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녀

 

마녀는 도처에 있다도처에 살아있다.

우리가 읽는 소설들 문학작품에서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마녀는 여전히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그러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그렇게 가시적으로 보이는 마녀뿐만 아니라우리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마녀가 더 문제다.

 

이 책 제목은 마녀그리고 부제가 튄다.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부제가 은연중에 마녀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 주고 있다.

 

남들보다 튀는 여자가 곧 마녀다.

다시 말해두자.

 남들이 아니라 남자보다 튀는 여자가 곧 마녀다.

 

말이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자.

 

남자보다 튀면 마녀라고?

 

이웃 남성에게 말대꾸하거나목소리를 높여 말하거나성격이 강하거나 다소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성격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26)

 

그래서 남자보다 튀는 행동을 하는 여자는 무조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우스운 것은 그 다음 말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반대로 하지 않아도 해가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사에 자주 빠지는 건 수상한 일이지만 미사에 결코 빠지지 않는 것 또한 수상한 일이 된다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건 수상한 일이지만 혼자서 사는 것도 수상한 일이다. (27)

 

그러고 보면마녀가 아닌 사람도 역시 수상하다마녀가 아닌 사람 진짜 마녀라고 생각이 된다위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 책은 그렇게 마녀가 되어마녀로 몰려 죽은 슬픈 여자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물론 그 역사는 흘러간 과거의 것뿐만 아니라현재도 계속되어 또 새로운 마녀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현재도 마녀는 생산되고 있는 중

 

이 책에서 살펴보고 있는 마녀는 새롭게 정의된다.

 

독립을 원하는 마녀,

불임을 꿈꾸는 마녀,

미적 지각을 잃은 마녀,

본성을 되찾는 마녀가 그것이다.

 

이러한 마녀의 정의가 과연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글을 찾아 보았다,

다음 인용구들을 읽어보면지금 이 시대에 여성을 향한 마녀적인 시각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마녀들을 여성들이라고 읽는다면교회가 인류의 일부에 자행한 잔인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39)

 

여성의 독립은 반동세력에겐 가증스런 모습으로 비치고다른 많은 사람에겐 위협적으로 보인다. (83)

 

소녀들은... 자신을 나약하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강요받는다. (83)

 

나는 내 인생을 살기 전에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 그 일부분이 되고 싶지 않아요.“(87)

 

어느 순간 덜커덕 ....내게 아이들이 생겼다그러면서 이전까지 절대적 나로 있던 나는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120)

 

결과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개인 신분을 갖지 못한 채 모성의 기능으로 축소되고 개인성을 박탈당했다. (124)

 

많은 중산층과 상류층의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에 집중하고 되도록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자신이 받은 교육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포기한다. (135)

 

어떤 여성들은 헌신적 하녀 역할에 매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는다아이를 낳지 않기생명을 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낳기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정체성을 창조하기 등이다. (141)

 

평등을 원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라. (146)

 

나는 내게서 하나의 육체가 나오는 상황은 전혀 생각헤 보지 않았다. .... 나는 아이가 없는 채로 나의 본성적 임무를 완수했다. (189)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이다.

 

이 책에서도 레베카 솔닛의 그 유명한 발언은 다시 회자된다.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친절한 설명이 열거된 다음에 이렇게 솔닛이 소환된다.

 

이 전제들은 또한 레베카 솔닛의 유명한 기사 제목을 빌려 말하면왜 여성들은 고압적으로 거만한 남성들한테 자꾸 인생에 대한 설명을 듣는지 말해준다. (305)

 

참고로 레베카 솔닛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다.

영어로 말하면 mansplain.

 

왜 서론 제목이 상속녀일까?

 

이 책의 서론 타이틀은 상속녀이다왜 그런 타이틀이 붙었을까?

 

저자는 그간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의 후예를 탐색한 다음에그러한 마녀사냥이 알게 모르게 여성에 대한 인식을 그릇되게 만들었음을 지적하고더 나아가 그런 유산을 상속받은 현대의 여성들로부터 마녀사냥이 넘겨준 멍에를 벗게 해주려는 의도하에상속녀라 한 것이다.

 

이제 그러한 잘못된 상속의 역사는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우리 주변에 있는 문화 창작물에서 마녀와 관련된 초능력을 형상화하고 환상을 갖게 만들 때어떤 오해를 일으킨다는 사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17쪽) 

 

(P.S)  이 리뷰를 등록하기 위해 책을 검색하는데, '마녀'라는 두 글자에 따라나오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마녀가 그렇게 많이 소비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게 바로 마녀를 그릇되게 인식하게 만드는 문화창작물이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책은 소설이다장편소설.

먼저 이런 말기억하고 시작하자.

 

시를 쓰겠다는 학생들이소설을 쓰겠다는 학생들이제 전공분야 책 외엔 눈길을 주지 않았다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글 쓰는 테크닉만 배우려는 편협함이라니! (86)

 

작가가 이런 말을 소설 속에 집어 넣을 때에는다 계획이 있는 거다.

이 소설이 결코 사회 현상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아니 이 리뷰를 이해하기 위해 주인공 이름을 우선 밝혀둔다.

그리고 약간의 줄거리도 밝혀야만 하겠다.

 

주인공은 김지성문학평론가다문학평론으로 시작한 그가 요즘은 시사평론에도 참여하고 있어 방송에도 출연하는 나름 셀럽이다부인과는 현재 별거중,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

정체 모를 여인인 나채리김지성이 어느날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같이 오게 된 여인이다맨 처음에는 다음날 나갈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하다가 같이 지내게 된다.

 

그리고 김지성의 오랜 친구인 이민주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다이민주는 김지성을 이라 부른다. 물론 여성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나채리와는 가끔 침대도 같이 쓰는 관계가 되고.....

김지성은 방송 토론중에 실수를 하여같은 진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게 된다.

이민주와는 친한 사이였는데어느 날 이민주가 김지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서 미투를 폭로한다그리고 죽는다.

자살인지 아닌지 모른 상태로 죽게 되니김지성은 하루 아침에 성추행 가해자가 되어버린다결국 소설의 주인공 김지성은 미투에 휘말려 몰락할 처지에 몰리게 된다.

본인 입으로도 이런 말을 한다. “미투에 휘말려 몰락했죠.”(357)

그러나 김지성은 이민주에게 그렇게 한 적이 전혀 기억에 없다.

과연 김지성은 이 난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그런 소설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가독성과 몰입도최상이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이 날 때까지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다.

독자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어느덧 빨려들어가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물론 이런 것은 나중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이야기의 얼개가 두 개로 이루어졌다.

 

여기 나오는 단어 하나가 있다맥거핀이렇게 사용된다.

 

가까스로 명예를 회복한 것은 모두 진정한 클라이맥스를 위한 맥거핀이었다. (364)

 

이 소설에서 맥거핀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저자가 맥거핀으로 보여준 것이 두 개라고 본다.

하나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여인나채리그리고 미투다,

 

이 둘 중 어느 것을 맥거핀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소설은 달라진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읽을 때에는 나채리를 맥거핀으로 생각하고 읽는 것이다.

독자들의 시선을 따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인물이다!

그러면 계속해서 나채리에 관심을 쏟게 된다그래서 그 여자가 과연 누구일까김지성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두 번째는 미투를 맥거핀으로 생각하고 읽어가는 것이다.

1부 마지막쯤에서 미투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 김지성은 가해자성폭행자로 몰려 몰락하게 된다그래서 과연 그가 가해자가 맞는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역시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된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그건 맥거핀이었다.

 

대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그럼김지성에 맞닥뜨린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그걸 찾아내는 것그게 독자가 찾아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여기 힌트가 있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여자 나채리는채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한 김지성이 화가 나 나가라고 소리치자집을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막상 그녀가 집을 나가니 허전해거 그녀를 찾아나선 김지성끝내 그녀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반전이 이루어지는데끝에 가서 그녀가 실상은 '카야'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영화평론은 해 온 인물(395)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얼굴을 드러내면서 소설을 한 편 발표했는데.....

그 소설의 제목은?

 

그게 첫 번째 읽는 방법과 두 번째 읽는 방법에서 맥거핀에 속아 넘어갔던 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이 책의 진짜 주제가 된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그녀가 발표한 책 제목거기에서 독자들은 대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모처럼진지하면서도 몰입도 최고인 소설해서 끝까지 나를 끌고 가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소설을 읽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진지한 담론도 좋다. 주인공을 끝까지 추적하면서 그의 내면을 파헤쳐가는 저자의 테크닉,  또한 압권이다. 이런 책 써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 스마트폰 앱이 쏘아 올린 공유경제, 시장을 독점하다!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10
한세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스마트폰 앱이 쏘아 올린 공유경제시장을 독점하다!>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부 공유경제플랫폼 경제개념 먼저 잡기!

2부 공유경제는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을까?

3부 스마트폰만 터치하면 무엇이든 손끝에!

4부 스마트폰만 터치하면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5부 플랫폼 경제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플랫폼의 정의를 확인해본다.

 

열차와 사람이 만나는 장소인 역 플랫폼처럼기업과 소비자가 만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공급되는 공간인 플랫폼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승객이 딛고 서 있는 역 플랫폼처럼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만나고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가 공급되는 기반이 되는 공간을 말한다. (28)‘

 

우리가 만나는 플래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윈도우 OS,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네이버

카카오톡 처음에는 단순한 메신저였지만사용자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증하면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37)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특기할 것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을 4대 플랫폼 기업으로 묶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39)

 

플랫폼 경제를 통해 유통되는 것들

 

이 책은 플랫폼 경제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경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분야를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나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음식 배달업체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그리고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

택배 업체 특히 쿠팡

마이크로 모빌리티 (혹은 퍼스날 모빌리티) : 전동 스쿠터

 

이와 관련한 몇가지 특기할 사항들

 

현재 세계 음식 배달 시장은 지역마다 1-2 개 업체로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플랫폼 사업은 초기에 비슷한 기업들이 난립해 경쟁하다가 결국 소수 업체의 과정 형태로 남게 되는데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이 지금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114)

 

온라인 음식 배달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경쟁자가 많이 유입되며 진입장벽이 낮다이런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큰 역할을 한다다시 말하면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큰돈을 벌어들여 경쟁사를 제압하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116)

 

플랫폼 경제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

 

플랫폼 경제는 분명 기존의 제도와 배치되는 것들이 있다이러한 것들 제대로 풀어가야 하는데그런 문제점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승차 공유 플랫폼과 기존의 택시업계의 충돌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 문제.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문제.

 

꼭꼭 씹어 생각정리하기 :

 

이 책의 다른 특징 하나는 <꼭꼭 씹어 생각정리하기>라는 항목을 마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앱스토어 입점은 개발사들에게 득일까?

우리는 왜 카카오톡을 사용할까?

물류 혁신을 가져온 자전거 바퀴의 원리는?

아이와 노인자율주행차는 누구를 구해야 할까?

플랫폼 문제 해결독점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어떨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 플랫폼 경제 시대가 왔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며 한 말이 있다.

때로는 혁명적 제품 하나가 나타나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44)

 

이 말은 그 후 사실로 나타났다.

세상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컴퓨터가 탄생한 것.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손안에서 인터넷을 마음대로 활용하며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일하는 방법도 바꾸었다.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조별 활동도 할 수 있고자료를 공유할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거나비대면 회의도 가능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경제활동도 하게 되고더 나아가 플랫폼 경제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기차역에서나 볼 수 있던 플랫폼이제는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낱말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열차와 사람이 만나는 장소인 역 플랫폼처럼기업과 소비자가 만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공급되는 공간인 플랫폼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해서 플랫폼 경제그 정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뷰티 (완역본) 나와 모두의 클래식 1
애나 슈얼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랙 뷰티 (완역본)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도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 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 말에 대하여 이런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인간이 통제하기 위해 재갈을 물리는데그 재갈이라는 게...  

재갈은 이빨과 이빨 사이의 빈자리에 가로 물려 있었다혀로 밀어 올리면 재갈은 들썩거렸으나 빠지지는 않았다. (58) 

말들은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이빨이 돋아나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말은 머리가 길고 입안이 넓어서 잇몸에 이빨을 모두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빈자리가 생긴 것이다. (81)

 

그렇게 말을 통제하기 위해 사람이 만든 잔인한 도구인 재갈.

이 책에서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입에 재갈을 물려 본 적이 없다면 얼마나 끔찍한지를 모를 것이다사람 손가락 두께의 차갑고 딱딱한 쇠막대를 위아래 이빨 사이로 밀어 넣으면 쇠막대 끝이 양쪽 입가로 삐져나온다그러면 양쪽 쇠막대에 줄을 매달아 머리와 코와 턱까지 꽉 묶어 놓는 것이다. (22) 

게다가 물어야 하는 재갈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야재갈이 날카로워서 나는 혀와 턱에 상처를 입었어재갈과 고삐에 쓸리고 긁히면 혀에서 난 피로 붉게 물든 거품이 계속 입에서 튀어나왔지.”(51)

 

그런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것만 봐도저자가 말에 대하여 얼마나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동물을 소재로 하여 모험을 떠나는 식의 스토리가 아니라블랙 뷰티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말이 인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 주고 있는감성 소설이다.

 

먼저 주인공인 말블랙 뷰티(Black Beauty). 이름이 참 예쁘다.

그런데 그 이름이 몇 번 바뀌게 된다.

블랙 오스터그리고 블랙 뷰티.

 

왜 그렇게 이름이 바뀌게 되었을까?

그건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말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우리의 주인공 블랙 뷰티는 원래 혈통이 좋은 말인데 좋은 주인을 만나서, ‘공손하고 착하게’ 자라난다. (11)

그래서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지낸다.

그를 기르는 마부와 사육사도 말을 잘 아는 사람이어서잘 먹이고, 기르고돌보아준다.

하는 일도 주인을 태우거나이륜마차 정도를 끌고 다니는 정도였다.

 

주인이 바뀌자 말의 삶도 바뀐다.

 

그러다가 주인이 바뀌게 되자그 말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인은 진저와 나를 자신의 오랜 친구인 백작에게 팔았다. (129)

 

검은 말은 성격이 아주 좋습니다자랄 때 욕설을 듣거나 매를 맞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척척 해냅니다. (138)

 

그러나 그의 좋은 성격도 여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글쎄요저 말들은 여기에 온 이상 멈춤 고삐를 써야만 합니다그래도 나는 느슨하게 채우는 편이며 우리 백작님도 말에 대한 생각이 올바른 분이십니다그렇지만 마님은 백작님과 달리 유행을 중요하게 여기시거든요. (139)

 

새로 가게 된 곳의 마부인 요크가 하는 말이다.

여기서 멈춤 고삐'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말이 머리를 숙이지 못하도록 달아 놓은 고삐이 고삐를 달게 되면 말은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항상 머리를 쳐들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그 전 주인과 그레이 농장주는 짐마차 끄는 말에 멈춤 고삐를 사용하지 말도록 하자고 한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따르지 않는다자기들이 타고 다니는 말이 고개를 쳐들고 다녀야 멋이 있게 보인다는 것이다그게 당시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새로 가게 된 곳의 마님은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서 블랙 뷰티에게 멈춤 고삐를 더 세게 채우라고 한다그렇게 주인공의 신세가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니다가 무릎을 다치게 되었고또 다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요크의 추천을 받아 나는 마차 대여업자에게 팔려갔다. (173)

 

그렇게 결국은 짐마차승객용 마차를 끌게 되고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사는 형편이 되었다.

 

하루하루가 완전히 비참해지자 나는 진저처럼 일하다 쓰러져 죽어서 불행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던 어느 날 내 소원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308)

 

승객을 태우는데 짐을 가득 싣고 가게 된 것이다승객 중 딸이 마차 하나를 더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데도 아버지 되는 승객은 그대로 가자고 해서가는 도중에 지쳐 결국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다시 회복된 그 말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어졌는데그 집의 말 사육사가 처음 집에서 만난 사람이었다는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그래서 이름도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된다그래서 책 제목도 블랙 뷰티.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자는 말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데말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여개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블랙 뷰티라는 말의 삶을 통해서 당시 동물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인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동물 학대를 멈춰라

 

여러 사람이 그길을 지나가며 보았을텐데도 괜히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겠지그렇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학대받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끼어들어 도와야 해, (126)

 

말도 하루는 쉬게 하라 :

 

블랙 뷰티가 팔려가 승객용마차를 끌게 되는데 주인인 마부은 마침 일요일에는 쉬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해서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제리의 집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일요일에 쉬는 것이었다우리는 평일에는 녹초가 될 정도로 일을 하니 쉬는 날이 없었다면 배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213)

 

멈춤 고삐를 벗겨줘라

 

저 말을 보세요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멈춤 고삐 때문에 머리를 뒤로 젖히다 보니 힘을 제대로 쓸 수 없거든요멈춤 고삐를 벗겨내도 훨씬 잘 해낼 거예요. (301)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다 통용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그러면 사람도 동물도 편히 살아갈 수 있을 텐데블랙 뷰티그렇지?

 

또한 이런 말우리 모두 새겨두자 

 

이 세상이 왜 이렇게 험악한지 알고 있나?”

모르겠네.”

내가 알려주지사람들이 자기 일만 신경 쓰느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해서 그런 거야.” (252)

 

우리가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잔인한 짓이나 잘못된 행동을 그대로 지나친다면 우리 역시 그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네. (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시경 - 완역본 옛글의 향기 8
공자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시경

 

시경(詩經)은 공자가 편찬했다고 알려진 중국의 고전이다.

논어』 「위정편에 시경 삼백여 편은 한마디로 사악(邪惡)함이 없다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경을 읽고그 시에 의탁하여 인간의 희로애락을 노래해 왔다.

시경에는 시경에는 인간의 감정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노래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 책은 그러한 시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이 책의 특색을 살펴보자. 

첫째각주나 해설등이 전혀 없다.

둘째본문에 대한 해설 역시 보이지 않는다.

셋째다른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본문의 한자에 대한 해설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이 책에는 오로지 원문과 번역문만 보인다.

그런 점이 특색이다.

 

맨처음 이 책을 손에 잡고 시를 읽어가면서그러한 점이 의아했다.

왜 이 책은 원문 한자나본문에 대한 배경 설명들 그러한 것이 없을까?

 

심지어 어떤 책을 읽어보았는데거기에서는 이런 식으로 분문 해석 이외에 다른 것들을 덧붙여 놓았다.

 

시경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

각 편에 대한 해설

본문에 대하여는배경 해설번역문원문원문의 한글 표기해의(解義). ().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부수적인 해설이 전혀 없다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본문을 읽다가 깨닫게 되었다.

 

소남(召南)편의 풀벌레[草蟲]라는 시를 읽어보자. (23)

 

우선 첫 연만 읽어보자.

 

풀벌레 울고 메뚜기 뛰어놉니다당신은 보이지 않으니 우울한 내 마음은 미어집니다.

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이 가라앉으련만.

 

??草蟲??阜?未見君子憂心??亦旣見止亦旣?止我心則降.

(요요초충적적부종미견군자우심충충여기견지역기구지아심즉강)

 

시에 대한 아무런 해설이 없다한자나 시의 배경 해설이 없으니시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해설에 의지하지 않고온마음을 기울여 시를 쓴 사람여기서는 여인그것도 남편 또는 정인이 어딘가 나가 있는 여인이 그리운 정을 못 이겨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음미한다.

 

처음에는 자연을 노래한다. 외부로 시선을 돌려서 풀벌레 소리도 듣고 메뚜기 뛰어노는 것도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낭군 생각이 떠오른다그의 빈자리가 못내 아쉬운 것이다그런 그리움은 이내 그가 어서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그가 돌아온다면그를 만난다면내 마음이 가라앉을 텐데하는 바람을 섞은 아쉬움으로 시를 마무리한다.

 

그 여인의 심정이 그렇게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다.

만약 다른 여러 가지 해설이 붙었다면거기에 신경을 쓰느라정작 시에는 관심이 덜 갔을 것이다그래서 이렇게 편집하는 것이 의외로 시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말 번역을 읽어보면서 바로 그 밑에 있는 한자를 같이 읽어보다가 맨 마지막 我心則降(아심즉강)에 눈이 머물렀다. 그걸 번역하기를 내 마음이 가라앉으련만으로 해 놓았기에 ()’을 찾아보았다.

 

’ 또는 으로 읽는 한자인데 여기서는 가라앉는다로 번역이 되고 있기에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해설이 나온다.

 

(내려가다나의 마음의 근심이 내려가다마음이 가라앉는 것,

(시경이가원 감수, 35)

 

이렇게 해서 시를 제대로 읽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전에 다른 시경 책을 읽을 때에는 관련된 해설을 읽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시는 뒷전이었으니이제야 시의 맛을 느껴보게 된 것이다.

 

나머지도 마저 읽어보자. 

 

저 남산에 올라서 고사리를 뜯었습니다당신이 보이지 않으니 우울한 내 마음은 미어집니다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이 기쁘련만.

 

陟彼南山言采其蕨未見君子憂心??亦旣見止亦旣?止我心則說.

(척피남산언채기궐미견군자 우심철철역기견지역기구지아심즉열)

 

마지막 한자 은 기쁠 '열'이다이 경우에는 이 아니라 로 읽는다.

님을 기다리는 그 여인낭군을 어서 만나 기쁨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읽어본다 

 

저 남산에 올라서 고비를 뜯었답니다당신이 보이질 않으니 우울한 내 마음은 서글퍼집니다당신을 본다면 당신을 만난다면 내 마음이 평온해지련만.

 

陟彼南山言采其薇未見君子我心傷悲亦旣見止亦旣?止我心則夷.

(척피남산언채기미미견군자아심상비역기견지역기구지아심즉이)

   

또 하나 읽어보자. 

소아편 (無將大車)라는 시다. (241)

 

 

큰 수레를 따라가지 마라다만 자신만 먼지를 뒤집어쓸 뿐이라네온갖 걱정일랑 하지 마라다만 자신만 병들 뿐이라네.

 

無將大車祇自塵兮無思百憂祇自?兮.

(무장대거기자진혜무사백우기자저혜)

 

큰 수레를 따라가지 마라다만 흙먼지로 길이 어두울 뿐이라네온갖 걱정일랑 하지 마라목침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라네.

 

無將大車維塵冥冥無思百憂不出于?.

(무장대거유진명명무사백우불출어경)

 

큰 수레를 따라가지 마라다만 흙먼지만 길을 막을 뿐이라네온갖 걱정일랑 하지 마라.

다만 스스로를 괴롭힐 뿐이라네.

 

無將大車維塵雍兮無思百憂祇自重兮.

(무장대거유진옹혜무사백우기자중혜)

 

여기서 지혜 한 조각 얻어듣는다 

큰 수레를 따라가지 마라다만 흙먼지만 길을 막을 뿐이라네.

 

거기에 덧붙여 말하길,

온갖 걱정일랑 하지 마라즉 .無思百憂!

 

그러니 시경을 읽으면서 시의 감흥도 느껴보고세상사 염려하지 않고 살아가라는 말씀도 듣게 되니일석이조다.

 

그러고 보면두 번째 시를 첫 번째 시를 짓던 그 여인이 읽었더라면 잠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든다.

멀리 떠난 낭군도 곧 돌아올거니온갖 걱정일랑 하지 마라즉 .無思百憂! ,

 

이런 마음 갖게 되는 것이게 바로 시경(詩經)의 진수가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11-14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