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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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이건 소설이다. 소설이 분명하다.

이 책 서두에 나온다. 독자에게 드리는 주의사항이 큼지막하게 씌여진 글로 나온다.

 

이 소설의 일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저자는 완벽히 허구적인 줄거리에 따라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걸 중시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실화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한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을 인터뷰하여 그의 진솔한 고백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 같다.

그 정도로 사실적이다, 정말 그럴법하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이것이다.


1999년에 그 유명한 해리 포터 역을 맡을 소년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최종 후보로 두 명이 남았다. 한 명은 낙점받은 대니얼 래드클리프, 그리고 안타깝게 뽑히지 못한 다른 한 명의 소년 마틴 힐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한 명은 해리 포터 주연으로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 해리 포터가 될뻔한 애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나쁜 쪽으로 곤두박질친다. 언제나 하잘것없는 게 차이를 낳는다. (89)

 

하잘것없는 차이, 둘 중에 한 명만 차지하는 자리이니, 결국 누군가는 떨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말할 것이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될뻔한 애는 해리 포터가 소설로, 또는 영화로 등장할 때마다 죽도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해리 포터가 서점에 쌓인 것을 볼 때마다, 영화 포스터가 길가에 붙은 것을 볼 때마다,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해리 포터’, ‘해리 포터’, 환호하는 소리에 그의 인생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런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그는 무작정 어딘가로 숨어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인생이 있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저절로 상상이 되는 인생이다. 평생을 두고 두고 귀에 쟁쟁거리는 해리 포터가 얼마나 미웠을 것인가? 그런 인생, 과연 어떻게 살아낼지, 저자는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두 번째 아이를 세상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이를 숨어들어간 동굴에서 세상으로 꺼집어내기 위해 또한 많은 생각을 한다. 방법을 고안해내려 애를 쓴다. 거기에 저자의 고뇌가 충분히 느껴진다.

 

그의 주변 인물들이 수차례 그런 작업을 시도한다.

그의 어머니는 정신 상담을 받도록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그만 좀 해라기껏해야 책 한 권 갖고! 그런 일로 크리스마스를 망치다니, 쟤 진짜 짜증 나!”

그 말이야말로 마틴을 가장 아프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의 괴로움을 변덕으로 치부하는 것. 그는 개인적인 비극으로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거의 항상, 혼자 고통스러워하는데 말이다. (135)

 

드디어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낸다. 경비원, 루브르 박물관의 경비원으로 들어간다. 거기는 해리 포터가 없는 세상의 이상향이었다. (182)

 

그러나 그 곳에서 경비원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저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온전한 세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또한 그 자신도 그걸 이겨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해리 포터와 직접 마주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책을 사오기도 한다. (193)

또한 호그와트를 똑같이 재현해 놓았다는 성에 가보기도 한다. (213)

 

그러나 구원은 다른 데에서 왔다. 드디어 그는 구원받았다.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의 가치는 바로 그런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

2명이 최종 캐스팅 후보에 올랐다면 당연히 그중 한 명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인생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누군가 한 번쯤 어떤가 하는 안부를 물어볼만 하지 않는가?

 

혹시라도 그 아이는 자기 인생을 도둑맞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178)

과연 그런 고통을 잘 견디고 인생 제대로 사는 것처럼 살고 있을까?

그런 안부를 저자는 묻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정말이지 소설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그 두 번째 아이 속에 열두번도 더 들어갔다 온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소식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독자들은 이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저자를 따라가며 그 될뻔한 아이에게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잡으면 끝이 날 때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 그리고 그 인생에게 붙들려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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