 등반(登攀), 등정(登頂)과는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트레킹, 등반, 등정을 구분해 놓았다.

예컨대,

2009년 동남아시아 키나발루 4,101 m 등정

2012년 네팔 메라피크 6,676 m 등반.

2015년 뉴질랜드 밀포드 & 루트번 트레킹)

 

이런 발언도 등반과 트레킹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해준다.

<그는 등반보다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이다.>(261)

 

저자 설악아씨가 남편이 될 - 이제 된 - 타오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 맞다.

저자는 히말라야를 트레킹으로 횡단하면서, 그 과정을 날짜별로 기록을 해 놓았다, 글과 사진으로.

 

, 이 책을 읽기 전에 히말라야 관련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그 책들이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저자의 길을 따라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바로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과 박범신의 촐라체

 

그 두 책의 성격을 말하자면, 정유정의 책은 트레킹, 정유정 작가가 실제 체험한 기록이다.

박범신의 책은 소설로서, 그 안의 내용은 촐라체 북벽을 등반한 기록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 다르나, 그 두 책은 나에게 히말라야가 어떤 곳이고, 고산병이 어떤 병인지도,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것, 트레킹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저자는 히말라야에 관해 베테랑이니, 등반하는데 필요한 용어 구사를 능숙하게 하는데, 일반 독자야, 뒷산 몇 번 올라갔을 일반 독자는 그 세세한 내막과 용어를 알 리 없으니, 먼저 읽은 두 권의 책은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좋은 가이드, 포터도 되어주었다.

 

가이드와 관련, 이런 글이 생각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성공의 관건은 가이드에 달려있다고 했다. 까칠한 남자거나, 돈을 밝히거나, 초보자인 경우 골 아픈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은행나무, 18)

 

그런 가이드, 이 책을 속속들이 이해하며, 분위기까지 새겨가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먼저 읽은 두 책이 가이드가 되어준 덕택이라고 본다.

또한 저자 설악아씨도, 정유정도 가이드 복이 있다. 그들이 경험한 가이드 복,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시라.

 

트레킹의 시작은?

 

설악아씨는 2014316일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내렸다.(27)

시골의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는 열악한 시설,,,,,

 

그곳에 201392일에 내린 정유정은 이렇게 묘사한다.

<카트만두 공항은 광주공항만큼이나 아담했다.> (위의 책, 26)

 

광주 공항도, 또한 시골 터미널 - 어디나 시골은 같을 테니까- 도 가본 적이 있어서, 다행히도 카트만두 공항 모습이 어떤지 머릿속으로 상상이 된다.

 

박범신도 그의 책에서 <10월 하순인데도 카트만두는 무더웠다> 한다. (촐라체, 20)

 

, 이제 카트만두에서 시작된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닷새 후 나는 포카라로 날아갔다.> (박범신)

정유정의 코스는 원래 포카라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가이드의 의견에 따라 버스로 베시사하르로 이동하여 코스 시작하고, 돌아오는 길에 포카라를 거치기로 한다.

그렇다면 설악아씨는?

 

안나프르나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경로다. 바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이다.

해서 그 시작은 (네팔의 지도를 펴고 살펴보면) 맨 오른편에서부터 시작한다.

수케타르 공항을 거쳐, 타플레중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박범신과 정유정, 그리고 설악아씨는 도착한 곳은 카트만드 공항으로 똑 같지만, 그 후는 다 각각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된다. 마치 인생길처럼.

 

설악아씨는 타플레중에서 일주간을 걸어 드디어 칸첸중가와 마주한다.(115)

그렇게 시작된 트레킹은 무려 40일간, 히말라야를 횡단하는 대단한 일정이다.

맨 앞에 있는 네팔의 히말라야 지도를 들여다보면, 그 일정이 어떤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40일간 생사를 넘나드는 트레킹이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하루 하루치 일정을 따라가다보면, 기록이 정말 치밀하고 세밀해서 마치 그 뒤- 아니 그들과 함께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읽게 된다.

 

환상 방황

 

그럼 설악아씨가 겪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순간이동해보자.

환상방황이다.

 

정유정은 책 제목을 아예 환상방황으로 잡았다. 트레킹 중에 환상방황을 경험한 탓이다. 이런 때는 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정유정은 환상방황을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진땀이 돋았다. 머리가 뒤죽박죽으로 헝클어졌다. 지금껏 돌아다닌 길을 복기해 보려고 했으나 아무 그림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방 골목과 나무 대문 사이에 괴상한 미로가 설치된 것 같았다. 나는 안나푸르나 산골마을에서 주문에 걸린 쥐처럼 환상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고. 별 생각 없이 나온 차라 주머니엔 휴대전화도 여권도 돈도 없었다.……>(위의 책, 125)

 

정유정은 로지 근처의 마을을 보러 나갔다가 마을 골목을 빙빙 도는 방황을 경험한다.

그에 대해 설악아씨가 겪은 환상방황은 어떨까?

 

<난감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던 그 순간, 짙은 공포가 덮치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분명 쭈레가 일러주는 대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참 전에 지나온 곳에 다시 서 있었다.

링반데룽(Ringwandering)이다!

환상방황으로 불리는 링반데룽은 악천후 속에 방향감각을 잃고 계속 같은 지점을 맴도는 것이다.> (288)

 

절제절명의 순간이다. 그 다음 상황은 어떤가?

<두 시간 가까이 어둠 속을 헤맨 쭈레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하다. 눈 속에 주저앉은 그는 탈진 직전이고, 정신이 반쯤 나간 것처럼 보인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막막한 상황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쭈레에게 바룬체 베이스캠프의 방향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힘겹게 손을 들어 어둠 속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킨 곳은 사방이 크레바스로 둘러싸인 빙하 끝 낭떠러지였다.> (288)

 

낭떠러지가 바로 지척인데, 방황하고 있다? 설악아씨는 그런 환상방황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을까?

 

히말라야, 한 번 구경도 해 봅시다.

 

이왕 나선 김이니, 설악아씨가 보여주는 히말라야 경치도 구경해보자.

트레킹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어, 글과 함께 경치도 구경할 수 있으니, 안가본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호사라 할 수 있다.

 

그 사진들에는 일부러 가서 찍으려해도 담지 못할 현지의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담겨 있으니, 제대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눈이 호사한다는 기분에, 기분 좋은 느낌, 장담한다.

 

스태프, 포터에 대한 헌사

 

이 책, 거의 앞장에 등장인물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언뜻 보면 무슨 영화 소개할 때, 등장인물 배우이름과 역할 이름인줄 착각할 정도다.

그게 다 저자의 배려라는 것을 책 중간중간에 느끼게 된다.

 

이런 소개.

마카르 : 베테랑 요리사. 아버지처럼 자상하지만 가이드 쭈레와는 앙숙이다.

크리슈나 : 보조 가이드. 책임감이 강하지만 설악아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함께 걷는 사람들>을 모두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7)

그러면, 크리슈나가 설악아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는데, 그게 궁금하지 않은가?

그 궁금증은 205쪽에서 풀린다. 나도 처음에는 무척 궁금했었다.

트레킹 도중에 무슨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히말라야 산에서 음모, 배신 등등이 숨겨진 드라마가 한 편?

물론 그런 일은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음 놓고 읽어도 좋다.

설악아씨의 마음 씀씀이가 담뿍 풍겨나는 일정에서 추리영화의 배신때리기 그런 것은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아니 그 반대다. 설악아씨가 책 앞에 스태프 얼굴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소개한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이 그들 아니었으면 안 되었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바친 헌사라는 것이다.

대견하고도 자랑스러운 스태프들의 모습을 한 사람씩 카메라에 담았다.”(334)

 

그 말 다음에 일일이 한 명씩 거론하면서,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데서 설악아씨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백 번 천 번 알 수 있다.

 

여기 다 기록은 못하지만, 설악아씨가 트레킹 도중에 그들에게 베풀어준 배려’, 내가 다 고맙다. 이런 모습 때문에 그 추운 히말라야가 좀더 훈훈해지지 않았을까.

 

이런 것 알아두자

 

그런데 히말라야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비교해보니, 필요한 정보, 유익한 정보가 보인다.

 

정유정은 바뀐 환경 때문에 며칠 동안 변비로 고생하는데, 설악아씨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나도 트레킹을 오면 식습관이 바뀌어 종종 변비에 시달리곤 하는데 뚱바를 마신 다음날에는 그 덕을 톡톡히 본다.> (63)

 

뚱바는, 고산족의 민족주로, 우리나라 기장과 비슷한 꼬도를 발효시켜 만든다.

(혹시 앞으로 히말라야 등반을 가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가이드 포터가 받는 금액은?

<그들(포터)의 하루 일당은 1,500루피로 여행사에 수수료를 주고 밥값을 제외하면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000 루피가 채 되지도 않는다.> (118)

 

<가이드 비용은 하루1,400 루피, 포터는 1,000루피, 트레킹이 끝난 후에 일괄 지급한다, 그들의 숙소와 식사비용은 일당에 포함되어 있다.> (정유정, 위의 책, 32)

 

참고로, 1 루피는 우리돈 10원 정도.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고 나니 히말라야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한다.

히말라야 관련 책이 자주 눈에 뜨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책 읽어도 말이지, 거기 가자는 마음은 제발 먹지 말자. 히말라야는 뒷산이 아니라니까.

 

대신, 설악아씨는 그 뒤로도 부지런히 히말라야를 다닌 모양이니, 그에 대한 책이 또 나오거든, 바지런을 떨어 그 책을 읽도록 하자.

 

2011년 12월에 지나가다 만났던 소녀 소남 엥지, 지금은 다 컸을 소녀와 관련된 이야기(330), 그 뒤로도 인연을 이어간다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가이드 쭈레와 요리사 마카르, 다시는 같이 다니지 않겠다던 둘, 그 다음 등반에서도 설악아씨와 또 같이 다녔다는데(307) 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궁금한 게 어디 한 두 개가 아니니, 꼭 다음 권 써주시라, 궁금해서 미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 이것 하나 더.

세상에, 그 히말라야 산에서 타오는 설악아씨에게 프로포즈를 했단다.

그 기록은 178쪽에 있는데, 펼쳐든 프래카드에 이렇게 써있다.

<나와 결혼해줄래? ...... ♥^ ^ >

 

이승기가 부른 연가, '결혼해줄래'가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설악아씨는 '!' 였지, .  아니, '!!!!' 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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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생상담소 - 인생의 본질에 대한 니체의 12가지 통찰과 조언
페이허이스 돌 지음, 이서연 옮김 / 성안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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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생상담소

 

이 책은?

 

이 책, 니체의 인생상담소<인생의 본질에 대한 니체의 12가지 통찰과 조언>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니체의 철학을 인생살이에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페이허이스, 중국인이다.

본명은 정밍우(鄭明武). <무인도에 갇혀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말할 정도로 니체의 사상에 깊이 빠져들었다. 현재 베이징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니체의 사상을 소개해 청년들에게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니체의 저작이 나올 때만 해도 이해되지 않던 그의 생각이 이제 인생론에 적용이 될만큼 대중화 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니체는 내 사상은 백 년 뒤의 독자를 위한 것이다.”(9)라고 하였는데, 그가 활동한 건 1844~1900년이니, 지금 백년이 되는 시점 맞다. 그러니 이제쯤 니체의 사상을 웬만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책들이 출판된 것 보니, 니체의 그런 발언이 맞다.

살아가는데 니체의 생각이 쓸모를 갖게 되었다니 세상이 그만큼 변했다는 것이겠다.

 

니체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가 되어, 니체의 1차 저서뿐만 아니라, 니체를 해설하는 2차 저작물, 그리고 이렇게 니체를 활용하는 3차 저작물이 나오게 되면서, 더더욱 니체와 친하게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의 구조는 이렇다.

저자는 니체의 저작물 중에서 대표적인 200여 개 문장을 선별하고 간단한 해설을 붙여 놓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생의 본질12개로 압축한다.

각각의 경우에, 이미 선별해 놓은 니체의 발언을 분류하여 적용한다.

그리고 각각의 경우 이야기가 되도록, 중국의 고전과 역사 속 인물을 추려 대입하고, 현대의 사상 - 예컨대 심리학 등 -을 조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니체의 발언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도록 이야기를 다듬는다.

 

너무 적나라한 분석이 될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니체는 그렇게 우리 삶에 적용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니체의 사상에서 인생의 12가지 본질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구절을 찾아 적용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의 본질, 12가지는 무엇무엇일까?

 

가장 좋은 친구는 자신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가 있는가.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자기 통제력.

황금보다 더 고귀한 행동.

열정은 인생을 끌고 가는 힘.

집중력의 중요성.

인생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

인생을 따뜻하게 해주는 인간관계.

자신의 영혼과 마주할 용기.

자신감을 잃게 하는 열등감.

실패가 주는 교훈.

인생을 바꾸는 힘, 지식.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철학은 그저 허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삶에 적용이 되어야만, 적용할 수 있어야만 철학이 되는 것이다.

니체의 철학도 그저 전문가들의 강의 목록에만 들어있고, 강의실에서만 울려 퍼지는 게 아니라, 이런 책을 통하여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런 책의 저자들 혜안이 그래서 고마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니체의 사상을 적용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C 처럼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니체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과거의 일에 지나치게 빠져들면 마음은 과거에 얽매인다.

이 경우 삶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것이 주는 새로운 지식과 체험도 얻지 못한다."

(36)

 

성공한 사람도 인간관계에 따른 피곤함을 피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많다.”

(39)

 

다시, 이 책은? -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이 책에는 니체의 저작물에서 니체의 글들이 여기 저기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저자는 그 출처를 밝혀 놓지 않았다. 출처를 밝혀 놓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심지어 니체의 저작물 이름도 밝혀 놓지 않았다.

밝혀 놓은 것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33)이 유일하지 않을까?

 

본문에 인용된 니체의 글의 출처가 어디인지 그 출처를 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컨대 아래에 인용할 - 니체의 발언을 별도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 니체의 발언들, 그 말이 들어있는 저작물명을 같이 기록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음 같아서는 니체의 저작물을 모조리 찾아 읽어가면서 그 출처를 밝혀보고 싶은데, 그래서 니체의 발언 그 앞뒤의 글을 읽어보면서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웠다.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 들어보자.

 

모든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 경험도 없는 자신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라. 자신을 존중하면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경멸당할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정말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21)

 

목표와 꿈이 있는 사람만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꿈을 성취할 길을 찾아 성실하게 나아간다. 꿈을 잃으면 마음은 향락, 방임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타락한다. 이와 함께 성취욕이나 자신을 통제하는 마음도 모두 사라진다.

  (61쪽)

 

우리가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는 도덕 관념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질책이 두렵거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평온함과 행복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101)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디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에 있다. 당신의 명예도 거기서 나온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꿈을 이야기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끊임없이 전진하며 먼 곳으로 나아가라.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라!

  (132쪽)

 

행동할 때는 반드시 한 가지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열정적이어야 한다! 행동할 때는 의문을 품거나 나태해지지 말고 강력한 열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153)

 

사람들은 천재에게는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천재의 등장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천재는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괴테가 하늘의 별들과 경쟁하려는 욕망이 없듯이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재능이 뛰어난 천재도 부지런히 노력해야 훌륭한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결국 천재는 기적이 아니라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하는 그들의 집중력과 노력의 일상일 뿐이다.

(184)

 

살다 보면 방황하는 순간, 할 일이 없는 순간, 일상 규칙에서 벗어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 정신적 충격을 받는 순간 등 여러 순간을 맞이한다. 이럴 때는 흔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어버린다.

이때 당신의 지혜, 다른 가치관, 사고방식이 굳어버린 당신을 구해줄 것이다. 그 순간 인류의 지혜는 자신을 구할 무기다.

(226)

 

이 구절은 심지어 니체의 발언이라는 말도 없다. 그래도 파란색으로 구분하여 인쇄해 놓아, 니체의 발언으로 추정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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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싸랑한 거야 특서 청소년문학 12
정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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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싸랑한거야

 

이 책은?

 

이 책 사랑을 싸랑한 거야』는 청소년 문학에 속하는 소설이다.

 

저자는 정미,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고,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수상으로 동화작가가 되었다.>

 

사랑을 싸랑한거야라는 제목의 의미는?

 

맘 붙일 데가 없을 때 하는 사랑은 자기의 감정인 사랑을 싸랑하는 거래. 자기가 꿈꾸는 사랑을 격하게 할 뿐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너무 괴로워 마.” (87)

 

나는 사랑이라는 나의 감정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내 감정을 강하게 덧입힌 싸랑을……. (152)

 

그렇게 사랑싸랑’이 혼용(?)되고 있는데, 그 차이가 궁금했었다.

저자는 말미 <창작 노트>에 그 두 낱말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사랑 - 어떤 사람이나 사물, 대상을 몹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싸랑 - 사랑의 경남 방언, 후두 근육이 긴장하면서 내는 기식이 거의 없는 자음의 된소리로 , 감정이 격한 상태나 상황일 때에 사랑을 싸랑이라고 발음. (219)

 

명확하게 감이 오지는 않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 그러나 분명 다르다는 느낌은 든다.

 

등장인물 :

 

어지혜, 어지원 : 자매 (3, 1)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찬혁, 찬진 : 사촌지간, 지원 자매의 친구, 또는 그 이상.

강철 : 사채업자, 해결사

 

두 자매를 둘러싸고 있는 탁한 물결들

 

동업, 배신, 사채, 사채업자, 해결사, 노래방, 노래주점, 신체포기각서. 

 

이 정도 단어를 나열하면, 어지혜, 지원 두 자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그런 자매에게 건네준 주문과도 같은 해결책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 This too shall pass away."

 

또 하나, 더 있다.

어린 지원에게 조그마한 위안거리가 되는 것은 어느새 다가온 사랑이라는 감정.

그 사랑으로 어려움을 견뎌낸다.

비록 그 사랑이 랑을 싸랑한거야일지라도.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고통을 피하기 위한 자살은 저급한 짓이고, 괴로웠던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15) - 쇼펜하우어.

 

인생은 퍼즐 조각으로 완성되는 큰 그림과 같아서, 암흑인 줄 알았던 퍼즐 한 조각이 큰 그림의 일부인 시원한 나무 그늘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거야.” (149)

 

우연으로 겹겹이 짜진 게 진짜 운명이야. (161)

 

피하 수 없다면 덤벼야 한다. (170)

 

인생이란 어려울수록 삶의 의욕이 생기는 거야. (201)

 

Q정전을 쓴 루쉰에 따르면 사랑은 삶을, 일상을 나누면 그만이란다. (211)

 

다시, 이 책은?

 

문학은, 특히 소설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경지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은 10대 소녀 자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세대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 전혀 가보지 못한 길을 보여주는지라, 거리감도 있고, 또한 어른의 역할은 안보여, 공연히 미안한 마음에, 안타까운 마음까지 갖게 된다.

 

,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힘을 내고 헤쳐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거기에서 희망이란 것을 본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두 자매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본다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 그들에겐 힘들고 힘들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아주 냉혹한. 그걸 보여주는 게,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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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 걷는사람 희곡집 3
오세혁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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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보도 지침

 

이 책은?

 

이 책 보도지침은 극작가 오세혁의 희곡집이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보도지침을 비롯해서 모두 5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보도지침, 지상 최후의 농담, 괴벨스 극장, 전선의 고향, 분장실 청소.

 

저자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아빠들의 소꿉놀이,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이 동시에 당선되었다.>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

 

희곡에 관심이 많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고 있는 중이라, 희곡도 자연 관심이 간다. 그래서 이 책, 우리나라 희곡 작품을 감상해보고 싶어펴들었다.

 

역시 연극, 희곡하면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셰익스피어이니 우리나라 희곡이라고 해서 빠질 리 없다.

 

첫 번째 수록 작품 보도지침에서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내세워 연극의 본령(本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연극, 희곡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잊지 말게.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20)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는 햄릿으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들 많이 컸네. 햄릿을 다 인용하고.”(21)

 

꼭 나더러 하는 말 같다. 이젠 다 컸다고. 물론 햄릿 조금 안다고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햄릿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안다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어서 연극에 대하여 이런 말을 이어서 한다.

 

<이유가 없는 행동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18)

<연극은 진실을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9)

 

또한 연극의 주요 요소인 독백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햄릿이 햄릿에서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하는 독백 다 아실 것이다. 그런 독백은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독백이야. 마음의 말이지. 일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지. 마음속에 흐르는 생각을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말하는 것이 독백이다. 연극의 위대한 이유는 독백이 있기 때문이야. 일상에서는 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말을 하지.> (29)

<가장 진실한 말을 우리는 독백이라 부릅니다.> (37)

<독백이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말을 오롯이 할 수 있는 시간>(69)

<독백이란 누군가의 말을 오롯이 들어줄 수 있는 시간>(69)

 

연극은 역사를 환기시키고,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

 

여기 실린 5편의 희곡을 이해하기 위하여 몇 가지 사전에 알고 읽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보도지침의 경우, 우선 우리 역사에 실제 벌어진 일이란 것, 알아야 한다.

 

<5공화국 시절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작성하여 은밀하게 시달하였는데, 이를 통해 정부는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였다. 19869,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지를 통해 폭로함으로써 처음 알려졌다.

19869월호에는 당시 한국일보의 김주언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510월부터 1986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하였다. 이 사건으로 지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의원, 김주언 기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도지침 [報道指針]

 

그러니 작품에서 <월간 독백> 이란 잡지는 실제로는 <>이란 잡지, 피고인 김주혁은 <>지의 기자, 김정배는 <한국일보> 기자 김주언이 되겠다.

 

이 작품에서는 언론 통제가 주제가 되는 만큼, 동독의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도 등장하고, 또 독백은 아니지만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위대한 연설도 등장한다. (31)

 

이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 역사 - 이제 어느덧 잊혀진 독재시대의 역사 -를 소환하여 끔찍했던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사형선고를 내린 다음날 사형집행을 한 사건(39)

부천 성고문 사건 (43)

부산 부림 사건 (53), 영화 <변호인>으로 알려진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때 시대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김지하의 <오적>(56)

 

저자의 독재에 대한 알러지 현상은 괴벨스 극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실존 인물인 괴벨스와 호른스트 루드비히 베셀(151)이 누구인 알아 두면 좋을 것이다.

 

괴벨스는 거짓말도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어느새 믿게 된다는 말로 유명한 선전상(문화부 장관)이고 호른스트 루드비히 베셀은 독일의 작곡가로, [<기를 높이 내걸어라>라는 정치시를 지었고 이것이 훗날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부에 이용되어, 그를 '나치스 순교자'로 높이 떠받들어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로 작곡된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스 집권 이후 나치의 당가로 채택되어 나치 독일 집권 시절 연주되곤 하였다.]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이밖에도 전쟁의 참화를 그린 두 작품(지상 최후의 농담, 전선의 고향)은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군인들, 일반인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죽어가는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묘사해 놓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분장실 청소에서는 다시 연극을 주제로 하여, 러시아의 작가 체호프를 소환한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의 주인공인 트리고린(225)과 니나(226)를 알아 두면, 이 작품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진실을 읽은 국민들은 진실을 감춘 권력에 분노할 것이고

진실을 감춘 권력자들은 진실을 밝힌 장본인들에게 분노할 것이다.> (7)

 

정의롭지 못한 시대에 정의로운 자들이 갈 곳은 감옥밖에 없다. - 도스토예프스키 (137)

 

여러분이 사상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입니다.(160)

 

요즘은 섹시함과 인문학의 결합이 흥행요소래요. (224)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대표작은 표제작인 보도지침을 꼽을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인 재판정에 등장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들의 인연이 모두 학창시절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설정해 놓아, 재판정에서의 구형과 변론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이어지고, 끊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을 통해 운동권 중에 변절자도 있고, 또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소신을 굽히는 경우. 또 자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저돌적으로 무모할 정도로 소신을 지켜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집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소설로 치자면 대하소설 몇 권으로 펼져질 것을 희곡 한편으로 그런 역사를 그려낸다는 것,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대표작으로 꼽는 것이다.

 

이 책으로 희곡을 읽는 재미에 의미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한국의 희곡, 앞으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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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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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이 책은?

 

이 책 신곡은 원래 세 권 정도(민음사 번역본은 세 권이다)로 번역 출판되고 있는 단테의 신곡을 축약하여 한 권(300)으로 편집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전에 신곡을 읽긴 읽었는데, 그때,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겉만 수박 겉핥듯 읽었던 모양이다.

그저 지옥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고, 연옥과 천국에는 누가 누가 있다더라, 그게 아니었을까?

심지어 지옥을 여행하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한 베르길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읽었다는 것, 지금 생각하니 나 자신 부끄럽다.

 

이제 베르길리우스가 누군지, 그의 정체, 그의 명성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다.

해서 신곡은 이제 나에게 새로운 책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누구인가?

그전에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는 그저 로마의 시인으로 단테가 존경했다는 인물 정도였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와 고전을 공부하다가, 일리아스, 오디세이를 읽게 되고, 그 중에 트로이 함락된 후 유민들을 이끌고 나온 인물 아이네아스가 로마에 이르기까지의 역정을 그린 대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대서사시를 쓴 인물이 바로 베르길리우스다.

해서 그는 단테가 지옥을 여행하는데 인도자로 적격이고, 단테가 그를 인도자로 선정한 것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 이제 깨닫게 된다. 그러니 책 내용이 다르게 읽혀질 수밖에! 

 

또한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기 신곡에는 유난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던 인물들이 더 많았던지라 그때는 나오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치 나도 있소하면서 앞으로 나서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으로선 알 수 없는 사후 세계

 

그렇게 해서 새로 읽게 된 신곡, 재미와 의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연옥에 있는) 이들도 주기도문 후반에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는데 그것은 연옥의 영혼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못한다는 단테의 지식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166)

 

단테는 왜 이런 말을 집어넣었을까?

이 작품은 완전히 단테의 상상으로 쓴 것인데, 이런 말을 집어넣은 것은?

사람의 지식과 지혜로 사후 영계(지옥, 연옥, 천국)의 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트리야누스나 리페우스가 천국에 오게 된 것을 단테는 의아하게 생각한다.>(276)

 

단테의 판단으로는 그들이 천국에 오면 안되는데, 천국이 그들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천국행인가 지옥행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사후 세계다.

 

지옥, 연옥에 있다는 인물들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브루투스라던가, 유다 등 실존인물이 그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연옥에는 교황도 등장한다.

아드리아노 5(192) :

<아드리아노 5세 교황은 1276711일 교황으로 선출됐고, 1276816일에 선종했다.>

 

그런 사람 이외에도, 단테의 고향이라든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누구는 지옥에 누구는 연옥에 또 누구는 천국에 있다.

 

어떻게 보면 단테의 판단 여하에 따라 지옥행과 천국행이 갈라지는데그들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시 이 책이 발간될 당시 실존 인물들의 후손들이 분명 살아있었을 것인데 그들로부터 단테가 명예훼손 소송 같은 것은 당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런 것에 대한 연구조사는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한권으로 읽어보니 이런 편리함도 있다.

 

원래 세 권으로 출판되고 있는 신곡을 한 권으로 읽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곡의 전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원래 신곡에서는 인물의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암시하는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26)가 이 책에는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원래의 책에서는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에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신곡, 지옥편, 민음사, 46)

 

그러니 이 책으로는 인물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그 앞 뒤 상황도 훨씬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신곡은 당시 문학과 신학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다 볼 수 있다.

이 신곡에는 수많은 인물들 - 신화적, 역사적 인물들 모두 - 이 등장하고,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신학이론들 - 토마스 아퀴나스(261)를 위시하여 - 도 많이 등장한다.

 

해서 단테는 신곡을 통하여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옥의 존재와 또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어떠했는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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