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사이트 -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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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예술이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특히 예술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그 초점 맞추기의 방법으로, 예술 작품을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걸쳐서 연관시키며 예술을 탐구하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시녀들>, 그 앞에 서면?

 

흥미로운 것은 그림을 감상할 때 아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다른 대상보다 동물이 먼저 보인다는 것이다.

<시녀들> 앞에서 일곱 살 아이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건 바로 화면 맨 앞에 자리한 커다란 강아지, 그리고 그 강아지를 발로 뻥 차고 있는 작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60)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저자의 말이 맞다.

어린이가 아닌 나에게, 그림 오른쪽 하단에 있는 개는 맨나중에 보였던 대상이었다.

그것도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보았던 것이다.

 

나중에 이 그림에 대한 오마주로 피카소가 이 그림을 재해석해서 그렸는데, 거기에 피카소가 키우던 닥스훈트를 그려 넣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66)

 

요안 부르주아, 안무가

 

전에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떤 행위 예술가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계단에서 떨어졌다 오르기를 반복하는 영상이었었다. 그때 느끼기를 참 재주도 많다, 고 했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 책에서 알게 된다.

 

2022년 연말 새로 문을 연 LG 아트 센터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 공연.

계단에서 떨어진 사람이 다시 튕겨져 올라가는 비결은 바닥에 깔린 탄성 좋은 트램펠린 덕분이다,

현대 무용과 서커스, 거기에 마술까지 결합된 듯한 공연은 비결을 알고 봐도 신기하다. 이 작품이 단지 공연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녹화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시대가 그만큼 회복과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53)

 

그 영상을 볼 때에는 그저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누가 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림 같은 정원,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은 현장 교육차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그랜드 투어를 다녀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예술품을 수집해왔는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였다. (181)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에서 픽처레스크(Picturesque) 양식이 생겨난다. 즉 그림같은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정원을 만들었으니 그림같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안토니 곰리 <다른 장소>, 1997년 잉글랜드

 

안토니 곰리는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영국 리버풀 바닷가 모래사장에 100개의 인물 조각을 세워놓았다. 간만의 차에 따라 인물상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또한 도심 곳곳, 거리에도 빌딩 위에도 인물상을 임시로 세워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당신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201)


이 글을 읽으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른다.

 

그 작품의 주인공인 인선과 경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통나무를 모아서 검은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다.

그게 그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하는데, 이렇다.

 

제목이 뭐야?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 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192-3)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197)

 

작가 한강이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보았다면 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며 아주 좋아했을 듯하다.

 

아트 인사이트, 얻게 된다.

 

아트 인사이트(Art Insight), 문자 그대로 하면 예술적 영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예술에서 얻는 영감, 또는 통찰력이라고 할까?

 

이런 말을 읽어보면, 그 뜻을 이해할 것이다,

 

예술적 소양을 갖춘 관객층은 사회의 문화 자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공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예술가가 될 수 있냐고 의문이 들기보다는 그의 소심한 행위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관객의 해석이 그를 작가로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마다 가득한 인파를 보면 바로 그 점을 체득할 수 있다.

카텔란의 말처럼 오늘날 작가를 만드는 것은 관객일지 모른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라 해도, 지금 당장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괜찮다. 전시를 보며 떠오른 의문을 한 번만 더 길게 생각해 보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과 생각이 쌓이면 스스로 문화를 즐길 길이 저절로 열리게 된다. (116)

 

예술은 내가 나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사치이지만, 효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지치고 소외된 나를 달래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160)

 

다시, 이 책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먼저 그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예술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이 책은 그 작품이 가지는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 만나야만 되는 것들, 즉 사람, 사회, 공간, 자연, 시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와 연관시켜 작품을 감상할 때, 그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영감의 원천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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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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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크루즈, 언젠가 한번 타고 세계를 돌아보고 싶은 여행.

여기 세 명의 여자가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이 소설에서 펼쳐진다.

 

그 크루즈 이름이 펠리시타 호다.

거기에 승선하는 여자들 이름은 다음과 같다.

마리, , 카미유.

 

그런데 여행의 컨셉이 고독 속의 세계 일주.

해서 혼자 승선하고 여행 내내 홀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여행중 그 누구와도 커플이 되어 애정행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펠리시타에 오르기까지, 세 명의 주인공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이 생기기까지의 인생 역정이 간단하게 설명된 다음에 그들은 각각 펠리시타 호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안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

 

, 그들 간의 우정은 배에서 요구하는 금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밝혀둔다.

남녀간의 애정으로 엮어지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시작된다.

여기서 독자들은 그들과 함께 크루즈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크루즈 여행 중 기항지에 내려, 그곳을 관광한 다음, 다시 항해하여 다음 목적지로 간다.

출발지는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마르세유 항에 오는 것으로 여행이 끝난다.

 

기항지 몇 곳만 추려보자.

 

출발 마르세유

바르셀로나 (43)

마데이라 섬 (54)

로스앤젤레스 (103)

샌프란시스코 (117)

호놀룰루 (133)

시드니 (191)

싱가포르 (207)

푸켓 (226)

두바이 (245)

알렉산드리아 (268)

사보나 (276)

다시 마르세유 (280)

 

이렇게 그들의 행적을 따라서 기항지를 적어보니, 마치 나도 그들과 같이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이게 책을 읽는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여행하는 등장인물을 따라서 같이 여행하는 기분, 물론 가상의 여행이지만 그런대로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그렇게 펠리시타호에 타게 된 세 사람, 그들은 여행하는 석달 동안 그들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게 이 소설의 큰 주제이기도 하다.

 

승선하기 전에 겪었던 일들, 그들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일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무작정 세상 끝으로 길을 떠나왔었다. (221)

 

, 그런데 이 소설의 중요 컨셉, 크루즈 여행은 280쪽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도 소설은 20여쪽이 더 진행이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들이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인연과 관련이 있다.


, 물론 그 중의 한 명 안은 중간에 이미 내렸다. 그 사연은 228쪽 이하를 살펴보시라.

 

이 소설의 복선 몇 가지

 

그들의 앞날을 암시하는 복선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는데, 이런 것은 미리 챙겨두고 읽어가자.

 

만약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할 건데요?”

마리가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사랑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거니까요. 아쉽게도 저는 그런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아서요.” (26)

 

또 있다.

크루즈 여행의 컨셉이 고독 속의 세계 일주이라는 것도 복선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세명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든지 감정 이입을 하면서,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서 그런 기분을 만끽하라고 위에 기항지를 적어 놓은 것이다. 그것은 이 리뷰에 들어있는 복선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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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2 - 시·수필·서간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이상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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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 전집> 1권을 읽었고, 이어서 2권을 읽는다.

1권에는 소설이 실려있고

2권에는 시를 비롯하여 수필과 서간문이 실려있다.

 

일단 시는 어렵다.

물론 이상의 시가 이상하다는 말은 듣고 들은 말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명불허전(?), 듣던 바대로 아니 그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나, 이상의 시가 어렵지만, 이 책에는 편저자의 수고로 주()를 달아주어서, 이것저것 어려운 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석 및 뜻을 파악하기 힘든 어휘는 해당 작품 끝에 주를 달았다. 아울러 부록에 따로 어휘풀이만을 덧붙여서 본문에 자주 나오는 어려운 어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이 책으로 이상의 글을 조금이나마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그런 도움 없이는 이상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는 그렇다고 해도 이상의 수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글 읽어보자.

 

정감 넘치는 문장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사람이 침소로 들어가듯이 어둠 속으로 아주 없어져 버립니다. (163)

 

어두워지면 팔봉산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이렇게 정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 이상의 다른 면모이기도 하다. 이상이 문장을 어렵게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의 향수를 불러오는 글들

 

객주집 방에는 석유 등잔을 켜 놓습니다. 그 도회지의 석간(夕刊)과 같은 그윽한 냄새가 소년 시대의 꿈을 부릅니다. (164)

 

석유 등잔에서 맡게 되는 냄새, 그 냄새가 신문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내 후각을 되돌려보니, 그렇다. 신문에서 맡게 되는 냄새가 바로 석유 냄새인 것이다. 그렇듯 이상은 이런 문장으로 나의 소년을 불러낸다.

석유 냄새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알코올 냄새 한 번 맡아보자.

 

등잔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켠 다음 비망록에 철필로 군청빛 를 심어갑니다.

(.........)

내일은 진종일 화초만 보고 놀리라, 탈지면에다 알코올을 묻혀서 온갖 근심을 문지르리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65)

 

표현의 신선함에서 비롯된 건지 모르겠으나, 연이어 후각을 이용한 문장들이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석유 냄새, 등잔 심지 돋워지는 장면, 그리고 알코올 냄새에 이어서 근심이 사라지는 모습까지, 이런 글을 읽으면 이상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 있다. 이번엔 가솔린이다.

 

동경에 관한 글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도 나는 똑같은 환멸을 당할는지. 어쨌든 이 도시는 몹시 가솔린 냄새가 나는구나!’가 동경의 첫인상이다. (261)

 

당시 조선에는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가 드물었으니 동경에 가서 느낀 첫인상이 그럴 수도 있겠다.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시 동경에서, 가솔린 냄새를 맡다!

 

이번엔 소리도 읽어, 들어보자.

 

아침에 볕에 시달려서 마당이 부스럭거리면 그 소리에 잠을 깹니다. (165)

 

아침 마당에 햇볕이 들어오면 서서히 마당이 부산해지고 그런 부산함이 소리를 낸다면? 마당 여기저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겠지. 그런 소리를 이상은 예리하게 포착해놓았다.

소리도 들리고, 마당도 부산해지는 한편의 소리있는 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도회적(都會的) 용어를 맘껏 뽐내는 이상

 

대담한 호박꽃에 스파르타 식 꿀벌이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농황색에 반영되어 세실 B. 데밀의 영화처럼 화려하며 황금색으로 치사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르네상스 응접실에서 들리는 선풍기 소리가 납니다. (166)

 

스파르타, 세실 B. 데밀, 르네상스 등등.....

 

이런 용어를 구사하는 이상, 당시에는 이런 단어들이 무척 낯설었을 것인데, 이상의 글에는 이런 단어들이 도처에 등장한다. 그만큼 그런 용어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나의 이 건조무미한 프롬나드는 일종 반추에 지나지 않는다. (263)

 

여기에서 프롬나드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요즘에서야 알게 된 단어 프롬나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가 알게 된 영어 단어다. promenade, 산보, 산책이라는 말인데, 이상이 이 말을 그냥 평상시에 쓰는 단어처럼 썼다니, 이상은 언어 구사 면에서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구의 인물들 역시 많이 등장한다.

 

모파상 (294)

아폴리네르 (296)

 

다시, 이 책은?

 

이상에 대하여는 그저 띄엄띄엄, 여기저기서 오다가다 얻어들은 것밖에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직접 읽어보니, 듣던 것과는 다르다, 읽을만하다. 시야, 원래 시가 난해한 종목(?)이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다른 분야는 읽을만하다.

 

그래서 이렇게 전집으로 이상의 글을 묶어서 출판한 출판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글이라고 해서, 글과 낱말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골방에만 넣어두면 점점 그런 글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작업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 알기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읽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한다. 이상의 글, 이상하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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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 가족 3부작
김원 지음 / 문장의바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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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3편의 희곡이 실려있는 희곡집이다.

세 편의 제목은 각각 다음과 같다

 

만선

만리향

만가(輓歌)

 

상황과 전개되는 내용은 다르지만 세 편의 희곡이 추구하는 것은 가족의 의미다.

가족이 잠시 어려움을 겪지만, 그런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가족은 가족이다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각 희곡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서로가 가족임을 확인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해서 읽을만하다.

 

해서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지천이다.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뭔지 알아? 오늘은 또 뭘해서 먹이나. 그 생각뿐이다. (15)

첫 번째 작품 <만선>에서 엄마가 하는 말이다.

 

환상통 (32)

그 지긋지긋한 환상통. 남들은 길어봤자 10년이면 없어진다는데 (........)

자다가도 발이 아파 손을 대면 아무것도 없어. 잘린 발이 아직도 붙어있는 것처럼 아픈데, 네가 그걸 알아? (32)

그렇게 속은 터지는데, 밤만 되면 잘린 다리가 꼭 있는 발처럼 계속 아프니 사람 환장하지. (81)

 

최선의 예의는 지켜야죠. 유서 하나 없이 대책 없이 죽으면, 나중에 경찰들이 자살 동기 알아내는데 고생할 거 아니야. (66)

 

만가(輓歌)는 기록으로 남길만 하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만가>는 잊혀져 가는 우리네 장례 풍습에 대한 회고라 할 정도로 여기저기 애쓴 흔적이 많다. 요즘 사람들은 그런 우리네 옛풍습을 알기나 할까. 그래서 <만가>는 우리 풍습의 기록이란 측면에서도 새겨볼 만하다. 

 

그런데, 이건 확인해봐야겠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왜 우리는 그런 일본 풍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을까?

 

망자 삼베 수의 입히는 거, 왜놈들이 만든 풍습이라고 싫다셨어. 그냥 아끼시던 옷 입고 가시겠다고. (192)

 

등장 인물에게 이름을 허()하라

 

그런데 3편의 희곡을 다 읽고 나서,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를 헤아려 보니, 이렇다.

<만리향>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주어온 아이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받을 돈 대신 받아두었다가 그만 돌려주지 못하고 키우게 된 아들이다. 그걸 그는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도 흥미롭다.

 

너 형 밉지?

근데 싫진 않지?

.....같은 말 아냐?

형이 너 얼마나 끔찍이 생각했는지 모를거다. (121)

 

치매에 걸려 기억력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에게서 이런 대화를 시작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124)


그리고나서 형과의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걸 알고 나니까, 형이 왜 자기를 더 살뜰하게 대해주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고단한 형편에서 그 것을 알게되니, 현재의 상황이 다시 해석되는 것이다.

부실하다 생각하던 가족이 새옷을 입는 순간이다. 그렇게 해서 가족은 새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셋째의 친구를 끌어들여, 한판 굿을 벌인다. 연극으로 굿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일어난다.

셋째의 친구가 와서 연극으로 굿을 하며 엄마의 소원을 풀어드린다 했는데,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가 그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애틋하게 가족의 의미를 찾아내는 희곡, 기억해주고 싶은데, 이런 문제가 생긴다.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이 무언지 아는가?

<만리향>이다.

 

여기서는 첫째가 운영하는 중국집 상호다. 뜻은 만리향이란 화초에서 가져와 향이 멀리 풍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걸로 상호를 지은 것이겠다. 그러니 그 뜻은 두 가지, 중국집 상호와 그리고 원래 화초 이름이다.

 

이 작품을 기억해두고 싶은데 작품 제목이 너무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다 못해, 거의 도시마다 하나 정도는 있는 중국집 이름이니 말이다.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하나 있다. 거기서 식사를 한 기억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작품 <만리향>의 둘째 아들, 기억해두고 싶은데 이름을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작가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생각해보자.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햄릿>, 작품 제목이자 그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가 만일 그 이름을 짓지 않고 이렇게 했다면?

'덴마크 왕자'. 그리고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을 역시 이름을 짓지 않고, 이름 대신 덴마크 왕자의 친구라고 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셰익스피어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서 <덴마크 왕국의 왕자>라고 알고 있다면? 지금까지 그 작품은 오래오래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들의 등장인물들, 아래와 같은 인물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 하나씩 지어주면 어떨까? 이름 짓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는가?

 

만선 - 아들

만리향 - 첫째, 둘째, 셋째

만가(輓歌) - 첫째, 둘째, 셋째,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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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신인철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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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에는 다음 20개의 박물관(혹은 미술관)이 담겨있다

20개의 미술관 중 가 본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가긴 했지만 어디 제대로 보았을까?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았으니,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그곳의 의미와 특징을 되새기게 된다.


그래도 몇 군데 미술관은 그간 듣고 읽어서 구면인 셈인데, 해서 20곳 중에서 알고 있는 곳과 처음 듣는 미술관으로 구분해서, 세세하게 읽을 채비를 했다. 밑줄 그은 곳은 친숙한 곳이다.

 

첫 번째 미술관 : 셜록 홈즈 박물관

두 번째 미술관 : 프라도 미술관

세 번째 미술관 : 모리 미술관

네 번째 미술관 : 차트라파티 시바지 미술관

다섯 번째 미술관 : 피나코텍 삼형제

여섯 번째 미술관 : 두바이 박물관

일곱 번째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여덟 번째 미술관 : 간송 미술관

아홉 번째 미술관 : 대영 박물관

열 번째 미술관 : 오르세 미술관

열한 번째 미술관 : 브레라 미술관

열두 번째 미술관 : 무하 미술관

열세 번째 미술관 : 말레이시아 해양 박물관

열네 번째 미술관 :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

열다섯 번째 미술관 : 우피치 미술관

열여섯 번째 미술관 :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열일곱 번째 미술관 : 미국 자연사 박물관

열여덟 번째 미술관 : 오쿠라슈고칸

열아홉 번째 미술관 :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스무 번째 미술관 : 폴디 페촐리 미술관

 

예술의 세계로

 

프라도에서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만난다

피나코텍에서는 뒤러의 <기도하는 손>을 만난다.

그 그림을 통하여 뒤러의 성공에는 기도하는 손을 가진 친구 한스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현재 그 그림 <기도하는 손>을 알테 피나코텍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어디에 있는가? 이 책 83쪽을 참조하시라.

 

루브르 박물관에는 가본 적이 있어, 저자가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루브르를 방문하는 사람이 하루에 무려 6만명이었다니! 물론 지금은 일일 관람객 제한 정책에 의해서 하루 3만명으로 통제한다고 한다.

그때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그곳으로 가는 길, 얼마나 혼잡했던지, 이러다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할 정도였다. 그 공간 안에서도 모나리자 앞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멀리 멀리서 보았던 기억, 그것만이라도 좋긴 했었다. 

 

대영박물관 :

두 가지 먼저 짚고 가자.

대영박물관은 원래 몬태규 가문의 대저택이었는데, 영국 정부가 사들여 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서 몬태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몬태규와는 상관없는 가문이다.

두 번째로 대영박물관의 외관은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처럼 해 놓았다. 그래서 더욱 문화 예술과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경영의 세계로 가보자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만난다. 그 그림과 관련된 스토리를 듣는다.

그런 이야기 끝에 저자는 이런 말로, 독자들을 경영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51)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77)

기업 또한 역시 매번 고객들을 향해 아껴달라’, ‘관심을 가져달라’, ‘자주 찾아달라애원하지만 (.......) (93)

 

그렇게 해서 미술관에서 예술적 감각으로 얻게 되는 통찰력은 어느새 경영의 영역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 미술관마다 그림과 경영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의미있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성공하고 싶으면 내가 이기고 싶은 사람나를 이기게 해줄 사람으로 만들어라. (81)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 (92)

 

생산의 3요소가 과거와 같은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니라 원자재, 사람,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 폴 로머 뉴욕대 교수 (106)

 

국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도덕이나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 헨리 키신저 (142)

 

기업은 경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단어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143)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두 마리 새를 하나의 돌로 잡는다. 즉 일석이조 (一石二鳥).


예술과 경영을 동시에 섭렵하게 되는 희열을 느끼게 되는데 그래서 저자가 서두에 말한 바, 이연연상(二連聯想)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이연연상,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고 패턴에서 가져온 요소들을 하나의 새로운 패턴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또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인으로부터 다른 영역에 있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예술에서 경영의 요체를 얻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줄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책 르네상스 워커스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리뷰 말미에 이렇게 평한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르네상스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어가는 작업을 아주 충실하게 해 놓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미술관을 중간 매개로 하여 예술과 경영을 통섭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예술과 경영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아주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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