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지침
이
책은?
이 책 『보도지침』은 극작가 오세혁의 희곡집이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보도지침」을 비롯해서 모두 5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보도지침」,
「지상 최후의 농담」,
「괴벨스 극장」,
「전선의 고향」,
「분장실 청소」.
저자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아빠들의 소꿉놀이」가,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이 동시에 당선되었다.>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
희곡에 관심이 많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고
있는 중이라,
희곡도 자연 관심이
간다.
그래서 이
책,
우리나라 희곡 작품을 감상해보고
싶어, 펴들었다.
역시 연극,
희곡하면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셰익스피어이니 우리나라
희곡이라고 해서 빠질 리 없다.
첫 번째 수록 작품 「보도지침」에서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내세워 연극의
본령(本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연극,
희곡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잊지 말게.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20쪽)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는 햄릿으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들 많이 컸네.
햄릿을 다
인용하고.”(21쪽)
꼭 나더러 하는 말 같다.
이젠 다
컸다고.
물론 햄릿 조금 안다고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햄릿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안다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어서 연극에 대하여 이런 말을 이어서
한다.
<이유가 없는 행동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18쪽)
<연극은 진실을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9쪽)
또한 연극의 주요 요소인 독백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햄릿이 『햄릿』에서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독백 다 아실
것이다.
그런 독백은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독백이야.
마음의
말이지.
일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지.
마음속에 흐르는 생각을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말하는 것이 독백이다.
연극의 위대한 이유는 독백이 있기
때문이야.
일상에서는 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말을
하지.>
(29쪽)
<가장 진실한 말을 우리는 독백이라
부릅니다.>
(37쪽)
<독백이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말을 오롯이 할
수 있는 시간>(69쪽)
<독백이란 누군가의 말을 오롯이 들어줄 수 있는
시간>(69쪽)
연극은 역사를
환기시키고,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
여기 실린 5편의 희곡을 이해하기 위하여 몇 가지 사전에 알고 읽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보도지침」의 경우,
우선 우리 역사에 실제 벌어진
일이란 것,
알아야 한다.
<제5공화국 시절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작성하여 은밀하게 시달하였는데,
이를 통해 정부는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였다.
1986년 9월,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가 《말》지를 통해 폭로함으로써 처음
알려졌다.
1986년 《말》지 9월호에는 당시 한국일보의 김주언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하였다.
이 사건으로
《말》지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의원,
김주언 기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도지침 [報道指針]
그러니 작품에서 <월간 독백>
이란 잡지는 실제로는
<말>이란 잡지,
피고인 김주혁은
<말>지의 기자,
김정배는 <한국일보>
기자 김주언이
되겠다.
이 작품에서는 언론 통제가 주제가 되는
만큼,
동독의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도 등장하고,
또 독백은 아니지만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위대한 연설도
등장한다.
(31쪽)
이 작품을 통해서는 우리 역사 -
이제 어느덧 잊혀진 독재시대의
역사 -를 소환하여 끔찍했던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사형선고를 내린 다음날 사형집행을 한
사건(39쪽)
부천 성고문 사건 (43쪽)
부산 부림 사건 (53쪽), 영화 <변호인>으로 알려진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때 시대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김지하의 <오적>(56쪽)
저자의 독재에 대한 알러지 현상은 「괴벨스 극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실존 인물인 괴벨스와 호른스트 루드비히
베셀(151쪽)이 누구인 알아 두면 좋을 것이다.
괴벨스는 ‘거짓말도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어느새
믿게 된다’는 말로 유명한 선전상(문화부 장관)이고 호른스트 루드비히 베셀은 독일의
작곡가로,
[<기를 높이
내걸어라>라는 정치시를 지었고 이것이 훗날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부에 이용되어,
그를 '나치스 순교자'로 높이 떠받들어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로
작곡된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스 집권
이후 나치의 당가로 채택되어 나치 독일 집권 시절 연주되곤 하였다.]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이밖에도 전쟁의 참화를 그린 두 작품(「지상 최후의 농담」,
「전선의 고향」)은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군인들,
일반인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죽어가는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묘사해 놓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분장실 청소」에서는 다시 연극을 주제로 하여,
러시아의 작가 체호프를
소환한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의 주인공인 트리고린(225쪽)과 니나(226쪽)를 알아 두면,
이 작품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진실을 읽은 국민들은 진실을 감춘 권력에 분노할
것이고
진실을 감춘 권력자들은 진실을 밝힌 장본인들에게 분노할
것이다.>
(7쪽)
정의롭지 못한 시대에 정의로운 자들이 갈 곳은 감옥밖에
없다. -
도스토예프스키
(137쪽)
여러분이 사상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입니다.(160쪽)
요즘은 섹시함과 인문학의 결합이
흥행요소래요.
(224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대표작은 표제작인 「보도지침」을 꼽을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인 재판정에 등장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들의 인연이 모두
학창시절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설정해 놓아,
재판정에서의 구형과 변론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이어지고,
끊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을 통해 운동권 중에 변절자도
있고,
또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소신을 굽히는 경우.
또 자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저돌적으로 무모할 정도로 소신을
지켜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집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소설로 치자면 대하소설 몇 권으로 펼져질 것을 희곡 한편으로 그런 역사를 그려낸다는
것,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대표작으로 꼽는
것이다.
이 책으로 희곡을 읽는 재미에 의미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한국의 희곡,
앞으로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