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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 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
다니엘레 아리스타르코 지음, 사라 노트 그림, 김희정 옮김 / 북스힐 / 2024년 6월
평점 :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이 책에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작품 9편과 희극 작가 1명의 작품 1편이 실려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라 하면 다음의 세 명을 말한다. 기억해 두기 위해 여기 적어둔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여기 작품이 실린 희극 작가의 이름 역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아리스토파네스.
이 책에 실린 비극은 모두 9편, 그리고 희극이 1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그리스 비극은 모두 34편이다.
그러니 34편중 여기 9편이 실려있으니, 26%, 대단한 분량이다.
책 제목이 『하룻밤에 읽는 비극』이라고 해도 될만한 분량이다.
첫 번째 특징으로 이 책은 원래 희곡으로 되어 있는 비극을 모두 소설로 바꿔놓았다.
그러니 희곡으로 읽었던 비극을 이번에는 소설로 읽을 수 있어, 비교가 가능하다.
예컨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살펴보면, 확연하게 그 차이가 드러난다.
희곡에서는 오이디푸스의 발언으로 그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사를 읽을 때에는 주의를 집중해서 읽어야함은 물론, 문맥과 행간까지 다 고려해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그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그런 작업을 바로 화자인 오이디푸스가 다 처리해준다. 그래서 희곡을 읽을 때보다는 쉽게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소설과 희곡의 차이점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 이 책은 독자 친화적이다.
그리스 비극을 희곡으로 읽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낯선 그리스식 용어와 등장하는 낯선 이름, 그런 이름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읽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노력이 필요한 희곡에 비하여 소설은 설령 이름이 낯설더라도 앞 뒤 설명을 통하여 차츰 익숙해지면서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어, 무척 독자 친화적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가장 기뻤던 것 하나 적어둔다.
지난번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중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에게 잡혀 고생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의 지리적 배경이 바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이라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귀향 도중에 만나 고생했던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그 괴물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 즉,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를 잡기 위해 던졌던 바위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시칠리아 동부에 있는 아치레알레. (『최소한의 서양 고전』 안계환, 33쪽)
카타니아 해안선을 따라가면 아치트레차(Acitrezz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앞바다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나 있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가 던진 바위라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이주에 폭력으로 대응했던 시칠리아 원주민들의 모습이 폴리페모스 신화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김상근, 40쪽)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떤 근거로 외눈박이 거인이 살았던 곳이 시칠리아라고 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것이나 가져다 붙여서 신화의 고장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이 이 책을 읽고 풀렸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에우리피데스의 <키클롭스>에 의하면, 오디세우스는 그 섬에
상륙한 후 실레노스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이고 이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시겠어요?”
그렇게 묻자 실레노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곳은 시칠리아섬의 에트나산일세. 여기엔 도시도 탑도 없다네. 평범한 인간은 살지 않아.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이 살고 있지. 그들은 동굴에서 자고,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우유를 마시고 치즈를 먹는 것뿐이라네.” (136쪽)
시칠리아의 에트나산이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 그래서 시칠리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 하나만 알게 되었어도 좋을만큼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