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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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024 여름호

 

<서울리뷰오브북스>, 책 리뷰를 모아놓은 잡지다.

, 여름, 가을, 겨울로 나오는 계간지다.

이번 호는 <믿음, 주술, 애니미즘>을 특집으로 해서 꾸몄다.

해서 이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평의 유용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서평, 책 리뷰는 왜 필요할까, 리뷰는 왜 쓰는 것일까, 에 대한 대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이번 호에 소개된 책 리뷰중 이런 게 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서평을 성균관대 교수인 권석준 교수가 리뷰를 썼다.

 

제목은 <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이다. (26-40)

 

그러니까 그 책에서 두 가지 면을 읽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편안함과 또 다른 하나 쏠림.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

패턴의 자동 완성이 그렇다는 말인데, 그 책에서 그런 점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필자는 먼저 작곡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을 언급하면서, 이 동굴은 육각 기둥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로 가득해 방문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고대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주어 북유럽 원주민들은 이 동굴을 전설 속의 거인이 만들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고 전한다. (27)

 

필자는 왜 멘델스존의 곡을 소개하면서, 그 동굴에 관한 고대인들의 믿음을 소개하는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패턴의 완성이라는 능력을 소개하려고 그런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을 보고 구름 이름 짓기라든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면서 별자리 이름을 짓는 것들이 바로 패턴의 완성 능력이다.

 

필자가 리뷰하고 있는 책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이자 스켑틱(Skeptic)의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가 1997년에 발간했고, 한글 번역본 내가 읽은 것- 은 초판 1쇄가 20071112일이다.

그러니까 거의 20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런 책을 지금 리뷰할 필요가 있을까?

 

패턴의 완성 기능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그 대답이 나온다.

그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런 패턴의 완성 능력은 일단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제한된 정보에서 최대한 예측가능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패턴의 완성이 비과학적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그런 사례가 많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그 책에서 그런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보고들.

마녀 광풍.

과학적 창조론.

홀로코스트가 없었다는 주장들.

 

그런 사례들을 그 책의 저자 마이클 셔머는 일일이 거론하면서 논박을 하고 있는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 책 리뷰의 필자 권석준의 주장이다.

 

그 책에서 저자 마이클 셔머가 사례로 들었던 여러 사례에 대하여는 이제 많은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그런 잘 못된 사례는 지금도 형태만 바꿔가며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우 네 개의 유형으로 성격을 나눌 수 있다고 하는 혈액형 성격론.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간이 넘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MBTI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분류법이 거의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간단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그것의 잘못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운 선진기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스컴에서조차 중계하고 있으니, 실로 패턴 완성의 그 불편한 쏠림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돌림병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그 책의 리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옷바꿔입고 나타나는 부정적인 패턴 완성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리뷰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필자는 환단고기에 대하여는

사이비 역사문제로 분류하여,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대입하여 해설하고 있다. (39)

 

참고로,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은 이 책에 또 등장하고 있다. 그 리뷰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좋은 역사가가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을까? · 상나라 정벌>에서 단국대학교 사학과 심재훈 교수가 글의 첫머리에 짚어 놓고 있다.

 

다시, 이 책은?

 

그밖에도 리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대목들은 많이 있다.

 

<애니미즘은 세상을 구원할까? ·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이 글은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이 쓴 글인데, 이런 글로 그 책의 일반화를 경계하고 있다.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의 저자는 도시 생활을 접고 귀향해서 농촌과 어촌에서 다양한 동물과 식물과 교감하면서 애니미즘의 철학적 힘을 확신한 듯하다. (.......)

그런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 죽는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교감을 형성할 것인가?

(92)

 

그 책만 읽으면 정말 그럴 것 같은데, 막상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럴까, 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게 책을 리뷰하는 이유와 필요가 아닐까? 책 속으로 푸욱 빠져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자의 말빨에 설득되기 쉬운데, 그럴 때 잠깐 한 박자 쉬고, 또는 발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바로 그러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서평, 꼭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을 읽은 바, 내 리뷰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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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60 - 7년의 기록! 인문학 칼럼니스트가 꼽은 60권의 통찰
박종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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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60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방법은 무얼까?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발빠르게 보도하는 미디어를 통하여 아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서 뉴스 하나 하나를 다 체크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방법, 그게 아주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 있다. 책을 통하여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돌아가는 세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첫째 방법도, 둘째 방법도 바쁘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참,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내 앞의 일 처리하기도 바쁘고 고단한데, 어느 세월에 그 많은 뉴스들을, 그 많은 책들을 듣고 읽어 내 것으로 정리해 낼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 알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면서 떠먹여주는 책, 이 책으로 세상만사를 잘 알 수 있다.

 

머릿말의 타이틀이 나의 기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이 책으로 7년간 읽어온 세상>

 

이 책에서 저자 박종선은 시대적 고뇌가 담긴문제작들을 고르고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고른 책은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전해주고 있을까?


저자가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를 읽고 쓴 글이다.

 

먼저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코로나 19에 대한 느낌, 각각 어떠했는지?

나름대로 소회는 다르겠지만, 이런 평가는 누구나 공감을 할 것이다.

 

소설 속 누군가의 말을 저자가 인용해 놓은 글이다.

 

페스트 환자가 되는 일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예요. (277)

 

그래서 우리는 피곤했다. 환자여서 피곤했고, 환자가 될까봐 피곤했다.

그리고 소설 페스트에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고통받았던 코로나 19 시절에 뉴스를 통해 보았던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이 들어있다는 것, 깨닫게 된다. 카뮈는 그런 것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었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책들이,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런 책은 어떨까? 

 

위험 구간마이클 베클리 외

 

중국은 과거 영토를 되찾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신의 앞바다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역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 패권국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만 병합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쇠락을 모면하려는 중국은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2020년대는 악몽같은 10년이 될지 모른다. (47)

 

미국의 가장 큰 시험대는 대만이다. 대만을 지키고 현재의 질서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대만을 내주고 중국의 패권화를 용인하느냐.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 대결이 벌어지면 한국 일본도 끌려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이런 운명적 역할을 피하기 어렵다. (49)

 

이미 시작된 전쟁이철

 

중국은 한국이 일관된 전략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미 일 입장에 편승해서 수동적으로 전쟁에 끌려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53)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 안보는 초당적이다. 일본은 자민당 1당 체제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독재 국가다. 주변국들은 각자 나름대로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나 안보가 냉온탕을 오간다. 국민 여론도 분열되어 있다. 실제로 주변국에서는 우리를 전략이 없는 나라로 간주한다. 아무 전략 없이 전쟁에 휘말리면 승패와 상관없이 희생만 떠안게 된다. (55)

 

우리가 중립을 지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일관된 국가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다자 외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에게 최악은 극심한 정쟁 속에서 무전략으로 양안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55)

 

다시,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 중 우리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책의 저자들이 분석해 놓은 현재 시점의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 정세를 언급하고 있는데,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볼 때, 세상에! 우리를 전략이 없는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니, 듣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질만 하지 않는가?

 

울화통은 울화통이고, 그런 평가에 핏대 세울 일이 아니다. 그런 소리 듣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이고 더하여 우리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간의 다툼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내야 한다. 생각해 내야만 우리가 살 수 있다.


그런 평가에 무턱대고 귀막고, 아니라고만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 매우 절박하다는 점이다. (55)

 

우물안 개구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다면, 그게 바로 우물안 개구리다.

 

이 책, 그래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한다.

꼭 읽어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 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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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 확장판, 쿠데타·혁명에 의한 ‘정치상 대변동’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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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확장판

 

정변이라 함은?

(政變) 혁명이나 쿠데타 따위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

 

정변은 단순한 정치적 변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비합법적인 수단을 통하여 정치상 큰 변동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혁명이나 쿠데타 같은 경우가 거기에 해당하는 적절한 예이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에 더하여, 큰 틀에서 봤을 때 정변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사건들도 다루고 있다. 해서 정변 개념을 광의로 적용한 여러 사건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9)

 

이 책에는 어떤 정변이 들어있는가?

우리나라 역사상 일어난 정변 20가지 사건,  그리고 외국의 사례로, 중국의 사건 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정변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 많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중 20개를 골라, 성격을 분석한 다음에 4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살펴보고 있다.

 

정치상 대변동

지배체제 변혁

극적인 상승과 몰락

고난과 좌절

 

첫째, 이렇게 분류를 한 사건을 읽으니, 그 사건의 실체가 더욱 확실하게 떠오른다.

 

<극적인 상승과 몰락>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바로 갑신정변이다. 

<갑신정변_ 급진개화를 꿈꿨던 금수저 청년들의 3일 천하> (192- 202)

 

정말 극적이다. 일이 시작되었다가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를 보여주더니 그만 단 사흘만에 급전직하 몰락하고 말았으니, 이를 일컬어 삼일 천하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 뒤로 ‘3일 천하라는 말이 관용어처럼 쓰이게 된 것도 이 사건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위키백과에는 이런 항목으로 등장한다.

 

삼일천하

삼일천하(三日天下)3일 동안 정권을 잡았다는 뜻으로 다음을 가리킨다.

김옥균의 갑신정변에 대한 별칭.

 

사건의 추이를 살펴보자,

 

1884124, 우정국 개국 축하연에서 개화당 인사들 거사.

1884125, 국가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혁신 정강 14개조공포

1884126, 청나라 군사 1500명이 궁궐로 공격해 들어옴.

개화당 인사들, 속절없이 죽거나 도망쳤다.

 

속절없이 죽거나 도망쳤다,는 표현은 이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202)

그렇게 정말 3일만에 무너진 갑신정변, 허무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너무 준비가 없었다고 해야 할지, 안타까운 일이다,

 

둘째, simple is best 라는 말이 이 책에 딱 맞는 표현이다.

 

역사를 아는 민족은 망하지 않는다,고 함석헌 선생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역사를 우리가 알아야지 다른 나라 사람더러 알아주기를 바랄까? 그런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자. 우리 역사 우리가 챙겨서 읽고, 알고, 그 안에서 깨달을 것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그리 쉬운 일일까?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압축적이고 간결한 문장으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20가지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 각 사건마다 사건의 전후 과정을 매우 생동감 있게 서술하고 있어, 읽는 재미와 더불어 역사의 재미도 느끼게 해준다.

 

셋째, 이 책에서 꼭 읽고 새겨야 할 부분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5.16 쿠데타_ 한국 현대사의 중대 변곡점>

<10.26 사태_ 박정희 장기집권의 종식>

<12.12 쿠데타_ 어둠이 내려앉다>

 

이 사건들에 대한 실체 파악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아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또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건의 내용과 평가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것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는 것.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사건들을 소환하여 우리들 앞에 내어놓은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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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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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이건 소설이다. 소설이 분명하다.

이 책 서두에 나온다. 독자에게 드리는 주의사항이 큼지막하게 씌여진 글로 나온다.

 

이 소설의 일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저자는 완벽히 허구적인 줄거리에 따라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걸 중시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실화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한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을 인터뷰하여 그의 진솔한 고백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 같다.

그 정도로 사실적이다, 정말 그럴법하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이것이다.


1999년에 그 유명한 해리 포터 역을 맡을 소년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최종 후보로 두 명이 남았다. 한 명은 낙점받은 대니얼 래드클리프, 그리고 안타깝게 뽑히지 못한 다른 한 명의 소년 마틴 힐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한 명은 해리 포터 주연으로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 해리 포터가 될뻔한 애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나쁜 쪽으로 곤두박질친다. 언제나 하잘것없는 게 차이를 낳는다. (89)

 

하잘것없는 차이, 둘 중에 한 명만 차지하는 자리이니, 결국 누군가는 떨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말할 것이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될뻔한 애는 해리 포터가 소설로, 또는 영화로 등장할 때마다 죽도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해리 포터가 서점에 쌓인 것을 볼 때마다, 영화 포스터가 길가에 붙은 것을 볼 때마다,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환호하는 소리에 그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런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그는 무작정 어딘가로 숨어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인생이 있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저절로 상상이 되는 인생이다. 평생을 두고 두고 귀에 쟁쟁거리는 해리 포터가 얼마나 미웠을 것인가? 그런 인생, 과연 어떻게 살아낼지, 저자는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두 번째 아이를 세상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이를 숨어들어간 동굴에서 세상으로 꺼집어내기 위해 또한 많은 생각을 한다. 방법을 고안해내려 애를 쓴다. 거기에 저자의 고뇌가 충분히 느껴진다.

 

그의 주변 인물들이 수차례 그런 작업을 시도한다.

그의 어머니는 정신 상담을 받도록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그만 좀 해라기껏해야 책 한 권 갖고! 그런 일로 크리스마스를 망치다니, 쟤 진짜 짜증 나!”

그 말이야말로 마틴을 가장 아프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의 괴로움을 변덕으로 치부하는 것. 그는 개인적인 비극으로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거의 항상, 혼자 고통스러워하는데 말이다. (135)

 

드디어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낸다. 경비원, 루브르 박물관의 경비원으로 들어간다. 거기는 해리 포터가 없는 세상의 이상향이었다. (182)

 

그러나 그 곳에서 경비원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저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온전한 세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또한 그 자신도 그걸 이겨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해리 포터와 직접 마주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책을 사오기도 한다. (193)

또한 호그와트를 똑같이 재현해 놓았다는 성에 가보기도 한다. (213)

 

그러나 구원은 다른 데에서 왔다. 드디어 그는 구원받았다.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의 가치는 바로 그런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

2명이 최종 캐스팅 후보에 올랐다면 당연히 그중 한 명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인생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누군가 한 번쯤 어떤가 하는 안부를 물어볼만 하지 않는가?

 

혹시라도 그 아이는 자기 인생을 도둑맞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178)

과연 그런 고통을 잘 견디고 인생 제대로 사는 것처럼 살고 있을까?

그런 안부를 저자는 묻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정말이지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그 두 번째 아이 속에 열두번도 더 들어갔다 온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소식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독자들은 이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저자를 따라가며 그 될뻔한 아이에게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잡으면 끝이 날 때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 그리고 그 인생에게 붙들려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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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 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
다니엘레 아리스타르코 지음, 사라 노트 그림, 김희정 옮김 / 북스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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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이 책에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작품 9편과 희극 작가 1명의 작품 1편이 실려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라 하면 다음의 세 명을 말한다. 기억해 두기 위해 여기 적어둔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여기 작품이 실린 희극 작가의 이름 역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아리스토파네스.

 

이 책에 실린 비극은 모두 9, 그리고 희극이 1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그리스 비극은 모두 34편이다.

그러니 34편중 여기 9편이 실려있으니, 26%, 대단한 분량이다.

책 제목이 하룻밤에 읽는 비극이라고 해도 될만한 분량이다.

 

첫 번째 특징으로 이 책은 원래 희곡으로 되어 있는 비극을 모두 소설로 바꿔놓았다.

 

그러니 희곡으로 읽었던 비극을 이번에는 소설로 읽을 수 있어, 비교가 가능하다.

 

예컨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살펴보면, 확연하게 그 차이가 드러난다.

희곡에서는 오이디푸스의 발언으로 그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사를 읽을 때에는 주의를 집중해서 읽어야함은 물론, 문맥과 행간까지 다 고려해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그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그런 작업을 바로 화자인 오이디푸스가 다 처리해준다. 그래서 희곡을 읽을 때보다는 쉽게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소설과 희곡의 차이점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 이 책은 독자 친화적이다.

 

그리스 비극을 희곡으로 읽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낯선 그리스식 용어와 등장하는 낯선 이름, 그런 이름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읽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노력이 필요한 희곡에 비하여 소설은 설령 이름이 낯설더라도 앞 뒤 설명을 통하여 차츰 익숙해지면서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어, 무척 독자 친화적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가장 기뻤던 것 하나 적어둔다.

 

지난번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중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에게 잡혀 고생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의 지리적 배경이 바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이라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귀향 도중에 만나 고생했던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그 괴물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 ,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를 잡기 위해 던졌던 바위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시칠리아 동부에 있는 아치레알레. (최소한의 서양 고전안계환, 33)

 

카타니아 해안선을 따라가면 아치트레차(Acitrezz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앞바다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나 있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가 던진 바위라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이주에 폭력으로 대응했던 시칠리아 원주민들의 모습이 폴리페모스 신화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김상근, 40)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떤 근거로 외눈박이 거인이 살았던 곳이 시칠리아라고 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것이나 가져다 붙여서 신화의 고장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이 이 책을 읽고 풀렸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에우리피데스의 <키클롭스>에 의하면, 오디세우스는 그 섬에

상륙한 후 실레노스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이고 이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시겠어요?”

그렇게 묻자 실레노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곳은 시칠리아섬의 에트나산일세. 여기엔 도시도 탑도 없다네. 평범한 인간은 살지 않아.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이 살고 있지. 그들은 동굴에서 자고,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우유를 마시고 치즈를 먹는 것뿐이라네.” (136)

 

시칠리아의 에트나산이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 그래서 시칠리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 하나만 알게 되었어도 좋을만큼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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