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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눈 이야기 - 예술과 의학 사이에서 명화를 만나다
기홍석.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명화 속 눈 이야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은 ‘예술과 의학 사이에서 명화를 만나다’ 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명화를 의학의 눈으로 보면서 감상하는 것이다.
안과 의사와 내과 의사, 이렇게 두 분이 쓴 책으로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의 책과는 그 접근 시각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우선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의 특징
저자들이 보여주는 명화에 들어있는 의학 차원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도 의미가 있다.
그림을 보면서,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을 별로 접해본 적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은 그래서 '그림 속'과 '그림 자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명화의 정의는?
지금까지는 명화라 하면, 전문가가 손을 들어주면 그게 명화인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명화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었다.
명화란?
아주 잘 그린 그림 또는 유명한 그림.
시각적 정의를 뛰어넘어, 문학과 역사, 신화, 종교,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의 삶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화가의 내면을 담아냅니다. (5쪽)
명화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줍니다.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알게 되고 때로는 그림 속 인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예술과 다른 점들 – 여기서는 안과적 차원 –을 만날 수 있다. (4쪽)
해서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명화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다른 차원의 지평도 볼 수 있도록 해야만, 그게 진짜 명화가 아닐까.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목적은?
저자가 밝힌 미술 감상의 목적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다,
그림에 담긴 역사, 풍습, 인물들을 탐구하며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명화를 감상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삼을 수도 있다. (6쪽)
그저 그림만 스쳐지나가듯 보던 나에게 이런 ‘목적에 대한 설명’도 새로웠다.
이 책에서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명화 속 ‘눈’을 중심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두 가지 방향이다.
명화 속 눈을 미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눈 건강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다. (5쪽)
이 책에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명화와 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나는 ‘작품 속의 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화가가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서 그걸 그린 ‘화가의 눈’을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화가가 백내장 또는 녹내장을 앓고 있기 때문에 그림이 그런 식으로 그려진 것은 아닐까, 하는 안과전문의의 소견이 등장하는 것이다.
코시모 1세 데 메디치 (103 – 107쪽)
르네상스 시대를 공부하면서 이 그림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데, 언감생심 그의 눈에서 사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의 초상화다.

맨 오른 쪽 그림이 코시모 1세의 초상화다.
아뇰로 브론치노가 그린 것인데, 그는 사실적인 묘사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 나타난 코시모 1세는 사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기록과 그림에는 전혀 그런 흔적이 없기에 그가 사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브론치노가 어떤 대상을 과장하고 과도하게 표현하는 매너리즘의 특징을 눈에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덧붙인다. (107쪽)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151 – 161쪽)
고흐의 그림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그의 삶이 그의 그림을 보게 만든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의 그 환상적인 구도는 과연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여러 의견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안과 전문의 차원에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해서 관련 대목을 여기 옮겨본다.
〈밤의 프로방스 시골길〉은 고흐의 화풍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하늘을 보면 광원 주위로 빙빙 도는 형태의 무리 현상(halo)을 볼 수 있다. 1888년에 그린 〈밤의 카페〉에도 전등 주변으로 무리 현상이 관찰된다.
이 현상은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도 나타난다. 그는 아를에서 고갱과 다툰 뒤 자신의 귀를 자르고 그와 이별하게 된다. 그 후 몇 번의 간질 발작을 겪고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결국 생레미 요양원에 입원한다. 〈별이 빛나는 밤〉은 바로 이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고흐는 정신 장애로 인한 고통을 하늘에 요동치는 소용돌이로 표현했다. (154쪽)

이렇듯 아를과 생레미 시절 그림의 특징은 〈밤의 카페〉와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보이는 사물 주변의 무리 현상, 소용돌이 형태의 기법이다. 한편 〈해바라기〉를 비롯한 작품의 황색 위주 색조는 아를과 생레미 시절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림에 유독 황색이 많이 들어간 이유로 한동안 물체가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이 제기된 적도 있다.
미술사와 평론가들은 그림의 무리 현상을 ‘선과 색의 격렬한 혼동’, ‘색채의 해방’으로 설명하지만, 일부 안과 의사들은 이를 실제 눈의 질환, 즉 안압이 상승하는 급성 폐쇄각녹내장의 결과로 추측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무리 현상은 녹내장이라기 보다는 급성 납중독에 의한 백색내장이라는 보고도 있다. (154쪽)
자, 그렇다면 고흐의 위대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의 의견 들어보자.
그는 여러 질환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예술성 천재성을 발휘했다. 비록 자신의 정신 질환을 치유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역으로 그의 정신 세계를 담은 그림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161쪽)
그러기에 고흐의 그림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역시 안과의사의 눈은 매섭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고 말 것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포착해서 그것을 안과전문의 전문지식을 발휘해, 숨어있는 안과 질환을 드러내 보여준다.
정말 그림은 안과적 통찰력을 가지고 보아야 하는가보다.
저자 덕분에 그간 그림을 보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 다시 살펴보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위에서는 두 가지 사례만 적어놓았지만, 이 책의 모든 부분이, 소개하는 그림과 화가들, 다시 새로운 눈으로,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의미와 가치가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