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집 2 - 시·수필·서간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이상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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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집 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 전집> 1권을 읽었고, 이어서 2권을 읽는다.

1권에는 소설이 실려있고

2권에는 시를 비롯하여 수필과 서간문이 실려있다.

 

일단 시는 어렵다.

물론 이상의 시가 이상하다는 말은 듣고 들은 말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명불허전(?), 듣던 바대로 아니 그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나, 이상의 시가 어렵지만, 이 책에는 편저자의 수고로 주()를 달아주어서, 이것저것 어려운 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석 및 뜻을 파악하기 힘든 어휘는 해당 작품 끝에 주를 달았다. 아울러 부록에 따로 어휘풀이만을 덧붙여서 본문에 자주 나오는 어려운 어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이 책으로 이상의 글을 조금이나마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그런 도움 없이는 이상의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는 그렇다고 해도 이상의 수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글 읽어보자.

 

정감 넘치는 문장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사람이 침소로 들어가듯이 어둠 속으로 아주 없어져 버립니다. (163)

 

어두워지면 팔봉산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이렇게 정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 이상의 다른 면모이기도 하다. 이상이 문장을 어렵게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의 향수를 불러오는 글들

 

객주집 방에는 석유 등잔을 켜 놓습니다. 그 도회지의 석간(夕刊)과 같은 그윽한 냄새가 소년 시대의 꿈을 부릅니다. (164)

 

석유 등잔에서 맡게 되는 냄새, 그 냄새가 신문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내 후각을 되돌려보니, 그렇다. 신문에서 맡게 되는 냄새가 바로 석유 냄새인 것이다. 그렇듯 이상은 이런 문장으로 나의 소년을 불러낸다.

석유 냄새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알코올 냄새 한 번 맡아보자.

 

등잔 심지를 돋우고 불을 켠 다음 비망록에 철필로 군청빛 를 심어갑니다.

(.........)

내일은 진종일 화초만 보고 놀리라, 탈지면에다 알코올을 묻혀서 온갖 근심을 문지르리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65)

 

표현의 신선함에서 비롯된 건지 모르겠으나, 연이어 후각을 이용한 문장들이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석유 냄새, 등잔 심지 돋워지는 장면, 그리고 알코올 냄새에 이어서 근심이 사라지는 모습까지, 이런 글을 읽으면 이상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 있다. 이번엔 가솔린이다.

 

동경에 관한 글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도 나는 똑같은 환멸을 당할는지. 어쨌든 이 도시는 몹시 가솔린 냄새가 나는구나!’가 동경의 첫인상이다. (261)

 

당시 조선에는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가 드물었으니 동경에 가서 느낀 첫인상이 그럴 수도 있겠다. 가솔린으로 운행하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시 동경에서, 가솔린 냄새를 맡다!

 

이번엔 소리도 읽어, 들어보자.

 

아침에 볕에 시달려서 마당이 부스럭거리면 그 소리에 잠을 깹니다. (165)

 

아침 마당에 햇볕이 들어오면 서서히 마당이 부산해지고 그런 부산함이 소리를 낸다면? 마당 여기저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겠지. 그런 소리를 이상은 예리하게 포착해놓았다.

소리도 들리고, 마당도 부산해지는 한편의 소리있는 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도회적(都會的) 용어를 맘껏 뽐내는 이상

 

대담한 호박꽃에 스파르타 식 꿀벌이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농황색에 반영되어 세실 B. 데밀의 영화처럼 화려하며 황금색으로 치사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르네상스 응접실에서 들리는 선풍기 소리가 납니다. (166)

 

스파르타, 세실 B. 데밀, 르네상스 등등.....

 

이런 용어를 구사하는 이상, 당시에는 이런 단어들이 무척 낯설었을 것인데, 이상의 글에는 이런 단어들이 도처에 등장한다. 그만큼 그런 용어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나의 이 건조무미한 프롬나드는 일종 반추에 지나지 않는다. (263)

 

여기에서 프롬나드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요즘에서야 알게 된 단어 프롬나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가 알게 된 영어 단어다. promenade, 산보, 산책이라는 말인데, 이상이 이 말을 그냥 평상시에 쓰는 단어처럼 썼다니, 이상은 언어 구사 면에서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구의 인물들 역시 많이 등장한다.

 

모파상 (294)

아폴리네르 (296)

 

다시, 이 책은?

 

이상에 대하여는 그저 띄엄띄엄, 여기저기서 오다가다 얻어들은 것밖에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직접 읽어보니, 듣던 것과는 다르다, 읽을만하다. 시야, 원래 시가 난해한 종목(?)이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다른 분야는 읽을만하다.

 

그래서 이렇게 전집으로 이상의 글을 묶어서 출판한 출판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글이라고 해서, 글과 낱말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골방에만 넣어두면 점점 그런 글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작업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 알기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읽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한다. 이상의 글, 이상하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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